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사랑
십자가를 지는 영혼은 자기가 그 십자가를 예수님과 함께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십자가의 바오로 성인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을 통해 우리가 그분과 하나가 되는 과정과 “십자가 축제"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한다. "주님의 고난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묵상하는 것은 거룩하고 유익한 일입니다. 우리가 주님과 하나가 되는 것은 바로 주님 수난에 대한 묵상을 통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당하신 고난에서 우리는 참된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모든 성인들은 주님의 십자가라는 거룩한 학교에서 배웠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가 마음에 깊이 뿌리내리게 되면 여러분은 '죽기보다는 고통을 내려주십시오!' 라고 기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제가 원하는 것은 오직 두 가지, 고통 아니면 죽음뿐입니다!'라고 외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고통을 겪는 것도 죽는 것도 저는 원치 않습니다. 오직 주님 뜻대로 하십시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랑에는 모든 것을 깨끗이 정화하는 힘이 있습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이 겪는 고난을 똑같이 나누어 받습니다. 사랑의 불은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타오릅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영혼을 그가 사랑하는 대상으로 변화시키고 맙니다. 사랑은 신비롭게 고통과 결합하고, 고통은 사랑과 하나가 됩니다. 사랑과 아픔은 아주 강한 끈으로 묶여 있어, 둘 중 어느 하나도 다른 하나에서 떼어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영혼은 고통받는 가운데 기뻐하며, 사랑이 가져다주는 고난을 반갑게 여깁니다.”
"덕을 닦는 데에 정진하십시오.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수난을 본받는 일에 특히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수난에서 우리는 사랑의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의 내적이고 외적인 모상이라는 점, 자비와 온유함의 모범이신 분을 따르고 있다는 점을 여러분의 삶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내면에 하느님의 아드님과 긴밀한 일치를 이루고 있는 이는 누구든지 영웅적인 덕을 지속적으로 갈고 닦아서 주님과의 닮은꼴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덕은 인내이며, 겉으로나 속으로나 불평하는 일이 전혀 없어야 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아래로 피신하십시오. 그리고 모든 영혼들이 주님 뜻을 받들고 회개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면, 여러분은 모두 각자 마음의 성전에서 매일 십자가의 축제를 지내게 될 것입니다. 모든 것을 아무 말 없이 참아 견디고, 어떠한 사람에게도 기대지 않는 것이 바로 십자가의 축제를 지내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축제는 기쁜 일이므로, 수난당하시는 예수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이 축제를 묵묵히 인내하며 기리면서도 얼굴에는 미소를 잃지 않고 항상 명랑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웃을 대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여러분의 고통이 비밀로 간직되고 오직 지존하신 분만이 아실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십자가의 축제에도 음식이 빠지지 않습니다. 주 하느님의 뜻이 바로 우리가 먹는 축제 음식인데, 당연히 우리는 그것을 우리의 사랑과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의 모범을 따라 먹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고통을 내리시는데 거기에 아무런 위로도 주지 않으셨다면, 실은 거기에 하느님께서 은총과 자비를 얼마나 풍성히 내리셨는지 사람들이 당장 알게 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위로받지 않는 고통을 통해 영혼은 불 속에 던져진 금처럼 정련되기 때문입니다. 고난, 그것은 실로 아름다운 것입니다. 고난은 최고선을 향해 순식간에 날아오를 수 있을 정도로 가볍습니다. 고통을 겪고 인내하는 영혼은 이 땅 위에서도 복된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십자가를 지는 영혼은 자기가 그 십자가를 예수님과 함께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십자가의 바오로 성인 (축일: 10월 19일)
바오로 프란치스코 다네이 (Paolo Francesco Danei )성인은 1694년 1월 3일 이탈리아의 몰락한 어느 귀족의 열다섯 자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부모의 신앙을 물려받은 덕분에 어린 나이 때부터 이미 엄격한 고행과 보속을 행하였다. 1714년 그는 터키인들과 싸우는 베네치아 공국의 군대에 입대했으나, 기도와 보속생활에 이끌려 명예 제대를 하고 귀향하였다. 그러곤 자기와 뜻을 함께하는 수도자들을 모아들였다. 1727년에 사제서품을 받았다. 1737년 토스카나 그로세토 지방에 위치한 아르젠타리오 산 위에 훗날 "예수 고난회"의 전신이 되는 최초의 "사도선교회 공동체 수도원을 세웠다. 성인 생전에 "예수 고난회 여자 수도회도 설립되었다.
십자가의 바오로 성인은 <영적 일기> 그리고 영성 문제들을 다룬 2000통 정도의 서간을 남겼다. 수난하신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이 그의 영성의 핵심이다. 1775년 10월 18일 로마에서 선종하였고, 1867년 시성되었다. 축일은 10월 19일이다.
1994년 10월 28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예수 고난회를 위한 강론 중에서 설립자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십자가의 바오로 성인은 모든 선이 흘러나오는 원천인 그리스도의 수난 사건이 점점 잊혀가는 그 당시 세태에 진실로 가슴 아파했던 하느님의 사람이었습니다. 성인은 인간의 영원한 구원이 고난을 통해 얻어지며, 인류에게 수많은 해악을 끼친 미움과 고집과 이기주의도 고통의 신비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마리아지 2023년 9•10월호 통권 241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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