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와인 생산량은 전 세계 와인의 30%에 달하고, 1인당 와인 소비량은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탈리아 와인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내려온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프랑스에 비해 명성과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와인의 근대화가 다소 늦었고 자국내 소비량이 많아 해외 시장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지역마다 다양하고 독특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한다. 이탈리아 와인을 대표하는 토착 품종인 산지오베제가 생산되는 토스카나 지방은 이탈리아 와인 생산지 중 가장 중요하면서도 잘 알려진 지역이다. 토스카나 와인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키안티, 몬테 풀치아노, 슈퍼 투스칸 와인이 생산되는 볼게리 등이 있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와인은 단연 몬탈치노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가 꼽힌다.
토스카나의 남부 중앙에 위치한 몬탈치노는 높고 낮은 언덕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후와 토양이 산지오베제 품종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브루넬로는 몬탈치노에서 재배되는 산지오베제의 한 종류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문자 그대로 몬탈치노 지방의 산지오베제를 뜻한다. 현재 150여 개 와이너리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브루넬로 와인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비욘디 산티는 이 중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처음 만든 가문으로 지금도 최고 품질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비욘디 산티의 페루치오가 19세기 후반 산지오베제의 좋은 개체만을 선별해 100% 산지오베제 와인을 만들었다. 산지오베제에 다른 포도 품종을 섞어 와인을 만드는 것이 관행이던 시대에 그는 혁신적인 시도로 깊은 컬러, 다양한 풍미의 와인을 만들어 냈다. 페루치오의 아들 탕크레디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상업적으로 성공시켜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며 이탈리아의 DOC 시스템의 기초를 만들었다. 매년 7만 병 정도만 생산하는데, 1988년 첫 빈티지를 출시한 후 매년 일정량을 지하 셀러에 보관하고 있다.
비욘디 산티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숙성시킬 수 있는 와인이다. 1994년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참여한 버티컬 테이스팅에서 첫 빈티지인 1888년부터 1988년까지 15개의 다른 빈티지가 공개됐는데, 1891년산 브루넬로가 영국의 와인 마스터로부터 10점 만점을 받았다. 10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완벽한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였다. 또한 미국의 권위 있는 와인 잡지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세기의 와인’ 12개를 선정했는데, 이탈리아 와인으로는 유일하게 1955년산 비욘디 산티가 뽑혔다. 1937년산 로마네 콩티, 1900년산 샤토 마고, 1961년산 샤토 페트뤼스 등 쟁쟁한 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현재 비욘디 산티는 수령이 10년 이상인 나무에서 포도를 수확하여 만드는 아나타와 수령이 25년 이상 된 나무에서 오직 좋은 해에만 수확하여 만드는 리제르바 두 가지 브루넬로를 생산하고 있다. 주로 수확 후 4년간 오크 통에서, 6개월간 병 속에서 숙성시켜 시장에 내놓는다. 작황이 좋지 않을 경우 세컨드 와인 격인 로소 디 몬탈치노로 출시한다.
최근 많은 회사들이 현대인의 기호에 맞춘 브루넬로를 만드는 데 비해 비욘디 산티는 출시 이래 계속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비욘디 산티의 브루넬로는 최소 10년에서 20년 이상 숙성해야만 진정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으며 100년 이상 숙성시킬 수 있는 위대한 와인이다.
현재 국내는 1998년산 리제르바, 아나타 2000년산이 수입되는데, 리제르바는 90만 원대, 아나타는 30만 원대에 판매되고, 로소 디 몬탈치노의 경우 15만 원 정도다. 다른 회사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가격이 10만 원 대 내외, 리제르바의 경우 20만 원대 내외인 것을 고려할 때 비욘디 산티의 브루넬로의 가격은 높은 편이다.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품질 좋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브루넬로는 프레스코발디의 카스텔 지오 콘도, 반피, 콜 도르시아 등이 있는데 모두 10만 원대 초반에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