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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지리산 (산행거리 33.8K/17시간:산행도기준) |
산길:성삼재-(2.7K)-노고단-(20.4K)-세석/1박-(5.1K)-천왕봉-(5.6K)-중산리 |
일정:2005.10.15(토)-17(월) |
동행:2명(산친 J와께) |
이동 |
접근로=용산역(10월15일.22:50출발/열차/무궁화/20.400원) |
구례구역(10월16일.03:22도착-03:30출발/군내버스/800원) |
구례버스터미널(03:40도착-04:20출발/군내버스/3,200원) |
성삼재(05:00도착-산행출발) |
귀가로=중산리(10월17일.16:30출발/승용차/산행중 만난 광주 J산님 차) |
구례구역(18:40도착-19:16출발/열차/새마을/9,800원) |
익산역(20:39도착-21:01출발/KTX환승/25,500원) |
용산역(22:49도착-집으로) |
☞사전 계획상의 귀가로 |
중산리(10월17일.12:00출발/시외버스/3,500원) |
진주버스터미널(13:10도착-14:00출발/고속버스/18,500원) |
서울남부터미널(17:45도착-뒤풀이 후 집으로) |
산행준비 |
대피소=세석대피소 예약(15일전~2일전/인터넷 국립공원) |
접근편=열차/무궁화.용산역→구례(인터넷 한국철도공사 홈티켓) |
먹을것=주부식:말린쌀(3식:6홉).누룽지(1식).건조포장국(3).라면(2).해물포장밥(예비). |
밑반찬:김치.고추양파조림.장조림.젓갈 |
간 식:햄통조림(1).쵸코렛(2).연양갱(2).사탕(1).커피.과일.팩소주(2) |
비상식:찰떡파이(4).육포(1).연양갱(2).비스켓(2).미숫가루 |
산행구=막영구:대피소이용(담요대여.은박깔판.귀마개) |
운행구:베낭(45).해드램프(건전지+1).알틴스틱(2).산행지도.나침반 |
취사구:코펠(2인용).버너(2+연료2).수통(1L).수저.저분.시에라컵. |
의 류:모자.바지(+1).짚티(+1).방풍자켓(1).양말(+1).내의(+1).장갑.우의. |
기 타:구급함(응급처치구).세면구(소금.수건).휴지.비닐봉지.신분증(대피소).열차표 |
떠나며… |
삶의 많은 날들이 흘러 갑니다. |
생의 허황한 욕심에 미혹되어 몸부림치며 힘들어 하고, 어느덧 불혹을 훠얼 넘어 이제는 하늘이 |
내게 소명함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지천명의 시절이 그리 먼 훗날도 아니건만, 아직도 미망에서 |
허덕이는 애처로운 자화상이 또다른 나를 찾아 끝모를 어디인가로 떠나게 합니다. |
늦었다고 깨닳았을 때 포기하지 않고 시작 해야함을 알기 까지는, 그래도 이만큼이나 흐른 세월 |
이 내게 가르쳐준 삶의 지혜이겠습니다. H형의 말씀에 "우리에게 오는 시련과 고통들은 그것을 |
극복할 수 있는 축복된 용기와 함께 온다"고 그랬지요. |
베낭에 산행 도구를 챙기고, 무게는 10Kg을 조금 넘깁니다. 대피소 예약 함으로 막영구를 제외 |
한것이 베낭 무게를 가볍게 합니다. |
그렇게 베낭을 꾸리고, 그 한 켠에는 축복된 용기를 담아 떠납니다. |
첫째날(10월15일/토) 집에서-구례구역 |
지난 날. 한번은 중산리로, 또 한번은 백무동으로 올랐던 지리산 천왕봉에서 그랬습니다. |
끝없이 이어지는 계곡 사이를 휘돌은 구름의 바다에서, 작고 큰 산봉들은 저마다의 제 자리에서 |
제 모양새로 솟구치고, 그것들은 차라리 구비치는 파도로 나를 휘어감는 감동이었습니다. |
그 능선의 줄기를 향해 달음질치는 마음의 욕망을 끌어 내리고, "그래, 산이 어디 가냐. 사람이 |
