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아침이다.
이제 일어나야 하고 무엇인가,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엎어져 있고 눈은 떨어지지가 않는다.
나는 눈을 뜨고 몸을 움직여 보려고 애를 쓴다.
몸이 왜 이렇담. 투덜거리면서도 꼼짝도 할 수가 없다.
바람부는 소리 같은 것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좀더 귀를 기울이니 이 소리는 빗소리가 분명하다.
뚜두둑 뚜두둑. 이상하게 빗줄기가 내 등 위로 떨어지는 기분이다.
뚜우, 기적 소리 같은 것이 들리고 철컥철컥, 기차의 바퀴 소리도 들려온다.
어딘가, 나는 길 위에 엎어져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아랫배 쪽에 깔려 아까부터 나를 성가시게 하는 것은
돌멩이란 말인가?
기차의 바퀴가 내 머리를 밟았고 나는 번쩍 눈을 떴다.
- 신이현, 「숨어있기 좋은 방」中에서
작가의 말, 中에서 이런 부분이 있어요.
"모든 것이 귀찮았던 때가 있었다.
아무것도 소중하게 생각되어지지 않았고
그 무엇도 싫어서 견딜 수가 없었던 그런 때가 있었다.
나는 늘, 거리에 서 있었다.
어깨엔 가방을 메고 두 손은 주머니에 찔러넣고서 삐딱하게 서서.
이럴 때 아는 사람 누구라도 걸리면
그는 그날 끝장나는 날이 되고 만다.
세상에서 가장 한심스러운 인간의 한때였다.
이 이야기도 그런 것이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할 그런 이야기다.
아, 이런 교훈은 있을 수도 있겠지. 이 반대로만 살면 끄떡없어!
이 이야기를 모두 끝냈을 때 열흘 간 '집 밖'에 있을 기회가 있었다.
처음 며칠간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불안했다.
내 꼬리를 아직도 '집 안' 어디쯤에 걸쳐 놓고 있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러나 닷새째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옷은 더러워져 있었고 몸도 나른하게 지쳐 있었다.
할 일도 없었고 갈 곳도 없었다.
어디로 가도 좋았고 무엇을 해도 상관없었다.
나는 그런 나의 상태가 맘에 들었고 한숨을 쉬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 어떡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만 같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돌아가더라도 아주 늦게, 어쩔 수 없이 들어가 새벽같이 나와 버리는 사람들.
그러나 길 위에서 연민에 가득찬 눈길로 자신이 밀고 나온 대문을 바라보는 사람들.
언제나 숨을 만한 장소를 찾아 기웃거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더구나 그들이 아직 이십대를 넘기지 못한 가엾은 청춘이라면,
내 얼굴은 그들에 대한 연민 때문에 저절로 찌푸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