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의 악우 영철이를 보내고 왔다.
불과 얼마전에도 같이 등반을 했고 늠름하게 잘도 올라가던
녀석이었는데………
이런 어이없는 일이 생길줄은………
영안실에 갈 때 까지만 해도 전혀 믿기지가 않았는데
막상 녀석의 영정을 보는 순간 이게 현실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순간 복받치는 설움과 그 동안의 추억들이 떠오르며
눈물이 앞을 가렸다.
정말 괜찮은 놈이였는데………
동기들 한명 한명 다 챙기고 항상 붙임성있고 열심히 하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한데……
조문을 하고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홍옥선 선생님께서
잔을 주시면서 말씀을 하셨다.
'산에 가는것도 좋고 등반을 하는것도 좋은데 제발 죽지는 말아라’
그 동안 숱한 원정등반으로 여러번 악우들의 죽음을 보셨고
시신수습도 하셨었다고
도저히 시신에 불을 붙일수가 없어서 나중에 가족들에게 화장시키라고
하시고, 독한 럼주를 5병을 마시고 쓰러지셨다고………
죽은 사람은 이젠 모르지만 남아있는 자들은 그 고통과 그리움을
평생 간직하고 살아가야 된다면서……
시간이 흐르면 상처는 치유가 된다는데, 너무 크고 깊은 상처를
입고 말았다.
좀 전에 핸드폰에 입력된 전화번호를 보다가 영철이의 번호가 나왔다.
순간 누르고 싶었다. 누르면 영철이가 ‘여보세요 어 형 어디야’ 하고
얘기할 것 같았다.
순간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고, 그 번호를…… 영철이 번호를 지워버렸다.
널 전화번호 지우듯이 잊을수가 있겠니
영철아 보고 싶구나 지금이라도 갑자기 나타나서 “형 같이 등반하자”고
말할 것 같은데 어디가야 널 만날수 있을지………
우리 동기들 가슴 가슴마다 너무 아픈 상처를 주고 떠난 네가 원망스럽기만 하구나.
산에 오르면 항상 네가 떠오를 텐데………
앞으로 널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하는 나머지 남은 자들은 어떻하라고……
이 바보같은 놈아 지금이라도 내 앞에 나타나 보려므나 이 녀석아……
부디 좋은곳에 가서 잘 살아라.
저승이 있다면 이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구나.
꼭 다시 만나자.
잘가거라 악우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