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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에 투영시킨 우리시대 풍속도 조인호(미술사)
정희승 4회 개인전 / 2009 / <도원으로 가는 길을 묻다 桃源問津>
참여미술의 기본 바탕 위에서 끊임없이 시대와 밀착된 사실주의 회화세계를 펼쳐 온 정희승이 최근 시도한 작업에서 변화들을 내보인다. .. 그에게 "삶이란 각자의 꿈과 이상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호접몽(胡蝶夢)
말하자면, 사실주의를 추구하는 작가적 태도와 의식, 회화적 표현형식 이상으로 창의적 가치를 더하고 싶은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실풍경만이 아닌, 그 속에 담긴 동시대 삶의 속내를 읽어내는 사실화법을 변함없이 취하면서 말이다.
호접몽(胡蝶夢)
그런 회화적 변모의 소재로 삼은 것이 '화투'다. 더없이 통속적이고 대중문화의 표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화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특징과 가치를 우리시대 문화에 대입시켜 자신만의 회화세계로 새롭게 재해석해 보고 싶었는데, 그 소재로 화투를 택한 것이다.
녹수청산(부분)
물론, 작업의 바탕은 일관되게 시대현실에 두되 당장의 단편적인 것들 이상의 역사 문화적 큰 맥락을 꿰뚫는 회화세계의 가닥과, 예술적 창의성에 대한 갈증을 풀고 싶은 욕구를 일단 화투연작으로 풀어나가는 것이다.
해거름
명품
정희승의 '화투' 연작 기본은 일 년 열두 달 각 월마다 부여되는 화투의 숫자의 상징적 의미, 이를 그림으로 단순화한 도상체계를 차용하여 시대를 기록하고 풍자하는 비판적 사실주의 회화의 성격을 취하고 있다.
나비꿈
이들 시사성 있는 소재들과 약간 비켜서서 같은 화투 연작이자만 주변 인물들의 초상을 끌어들인 몇몇 작품들이 눈에 띈다. 그동안 참여미술 진영에서 함께 고군분투해 온 미술동지들이자 학업의 동료들인 조정태, 천찬욱, 임남진 등에게 그들이 처한 지금의 현실에서 가장 필요하거나 어울릴만한 요소들을 화투그림 배경에 암부호처럼 사실적으로 그려 넣어 대신 꿈을 발원해 주거나, 고달픈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화업과 생업을 일궈가는 어느 선배의 삶을 대리운전 전단으로 간접적으로 비춰내기도 한다.
생명의 꽃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으로 한창 자라나고 있는 풋풋한 딸아이를 '생명의 불', '생명의 꽃' 작품 주인공으로 이번 작업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런 작업들은 늘 본인의 생활 속에서, 이웃과 주변에서 현실 삶의 생생한 소재를 취하고, 그들의 소박한 행복과 세파 속 고통과 좌절, 꿈과 소망을 담아 온 '정희승 회화세계의 기본 어투' 라 할 수 있다.
묻지마
바벨탑
정희승의 이번 '화투' 그림들은 대부분 대중문화의 세태나 과도한 인간욕망, 현실에 드리워진 정치 경제 또는 정책의 그늘과 모순을 풍자적으로 함축시켜내는 수단이면서, 통상적인 화투도상에 일상에서 무시로 접하는 삶의 단편들을 엮어 생각꺼리가 있는 생활풍속도를 묘사해낸 것들이다.
꽃시절
눈에 보여지는 풍경과 그 뒤에 가려진 시대의 그림자, 누군가에게는 정반대인 현실 삶의 단편들을 역설로 풍자해내는 화법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편으로 취한 하나하나의 도상이나 그림 자체보다는 담아내려 하는 '세상 이야기'에 훨씬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는데, 그런 주제가 있는 그림의 이야기 전개 효과를 위해 회화적 묘법의 흔적을 최대한 절제시키고 있다.