가는 거지. 언젠가는 이 길을 걸을 때가 있을게다"고 발길을 돌렸던, 그"언젠가"가 바로 오늘입 |
니다. |
도전의 설레임과 조금의 두려움, 또 그 만큼의 용기가 집을 나서는 발걸음에 실립니다. |
늘상 이용하는 마을버스의 느낌이 평범하지 않습니다. 아마 멀고 새로운 길을 출발하는 마음의 |
각오가 그렇게 느껴지나 봅니다. 함께 동행할 J에게 전화하니, 지금 출발한다고 합니다. |
부평역에서 전철로 갈아 탑니다. 용산역에 도착,역사에서 친구를 만나"안전하게 아름다운 산행" |
이기를 서로에게 약속합니다. 아니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하는 기도였을 겁니다. |
아니,그런데 우째 이런일이. 혹시나 해서 들어 본 J 베낭이 내것보다 무겁습니다. 지난 8월, |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에서도 베낭 무게로 힘께나 들었던 터라, 장거리 종주산행에서 베낭 무게 |
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 했는데, 그래서 준비품 배분 할때 5Kg정도로 배정 했는데… |
(이 베낭 무게는 열차에서 먹을거(포도.알로에)먹고,버릴거(얼음물…!!)버리고 해서,성삼재에서 |
산행 출발시는 좀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
여하튼 J는 먹는거 챙기는 데는 아무도 못 말립니다. |
열차 출발 10분전.인터넷 홈티켓으로 프린트 발행한 열차표를 검표원에게 확인하고. 플렛폼으로 |
들어섭니다. 지정된 좌석 선반에 베낭을 올리고 자리에 앉으니, 제 시간에 열차는 출발합니다. |
J는 벌써 포도를 꺼내 먹습니다. 나는 산행지도를 꺼내들고, 산행 일정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과 |
함께 "정말 아무런 사고없이 종주산행에 성공하고, 집에 돌아가는 순간까지 서로 격려하고 안전 |
하자"는 약속을 다시 해봅니다. |
열차를 타본지가 20년은 된듯합니다. 그때는 비둘기호 3등 완행열차로 기억되는데 지금도 가수 |
송창식씨의 고래사냥을 떠나는 노래가 생생합니다. 열차 특유의 덜컹거림은 적습니다. |
어쨌던지 내일을 위해 잠은 자 두어야합니다. 캔맥주 2개를 사서 포도를 안주삼아 J와 나누어 |
단숨에 들이키고 좀 부족합니다. 캔맥주 1개를 추가하고 잠을 청합니다. |
이런젠장. 한짬도 잠들지 못했습니다. 예민한 성격탓인지 원래 잠자리에서도 엎치락 뒤치락 |
쉽게 잠들지 못하는 습관이 기어코 귀중한 4시간의 밤을 하얗게 샙니다. |
각 역마다 국어, 일본어, 영어 그리고 재차 안내하는 방송은 잠들지 못하게 하는 공신입니다. |
승객들이 목적지에 무사히 하차하는 필수조건 이겠으나, 어쨌든 미운건 사실입니다. |
남들은 코까지 골면서 잘도 자는구만… J도 뒤척이는 모양새가 잠을 못잔듯 합니다. |
산행이 걱정됩니다. |
그렇게 열차는 밤을 가르고 달리며, 이윽고 구례구역에 도착합니다. |
둘째날(10월16일/일) 구례구역-성삼재-노고단-세석 |
베낭을 챙기고 열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내리는 사람들마다 등산차림입니다. 60명쯤… |
출구에 비치된 함에 열차표를 넣고 역사를 나가니 가장먼저 택시 기사분들이 반깁니다. 성삼재 |
까지 요금은 인당 만원, 혹은 대당 3만원 이랍니다. 대기중인 버스가 눈에 보입니다. |
산행 준비할때 고민했던 대목입니다. 택시로 이동해서 노고단에서 아침밥을 먹을건지, 아니면 |
