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면 소재지에서 보면 옥녀봉은 군자산과 비학산 너머에 있다.높이로 봐도 그리 관심을 끌만한 것이 없어보이고, 접근 방법으로 보면 더구나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을 것처럼 보인다. 칠성에서 갈론까지 5㎞나 되는 비포장 도로를 가야하고 청천의 사기막에서 오를 경우 4-5km는 비포장을 가야하는 오지의 산이며,그런 이유로 사람들이 뜸한 전인미답의 산으로 치부된다. 정말 산을 즐기는 사람들은 남들이 거부하는 그런 이유 때문에 오히려 즐거이 이 산을 찾는다.
산행은 칠성면 소재지에서 국내 최초의 우리 기술로 건설된 괴산 수력발전소가 있는 외사마을을 지나 댐 왼편으로 나 있는 비포장 길을 승용차로도 20분정도 가야 한다.
옥녀봉 산행은 최씨의 마당을 지나 하천을 건너면서 시작되는데, 하천을 건너면 묘가 있는 넓은 공터에서 왼쪽 능선길로 바로 올라야 한다. 많은 사람이 다니지 않았으므로 아직은 길이 편하지는 않지만 사람의 발길이 덜 닿았다는데 이 산의 자랑이 있다. 옥녀가 사람의 손길을 많이 탔다면 그건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아직은 얼굴조차 보기 힘든 시골처녀같은 순박한 산이 있다는 게 대견스러울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갈론의 어디에서도 다른 산에서 가려 직접 옥녀봉을 볼 수는 없다.
길은 10여분 만에 묘가 있는 무명봉을 지나면서부터 작은 바위, 소나무, 넓은 바위등으로 심심치 않게 쉴 터를 만들고, 되돌아 볼 때 마다 군자산과 비학산이 그 무게를 덜어간다. 노송군락과 커다란 전망 바위봉을 지나 40여분 후면 옥녀봉 정상이다.
정상에서도 오래된 소나무 참나무 등에 가려 조망이 좋지는 않지만, 나무와 나무사이로 훔쳐보는 군자산과 남군자산, 속리산 연릉들이 더욱 경이롭다. 하산은 올라가던 길을 서쪽으로 몇 발짝 되돌아서 급경사길로 20분정도 내려서면 사거리 안부로 왼쪽은 사기막 상촌으로 가는길, 똑바로 가면 아가봉(성재봉), 매바위를 거쳐 갈론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으며, 이 길은 2시간정도 더 걸린다.
오른쪽 배티골로의 하산은 50분정도 걸리며 계곡으로 들어서면 길도 제대로 찾지 못할 정도로 취하고 만다. 숲에 취하고, 이름 모를 꽃에 취하고, 물소리에 취하고, 새소리에도 취하고, 바람소리에 취하고, 내 발자국소리에도 취하여 걷다보면 올라올 때의 외딴 집이 눈에 들어온다.
옥녀봉은 빼어난 경관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또한 최대의 자랑거리일 수도 있다. 선에서의 부족한 것은 갈론마을의 계곡을 더듬어 올라가보면 충족시킬 수 있다. 마당바위, 병풍바위, 형제바위, 강선대 개구리바위,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기국암등 3km의 계곡엔 옥빛 물과 바위가 이루어낸 오염 안 된 풍광이 아직도 수줍은 듯 얼굴을 가리고 있다. 마치 옥녀가 자기 모습을 선 듯 보이지 않고 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