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번역서 > 성호전집 > 성호전집 제2권 > 詩 > 李瀷
보리타작 4수(打麥 四首)
①화기가 왕성함을 금초에서 아노니 / 火旺徵金草
보리타작의 일이 부쩍 바빠지누나 / 來麰務轉興
무르익은 가을을 미리 보내주니 / 探支秋爛熳
풍년이라 추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 卽事歲豊登
떨어진 이삭은 아이 시켜 줍고 / 滯穗敎兒拾
도리깨질에 힘을 부쩍 더 들이네 / 連耞用力增
탁주를 나 또한 마시노니 / 濁醪吾亦喫
아내가 직접 집에서 빚은 술일세 / 家釀細君憑
푸른 물결이 일렁이는가 했더니 / 翠浪纔翻陸
누른 구름이 광주리에 가득하여라 / 黃雲已溢籝
비록 ②구기의 상서는 없으나 / 雖無九歧瑞
③백 전이 가득함을 보게 되리라 / 庶見百廛盈
뭇 일꾼들 야호 소리 일어나고 / 衆力邪呼起
가난한 집에 곡식이 쌓이누나 / 單門委積成
시골 사람들 늘 먹는 것이 아니니 / 野人非素食
보리밥 낱알마다 쌀밥만큼 맛있어라 / 一一敵香粳
남은 곡식도 마저 바닥이 날 판에 / 甁粟俄愁罄
밭에서 수확해 가득 싣고 돌아온다 / 田收恰載回
④오황이 지금 세상에 있으니 / 於皇今歲有
바쁜 농사일을 일시에 서두른다 / 劇務一時催
보리 짚은 부엌에 땔감으로 쓰고 / 藳秸薪資爨
까끄라기는 불살라 재를 만드누나 / 芒塵焫作灰
열 식구 생계를 잘 꾸려야 하니 / 須全十口計
⑤비에 떠내려가는 재앙을 잊지 말아야지 / 莫忘雨漂灾
⑥숙맥을 내가 변별할 줄 아노니 / 菽麥吾能別
때를 만나니 곡식 풍년이 즐겁구나 / 逢時樂稔豐
좋은 음식은 얻음에 운명이 있고 / 肥甘求有命
담박한 음식은 그 맛 다함이 없어라 / 淡薄味無窮
편안하려면 모쪼록 애써 일해야지 / 欲逸勞須作
주리지 않으면 배부른 것이나 같네 / 非飢飽與同
한 번 보리타작 노래를 부르노니 / 一回歌打穀
⑦장참에게 모든 공로를 돌리노라 / 長鑱付全功
① 화기(火氣)가……아노니 : 화기가 왕성하다는 것은 여름이 왔음을 뜻하고, 금초(金草)는 보리를 가리킨다. 오행(五行)에서 여름은 화(火)에 속하고 가을은 금(金)에 속한다. 보리는 금기(金氣)가 왕성한 가을에 심으므로 금기를 받고 자란 식물이다. 오행의 상극(相克)에서 화극금(火克金)이므로 금기를 받고 자란 보리가 여름이 되면 다 자라서 잎이 마르게 되는 것이다.
② 구기(九歧) : 벼 한 줄기에 이삭이 아홉 개 열리는 것으로, 상서(祥瑞)로 여긴다. 후한 광무제(光武帝) 때 이러한 벼 이삭이 나타났기 때문에 광무제의 이름을 수(秀)라 했다고 한다. 《後漢書 卷1 光武帝紀論》
③ 백 전(廛) : 《시경》 〈위풍(魏風) 벌단(伐檀)〉에 “심지 않고 거두지 않으면 어떻게 벼 삼백 전을 수확하리오.〔不稼不穡 胡取禾三百廛兮〕” 하였다. 전(廛)은 무더기이다.
④ 오황(於皇) : 여러 해에 걸쳐 풍년이 이어지는 태평한 세상을 뜻한다. 한나라 반고(班固)의 〈영대시(靈臺詩)〉에 “자주 풍년이 드니, 아아 즐거워라.〔屢惟豐年 於皇樂胥〕” 한 데서 유래하였다.
⑤ 비에 떠내려가는 재앙 : 후한 고봉(高鳳)은 자가 문통(文通)인데 밤낮으로 경서를 독송하느라 아내가 들에 나간 사이에 비가 내려 말리던 보리가 물에 떠내려가는 것도 몰랐다 한다. 《後漢書 卷113 高鳳列傳》
⑥ 숙맥(菽麥)을……아노니 : 불변숙맥(不辨菽麥)이란 성어가 있다. 누구나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콩과 보리를 구분할 줄 모른다는 것으로, 매우 무식하거나 실제 생활에 아주 어두움을 뜻한다. 《춘추좌씨전》 성공(成公) 18년에 “주자(周子)에게 형이 있는데 지혜가 없어 숙맥을 변별하지 못한다.” 한 데서 유래하였다.
⑦ 장참(長鑱)에게……돌리노라 : 보리타령 중에 나오는 구절인 듯하다. 장참은 긴 자루가 달린 보습이다. 두보(杜甫)의 〈건원중우거동곡현작가(乾元中寓居同谷縣作歌) 7수〉 중 둘째 수에 “긴 보습이여, 긴 보습이여. 백목 자루로 되었나니, 나의 생활 너를 의지해 목숨을 이어가노라.〔長鑱長鑱白木柄 我生託子以爲命〕” 하였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하 (역) |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