버스로 이동해서 구례터미널에서 정차시 아침밥을 먹고 산행출발 할건지… |
시간상으로는 서로 비슷했고, 계획과 실행은 후자를 택했습니다. 산님들 일부는 택시로 출발합 |
니다. 버스에는 50명정도를 태우고 구례터미널에 도착하여 기사분이 안내합니다. "이 버스는 |
40분 정차후 4시20분에 성삼재로 출발합니다. 무거운 짐은 두고 내리셔도 됩니다" 우리는 하차 |
하여 불켜진 식당으로 향합니다. J는 밥생각이 없어 5천원에 재첩국 하나만 시켜 먹습니다. |
J는 국물만 몇번 뜹니다. 산행이 또 걱정됩니다. 허허참, 잠 못자고 밥 못먹고 뭔 힘으로……. |
참.이시간 터미널 화장실이 잠겨있네요. 밤새 잠설친 소화불량 배속은 꾸르륵인데… |
한참 소란을 피우고 어찌어찌 연락하여 화장실 문을 엽니다.'그래요. 항상 좀 열어놓으세요!!!' |
승객 확인후 버스는 다시 출발하고, 구비구비 산길에 몸은 이리저리 쏠리지만 그래도 잠시 눈을 |
붙입니다. 힘겹게 오른 버스는, 아직은 어두운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합니다. "좋은 산행 되시라" |
는 기사분의 덕담에 고마움을 표하며 내립니다. 신발끈을 단단히 조입니다. |
-성삼재(10월17일.05:00도착출발) |
이제 본격적인 지리산 종주산행의 시작입니다. |
밤새 열차에 버스에 시달린 몸상태가 그리 좋은편은 아닙니다. 까만 산능선 위로 밤하늘의 별들 |
이 정말 빛이 납니다. 바쁜 세상에 별바라기를 잊고 산듯해서 한참을 바라봅니다. |
그리고 기도 합니다. 안전하게 완주할수 있도록 도와 주십사고… |
어디에 기원했는지는 알수 없으나 하나는 확실합니다. 지난 5월 소백산행에서 운명을 달리한 |
Y대장에게 빌었습니다. 생전에 함께 종주산행을 계획했으나 실행치못한 아쉬움에 오늘은 그분의 |
영혼과 함께합니다. 지쳐 힘들면 힘이 되주고, 걸음 걸음마다 안전하게 지켜주길 기도하면서… |
입장료(1,600원/인)를 지불하고, 지도(1,000원/장)을 구입합니다. 전국의 16개 산 국립공원을 |
일주 하면서 생긴 습관입니다. 가지고 온 산행지도는 산행중 선물합니다. |
해드렌턴 불을 밝히고 걸음을 내 딛습니다. 많은 산객들은 이미 멀리 앞서가고 점점이 불빛들이 |
흔들리며, 베낭뒤의 야광 테이프가 빛을 발합니다. "어리석은 사람도 현명해질 수 있다"는 지리 |
의 산길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미망의 한 꺼풀이라도 벗길수 있다면, 진정 그럴수만 있다면… |
반반한 돌로 잘 다듬어진 길을 지나 흙길을 걷습니다.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에서 좁은 등로 |
로 갈라지는 삼거리 에서 우측 산행길로 듭니다. 울퉁 불퉁 돌들이 널려진 너덜길을 밤길에, |
행여 첫걸음에 발목 다칠세라 작은 불빛에 의지하며 조심스레 발디딤을 합니다. |
언덕위로 가로등 같은 불빛이 보이며 건물이 보입니다. 노고단 대피소 입니다. J는 화장실로, |
나는 지정 흡연장소에서 연초 한개피를 빼어 뭅니다. 하얀 담배 연기가 구름처럼 피어납니다. |
흐트러진 몸도 조금은 제 상태로 돌아온고 산행에 적응된듯 합니다. 취사장에는 많은 산님들이 |
밥이며 라면을 끓이느라 북적되고, J에게 "라면이라도 먹겠냐"고 걱정스러이 물어보나 "그냥 |
가자"합니다. 돌길로 이어진 길을 올라 노고단 안부에 도착합니다. |
-노고단(06:00도착-06:10출발) |
손에 잡힐듯 노고단 정상의 돌탑이 보이고 오르는 길은 막혀 있습니다. 지정된 시간에 예약자만 |
갈수 있답니다. 아직은 파아란 여명이 있을뿐 일출이 시작되기는 이른 시간 입니다. 물 한모금 |
