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은 의정부 초등학교 3, 4학년 어린이들과 만나는 날이었어요.
아침 9시 40분부터 강연을 하기로 했지요.
그런데 새벽 4시 쯤 불현듯 눈이 떠졌어요.
창밖을 보니 온 세상이 하얀 눈세상으로 바뀌었지 뭡니까?
족히 5cm는 쌓인 듯 했지요.
"여보, 여보. 일어나 봐, 눈이 왔는데 어쩌지?"
눈 알러지가 있는 우리 남편이 놀라서 벌떡 일어났어요.
그러더니 얼른 눈을 치워야 마눌님이 나갈 수 있다며
밖으로 나가는 거예요.
나도 참 난감하여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퍼뜩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아래마을까지 걸어가서 콜택시를 타자는 거였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눈이 많이 왔는데
콜택시인들 그 꼭두새벽에 올까 싶었어요.
그래서 콜택시 회사로 전화를 걸었더니
다행히 6시30분쯤 교회 앞으로 올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허겁지겁 밖으로 달려나가 눈 치우고 있는 남편을 불렀어요.
"여보, 콜택시 타고 갈 테니 밝은 다음에 눈 치워."
부랴사랴 샤워하고, 화장하고 새벽 5시 50분에 집을 나섰어요.
첫눈 온 세상을 찍으려 했으나 너무 캄캄해서
잘 안 찍히더군요.
우리 안두렁 골짜기 중턱 쯤 내려오니 눈이 녹아 질퍽거리더군요.
'에이, 이럴 줄 알았으면 차를 가지고 가도 될 텐데.'라는 아쉬움이 생겼어요.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교회 앞에 도착하니 6시 30분,
조금 있자니 콜택시가 왔어요.
무궁화 열차를 타고 청량리 역에 내린 시각이 7시 40분.
에고 너무 일렀어요.
카페에서 라떼를 먹었는데, 캬! 커피 맛이 죽이더군요.
의정부행 전철을 타고 다시 마을버스를 탔어요.
얼마나 오랜 만에 타보는 마을버스인지.
그 사이 요런 희안한 기계도 생겼더라구요.
어쩜 이렇게 화끈하게 노선서비스를 하는지 신기했어요.
정말 우리나라 좋은 나라예요.
2교시에는 3학년 강연 (즉 40분), 3교시에는 4학년 강연을 하는데 시간이 모자라 속사포처럼 좔좔 읊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게 들었고,
질문이 쏟아졌어요.
그러나 시간이 모자라 몇 사람 밖에 답을 못했어요.
아이들이 너무 너무 아쉬워하더군요.
오늘, 이 학교는 내 강연보다 더 중요한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대요. ㅎㅎ
선생님들은 공개수업에 온 신경이 가 있는 것 같았는데
아이들은 수업공개는 별 관심 없고
내 강연을 더 듣고 싶어했어요.
이 사진도 선생님이 빨리 교실로 돌아가라는 성화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너도나도 모여서 찍은 거예요.
가장 큰 잘못은 나에게 있지요, 뭐.
사전에 미리 담당 선생님과 자세한 일정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조율을 했어야 했는데
내가 바쁘다 보니 강연만 허락하고, 미뤄두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겼지요.
이미 학교 일정이 다 짜여진 다음에는 수정이 어렵잖아요.
게다가 학급을 맡은 선생님이 독서교육 업무를 맡다보니 정신이 없으셨을 거예요.
제대로 된 독서교육이 이루어지려면 사서선생님이 꼭 필요한데,
윗분들은 어디에 마음을 두시는 건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