영어완전정복
말하자면 그동안의 작업들에서 보여주던 두터운 물감의 촉각적 효과나 거칠게 남은 붓질의 움직임, 어둡고 탁한 색조들 대신 화면이 훨씬 맑아지고 선명하며 매끄럽게 다듬어낸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부귀도. 부자되세요
가을밤(秋夕)
소재중심 또는 서정성 위주의 사실주의 회화보다는 비판적 메시지를 보다 분명히 하면서도 그림을 펼쳐놓는 형식에서는 좀 더 쉽고 친숙하게 다가서서 공감대를 넓힐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다분히 생활과 밀착되어 의미와 가치를 지녔던 민화의 쉬운 도상들과 일정한 상징체계, 이와 더불어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의 비판의식과 팝아트의 대중적 요소들을 기본 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공산토월(空山吐月)
그의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격한 감정에 휩싸이거나 필요 이상의 예술적 치장 또는 외침보다는 냉철한 직시와 절제된 함리성이 두드러진다. 물론, 이전에 제작된 일련의 선명성이 두드러진 투쟁적 목판화들이나 오월창작단 시절 현장참여 선전미술로서의 효과를 위해 제작했던 거친 작업들에서는 당대의 달아오른 정치 사회적 목소리들을 시대의 언어로 담아내기도 했었다.
흑싸리
홍싸리
이전 정희승 작업의 기본 색깔과는 확실하게 달라진 이번 전시는 예술적 창의성을 향한 작가로서 고민의 일단이 읽혀진다. 참여미술의 대사회적 책무나 역할 못지않게 예술적 가치의 균형을 맞추는 일에 대한 스스로의 재정립 의지가 뚜렷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생명의 물
80년대 현실주의 참여미술의 2세대격인 그가 지금의 속앓이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광주와 동시대 현실, 사회적 진실에 흔들림 없이 깊은 뿌리를 내리되, 예술세계 안에서 만큼은 보다 넓은 세상까지 작가로서 존재감을 뻗어나가는 거듭나기가 되었으면 한다.
정희승 1963년 광주출생 목판화 3인전, 힘전, 전국청년미술제, 오월전, 민중미술 15년전, 삶의 현장전, 동학 100주년 기념전, JALLA(민중의 아시아)전, 황해의 환경과 역사전, 광미공창립 10주년 전, 한라와 무등- 역사의 맥전, 영호남사람들전... 탐매-그림으로 피어나는 매화전, (구)광미공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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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승이도 몇 년 새 조금 삭았다. 동 글납작 미남인 것이 조금 마르고 각지면서 목 소리도 더 묵신했다. 우리 카페 초입에 소개를 하였지만 이 번 그림은 지난 것들과는 적어도 형식면에서 꽤 많이 달라 있었다. 그림이사 늘 변하는 것이지만 감정보다는 절제를, 절제에서 대화를, 대화 는 평화를, 평화에서 자기 거시기를 완성하고픈 내력이 강했다. 어쩌면 그는 그의 방방한 엉덩이에 썩 어울리는 캐릭터 방석 하나를 이참에 잘 깔았다. 그의 전시 오픈 날을 잊어버렸다. 내가 안 까먹으려고 그의 '팜'을 머리맡에 두었었는 데... 다음 날 전시장을 찾았을 때는 전라도닷컴의 남신희 기자가 작가와 인터뷰 중이었다. 나는 친구 종배씨와 그림들을 둘러보는데 손이 좀 근질거리는 충동이 호주머니에서 꿈틀거렸다. 동안 내 안에서 외롭고 심심해 죽겠다던 그 '그림쟁이' 놈의 짓이렷다. 지난 날 목화꽃 같았던 남신희 기자는 가고 마른 목화대 같은 쭉 정이들끼리 뒷골목에 남아 예의 한잔을 꺾었다. "이태 뒤 이맘 때쯤 개인전 할 테니 조정태에게 귀뜸해달라" 그날 정희승에게 누설하고 말았다.(최근 오월 관련 작가들에게 일년에 2명씩 지원혜택을 주는 5.18기념미술관이다) 역 시 전시장을 잡아놔야 그림을 한다... 그리하여 세월이 또 조급하고 편안해졌다. 내가 이쪽저쪽에서 조금만 시간을 벌면 날밤으로 그 농사에 못 맞추겠는가! 들꽃과 함께한 여러 벗들과 내 가 또 만나야 할 그림쟁이들이 매일밤 별 같아지 는 것이다. 2009. 11. 29 김 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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