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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5월 제210차 산행] ☆ 강원도 정선 두위봉(1,466m) [1]
* 2020년 05월 17일 (일요일) *
* [산행 코스]☞ 단곡계곡 주차장(정선군 산동면 방제리)-갈림길-철쭉군락지-두위봉 정상-삼거리 갈림길-천 년주목-샘터- 도사곡 자연휴양림(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 [프롤로그]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대한민국의 봄
작년(2019년) 겨울, 중국의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코로나 감염병’이 온 세상을 휩쓸고 있다. 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는 그 감염의 속도가 빠르고 일단 감염되면 치사율(致死率)이 높아, 작금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위기와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더구나 이 바이러스는 그 발생 원인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신종(新種)’이어서 치료약(백신)이 없다. 그래서 더욱 막막하다. 바이러스 감염자와 접촉(接觸)을 통해 민감하게 전염되므로 인간의 모든 활동이 정지되고 사람 사이에 교류가 마비된 상황에 이르렀다. 나라 안에서나 국가와 국가 사이도 서로 왕래하고 접촉하는 것이 금기가 되었다. 여행이나 모임, 사회적 교류 등은 코로나 감염을 확산시키므로 ‘사회적 거리두기(단절)’가 최선의 방책이다. 그리하여 모든 경제활동이 동맥경화 상태다. 전대미문의 이 역병(疫病)의 펜다믹(pandemic, 대유행)에, 우리나라는 물론 전 지구적으로 경제 활동이 침체되고 있는 것이다. 그 상황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註1]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중국 전한(前漢)시대 미인 왕소군(王昭君)을 두고 지은 시구(詩句)에 나온 말이다. 왕소군은 전한(前漢) 원제(元帝)의 궁녀였다. 그녀는 절세의 가인이었지만 흉노(匈奴)와의 화친정책에 의해서 흉노 왕에게 시집을 가게 된 불운한 여인이었다. 그 왕소군을 두고 지은 동방규의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3월이 되고 봄이 오는 대지에는 어김없이 개나리 꽃무리와 눈부신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났다. 그러나 우리는 그 봄을 누릴 여유가 없었다. 4월이 되어도 그윽한 라일락 향기마저 무색했다.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는 와중에서, 4월 15일, 총선이 치러졌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선거가 ‘죽기살기’의 분열과 증오로 또 다른 국민적 열병으로 몸살을 앓았다. 범여권이 날치기로 급조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으로 치르진 이번 선거는, 아낌없는 ‘돈 뿌리기’와 온갖 기만전술과 위선적 선동이 먹혀들었다. 괴질(怪疾) 코로나가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까지 덮어버렸다. 여당이 압승하고 야당은 참패했다. 문재인 정권이 전보다 더 큰 날개를 달았다. 여당은 더욱 기고만장 무소불위의 독주를 예고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지리멸렬 패닉 상태에서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뒤끝이 개운치 않은, 추악한 일들이 줄을 잇는다. 4·15 선거 전에 발생한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철저하게 은폐했다가 선거가 끝나고 공개했다.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 당선자의 비행과 비리가, 지난 4월 22일 이용수 할머니의 ‘고발회견’으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위안부) 할머니들 왜 팔아먹나" 30년 한맺힌 절규를 했다. 역사의 굴욕을 온몸으로 감당한 위안부 할머니를 빙자하여 사리사욕을 취한 사람이 국회의원 당선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기고만장한 것은 시민당 최강욱과 민주당 황운하 당선자는 자신들을 비롯하여 정권의 패악(悖惡)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을 향해 독기어린 칼날을 겨누고 있다. 이들은 조국비리사건 울산시장 부정선거 사건의피의자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여당은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 돌이켜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일련의 소득주도정책으로 자영업자들은 빈사상태로 내몰렸고 청년실업은 끝없이 증가한 상태에 있었다. 잘못된 원전폐기 정책 등으로 그 동안의 기술 축적이 사장(死藏)되면서 산업은행의 구제 금융으로 연명하는 상태에 있다. 일부 조선·항공산업 등 모든 기업이 노조의 압력 등으로 한 번도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해보지 못했다. 거기에다 문재인 정권 3년 동안 외교와 안보, 국방은 점점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각종 규제와 반 기업정서로 기업들이 숨을 헐떡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전염병이 덮쳤으니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 [전 국민 대상 국가재난기금’ 살포] —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국가부채