으로 몸을 깨우고 출발합니다. 길 양쪽으로 산죽(갈대?) 잎새들이 팔에 스칩니다. 이제 렌턴 빛 |
은 필요치 않을 정도로 흐릿한 여명에 해드랜턴을 떼어내 베낭에 넣습니다 |
-돼지령(06:30.도착출발) |
지리산에서의 일출이 시작됩니다. 동녁 하늘이 연주황 복숭아 빛으로 퍼져 나감도 잠시 천연의 |
빠알간 구름의 선들이 펼쳐집니다. 여인내의 앵두빛 입술처럼 쏘옥 내민 태양의 둥근 한쪽 끝은 |
계속 솟아 올라 시뻘건 불덩어리가 되고, 이윽고 황금빛 원형으로 누리를 밝힙니다. |
지리산의 일출입니다. 말과 글의 빈곤을 느낍니다. 그래 그냥 "해가 솟아 올랐다" 이것이 마음에 |
드는 표현이네요. 어떻한 미사여구의 수식도 필요치 않은… |
그래서 "가장 위대한 진리는 단순하고 소박하다"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
지리산 일출을 볼수있음에 감사함을 드리고 걸음을 계속 합니다. |
-임걸령(07:20도착출발) |
샘터입니다. 한무리 단체 산님들이 아침식사로 분주합니다. 펼쳐논 음식들이 화려하고 저마다 |
소감들이 시끌벅적입니다. 바가지로 한입 가득 머금어 마시는 물 맛이 목줄기를 타고 흐르며 |
시원합니다. 부족한 식수는 1리터 물병에 반만 샘물로 채우고, 사람들 많은 곳을 즐기지 않는 |
성격이 발길을 재촉 합니다. |
-노루목(07:50도착-08:00출발) |
주능선에서 반야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입니다. 여기가 산행 준비시 고민하다 반야봉 등정을 |
계획에서 삭제한 곳입니다. 또 한번 마음으로만 읍조립니다."산이 어디 가냐. 사람이 가는 거지 |
다음에 널널 산행시 오르지 뭐" 그렇게 편하게 스스로 약속 해봅니다. |
반야봉은 노루목에서 올라 삼도봉으로 내려서고 1시간정도 소요 된답니다. 주능선 어디에서도 |
조망이 가능하여 지도정치의 좋은 표식이기도 합니다. |
전망좋은 바위에서 잠시 쉽니다. 지도를 꺼내 보이는 산 능선과 봉우리들을 대조해 봅니다. |
남쪽으로 웅장하게 뻗어내린 능선에 불무장등이 보입니다. 볼만 합니다. 왼통 산 뿐 입니다. |
이 능선이 전라남도와 경상남도를 경계 합니다. |
여자 어르신 한분이 힘들어 하는 남자분께 호통 이십니다. "천왕봉은 못 가더라도 반야봉은 올 |
라 봐야지" 차아암내! 우리네 남자들은 술에 담배에 찌들어 사는게 나 하나만은 아닌듯 입가에 |
살며시 미소가 핍니다. 그래요! 포기하지 마시고 힘을 내 천천히 다녀 가세요. 안전은 최우선 |
입니다. 건강하게 안전하게요. 꼭이요 꼭!!! |
산행 간식을 J와 나누어 먹습니다. 상태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듯 십네요. |
반야봉의 아쉬움을 남기고 일어섭니다. 20분쯤 진행하니 반야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 |
리입니다. 삼도봉에 다 왔다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
-삼도봉(08:30도착-08:40출발) |
전라남북도 경상남도 방향에 따라 새긴 황동 삼각뿔을 한바퀴 돌아봅니다. 뭐하러? 그냥요. |
지리의 주능선이 보이는 바위에 베낭을 내려놓습니다. J형이 사과를 꺼내 나눕니다. 연양갱도 |
나누어 먹습니다. 그래 빨리 먹을만큼 먹고 힘내고 베낭 무게도 줄이고…. 일석 이조 입니다. |
지금까지 물도 계속 J형 물통만 비웠습니다. 젠장 내 베낭은 한번도 열어보질 못했으니, 아니 |
빈 물병으로 가져와 임걸령에서 물 반병을 담았으니 더 무거워진 샘입니다. |
