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 수안보에서 조령관문까지
1. 수안보는 한때 최고의 관광지였다. 이제 명성은 사라졌지만 수안보의 매력은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다. 특히 이른 아침에 천천히 수안보를 걸으면 많은 건물 사이로 주변 산의 안개와 어울린 매력적인 수안보의 얼굴과 만날 수 있다. 하천은 천천히 수안보 중심을 흐르고, 마을 산책길은 가로수 사이로 편안함을 가득 선사한다. 아침에 만나는 모습은 지난밤과는 다른 전혀 다른 색깔을 지닌 새로움이다. 어느 지역이든 아침에 활력이 넘치지만, 특히 수안보의 아침은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특별한 모습을 가득 품고 있다.
2. 이번 주 화요답사는 월요일과 화요일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일요일에 앞당겨 출발했다. 수안보 상록호텔은 일요일에 숙박비가 다른 요일보다 싸다는 이유도 이곳으로 특별한 생각없이 출발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수안보에는 좋은 답사 코스가 있다. 수안보에서 주변 조령산의 조령관문까지 왕복하는 코스이다. 과거에는 차량으로 이동한 후 문경 쪽 조령 1-2관문을 걸었는데, 이번에는 수안보에서 출발하여 반대쪽 조령 3관문인 ‘조령문’까지 이동했다. 작은 언덕과 도로를 지나 본격적으로 ‘조령산’으로 들어선다. 조령산 휴양림과 언덕을 오르면 조령 3관문 ‘조령문’이 나타났다. 휴식 시간을 포함하여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왕복으로는 5시간 되는 거리다.
3. 특별히 눈에 띄는 장소는 보이지 않지만 과거 역참마을이었던 곳을 지나고 언덕 위에 성황당을 만났으며 천천히 옛날 선비들의 과거 길에 동참하는 것은 이 코스의 즐거움이다. 옛날 경상도 선비들은 조령을 통해 과거길에 올랐다고 한다. 한양에 갈 수 있는 길이 추풍령이나 죽령도 있지만, 이름이 주는 묘한 불길함 때문에 대부분의 선비들이 조령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 곳을 지나며 입신양명의 꿈을 꾸었던 선비들의 절실함을 생각해본다. ‘걷는 것’은 무한한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며, 그 시간 동안 불안과 희망이 끊임없이 교차했을 것이다.
4. 밤에 충북방송 뉴스에서 충북선 이용자가 갈수록 줄어 운행 중단을 고려한다는 보도를 접했다.(자세하게 알아보니 충북선이 아니라 '충북 종단 열차'였다. 동대구∼영동~대전~청주~제천~단양~영주까지 총 381.5㎞(영동~단양 226.4㎞)를 달리는 열차) 사람이 준다고 하더라도 지방에서 열차는 그 지역 사람들에게 정말로 중요한 공공적 이동수단인데 경제적 이유로 중단을 고려한다는 이유 자체가 불쾌하였다. 사람들이 적어져도 여전히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있지 않은가? 단지 숫자가 적다는 이유로 소멸되고 사라지는 수많은 것들의 비극을 여기서도 확인하는 것같아 씁쓸했다. 그런 이유도 있고 비도 내려 다음날은 걷기를 포기하고 충북선 충주역을 찾았다. 예상외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역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온 김에 방문하고자 했던 제천의 봉양역도 찾았다.
5. 새로 리모텔링된 봉양역은 중앙선과 충북선이 지나는 내륙의 중심 역이다. 가끔 제천병원에 갈 때 지나가면서 보았지만, 천천히 주변을 관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몇몇 모델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던 곳같기도 하였다. 하지만 현재는 허름한 식당 몇 곳과 낡은 모델만이 서있었다. 이 곳은 충주와 원주로 가는 지방도가 갈라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번에 자세하게 본 이유는 현재 구상중 인 ‘역 인문학’의 장소입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입지 조건은 나빠 보이지 않았다. 역이 있고 강원도와 충청도를 나누는 갈림길이 있으며 파출소도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 열차를 이용하면 청량리까지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아침 6시나 7시에 출발하여 서울에 온 뒤에 밤 8시 30분에 기차를 타면 10시 조금 넘어 도착할 수 있다. 서울과의 통근도 가능한 코스인 것 같다. 또한 횟수는 많지 않지만 부산과 안동까지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차편도 있었다. 나름 후보역에 입력해 본다.
첫댓글 조령산은 능선따라 걷기 좋은 기억으로...
(간이)역사와 만나는 인문학이 자유의 여정으로 빛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