그리고 오월, 돈 잔치가 벌어졌다. 표심을 얻기 위해 약속한, ‘전 국민 대상 국가재난기금’이 살포되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때, 국가에서 돈을 주니 모두 희희낙락이다. 지역경제에 숨통이 트인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이 내세운 ‘세금(소득)주도성장’의 절정(?)이다. 정작 나라에 세금을 내는 제조업 공장이 문을 닫고, 크고 작은 기업이 망해가는 현실인데, 그저 눈앞에 쥐어준 돈이 얼마나 고마운가! 그러나 알고 보면, 이는 결국 ‘제 살 깎아먹기’요 ‘조삼모사(朝三暮四)의 도토리’[註2]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이미 코로나 사태 전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복지 확대를 명분으로 경제성장률의 4배에 달하는 증가율(9.1%)로 512조원 수퍼 예산을 편성했다. 새해 들어서도 투자, 고용, 수출 등 각종 경제지표가 좋지 않자, 예산 서류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예산을 더 늘리는 조기 추경을 추진했다. 결국 코로나를 명분 삼아 3~4월에 24조원 규모의 1·2차 추경을 잇달아 편성했다. 이에 따라 올해 찍어야 할 적자 국채 규모가 무려 74조원대로 늘었다. 작년 적자 국채 발행액의 2배가 넘고, 재작년 적자 국채 발행액의 5배에 이르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적자 국채 총액은 104조원으로 늘어난다. 적자 국채 발행액을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받는 전국 가구 수(2171만 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479만원에 이른다. 정부가 가구당 100만원씩 나눠주면서 그것의 5배에 가까운 새 빚을 함께 떠안기는 꼴이다. 국민에게 쓰는 선심의 몇 배나 되는 빚이 뒤에서 쌓이고 있다. 국민이 언젠가는 갚아야만 하는 돈이다.
지금 다른 선진국 정부도 재정을 투입해 코로나 위기 방어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취약층과 소상공인·중소기업, 일시적 자금난에 빠진 대기업 등을 위해 정부 재정을 충분하고도 선제적으로 써야 한다. 다만 재정 자금은 꼭 필요한 곳, 효과가 큰 곳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효율적으로 지출해야 한다. 취약층을 보호하고 경제성장 동력이 꺼지지 않도록 산업 생태계를 지키는 일에 중점적으로 국민 세금을 써야 한다.
* [두위봉] — 백두대간 함백산-만항재에서 서쪽으로 갈라져 나온 두위지맥
휴전선을 넘어온 백두대간(白頭大幹)은 강원도 고성 진부령에서부터 시작하여, 설악산-오대산-선자령을 지나 일로 남하하여 영동과 영서의 마루금을 이루며, 대관령-능경봉-고루포기산-석병산-삼척의 청옥산-두타산-덕항산을 경유하여, 태백시 권역에 들어와 매봉산-금대봉-함백산(1,573m)-만항재를 지나 태백산에 이른다. 두위봉(1,466m)은 함백산과 태백산 사이의 만항재에서 서북쪽으로 뻗어 나와 백운산을 경유하여 솟은 산봉이다. 정선군 사북·고한의 백운산 산록에는 하이원 스키장이 있고 그 아래 38번 도로 고한읍에는 강원랜드가 있다. 백운산-두위봉 산줄기는 태백시에서 백두대간 두문동터널을 지나 고한읍-사북면을 경유하여 영월로 이어지는 38번 국도와 태백시에서 만항재 남쪽 백두대간 화방재를 넘어 상동읍-중동면을 경유하여 영월에 이르는 31번 국도 사이에 있다.
* [강원도 정선군 사북면 두위봉] — 함백산-태백산 줄기의 산군
강원도 오지에 있는 두위봉(1,466m)은 탄광으로 널리 알려진 사북읍과 신동읍에 위치하고 있다. 두위봉은 산이 두리뭉실하다 하여 ‘두리봉’으로도 부르기도 한다. 특이한 것은 정상이 주능선의 1Km 거리에 두 개가 있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가 정상이었는데, 1999년 철쭉기념비를 세워놓은 바위로 된 봉우리가 경관이 더 좋아 이곳을 정상으로 삼았다. 정상에 올라서면 남쪽으로 형성된 급사면을 통해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북쪽으로는 억새로 유명한 민둥산이 건너편에 있고 가리왕산이 그 뒤로 아스라이 보인다. 동쪽으로는 함백산, 태백산, 선달산으로 달리는 백두대간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늘의 산행은 위의 지도에서 <제1코스> 단곡에서 올라가 두위봉 정상을 경유하여,, 능선을 타고 나아가다가 삼거리 갈림길에서 주목군락지와 샘터를 지나 도사곡 자연휴양림의 <제3코스> 사북주공아파트로 내려오는 여정이다.