많았던 산님들이 이제 보이질 않습니다. 아마도 반야봉 산행인듯 싶습니다. 2~3명씩 어우러진 |
몇 팀만이 지나갑니다. 그중에 색씨 혼자 올라옵니다. 대전에서 출발했다는데 우리와 같은 열차 |
를 타고 왔습니다. 오늘 벽소령에서 1박 한다는데, 가능하면 세석까지 가도록 조심스레 권유합 |
니다. 내일 산행은 오늘 1박 장소에 따라 쉬울수도,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색씨는 |
둘째날 세석에서 만나 연하봉까지 잠시 동행 했습니다. 나중에는 우리보다 앞섰는데 무사히 종 |
주를 성공하고 귀가했으리라 믿습니다. 아가씨 홀로 종주산행이라… 그 용기가 대단합니다. |
앞으로 가야할 능선 길이 장쾌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 지나 마의 계단길입니다. 누군가 이 |
정표에 "꼭 601개"라고 낙서하듯이 적어 놨는데 모르겠습니다. J는 하나 둘 셋...오십. |
그리고 또 하나 둘 셋…오십을 장난스레 반복합니다. 역시 어렵습니다. 역 종주 길에서 올라오 |
는 산님들의 숨소리가 계단 만 큼이나 힘겹습니다. 화개재가 보입니다. |
-화개재(09:10도착출발)/토끼봉(10:00도착출발) |
뱀사골에서 오르고 내리는 산님들이 몇팀 있습니다. 잠시 한숨 돌리고 화개재를 설명한 이정표 |
를 읽어 봅니다. 다시 출발입니다. 꾸준한 오름길이 계속 되고 이제 토끼봉을 지납니다. 멀리 |
오늘 점심밥 먹을 연하천대피소가 있는 명선봉이 보입니다. 주능선 양옆 남북 방향으로 펼쳐진 |
왼통 산뿐인 장관이 지리산의 웅장함을 실감케 합니다. |
그래, 나는 지금 지리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걷고 있는 겁니다. 얼마나 오랬동안 소망 |
했던 곳, 그렇게도 그리워 했던 지리산에 내가 있습니다. |
-연하천대피소(11:40도착-중식-12:20출발) |
명선봉의 허리를 돌아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합니다. 10여명의 산님들이 식사중이거나 쉬는 모습 |
이 보입니다. 물은 충분합니다. 몇분은 열받은 발을 차가운 물에 씻기도 합니다. |
우리도 점심밥을 준비합니다. 스토브 하나는 씻어말린 쌀로 밥을 짓고, J의 스토브에는 건조포 |
장된 우거지된장국에 물만부어 끓입니다. 그런데, "이런이런,우째 이런 일이" J가 사고를 치고 |
맙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국질러"라 붙이고 한참을 놀리며 웃습니다. |
J는 서울근교 산행시도 다녀왔다는 표시인지 엉덩이 도장 찍는 일이 자주 있었는데…. 오늘은 |
다른 사고 입니다. "그래, 이것으로 액땜하고 안전하게만 있어다오" 속으로 빌어봅니다. |
갈비탕을 다시 끓입니다. 어제 저녁부터 제대로 먹지 못했는데… 따뜻한 밥에 국에 성찬입니다. |
맛있게 먹습니다. 허한 속이 따뜻해집니다. |
다시 출발입니다. 다져진 흙길이며, 울퉁불퉁 돌길이 연달아 이어집니다. 무념무상입니다 |
오직 길이 있고, 오직 걸을 뿐입니다. 그렇게 걷고 또 걷습니다. 삶도 그렇겠습니다. 자기에게 |
주어진 길에서 그렇게 존재합니다. 그 존재 자체에 감사하며 살아갈 뿐입니다. 가끔씩은 서러운 |
슬픔과 절망에 몸부림치기도 하고, 벅찬 감동에 기뻐하기도 하지만 사람도 궁극은 자연입니다. |
형제봉을 지나 벽소령대피소 입니다. |
-벽소령대피소(14:10도착-14:30출발) |
밤새 잠 못잔 육신이 피로함을 호소합니다. J는 잠시 탁자에 몸을 뉘입니다. |
