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보다 조금 늦게 분당의 마지막 승차지점을 출발한 버스는 다음 날 03:40경 백복령에 도착했다.
밖을 나가 보니 “백복령 해발 780미터” 라고 쓴 표지판이 보이고“아리랑의 고장 정선군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라는 인사말이 눈에 띈다.
하늘을 보니 구름 한 점 없고 온갖 별들이 경쟁이나 하듯 빛을 발한다.
서울 하늘과 이 곳의 하늘은 다르다는 말인가.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별들이 이곳엔 이리도 많은지. . . . . 정말 아름답다
05:00부터 오르기로 하였다. 차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05:00 정각 느림보 파이팅을 외친 후 출발하였다.
오늘은 인원이 조촐하다. 항상 22-23명은 되었는데 오늘은 13명.
평소 자주 나오시던 그리운 분들이 눈에 안 보인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아쉬운 마음으로 선두를 따라 나선다. 별빛만이 영롱할 뿐 어두운 길을 저벅 저벅 걷는다.
새벽 바람이 차다. 모두들 춥다는 말과 함께 바람막이의 모자를 쓰고 걸음을 재촉했다.
20여분쯤 갔을까? 도로를 개설하는 곳에서 길이 끊겨 담시 헤멨으나 이재무 대장의 발빠른 길 찿기에 힘입어 바로 제 길로 들어섰다.
임도를 만들어 놓았는지 상당한 거리까지는 탄탄대로 였다. 밤새 내린 서리 탓인지 낙엽 덮힌 길이 조금은 미끄러웠다.
서리가 헤드렌턴의 파란 불빛을 받아 놀란 듯 하얗게 반짝거린다.
숨이 차오르고 등이 열기로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바람은 여전히 세차다.
반겨주듯 바람에 나부끼는 리본들이 위안이 되었다. 우리보다 먼저 간 ‘대간쟁이’들의 흔적이 고마울 뿐이다.
길은 생각보다 괜찮았으나 생계령까지는 작은 봉우리들의 오르 내림이 심했다.
힘들어 올라서고 나면 곧 바로 그것도 급히 내려 가기를 반복했다. 산이 오르고 내리는 거라지만 조금 심하다 싶었다.
그러기를 대여섯 차례 06:40경 생계령에 도착했다. 이젠 주위의 풍경들이 제법 시야에 들어오고 속속 도착하는 동지들의 얼굴도 잘 보였다.
이젠 머리에 쓴 렌턴을 벗어 가방에 넣고 대신 먹을 것을 꺼내 1차 요기를 하였다.
다시 출발했다. 석병산의 일월봉이 1055미터이니 여기서부터는 힘껏 올라야 했다.
구간에 따라 밤사이 내린 서리가 나뭇 가지들에 앉아 아침 햇살에 아름답다. 雪花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대로 보기에 좋다.
가다보니 ‘강릉시 서대굴“ 안내 간판이 보인다. 석병산 일대에 동대굴, 남대굴 등 많은 석회암 동굴이 있는데 그 중 서대굴이 있다는 설명이었는데 어디쯤인지 가는 길도 나있지 않고 보이지도 않았다.
08:30경 고뱅이재(지도엔 표시되지 않았음)에 도착하였고 이제는 아침 식사를 해야 겠다는 생각에서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였다.
09:45경 양지바른쪽을 찿아 오늘 우리 대간산행에 처음 참가한 이병준 김인섭 대원과 함께 식사를 하였다.
두 분 모두 산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는데 산행도 잘 하였고 인간적으로도 훌륭한 분들이어서 알게된 것이 기뻤다. 끝까지 함께 해주어 감사드린다.
다시 산행을 시작. 이제 영양 보충을 했으니 힘껏 가보자고 서로 격려하며 오르기를 1시간여 09:41 드디어 石屛山의 정상인 일월봉에 도착했다.
처음엔 석병산의 의미를 듣고서도 얼른 납득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 이름의 의미를 알만하였다. 일월봉도 그렇거니와 주위에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싼 아름다운 풍경이 여러 곳 있음이다.
그리고 이번 코스에 포함된 산들이 ‘별로’ 라는 생각을 지우기에 충분할 정도로 좋은 곳이다.
좋다고 마냥 한곳에서만 있을 수도 없는 일. 다시 두리봉을 향해 나섰다.
생계령까지는 오르 내림이 너무 심했던 반면 일월봉에서 두리봉까지는 거의 평지에 가까울 정도로 평탄 하였고 거기에 낙엽으로 깔아놓은 오솔길은 호젓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뿐인가 때론 허리춤까지 때론 어깨까지 뻗쳐 오른 산죽숲을 따라 걷는 맛은 이제까지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 주었다.
낙엽진 활엽수 사이 사이 구색 갖춘 소나무들은 가히 일당백이라고나 할까 당당하고 멋스러움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느낌으로 서로 도란 거리는 사이 10:32 두리봉에 도착했다. 잠시의 휴식 후 다시 출발.
이젠 하산이라는 생각이 진했다. 그곳에서 두 시간은 걸릴 거라면서 출발했는데 부지런히 걸은 탓일까 예상보다 빠른 12:05경 삽당령에 도착했다.
이미 산사나이 이재무 대장과가 우영철 이병헌 대원이 도착해 있었으며 산사나이는 김치찌게를 끓여놓고 손짓을 했다. 한잔술이 곁들여 졌다. 아 이 맛이야|
그로부터 한 시간쯤 뒤 마지막으로 최영미 대원이 도착했다.
산행때마다 너무 늦어 부러움과 원성을 한 몸에 받았던 그녀 였기에 자신도 당당하고 뿌듯해 했다.
이렇게 오늘 백복령- 삽당령구간의 대간 산행은 끝이 났다.
백복령은 원래 百伏嶺이었으나 정선군민들이 百福嶺으로 불리기를 원하다는데 그 의미대로 오늘 함께한 동지들 아니 느림보의 모든 회원들이 백복을 받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