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금광산악회 己丑년 산행을 마치고
주초부터 날씨가 추워진다는 기상예보가 정확도를 발휘하면서 전국이 영하권으로
기온이 곤두박질하고 추위는 하루하루 계단型으로 강도를 더 해가고 있었다.
어제아침에 일어나 베란다 블라인더를 걷다보니 간밤에 눈이 내려 마을과 농경지가
하얀 눈으로 덥혀있었고 아스팔트 자동차 길도 하얀색 카펫처럼 보였다.
등촌 샤브샤브식당에서 아내와 점심을 먹으려는데 도우미아줌마가 반가운 얼굴로
“눈이 내리니 기분이 좋으시죠.”라고 말한다.
“첫눈 맞지요?”
“글쎄요, 제 생각에는 그런 것 같네요.”
아내는 아마도 그럴 거라고 도우미아줌마의 말에 동의해주었다.
첫눈이 아니면 또 어쩌랴 그냥 눈이 온다는 것이 즐겁지!
눈이란 구름으로부터 내리는 얼음의 결정으로 여러 형태를 띠고 있으며 보통 2mm
정도의 크기라한다.
서로 엉겨 붙어 눈송이로 내리기도하지만 눈이 내리는 현상을 지칭하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함박눈은 포근한 날에 잘 내리며 눈송이가 커서 잠시 동안에 온 세상을
은세계로 만들어버린다.
첫눈은 그 해 겨울에 처음으로 내린 눈을 말하지만 지역에 따라 해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고 했다.
첫눈
-팡팡-
사랑하는 여인아!
너는
밤사이 내린 눈처럼
어디서 왔는가?
밤의 나래타고 내려온
은빛천국
세상모든 것이 아름다워라
내 사랑이여!
수줍어 말 못하는 여인이여!
純白한 가슴으로
내게 다가와
사랑을 고백하려는가?
오늘은
설레는 마음으로
귀 기우려도 좋겠지
울산으로 온천관광을 다녀오던 관광버스가 도로 아래로 추락해 한마을에 사는 노인18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고 한다.
경북 경주시 남사재 주변 2차로에서 승객 31명을 태우고 영천에서 경주방면으로 달리 던 관광버스가 20여m
언덕 아래로 굴렀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운전기사가 굴곡이 심한 좁은 내리막길 도로를 지나다 운전미숙이나 차량결함 등으로 사고가 났을 소지가
있다는 신문보도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05시: 일어나보니 아내가 부엌에서 밥을 짓고 있다.
내가 산행하는 금요일마다 나를 위해서 아내가 감내하는 日常중의 하나였다.
“산에 갈라요?”
“-----” 묵묵 부담 나는 할 말을 잊었다.
아내가 걱정스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파트11층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온통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제도 종일 눈이 조금씩 내렸지만 간밤에는 꽤 많은 양의 눈이 내렸던 것이다.
오늘은 경남 의령군의 진산인 높이 897m인 자굴山을 산행하는 날이다.
북서쪽 비탈은 경사가 급해 합천군 쪽에서 보면 마치 병풍을 두른 것처럼 보이지만
의령군 쪽에서 보면 산세가 완만하다는 山이다.
좌굴山이라고도 부르며 산중턱에는 옛날 신선이 놀고 갔다는 강선庵과 갑을사지,
보리사지, 양천사지 등의 사찰 터가 남아 있다는 곳이다.
25일 금요일 일정이 성탄절행사 때문에 취소되었기 때문에 사실 오늘 자굴山 산행이
금광산악회의 己丑년 마지막 산행일정이었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기축年 1월 2일 경남 마산에 있는 무학산 첫 산행을 했을 때도 갑자기 들이닥친 추위와 눈을 맞으며
한해를 시작했었다.
회장님의 첫 산행인사 말씀과 총무의 “으라차차” 힘을 내자는 구호로 활기찬 산행을
시작했으며, 회원들의 무사안전과 화목을 바라는 시산제를 무안 승달山에서 올리기도
했었다.
봄에는 매화와 벚꽃을 찾아 광양, 진해의 산을 찾았고,
진달래가 피면 여수의 영취산을,
철쭉을 찾아 일림山, 황매산, 바래峰을 다녀오기도 했었다.