힘들때도 됐습니다. 17키로미터,9시간을 줄기차게 걸어 왔으니 무리도 아닙니다. 아직도 한참을 |
더 걸어 가야 한다는 것이 질리게도 할겁니다. 이곳 벽소령은 이번 종주산행길의 반입니다. |
부족한 물을 물통에 보충합니다. 쵸코렛과 비스켓,차가운 물로 지친 몸을 추스립니다. |
그런데, 이런 젠장 100미터 아래 취수장에서 보충한 물에 벌레가 들었습니다. J가 한모금 마시고, |
발견 하고는 안마신다고 방방입니다. "100미터 아래 취수장에서 담아온 물인데…" |
그래도 어쩔수 없습니다. 다시 내려 가기도 힘들고-겨우 100미터라구요? 한번 가보세요. 왕복 |
200미터가 얼마나 힘든지- 그냥 종주길을 출발합니다.선비샘에서 물을 쏟아내고 다시 담습니다 |
J는 벌레 들었는지 확인한다고 물병속을 들여다 봅니다. |
덕평봉을 지나 칠선봉입니다. 이제 천왕봉을 확연하게 볼수 있습니다. 너무 반갑습니다. |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연하봉 장터목대피소도 눈에 들어 옵니다. 내일 가야할 길입니다. |
해는 서쪽 노고단 방향에서 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영신봉을 오르며 일몰을 봅니다. 끝없이 |
이어지는 산들에 구름으로 이어진 운평선너머로 석양은 붉디붉은 천연의 빛깔로 노을을 만들어 |
냅니다. 아무런 말없이 한참이나 바라봅니다. 말없이 그냥 바라만 봅니다. |
-세석대피소(18:00도착-1박) |
영신봉을 지나면서 여인네의 열두폭 치마를 펼쳐 이어논듯 작은 광야입니다.한라산의 윗새오름 |
이 머리를 스칩니다. 세석평전 입니다. 어두워진 산중에 하룻길을 마치고 세석대피소에 듭니다. |
예약한 잠자리(7,000원/인)를 배정받고, 담요 4장(1,000원/장)을 대여합니다. 여기는 남녀유별 |
입니다. 설악산 중청대피소는 남녀 이별이 없는데…. |
오늘 잠자리는 널널입니다. 인터넷 예약현황이 정원 140석에 3분에 1정도를 확인한 터라… |
배정된 자리에 담요를 깔아놓고 저녁밥거리 준비하여 취사장으로 갑니다. 점심밥 사고로 국은 |
정체를 알수 없습니다. 김치 햄 고추양파조림 마늘조림 장조림… 짬뽕부대찌게국입니다. |
밥은 내일 아침밥까지 합니다. 밖은 너무추워 얼음이 얼정도 입니다. 그냥 취사장에서 신문지 |
깔고 저녁밥을 먹습니다. 그 따뜻함에 기인 하루의 피로를 풉니다. 팩소주 하나를 나누어 건배 |
합니다. "수고했습니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내일을 위하여" 서로를 격려합니다. |
취사구는 정리하여 취사장에 그냥 둡니다. 내일 새벽밥은 여기서 먹고 출발하려 합니다. |
고생한 다리에 감사함을 보내며, 스프레이 파스로 마사지합니다. 이제 잠자리에 듭니다. |
지금은 밤 8시 30분 입니다. |
세째날(10월17일/월) 세석-천왕봉-중산리-구례구-서울 |
산중에서의 하룻밤을 깊고 편하게 잤습니다. 대피소는 춥지않을 정도로 히터의 온도를 유지합 |
니다. 피곤한 몸도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새벽 5시, 담요 정리하고 베낭을 꾸려 취사장으로 |
갑니다. 아침밥은 햄미역국으로 따뜻이 먹습니다. 커피한잔도 빠질수없는 맛과 멋입니다. |
우리는 다시 천왕을 향해 산행을 시작합니다. 오늘 산행 날머리 중산리까지는 10.7키로입니다. |
-촛대봉(06:30도착-06:50출발) |
지리산의 일출입니다. 천연의 빛깔로 물들인 동녘 하늘에 해가 솟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