* [신록의 오월] — 정선 두위봉으로 가는 길
새재사랑산악회, 3개월만의 출행이다. 코로나 질풍으로 인해 2월, 3월, 4월의 산행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금년은 시산제(始山祭)도 올리지 못했다. 코로나는 전파력이 강한 접촉성 감염병이므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 계절은 변함없이 싱그러운 신록으로 산야를 뒤덮는 오월이다. 오랜만에 만난 산우들이 무척 반가웠다. 오늘 산행에 참가한 대원은 김준섭 회장, 한영옥 부회장을 비롯하여, 호산아, 민창우 기획위원, 박은배 총무, 김재철 산행대장이 포진하였다. 늘 함께하는 강완식·신시호·손정호 님과 성동고산악회장인 이인권 님 내외분, 한결같이 동행하는 전진국·안상규 님과 류경 님, 그리고 이창제·박현주 님이 참석하시고, 그리고 바람처럼 김정출 님, 이달호 님, 이경숙·장영서·이명자 님도 함께하셨다. 특히 오늘은 하남에서 오신 오경태 님 내외분이 함께하셔서 반가웠다. 날씨는 더없이 화창했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에서 눈부신 햇살이 쏟아진다. 오월 특유의 청명한 공기가 더없이 상쾌하고 신선하다,
* [산으로 가는 길] — 고지대 청정한 신록이 넘실거리는 치악산 휴게소
오전 7시 40분 서울 군자역을 출발했다. 주말에 비가 내린 뒤끝이라 날씨는 신선하고 화창했다. 우리의 금강버스는 중부선-제2영동선 그리고 중앙선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일로 남으로 질주했다. 청정한 치악산휴게소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다시 남하, 금방 제천 I.C에서 내려, 38번 국도(자동차 전용도로)를 타고 영월을 경유하여 나아갔다. 신동읍 교차로에서 421번 지방도로를 이용하여, ‘정선아리랑학교 추억의 박물관’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단곡계곡의 길로 들어갔다.
오전 10시 20분, 오늘의 산행들머리는 단곡계곡 주차장에 도착했다. 조경이 잘 된 단곡계곡 주차장 가장자리에는 반듯한 등나무 쉼터가 있고 그 지붕에는 연보라빛 등꽃이 주렁주렁 매달려 피어있고, 그리고 그 주변에는 진홍과 순백의 철쭉꽃이 만발하여 화사한 기운을 더했다. 주변의 모든 산록은 싱그러운 신록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등나무꽃 쉼터
* [산행의 들머리, 단곡계곡 주차장] — 숲길의 임도를 따라 올라가다
오전 10시 25분, 행장을 차린 대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산행이 시작되었다.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개울을 건너, 임도(林道)를 따라 산을 오른다. 워낙 깊은 산중이라 이제 막 연두빛 신록이 피어나고 있다. 비교적 완만하게 올라가는 산길이지만, 발걸음은 무척 팍팍하게 느껴졌다. 날씨는 화창하고 햇살은 눈부시다. 신선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오늘은 민창우 기획이 선두에서 길을 열고, 후미에는 김재철 대장이 수고를 하기로 했다. 대원들은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며 임도의 산길을 오른다. 오월의 직사광선이 따갑게 느껴지지만 서늘하고 맑은 바람결이 이마에 스치니 상쾌하기 그지없다. 지나가는 길목에는 순백의 야생화가 군데군데 피어 있어 환하게 눈을 밝힌다. 그렇게 1km 정도 올라가서, 본격적인 산의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연둣빛 신록 속에 핀 연분홍 철쭉꽃, 더운 가슴을 환하게 열어준다. 오월의 연분홍 산철쭉의 자태는 은은한 미소로 다가온다.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사북면(38번 도로)과 상동읍-중동읍(31번 도로) 사이에 위치한 두위봉(斗圍峯)은 거대한 산체(山體)를 지니고 있다. 워낙 깊은 산중이라, 이제 막 피어나는 늦은 신록이 깨끗하고 싱그럽다. 봄꽃도 아름답고 가을 단풍도 곱지만 오월의 신록은 뭉실뭉실 생명감으로 넘쳐난다. 온몸에도 신선한 생기를 솟는다. 두위봉은 토산(土山)이다. 그 산록을 가로질러 올라가는 산길은 완급의 경사를 이루고 있지만 발걸음이 쾌적하다.
