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마!
김제선 공익적 시민활동을 지원하는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이명박 정부가 펼치는 정책들은 순서가 엇갈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선지방 육성 후수도권 질적 발전을 주장하다가는 어느 날 갑자기 수도권 규제를 단행하는 것과 같은 일이 그런 예가 될 것이다. 수도권 규제완화로 인한 수혜집단과 지역과 이와 반대로 불이익을 당하는 집단과 지역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불이익을 당하는 대상에 대한 대책도 없이 저지르고 보는 식이다. 8일에 발표하기로 했던 지역종합발전대책이라는 것이 또다시 유보된 것이 살아 있는 반증이다. 지역발전 대책의 알맹이가 없어 한나라당도 설득을 못했고 그래서 발표치 못한 상황이다.
부동산관련 세제의 개편으로 인한 지방재정 감소분에 대한 대책 또한 그렇다. 감세가 옳은지 그른지 논란은 둘째로 하고 감세로 인해 생길 세수 감소와 이에 대한 재원 대책이 뚜렷해야할 텐데 그러질 못했다. 부자들의 감세는 결정하지만 지방의 재정 감소에 대한 대책은 신경을 쓰지 않는 방식으로 일하는 용기가 대단하다. 속된 말로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해도 너무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에 만난 청와대 한 행정관 정책방향의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정책의 하자를 발생 시키지 않기 위해 일의 순서를 고려하는 정책 품질 유지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필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지역인사들을 만났더니 이명박정부에 대한 격앙된 감정만 듣고 말았는데 균형 있는 시각을 듣게 되었다는 이 행정관은 그래서 지방육성대책, 지방재정대책을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그는 지방소비세와 같은 자주재원을 지방으로 이전할 계획을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으며, 총량으로 예전보다 지방에 교부되는 재정이 많아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 복잡한 재원 재분배 대책에 대한 합의와 입법 및 시행의 시기가 언제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달을 가리키는 데 달은 안보고 손만 본다는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립현대사박물관을 충남 도청 자리에 지어주겠다고 공약하고 일언반구 의견 수렴도 없이 서울로 결정해 발표해 버릴 때 느끼는 지방민의 절망감, 정책과정의 결함이 가져다주는 지역민의 배신감을 이야기했더니 이런 정책 결정의 복잡함에 대해 지방민이 잘 몰라서 오해하는 것이라는 식과 다를 바가 없다. 감세하기 전에 지방 재원 대책을 먼저 만들어야지 지방재정 감소라는 충격을 주고 나서 기다리면 해결해주려 했다는 식의 접근이야 말로 가장 저열한 정책 수준 아닌가. 하나의 정책 결정이 다른 사안에 미칠 영향에 대한 최소한의 평가나 고려가 없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최근에 대통령께서 직접 나서서 공기업 인력 감축을 독려하는 것도 자가당착이다. 정부가 ‘사람 자르기식’ 구조조정을 앞장서 부추기면서, 실업문제를 심화시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고용, 소비, 수출, 성장률이라는 4대 거시경제 지표의 마이너스 추락은 우리 국민에게 최악의 생활고가 기다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가지고 있는 것은 줄고(자산 가치 하락), 들어올 것도 줄고(소득 축소), 나갈 것은 늘어나는(물가와 이자비용 상승)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 일자리 없애기를 칭찬하는 꼴은 보고 있을라치면 넋이 나갈 지경이다.
이미 자영업으로부터 시작해서 임시일용직, 중소기업 정규직, 대기업 정규직으로 올라오는 고용불안이 대기업 정규직 눈앞에 까지 다가와 최악의 고용대란이 예고되어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 없애기를 독려하다니 제 정신이란 말인가? 가중되는 신용불안으로 지갑을 닫고 있다. 실업이 늘어나고 고용이 불안해 지면서 소득이 줄어 소비 여력이 점점 축소되고 경제는 더 엉망이 된다.
형편이 이러하니 이명박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공적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되는 것이다. 근데 이런 이야기가 회자되는 것을 알기나 할까?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