한참을 보고 있습니다. 말없이 말없이…. 정말 축복된 행운이며 행복입니다. |
"불혹도 훠얼 넘긴 삶의 여정이 미망에 혹하여 괴로워 몸부림친 날들이 적지 않겠습니다. 미망 |
의 한 꺼풀만이라도 벗기어 버릴수만 있다면, 훠이 훠이 평온한 날개로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 |
진정 촌각의 한 순간 만이라도 욕심에서 벗어난 나를 볼수만 있다면…" |
길은 계속됩니다. 연하봉(?)에 누군가 한 무더기 돌탑위로 고사목을 세웠습니다. 문득 설악산 |
공룡에 있는 마등령의 독수리 머리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날카로운 부리는 없습니다. |
설악산이 젊은 여인의 눈부신 화려함이라면, 이곳 지리산은 어머님의 따뜻하고 포근함입니다. |
이제 천왕은 아침 햇살에 눈부신 빛으로 다가옵니다. |
-장터목대피소(08:10도착-08:30출발) |
많은 산님들이 아침밥에 분주합니다. 확연히 깨어난 육신에 쵸코렛으로 힘을 보충합니다. |
오늘은 여유로운 산행이 될듯합니다. 제석봉 으름길이 가파르게 이어집니다. "산이 높다하되 |
하늘아래 뫼 인것을…" 오르고 또 오릅니다. 환하게 정원처럼 드러나는 제석봉입니다. |
-제석봉 |
제석봉에는 어리석은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슬픔이 있습니다. "화전을 일구고 나서 그 흔적을 |
없애기 위해 불을 놓았다"는 설명입니다. 안타까운 제석봉에 "살아 백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
고사목들만이 황량한 봉우리를 지킵니다. |
제석봉을 돌아 너머 이제 천왕봉은 손에 잡힐듯 가까이 있습니다. 반가운 얼굴입니다. 짧지만 |
기인 시간을 당신의 품 속에서 노닐다 만나는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얼굴입니다. 너무도 반가워 |
"천왕, 천왕" 불러봅니다. |
-천왕봉(09:40도착-10:20출발) |
드디어 천왕을 만납니다. 그리고 정상석 그 얼굴을 만져봅니다. |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현하다" |
그래, 여기는 "천황봉" 입니다……………………!!!. |
삶의 기인 여정을 돌아 다시 제자리에 선 원래의 모습 그대로 그 자리입니다. 치열한 역사를 지니고 |
그냥 그렇게…! |
뒤돌아 걸어온 길을 바라봅니다. 멀리 지리 주능선 어디에서도 보인다는 반야봉, 그 뒤로 노고단이 |
아득 합니다. 진정 아름다운 길 입니다. 어리석은 이도 지혜로워진다는 길, 그 "길" 입니다. |
"미망의 한 꺼풀만 벗길수 있다면…. 비워야 채울 수 있는데, 비워야 채울 수 있는데…. |
뽀얗게 피어나는 J의 미소가 한아름 함박꽃입니다. 친구야, 친구야…………… |
첫사랑의 설레임과도 같이 처음 출발할때 "받아 주십사고, 무사히 그 길을 갈수있도록 힘과 |
용기를 주십사고 기도했습니다. Y대장의 영혼이 걸음걸음 마다에 보살핌을 주십사"고 빌었지요. |
우리는 그렇게 노고단-천왕봉, 지리산길의 작은 소망을 가슴에 담습니다. |
이제는 내려가야 합니다. 중봉을 지나 치밭목 대원사방향의 능선이 눈에 듭니다. "언제 인가는 |
다시 와 화엄사 반야봉과 함께 그 길을 가리라"는 꿈을 그립니다. 중산리로 하산합니다. |
자꾸 천왕의 얼굴을 뒤돌아 봅니다. 어머니의 품에서 떨어지기 싫은 어린아이의 눈빛일 겁니다. |
-법계사.로타리대피소(11:20도착-12:00출발) |
누룽지로 점심밥을 짓습니다. 반찬도 바닥을 보입니다. 마지막 식량이 제 역할을 다합니다. |