일천만 서울시민이 즐겨 찾는다는 도심 속 국립공원인 북한산 백운峰,
달이 뜨면 영봉에 걸린다는 월악산의 바위峰을 오를 때의 아찔했던 기분도 있었다,
夏至 무렵에 다녀온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남해의 해금강이라는 거문도, 백도여행은
내 기분을 최고로 들뜨게 했던 곳이었다.
전반기산행을 결산하면서 다녀온 백제의 古都 공주여행,
잊혀 진 들길이나 밭둑에 어김없이 피어있던 개망초 꽃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의 봉평마을을 연상시켜주었다.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허겁지겁 내려왔던 한여름 삼복
무더위를 피해 찾아갔던 지리산 한신계곡, 선유계곡피서 놀이도 생각난다.
조선 초기 太祖이성계가 신도안에 도읍을 정하려고 이 지역을 답사 할 당시 동행했던
무학大師가 山의 모습이 金鷄포란형(금 닭이 알을 품는 형국)이요,
飛龍승천형(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형국)이라했다는 민족의 靈山 계룡산의 천황峰,
삼불峰, 연천봉, 관음봉의 절경을 볼 수 있었던 즐거움도 생각났다.
초등학생들의 가을여행답게 들뜬 마음으로 다녀온 千年古都 경주여행,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국보24호인 석굴암의 천부상, 보살상, 나한상, 거사像, 사천왕상,
금강역사상, 팔부신중상 등 총39체의 불상조각품하며.
토함산 기슭에 있는 절로 그 경내가 사적 및 명승 제1호로 지정된 불국사도 역시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있었다.
전형적인 肉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던 가을단풍을 찾아 떠난 남덕유산의 빨강,
노랑으로 물들어있던 단풍은 山 경치가 묘향과 금강을 닮았다는데,
황홀할 만큼 매혹적이고 아름다웠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우리가 낭만적 시상에 젖어 있을 때 삶과 죽음의 간극에서 해매고 있던 한 여성 회원에게 수지침을 놓아주던
명희회원의 봉사정신과 회원들의 한 가족 같은 사랑을 목격할 수 있었던 애기峰이야기나,
올해 개통 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길다는 인천대교를 지나면서 느꼈던 우리민족의 자존심에 스스로 박수를
치며 좋아하던 회원들의 얼굴도 생각난다.
억새로 유명하다는 신령스럽고 기묘한 천관산 탑산寺 쪽의 천관산문학공원과
등산로 3km거리에 있던 460기의 돌탑하며,
세계적인 산악인 엄 홍길이 태어난 고성의 마터호른 거류山, 한 마리 말이 엎드려 있는
형상인 마복山은 산등성에서 수많은 지릉이 흘러내리는데,
그 지릉마다 바위 꽃이 활짝 피어있어서 소개골산(금강산의 겨울이름)이라 부르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우천관계로 산행이 취소되거나 개인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건흥山, 황악산, 현성산, 운암山, 등 몇 개의 산은 내게 지금도 아쉬움을 주고 있었다.
내가 이런 감상에 젖어있는데 휴대폰소리가 울린다.
마지막 산행인데 섭섭했는지 목소리가 쓸쓸하고 울적하게 들렸다.
총무한테서 온 산행취소통보였다.
한해의 산행을 마감하면서 그동안 금광산악회를 이끌어주신 정대진회장님과 운영진들
그리고 창설멤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같은 산행취소의 어려운 결정을 수없이 생각하고 고민했을 김 등부산행이사님,
산악회의 어려운 살림을 군소리 없이 꾸려온 이 정례총무님,
그래도 음식문화 하나만은 최고라고 자부하며 항상 하산酒를 부담해 주신 양동매씨들,
궂은 설거지 마다않고 솔선해서 뒤처리해주신 젊은 여성회원님들의 희생과 봉사정신,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 노심초사 고생하시는 최 병남 운전기사님.
모두 복 받을 것이며,
다가오는 경인년(庚寅)에도 변함없는 사랑과 희망을 주시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2009년 12월 18일) -팡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