무농약 친환경농산물 인증서 받은 울산 최초여성농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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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농장 앞에서 거름 작업을 하고 있는 박미경씨. ©고은희 기자 |
우리 농업과 농촌 발전의 열쇠가 여성의 손에 달렸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여성농업인에 대해 기대가 크다. 더군다나 감성과 창의성을 지닌 여성농업인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 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성농업인’의 선봉이 되고 있는 여성들을 소개하려한다. ‘한미FTA’ 장벽도 뛰어 넘을 수 있는 당당한 여성농업인들, 북구 대안동 산새농장 박미경씨를 만나 힘겹지만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산새소리에 산새농장이 된 사연북구 대안동 ‘산새농장’의 박미경(40)씨는 원주가 고향인 강원도 토박이 남편 김기일씨, 남매 자녀와 함께 이곳으로 온 것은 지난 98년. 남편 김 씨가 영농자금 등을 대출받아 무리하게 양돈사업을 벌였고 97년 IMF 당시 빚만 늘어나게 됐고, 집과 땅을 팔고 시댁의 도움을 받아 빚을 갚은 후 새로 시작하자고 각오를 했다.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낙심할 새도 없이 현실은 무엇인가를 이룩해 나가도록 만들었다. 우연찮게 지금의 집을 소개받고 빌려 쓰기로 해 98년 10월 이사하면서 농사일을 시작했다. 아침마다 산새소리가 들려 이름을 ‘산새농장’이라 지었다. 이름만 들으면 낭만이 묻어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농사일이란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닌 법.
◈모종 기르며 직거래도99년 봄, 이곳 주민들은 고추 모종을 잘 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박미경씨는 고추 모종부터 심었다. 또 애호박도 키워 내다 팔았는데, 애호박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파는데 어려움도 많았다. 언제부터인가 둥근 호박에만 익숙해 있던 울산 사람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 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렇게 직거래를 시작했고, 고추, 호박농사를 비롯해 하나씩 규모를 늘려 나가며 농사를 지어 나갔다. 특히 농장에서 재배한 무농약 배추를 손질해 절여 팔아서 제법 수익을 올리고 있다.
판로는 ‘먹거리공동체’(홈페이지
http://bukgu.ehomp.com)에 등록해 그곳을 통해 판매를 하고 있다. 203명의 회원들이 농산물을 신청, 산새농장 견학을 통해 친환경농산물 생산과 동시에 소비자 농자 체험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친환경 농법 박씨는무농약 농법으로 대부분의 농작물을 재배한다. 미생물 제제는 직접 새벽이슬을 맞아 가며 채취하고 있다. ‘왕겨숯농법’을 주로 쓰는데 왕겨를 태워서 숯을 만들어 농업용 상토로 쓰기도 하고, 키토산을 추출해 내고 목초액으로 땅을 살균하고 토양의 질을 높인다.
자연에 순응해 자생력을 키워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농법이라고 하는 박씨는 친환경농법에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농산물 전자상거래 경영교육 수료, 사이버농업 경영자과정 수료, 자연농업 기본연찬 제168기 수료, 유기연수회 과정 수료, 여성농업인 교관과정 수료, 현재 농업경영 비즈니스 과정 중에 있는 등 왕성한 학구열을 보이고 있다.
“1년에 서 너 번 정도 2박 3일 연수교육에 꼭 참여해서 견문을 넓히고 있는데요, 훌륭하신 여성농업인들이 참 많고 배울 점이 많아 앞으로도 연수에는 꼭 참여하려고 합니다.”
◈친환경농산물 인증서울산과 울주군에서는 친화경농산물인증서를 가지고 있는 농가는 4곳. 품목으로는 각각 단감, 오리쌀, 쌈채소(18가지)단일 품목이며 그들 모두 남성농업인인데 반해 박씨는 지난해 8월 울산 최초 여성 농업인으로 4가지 품목(감자, 토마토, 애호박, 배추)에서 ’무농약 친환경 농산물인증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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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장애인체전 때 친환경농산물 부스에서 동료들과 함께. 좌측이 박미경씨 © 고은희 기자 |
◈친환경 농업의 미래박씨는 농산물시장 개방 등으로 농촌의 경쟁력과 먹을거리 문화 안정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 친환경농산물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먹거리공동체를 만들어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들에게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주로 공무원과 아파트주부 및 주민들을 대상으로 월 2만원 어치를 농장에서 생산하는 농산물로 매주 목요일 공급을 하고 있다.
그는 친환경연합회 울산 여성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친환경농산물 품질 및 우수성을 도시인에게 알리고 있다.
또 지난 7월부터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사업에 뛰어 들어 9개 시범학교(고 1개교, 중 1개교, 초등 7개교)에 울산지역 우수 무농약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은 성장기 학생들의 건강에 도움을 주고 지역 친환경농가에 안전적인 유통과 판로를 확보해 나가고 있고 학교급식 등을 통해 친환경농업의 미래를 열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농업인 권익신장에 ‘앞장’박씨는 95년부터 본격적인 농업을 시작했고 2002년부터 친환경농업을 시작, 연 8,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에 안주하지 않고 친환경농산물 우수성 및 판로를 개척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농업인 권익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정보화 능력을 키워 지역농업인에게 전파하고 있으며, 사이버 커뮤니티 운영을 통해 농업인 간의 정보교류를 하고 있다.
자신이 재배한 농산물이 좋다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기호에 맞도록 가공해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터득한 박미경씨. 그를 보며 여성농업인의 미래를 밝게 점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