J의 베낭이 깃털처럼 가볍습니다. 긴 산행길을 완주했다는 포만감이 한없는 여유를 부립니다. |
광주의 산님들과 고마운 인연이 하산길을 더디게 합니다. |
망바위는 어깨위 머리를 꼿꼿이 세워 천왕봉을 지키고, 칼바위는 벼린 날을 세웠습니다. |
아직 하산길은 계속입니다. 산행 마지막 한 걸음까지 조심합니다. |
-중산리(14:30도착-16:30출발) |
드디어 지리산 성삼재에서 중산리의 종주산행을 마칩니다. 33.8키로 무려 21시간을 걸었습니다. |
가슴 저 밑바닥에서 울려오는 벅찬 환희의 보람을 하늘에 토해냅니다. "아자,아자… |
J의 웃는 얼굴이 아름답습니다. 축복받은 사람의 밝고 맑은 얼굴입니다. 도전하는 사람의 용기 |
가 빛을 발합니다. |
살며 오늘이 기억 되겠지요. "우리에게 오는 시련과 고통은 그것들을 극복할 수 있는 축복된 |
용기와 함께 온다"고 그랬습니다. J는 진정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
원래 계획했던 중산리-진주행 버스 시간을 잠시 잊었습니다. 어짜피 계획했던 버스는 탈수없고 |
광주 산님의 승용차로 구례역으로 가기로 정합니다. 남는 시간 두부김치에 동동주 두 도가니를 |
비웁니다. |
광주 산님의 승용차는 화개장터를 지나 구례구역에 도착합니다. 고마운 인사를 전하며, 북한산 |
종주의 기약없는 약속을 합니다. 고맙습니다 |
-구례구역(18:40도착-19:15출발) |
구례구역사는 이미 어둠이 깔립니다. 계획보다 많이 늦었습니다. 이대로 서울에 도착하면 자정 |
이 될겁니다. 집으로 가는 전철이 확신이 없어 걱정입니다. 다행이 호남선과 만나는 익산에서 |
KTX로 환승하는 열차가 있네요. 이곳 전라선은 2007년에 KTX개통 이랍니다. |
열차 식당칸에서 늦은 저녁밥 갈비탕을 주문합니다. 맥주잔을 기울여 건배합니다. |
"친구여, 대단하다. 그리고 고맙다……. 친구야, 친구야…" |
-용산역(22:49도착-23:10출발) |
서울의 밤입니다. 서울은 늘상 바쁘게 돌아갑니다. 전철 시간에 쫏겨 산행후 담소도 나누지 못 |
하고 반대편 전철로 헤어집니다. "제기럴, 서울은 바쁩니다. 그것도 아주 신경질나게 바쁩니다. |
도회지의 일상으로 돌아온 마음도 바빠집니다. 제길헐…" |
J에게 전화합니다. 집에 무사히 도착했답니다. 다시한번 고맙고 아쉬운 인사를 건넵니다. |
"친구야, 다음에 또 가자~~~~~~~!!!" |
-부평집(24:30도착) |
1무1박3일간의 지리산 종주산행을 마무리합니다. |
무엇인가 버리고 비우려 하였으나 비우지 못하고, 얻어 채우려 하였으나 채우지 못합니다. |
그것이 무엇인지 알수 없습니다. 얼만큼의 세월이 더 지나야 알수 있을지도 알수없습니다. |
어쩌면 처음부터 그랬고 그것을 알지도 못한체 제가 평생을 짊어질 삶의 무게인지도 모릅니다. |
그져 나는 나 일뿐입니다. 스스로 존재하는 삶에 감사할 뿐입니다. |
감사하며 살아가고 그렇게 살아가는 삶에 또 감사합니다. 소중한 인연들에 감사합니다. |
내~ 쉬~일곳은 작~은 집, 내 집에서 오늘밤은 진한 잠을 잡니다. 그 "길'을 꿈꾸며…!!! |
첫댓글 님의 글을 읽으니 바로 전주에 종주기억이 새록 솟아나는군요. 멋진 종주 하셨구요 글 잘 읽고 갑니다.
아쉽네요 노루목에서 반야봉을 올랐더라면 좋은 산행의 맛을 보았을텐데 다음에는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한번 종주해 보세요 더 새로운 맛을 느끼게 될겁니다 수고 하셨읍니다 Y 대장과 함께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