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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송도 경제자유구역 건설 현장 근처의 남동유수지에서 올해 특별한 일이 생겼다. 천연기념물 205호이자 세계 멸종위기 종인 저어새가 찾아와 둥지를 짓고 새끼를 기르고 있는 것이다. 4월 22일 처음 둥지가 발견된 이후, 십여 쌍의 저어새 무리가 이 인공섬에 찾아와 둥지를 짓고 송도 갯벌로 나아가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다 나르며 새끼를 기르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이들은 곧 떠나야 한다. 인천경제청이 경제자유구역 개발용 부지확보를 명분으로 송도갯벌 매립을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먹이를 구할 갯벌이 사라지면 이제 우리는 저어새를 볼 수 없게 된다.
ⓒ한겨레 | |
우여곡절 많은 송도갯벌, 그 마지막 갯벌
송도 갯벌은 1994년 신도시 건설로 매립이 시작됐다. 2003년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로 지정되면서 매립 규모가 크게 늘었고 인천경제청은 2006년부터 송도11공구 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2007년 중앙연안관리심의회에서는 이 지역이 인천에서 유일하게 남은 자연갯벌이기에 보존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강력한 반발과 매립 타당성이 없다는 전문기관 용역결과를 토대로 송도11공구를 매립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2008년 인천경제청은 국내외 투자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더 넓은 매립부지가 필요하다는 명분을 들어 다시 국토해양부에 매립신청을 했다. 당초 총 10.16㎢를 매립하려던 계획이었으나 환경단체의 반대 등을 고려하여 3.4㎢의 지역을 야생조류 대체 서식지로 변경하기로 하면서, 올해 3월 국토해양부 중앙연안관리심의회에서 매립이 결정됐다. 이미 송도 1공구부터 10공구까지 모두 매립공사가 완료됐거나 이미 매립공사가 시작된 상태이기에 이번 11공구 매립허가가 떨어질 경우, 송도갯벌이 사라지면서 인천의 모든 연안 갯벌은 없어지게 된다.
ⓒ인천시 | |
송도갯벌 매립, 철새들을 위협해
인천환경운동연합 등 송도갯벌 매립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철새 서식지 파괴를 우려한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조강희 사무처장은 “갯벌은 철새들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철새들의 중간기착지인 동시에 산란처이자 서식지”라며 그 중요성을 역설했다. 경희대 생물학과 윤무부 명예교수 또한 “갯벌은 모든 바다생물의 먹이를 제공하는 곳이며, 이 곳이 사라지면 바다생물 뿐만 아니라 철새들도 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특히나 새들은 환경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매립이 진행되면 살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 철새 가운데 60%가 갯벌이나 습지에 살고 있다.
이에 인천시 박정식 해양보존팀장은 “송도개발사업으로 갯벌이 소실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인천에는 690㎢에 이르는 갯벌이 존재하기에 단순히 개발만을 내세웠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천시는 국립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연구조사 결과에 따라 11공구에 야생조류 대체서식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어 인천시는 지난 6월 송도11공구 고잔 갯벌 뿐만 아니라 서쪽 6공구와 8공구 앞 갯벌 10㎢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전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조강희 사무처장은 “현재 인천에 남아있다고 주장하는 갯벌은 강화갯벌로 육지로부터 떨어져 있기에 개발할 가치가 적어 남아있는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연안 갯벌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면 현재 남동유수지 일대로 이동해 있는 철새들이 과연 대체서식지로 이동할 것인가도 문제이다. 윤무부 명예교수는 “낙동강에서 철새들을 부르기 위해 저수지를 만드는 등 서식지를 조성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며 대체서식지의 성공은 힘들다고 반박했다.
