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학 공부

[송미소]

나의 수학 공부
 
10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루틴이 있다. 하루에 셋 이상의 수학 문제 풀기이다. 그날 공부한 문제를 찍어서 단톡방에 올려서 인증을 하는데 그 모임의 리더는 우연히 알게 된 블로그 이웃이다. 수학학원 원장인 그는 어른의 수학 공부 모임도 이끈다. 모임의 참여자는 각자가 하고 싶은 과정을 선택해서 초등 수학부터 고등 모의고사까지 제각기 다른 진도로 매일 꾸준히 수학 공부를 하고 있다.
 
내가 이 모임에 참여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일을 너무 오래 쉬어서 고등과정에 자신이 없어졌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수학 문제를 풀면서 느끼는 몰입감을 이어가고 싶어서이다. 이번 여름 방학 때 유명 학원 입학 테스트를 위한 과외를 의뢰받았다. 그 학원 입학 테스트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은 데다가 시험 범위인 수학(상)을 단기간에 정리해줄 역량도 되지 않아서 난처했다. 선발을 목적으로 하는 입학 테스트는 심화 문제가 다수 출제될 게 분명하고 고등 심화가 몇 시간 수업 듣는다고 해결이 될까 싶어 자신이 없었다. 그런 이유로 거절을 했지만 거듭 부탁하여 결국 수업을 맡게 되었다. 그날부터 나의 수학 공부는 다시 시작 되었다.
 
2시간 수업을 위해 2시간의 수업 준비가 필요했다. 하루에 꼬박 4시간을 수학과 보냈다. 그런데 그렇게 보낸 3주가 퍽 만족스러웠고 정서적으로도 편안했다. 수학이 만들어 놓은 세계속으로 들어가자 사각사각 연필 소리만 들렸다. 가끔 답지를 펼쳐보고 싶은 유혹이 찾아오지만 그 외에 어떤 잡생각도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 끙끙대다가 끄덕이다가 아하!라고 외친다. 문제에 주어진 조건도 얼마나 명쾌한가. 현실 세계는 훨씬 더 많은 변수가 있고 심지어 내가 파악도 하지 못한 변수들이 사건을 일으킨다. 상황을 이해하기도 힘들고 수습도 어렵다. 그런 현실과 달리 수학 문제 속 깔끔한 세상은 안 될 거 같아도 결국 풀리게 되어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내게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수학 공부는 어떠해야하는가? 우선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단순 연산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데 치중해서는 안 된다. 많은 문제를 풀라고하니 아이들은 대충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좋은 문제, 적절한 문제를 충분히 고민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물론 이게 말처럼 쉽진 않다. 나의 딸에게도 적용해보려 했지만 아이의 타고난 기질상의 문제인지 잘되지 않았다. 누구나 이렇게 찬찬히 생각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방식으로 유도는 해야 한다. 문제지 몇 장 풀기로 공부양을 정하기 보다는 30분 동안 수학 공부하기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어려운 문제라면 30분 동안 한 문제를 풀어도 인정해주는 것이다.
 
어른인 우리에게도 일상을 벗어나 무언가에 몰입하는 시간의 필요하다. 우리는 평소에 딴생각을 정말 많이 한다. 어제 일 또는 과거의 일을 떠올리다가 내일과 앞으로의 미래를 걱정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 힘들다. 길을 걸으면서도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끊임없이 생각한다. 걷기 명상 수업을 두달간 들었는데 선생님은 걸을 때 오로지 발바닥에만 의식을 집중하고 천천히 걸으라고 하셨다. 그렇게 걷다 보면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발바닥의 감각을 예민하게 인지하게 되는데 왼발 오른발이 균형을 옮겨가며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게 느껴졌다. 걷는 다는 건 당연한게 아니라 매우 복잡한 과정이었다. 그러자 걸을 수 있는 이 순간에 감사한 마음이 솟아났다. 어느 구석에 쳐박혀 있던, 지금 이 순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마음을 발견한 것이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잡생각에서 벗어나 몰입하는 시간은 매우 유익하다. 누군가에게는 달리기, 그림 그리기, 뜨개질이 그런 시간이 될 수 있다.
 
어떤 날은 문제를 풀 기분이 아닌 날도 있다. 그럴지라도 아니 그럴수록 책상에 앉아 문제를 들여다본다. 어느새 고요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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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당의 권리당원이지만 정치에는 관심없는 요즘. 제 인생에서 이렇게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적이 있었나 싶어요. 
그래서 저의 관심사를 썼습니다. 송아샘이 뭐라도 쓰라고하셔서... ㅎㅎㅎㅎ 그럼 목요일에 봬요. 

[최유미]

샘이 수학의 달인이신 줄은 몰랐어요~~! 와우!
정답이 있는 수학이, 변수 많은 인생보다 훨씬 풀기 쉽다는 말씀에 공감 백배..^^;;
수학공부를 시간으로 제안하는 것도 좋네요.^^ 꿀팁!
관심사로 그냥 쓰셔도 참 잘 쓰십니다 글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