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미부쿠로 극장판> 怪談新耳袋 劇場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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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수집가 기하라 히로카쓰와 나카야마 이치로가 일본 열도를 돌며 수집한 실화들을 바탕으로 한 단편 시리즈. 처음 TV를 통해서 방영되다가 2005년에 첫 극장판이 나왔다. 사실 극장판과 TV 방영분의 차이점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여전히 이야기의 특성상 제한된 공간에 머물고 있고, 전체적으로 엄청나다고 할 정도의 저예산을 들였기 때문에, 극장판이라고 특별한 볼거리를 기대하긴 어렵다. 수록된 이야기들은 모두 8편이다. 이 모두가 다 재미있으면 좋겠지만, <무거워> <장갑> <담배 연기> 같은 에피소드는 몹시 썰렁한 편이다. 하지만 나머지 다섯편 가운데는 분명 재미있고 으스스한 이야기들이 있다. 국내 영화 팬들에게도 친숙한 다케나카 나오토 주연의 <야간 경비원의 보고서>는 많은 귀신들이 존재하는 한 빌딩에서 경비원들이 겪는 무서운 체험이다. 입사한 경비원들마다 하루를 못 버티고 다들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그만두자, 원인 파악을 위해서 경비회사 부소장이 빌딩을 찾는다. 폐허가 된 건물 안의 음산한 분위기와 계단 위에 서 있는 시커먼 귀신의 실루엣이 인상적인 단편이다. <시선>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캠코더에 담은 여고생이 겪는 이야기. 문제는 비디오 속에 정체불명의 간호사가 찍혀 있다는 사실. 학교 축제 기간에 이 비디오가 상영되고, 화면 속의 간호사는 <링>의 사다코처럼 밖으로 나온다. 처음 정지된 간호사가 학생들이 보면 볼수록 변한다는 설정이 흥미로운데, 좀더 이야기를 발전시켜서 중편 정도로 만들었으면 싶은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의 단편이다. <전신거울> <약속>은 8편의 단편 가운데 가장 무서운 이야기들이다. <전신거울>은 졸업을 앞둔 두명의 고교생이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일을 해야 한다며 체육관 창고에 있는 전신거울 앞에 서면서 겪는 악몽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공포보다는 쇼크 효과가 강한 이야기로, 거울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손이나 농구공을 들고 후다닥 뛰어오는 귀신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게 된다. 깜짝 놀라는 것에 민감하다면 주의를 요한다. <약속>은 여행을 떠난 사람들의 집을 봐주는 한 남자가 겪는 기이한 이야기. 그는 집을 봐주기 전 집주인한테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을 전해 듣는데, 그것은 누군가가 이름을 부르면 “네”라고 대답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약속을 어긴다. 공포 효과로는 가장 탁월한 작품인데, 역시 귀신의 이미지는 변화를 주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게 표현했다. 목이 꺾인 채 점점 거대해지면서 천장에 턱하니 머리가 붙은 채 노려보는 귀신의 모습이 소름끼친다. <괴담 신미미부쿠로>는 탁월한 완성도의 작품은 아니지만, 괴담 특유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갖추고 있다. 부록으로 원작자 기하라 히로카쓰의 음성해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