저어새 등의 보호대책 전무, 국제적인 협력도 없어
절차상의 문제도 거론됐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인천녹색연합 등 지역환경단체는 그 동안 송도갯벌에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수십 마리가 서식하고 있음을 인천시에 알려왔지만 2008년 7월 인천경제청이 환경부와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송도11공구 공유수면매립사업 사전환경성검토서’의 법정보호종 현황에서 저어새에 대한 기록이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조강희 사무처장은 “사전환경성평가 이후 저어새가 송도갯벌로 찾아왔다. 멸종위기 보호종인 저어새가 찾아오는 중요한 변화사항이 있음에도 이것이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09년 2월 인천경제청이 발표한 ‘야생조류 서식환경보전을 위한 대체서식지 조성방안 수립연구 최종보고서’에도 검은머리갈매기와 검은머리물떼새, 쇠제비갈매기만 검토하였을 뿐 개체수가 훨씬 적어 보호가치가 높은 저어새에 대한 보호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송도갯벌 매립이 국내에서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문제 제기도 있다. 윤무부 명예교수는 “송도의 대표적인 철새인 도요새의 경우, 북극권에서부터 송도의 갯벌과 동남아시아를 경유하여 호주의 캔버라까지 약 6180km를 이동하며, 이 때 평균적으로 약 7개 국을 통과한다”고 이야기했다. 윤 교수는 "철새는 한국의 것이 아니라 세계의 것이므로 국제적인 협조를 통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강희 사무처장은 “호주의 시민단체에서도 저어새와 같은 국제 멸종위기종의 보호를 위해 송도갯벌의 매립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호주의 조류보호단체 ‘버즈 오스트레일리아’는 지난 6월 성명을 통해 “11공구 갯벌 매립은 지난 해 10월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 총회에서 발표한 한국정부의 환경에 대한 입장과 완전히 모순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호주-뉴질랜드 도요 물떼새 연구단에서 11공구 매립계획을 백지화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표리부동한 인천시의 정책, 겉치레에 급급
인천시는 이러한 반대주장들에도 불구하고 사전환경성평가를 끝내고 다음 단계인 환경영향평가를 기업용역에 맡겼다. 인천시는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 개발과 인천신항 건설을 위해 더 이상 갯벌 매립을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송도국제도시의 토지수급을 예측할 때 200만평 이상의 토지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며, 국가 전략사업인 송도국제도시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서는 반드시 송도갯벌의 매립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인천 대이작도와 장봉도 일대 갯벌 120㎢을 보호구역으로 설정한 만큼, 송도11공구 매립을 막을 수만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강희 사무처장은 “겉으로는 환경보전을 하자고 하면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갯벌을 개발하려고만 든다”며 이중적인 인천시의 행정을 지적했다. 이어 조 사무처장은 “동아시아 – 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쉽 (EAAF) 유치가 이뤄진 갯벌타워는 갯벌을 매립한 곳 위에 세워진 곳”이라고 꼬집었다. 인천녹색연합은 성명을 통해서 “세계 10개 나라 9개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철새보호를 위한 국제기구”인 EAAF를 유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시와 환경부는 수만마리 도요물떼새가 찾는 마지막 송도갯벌에 대한 매립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저어새를 비롯한 멸종위기조류에 대한 보호대책은 전혀 수립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겉치레와 상반되는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인천시가 보여주는 일련의 이율배반적인 행태는 보다 근본적으로 현 정부의 환경에 대한 인식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해 10월 개최된 세계 최대규모의 습지 환경보전 회의인 람사르 총회 이후에도 습지갯벌정책의 재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여전히 전국의 지자체에서 연안 갯벌과 습지 파괴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환경연구자는 “갯벌을 복원하려는 사업이 전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멀쩡한 갯벌을 매립하려 한다”며 “이러한 엇박자 행정은 환경보존에 대한 일관된 철학의 부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저어새는 어디로, 대안은 쉽게 보이질 않아
ⓒ인천환경운동연합 | |
보호대책에 시급한 상황 속에서 송도11공구의 저어새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찾기란 요원하다. 조강희 사무처장은 “근본적으로 정부의 개발정책에 대해서 환경부의 활발한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 사무처장은 “갯벌 매립은 이해당사자가 없어 시민들의 여론환기가 힘들다”고 말하며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인천시가 국제도시로 진정 성공하기 위해서는 갯벌을 보존하여 생태도시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무부 교수는 “환경개발은 이렇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며 “단기적인 정치적 결정으로 이뤄지는 개발은 모두 실패할 뿐이며, 좀더 시간을 두고 연구를 하여 조심스러운 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인천세계도시축전에서 인천시는 인천시가 목표로 하는 최첨단 미래도시의 상을 뽐내고 있다. 동시에 남동유수지에 둥지를 튼 저어새들은 송도갯벌 공사현장 근처에서 위태로운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직까지 인천시의 미래도시의 상 속에 공사현장 옆을 힘겹게 지나가는 저어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첫댓글 아들의 첫번째 단독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