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금요일..
친구들과 함께 재미나게 놀다가 밤늦게 집에 들어 왔습니다..
아파트 경비실에 보니, 전날에 주문한 DIY 공구들이 도착했더군요..
사실은 몇달전부터 싱크대 수도꼭지가 살짝 새면서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는데요..
귀찮아서 냅두다가 저번달부터는 위험하다 생각이 들 정도로 물이 새고 있길래, 더 두면 곤란하겠다 생각이 들어 집에 있는 공구들을 총출동시켜 고쳐보았습니다..
자전거 정비 때문에 사놓은 공구들이 있어서 해결될 거라 생각했는데..
어랍쇼..
휴대용 몽키스패너야 열외라고 쳐도, 제법 큰 몽키스패너도 너트에 안 걸리더군요..
자전거 헤드셋 고정용 32mm 고정 스패너가 있어 꽂아 봤더니 그 보다는 작더군요..
대략 30mm 정도 된다 생각이 들어 찾아보니 32mm까지 지원되는 가변 몽키스패너가 있길래 주문..
덩달아 혹시 몰라서 수도배관용으로 나온, 동그랗게 생긴 스패너도 더 집어 넣고..
그랬던 녀석들이 온 것이라, 기쁜 마음으로 뜯고서 작업 시작..
가변 몽키스패너는 32mm까지 지원된다고 했는데..
아 !@%!@#^!^#!@%!#%^ 한 녀석이 있나.. 원래 갖고 있는 스패너 보다 더 사이즈가 작으면 작았지 절대 안 크더군요.. -_-;;
수도배관용 스패너는 사이즈는 넘치는데, 잡아주는 힘이 부족해서 조금 돌다가 헛돌기 시작.. -_-;;
게다가 조금 조여봐야 물 새는 거랑은 무관하다는 듯이 계속 똑똑 물방울은 떨어지고요..
너트 부위가 아니면 어디서 물이 새나 하고 수도꼭지를 이래저래 힘을 줘서 만지는데.. 갑자기 얼굴에 물이 덮치는 겁니다..
꾸엑..
물을 얻어맞다가 잠시 정신 차리고 보니, 수도꼭지 아랫부분에서 물이 새지 않게 막아주는 플라스틱 부위가 오래되서 삭아서 부러졌더군요.. -_-;;
물은 콸콸콸.. 망가졌으나 수도꼭지를 제자리에 놓고 힘을 주어 누르면 일단 물은 덜 새는데.. 이 상태로 밤을 새울 수도 없고.. ㄷㄷㄷ
아예 밖에 있는 수도배관을 막아 버리자는 생각에 잠시의 피해를 감수하고 수도꼭지를 놓고 밖에 나갔는데.. 마음은 급한데, 밖은 어둡고, 결국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서 손짓만 열심히 하다가 포기하고 되돌아 왔습니다..
그새 부엌은 물바다가 되어 가고, 고양이들은 신난 구경 났다고 좋아라하고..
사람이 패닉에 빠지면 쉬운 해결법도 놓치고 먼 다음의 고민을 잔뜩하게 되는 것인지, 다시 수도꼭지를 누르면서 놓쳤던 정줄을 다시 부여잡고 곰곰히 생각하는데, 싱크대에 버러져 있던 일회용 행주가 보이더군요.. 아.. 갑자기 깨달음이 도적같이 임하사.. 일회용 행주로 수도꼭지를 감싸서 묶었습니다..
아.. 아.. 아..
이제 손이 자유로워졌습니다..
밤 11시에 이곳저곳 전화해서 출장 서비스를 요청했으나 다 안 된다고 하고.. 한 군데서는 못 오지만, 이래라 저래라 가르쳐주더군요.. 그러나 전화로 알려주는 것과 현실의 괴리감은 태평양보다 넓은 관계로 지지부진해서..
결론은, 그래서 토요일에 밭에 못 갔습니다..
수도공사 하는 아저씨 토요일 아침에 불러다가 수도꼭지 교체했지요.. 막상 교체하는 거 보니깐 쉽네요.. -_-;;
근데, 왜 벽에 수도꼭지 들어가는 쪽 큰 나사는 내가 돌리면 안 잠기고, 아저씨가 돌리면 잠기나요??
뭐 그랬다는 얘기입니다..
ps/ 재미있는 이야기인 줄 알고 봤다가, 실망하신 분들을 위한 짤방.. -_-;;
조카가 사무실에 놀러 와서 낙서 해놓은 거입니다.. 아직 삼촌의 정체를 다 파악하기에는 조카가 어리지요.. ㅋㅋ
부하가 고양이.. 이게 포인트..
토요일 밤의 열기..
첫댓글 하하. 저 칠판 글씨는 조카의 '독자적인 사고'가 아닌 '받아쓰기'가 아니었나 사료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ㅎㅎ
저걸 쓴 조카는 코찔찔이때부터 제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놈이라 받아쓰기는 아닙니다.. ㅋㅋ
워낙 콩꺼풀이 제대로 씌어서 삼촌의 제 모습을 못 보고 있을 뿐이지요.. ㅎㅎ
받아쓰기를 시키는데, 강박증에 시달리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삼촌" 과 같은 문장 호응이 제대로 안 이뤄진 걸 용납할리가 없지요.. ㅋㅋ
'제일'이 빠진 게 진심 아닐까요? ㅋㅋㅋ
그리고 '얼짱'은 왠지 성인 남성이 왼손으로 쓴 듯한 느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