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이 왔다. 겨울 내 움츠렸던 생명들이 잠에서 깨어나 꿈틀인다. 부활의 계절이며 희망의 계절인 것이다. 그런데 아직 얼어붙은 곳이 많다. 정치 판이 그렇고 서민경제가 그렇다.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 동토의 땅이다. 정치는 무엇보다 국민경제를 위하여 머리를 맞대고 밤을 세워도 부족한 판에 탄핵정국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가슴 답답하다.
처음으로 돌아가라. 대통령도 정치인도 경제인이나 근로자나 공무원이나 학생이나 국민 모두가 初心으로 돌아가자는 말이다. 대통령부터 국민 앞에 선서할 때의 그 마음으로 돌아가고 정치인도 유권자 앞에 납작 엎드려 절을 하던 그 심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산업혁명을 꿈꾸며 밤새워 일했던 그 모습, 그 현장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 힘들고 어려웠던 고난과 역경의 시간을 돌아보며 처음 가졌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면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확신한다.
필자는 신학기를 맞이하여 대학생들에게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특강을 진행하였다. 꿈 많은 초등학교 2학년 시절로 돌아가자고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잠시 접어놓았고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꿈과 희망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자 했던 것이다. 강의를 받았던 천 여명의 학생들은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살아있는 눈빛으로 마주 친 학생들은 “그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며 캠퍼스에 새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13년 전, 처음 대학강단에 섰을 때 밤새워 강의를 준비하고 학생 한 명, 한 명을 향해 몸부림치며 가르쳤던 강사의 심정으로 돌아갔다. 언제부터인가 느슨해지고 갈수록 나태해지는 내 자신에게 던지는 외침이기도 했다. 스스로 당당함과 자신감과 살아있는 눈빛과 열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는 어려울 때일수록 남을 탓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 판이 이래서’, ‘경제가 어때서’, ‘사장이 어떻고’, ‘근로자 때문에’...라고 말한다. 이유도 많고 어쩌면 그렇게 핑계거리도 많다. 사실, 자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것이 문제인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라. 처음 가졌던 마음으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문제의 해답은 저절로 나온다.
국민 앞에 충실한 상머슴이 되겠다고 선서했던 그 마음, 처음 기업체 사장이 되어 회사를 어떻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마음, 공무원이 되어 봉사자로 첫 출근할 때의 마음,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근무현장에서 외쳤던 그 마음, 기자가 되어 처음 기사를 올렸을 때의 그 마음, 부부가 되기로 약속하고 주례 앞에 서약했던 그 마음, 원대한 꿈을 안고 학교에 입학한 첫날 가졌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처음 느끼고 가졌던 그 감동과 책임감과 그 심정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다시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진 정치와 사회, 바닥 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 흔들리고 있는 가정과 교육의 현장, 각계분야가 정상으로 회복되리라 생각한다.
지금은 남을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가의 총체적 위기에서는 국민의 마음 하나 하나가 대단히 중요하다. 누구의 문제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위정자는 집무실로 공무원은 국민생활 속으로 근로자는 근로현장으로 교육자와 학생은 교육의 현장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아직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동토의 땅, 긴 겨울의 터널을 뚫고 새 생명이 부활을 노래하듯, 햇살 가득한 아침을 기다린다. 처음 가졌던 기대와 설레이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