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로 차솥을 길들인다’
동원다구연구소 정혜주 소장
동원 다구 연구소 정혜주 소장은 이른바 ‘쇠를 길들이는 장인’이다. 우리 나라에 주물을 제조하는 명인은 많다.
그러나 이른바 쇠를 잘 길들여 녹이 슬지않고, 물을 끓여도 눈물이 나지 않게하는 ‘쇠를 길들이는 장인’은
동원다구연구소 정혜주 소장 한사람 뿐이다.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가 쇠를 길들이는 장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차인들이 고가의 일본 찻솥을 쓰는 것을 보고 우리 찻솥을 개발 해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주물 공장은 5군데 있어도 찻솥을 다루는 장인은 없는 겁니다. 그때부터 쇠와의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아는 것이 없었다. 오로지 전국으로 발품을 파는 수 밖에 없었다. 쇠의 성질을 아는 공학박사를 찾아다니고,
오랫동안 솥을 길들여 쓰는 할머니들을 찾아다니며 쇠솥의 성질을 배웠다. 그는 오로지 해내겠다는 장인의 ‘뚝심’만 믿었다.
2005년 첫작품이 탄생했다. 전기를 사용해 물을 끓일 수 있는 찻솥이 그것이다.
그러나 첫 작품은 기대만큼 만족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좀더 험난했다.
주물이나 쇠 자체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가장 큰 난점이었다. 온 정성과 전 재산을 퍼부었다.
손가락이 잘리기도하고, 얼굴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 지독한 악재들이 그를 어지간히 괴롭힌 것이다.
“독창적인 나만의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차인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완벽하게
쓸수 있는 제품의 완성이 제일 중요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할까요.
2006년말 제대로된 물건들을 쏟아낼 수 있었습니다”
녹물도 없고 쇠냄새도 나지 않아
‘녹물이 나오지 않고’ ‘쇠냄새도 나지 않을뿐더러’ ‘98도씨에서 물이 푹 익을 수 있고’ ‘물이넘쳐 눈물이 흘러나지도 않고’
‘숯을 피워도 재가 날아다니지 않는’ '전기와 숯을 동시에사용할 수 있는‘ 완벽한 찻솥을 재창조해낸 것이다.
정혜주 소장의 찻솥에는 강점이 있다. 하나는 일본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다. 둘째는 바로 건강하고 맛있는 물을
마실 수 있는 ‘유기농솥’이라는 점이다. “제솥에 물을 끓이면 일단 푹 익습니다.
제대로된 차맛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몸에 이로운 철분이 스며들어 건강에도 좋습니다.
또 가을과 겨울에는 가습기가 따로 필요없습니다. 4년만에 만들어진 솥하나는 또다른 디자인과 차솥제품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물꼬를 트면 물길이 열리듯 새로운 제품들이 술술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쇠솥화로 4가지, 쇠차주전자 ,
차덖은 솥 5가지 ,화전놀이 대형 후라이팬등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중 하나가 바로 차 덖은 솥이다.
“대형 수제차용이 있고, 집에서 직접 덖을 수 있는 가정용까지 다양합니다.
하동차축제에 초대가 되 제다 가공 업체들로부터 명품 차솥이라는 호칭을 받았습니다.
첫째는 몇날 며칠 차를 덖어도 솥에 차가 눌러붙지 않습니다. 제 차솥은 350도에서 45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고 ,
솥 온도가 20도이상 떨어지지 않은 장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연료비도 획기적으로 절감이 되는등 일거양득입니다.
” 그는 또 개인용 차솥을 제작했다. 향후 ‘모차’를 사다가 직접 차를 덖어먺을 수 있는 제품들이 생산될 것을 대비해서다.
“이제는 사시사철 맛있는 차를 먹기위해 저온창고에 찻잎을 보관한후 상품을 직접내다 파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 제품을 가지고 다례원에서나 가정에서 차를 직접 제다해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1kg 3kg 5kg등 다양하게 덖을 수 있도록 제작했습니다”
명품 찻솥, 차 덖음솥 제작 외길 30년
그가 공예품제작에 뛰어든것은 20살때인 1980년초다. 쇠솥을 만들기전에 정소장은 수석좌대 디자인에서부터 시작해
나무다도구, 돌다도구등을 독창적으로 개발 보급해왔다. 최초로 옻칠을 응용한 표주박에서부터 나무와 돌을 결합한 찻상까지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그런 그는 백산 김정옥 도천 천한봉등 최고의 사기장들과 전시회를 함께
갖기도 했다. 공예인의 길로 들어선지 30년이 훌쩍 지나버린 것이다.
“지금껏 한 300여차례 정도 전시회를 했을 것입니다. 나무와 돌 쇠는 재료만 다를 뿐 그 성질은 같습니다.
다만 그 그릇에 무엇을 담아내야 할 것인가는 오로지 장인의 노력에 달려있겠지요. 앞으로 한국차문화는
쇠차솥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차와 쇠 , 그리고 물과 쇠는 참 잘어울리는 조합이기 때문입니다”
융통성이 없고 세상사의 유연함도, 자기 마케팅도 할 줄 모르는 정혜주 소장의 꿈은 소박하고 정직하다.
‘후인들에게 영원히 물려줄 수 있는 개인박물관’ ‘일본을 능가할 수 있는 무쇠솥의 개발’ ‘다인들의 건강한
차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쇠차솥’이다. ‘꿈’을 이뤄가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정혜주소장에게는 모든 것을 올인하는 뚝심이다.
‘뚝심’속에서 장인의 삶을 살아가는 그의 모습속에서 또다른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가는 예인의 뒤모습을 볼 수 있다.
글 이상균 사진 윤미연 www.nawac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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