산 중턱에 올라서니 어디선가 포크레인 소리가 들린다. 조금 올라가니 대형 덤프트럭이 오가며 산을 깎아 도로를 건설하고 있었다. 무언가 경제적으로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공사이겠지만, 이 청정하고 무고한 자연생태를 마구 깎고 파헤치는 광경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 사실 강원도 사북과 고한은 탄광지대였다. 연탄을 주 연료로 사용하던 시대, 지하의 석탄을 마구잡이로 캐내던 오지였다. 거기 지하 막장에서 가장 험한 일을 하며 부당한 대우를 받던 광부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쟁의를 벌이다 무고한 희생자를 내기도 했다. 1980년 4월 21~24일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동원탄좌(주) 사북광업소 광부들이 들고 일어난 이런 바 ‘사북사태’이다. 그런 면에서 이 지역은 자연과 인간에게 너무나 상처가 많은 지역이다.
우리는 공사 중인 도로를 가로질러 산길로 들어섰다. 산을 올라갈수록 신록의 빛깔은 아주 여리고 순해졌다. 고도가 높을수록 기온이 낮아 부활의 계절이 늦기 때문이다. 연한 신록의 숲에 철쭉의 꽃망울이 이제 마악 피어나려고 하고 양치식물인 관중도 아직 고사리손을 펴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막 피어나는 관중의 고사리손 잎줄기
* [경사가 급한 아라리 고개] — 팍팍한 돌계단으로 올라가는 길
산의 중턱을 지나나서 산길은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돌밭이거나 돌계단이 이어지는 팍팍하고 가파른 길이었다. 강원도의 산, 겉으로 보기는 두리뭉술, 순한 토산 같지만 결정적인 대목에서는 돌밭 너덜이나 암벽으로 그 성깔을 드러낸다. 두위봉은 그 모습이 두루뭉실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급경사의 돌계단이 허벅지를 뭉치게 하고 뜨거운 숨결이 목에 차오른다. 민 대장이 ‘아라리 고개를 올라가는 산길’이라고 말했다. 힘든 산길이지만 길목에는 이제 막 피어난 야생화가 군데군데 피어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노랑무늬붓꽃
피나물꽃
* [해발 1,000고지 산록의 야생화] — 얼레지꽃, 양지꽃 수많은 들꽃의 천국
낮 12시 정각, 드디어 고갯마루에 올라섰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뜨거운 숨결을 달랜다. 이곳은 산을 넘어가는 고개가 아니라, 산등성이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정상을 향하여 오르는 가파른 능선이다. 그런데 해발 1,000고지의 이 산록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겨울의 나목들이 아직도 눈을 뜨지 않은 채 앙상한 나뭇가지를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완만한 산비탈에는 연보랏빛 얼레지 꽃을 비롯하여 노란 양지꽃, 이름 모를 하얀 꽃들이 군락을 이루어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한낮의 밝은 햇살이 내리는 고원의 산, 키 작은 나목의 군상이 황량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발아래 지천으로 피어있는 봄의 야생화들이 환하게 가슴을 열어준다.
나도개감체
영연초
얼레지꽃
쥐오줌풀꽃
외대바람곷
큰앵초꽃
졸방제비꽃
회리바람꽃
꿩의바람꽃
노랑무늬붓꽃
야생화 정원에서 조금 올라가면 철쭉의 군락지, 그러나 아직도 앙상한 겨울나묵의 가지,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았다. 기온이 낮은 고원지대, 아직 때가 아닌 모양이다. 간간이 성글게 꽃망울을 터뜨린 진분홍 진달래가 수줍은 듯 길손을 맞이한다.
정상 가까운 산록 - 이제 막 나뭇가지에 움이 트고 있다
* [해발 1,466m 두위봉 정상에 오르다] — ‘斗圍峯철쭉碑’(두위봉철쭉비)
오후 12시 30분, 무위봉 정상에 도착했다. 단곡계곡에서 4km 올라온 지점이다. 이곳은 ‘두위봉철쭉비’가 있는 곳이다. 진짜 정상은 여기서 백운산 쪽 주 능선의 1Km 거리에 있는, 삼각점이 있는 암봉이다. 이곳은 바위로 된 봉우리가 경관이 더 좋아, 1999년 정선군에서 이곳에 ‘斗圍峯철쭉碑’를 세운 것이다. 우리가 올라온 방향의 반대쪽은 가파른 절벽이다. 그 절벽 난간에 돌탑을 쌓아놓았다. 시야가 탁 트인 정상은 천하 조망처이다. 북쪽으로 가을 억새로 유명한 민둥산이 건너다보이고, 동쪽으로 고개들 돌리면,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의 산봉들이 첩첩이 이어지고, 그 뒤쪽으로 매봉산-함백산- 태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남북으로 첩첩산군을 이루며 이어져가고 있다. 서남쪽은 소백산 산군들이 겹겹이 포진하고 있다. 이렇게 두원봉 정상에 서면 정엄한 산세가 거대한 파노라마처럼 출렁이고 있다.
두위봉 정상의 철쭉비
두위봉 정상의 서남쪽 절벽
두위봉에서 백운산-만항재-태백산으로 이어지는 주 능선
멀리 백두대간의 거대한 산체가 보인다
오후 12시50분, 두위봉 아래 헬기장에서 자리를 잡아, 각자 준비해온 도시락을 내어놓고 점심식사를 나누었다. 1,400고지 고원에 내리는 맑은 햇살, 서늘하게 불어오는 청신한 바람결, 산우들의 화기애애한 담소가 어울려, 청정고원의 오찬을 즐겼다. …♣
안부의 헬기장에서 올려다 본 두위봉 정상
* [註1]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왕소군(王昭君)은 서시(西施), 초선(貂蟬), 양귀비(楊貴妃)와 함께 중국 4대 미녀 중의 하나다. 왕소군은 양가집 딸로 한(漢)나라 원제(元帝)의 후궁으로 들어갔으나, 임금의 사랑을 받지 못하여 비관하고 있었다. 당시 흉노(匈奴)의 침입에 고민하던 한나라는 그들과의 우호 수단으로 흔히 중국 여자를 보내어 결혼시키고 있었다. B.C 33년 왕소군은 임금의 명으로 한나라를 떠나 흉노의 호한야 선우(呼韓邪單于)에게 시집가 연지(閼氏)가 되었고, 아들 하나를 낳았다. 호한야가 죽은 뒤 호한야의 본처의 아들인 복주루 선우(復株累單于)에게 재가하여 두 딸을 낳았다. 이러한 왕소군의 설화는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윤색되고, 흉노와의 화친정책 때문에 희생된 비극적 여주인공으로 전하여 온다.
후한(後漢) 때의《서경잡기(西京雜記)》에 의하면, 대부분의 후궁들이 화공(畵工)에게 뇌물을 바치고 아름다운 초상화를 그리게 하여 황제의 총애를 구하였다. 그러나 왕소군은 뇌물을 바치지 않았기 때문에 얼굴이 추하게 그려졌고, 그 때문에 오랑캐의 아내로 뽑히게 되어 버렸다. 소군(昭君)이 말을 타고 떠날 즈음에 원제가 보니 절세의 미인이고 태도가 단아하였으므로 크게 후회하였으나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원제는 크게 노하여 소군을 추하게 그린 화공 모연수(毛延壽)를 참형(斬刑)에 처하였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 [註2] — ‘조삼모사(朝三暮四)의 도토리’
「송(宋)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원숭이를 사랑하여 여러 마리를 길렀다. 저공은 원숭이들의 뜻을 알 수 있었으며, 원숭이들 역시 저공의 마음을 알았다. 저공은 집안 식구들의 먹을 것을 줄여 가면서 원숭이의 욕구를 채워 주었다. 그러나 얼마 후 먹이가 떨어져 가서 앞으로 그 먹이를 줄이려고 했으나, 원숭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을 것을 우려하여 먼저 속임수를 써 말했다. “너희에게 도토리를 주되 아침에 세 개를 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만족하겠느냐?” 원숭이들이 다 일어나서 화를 냈다. 저공은 바로 말을 바꾸었다. “너희에게 도토리를 주되 아침에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 만족하겠느냐?” 여러 원숭이가 다 엎드려 절하고 기뻐하였다
이 이야기는 《열자(列子) 〈황제(黃帝)〉》에 나온다. 열자는 이 이야기를 쓴 뒤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사물이 지혜로써 서로를 속이는 것이 다 이와 같다. 지혜로써 어리석은 군중들을 속이는데, 역시 저공이 지혜로 원숭이들을 속이는 것과 같다. 이름과 실상을 훼손하지 않고 그들을 기쁘게도 하고 노하게도 한다」
몽매한 원숭이들은 우선 많이 주는 도토리를 좋아한다. 선거용 돈뿌리기는 이러한 포풀리즘 도토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중에 그것이 국민의 큰 부담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우선 주는 돈이 반가운 것이다. 그리하여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국가 부채는 결국 누가 감당할 것인가. 바로 그것이다. 아르헨티나, 그리스 베네주엘라가 그렇게 해서 국가 부도가 났다. ♣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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