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서 2018년부터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겠다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마치 대다수 학부모와 교사들이 너나없이 바라는 까닭에 한자교육을 추진하는 것처럼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난 5월 19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학부모의 73퍼센트가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앞서 지난 2월 초등국어교육학회는 교원의 65.9퍼센트가 반대한다고 했다. 숫자를 들먹이는 일은 제쳐놓고도 한자 병기를 했을 때 교과서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1학년 <국어 활동>에 나온 문장 하나를 들어본다. “친구(親舊)들과 함께 박물관(博物館)에 갔다. 신기(神奇)한 물건(物件)이 많았다.”처럼 써주었다고 치자. 아이 어른 할 것없이 ‘친구’ ‘박물관’ ‘신기’ ‘물건’ 뒤에 나온 한자말이 뜻을 정확히 아는데 보탬이 될까? 이미 우리 말로 뜻을 아는데 한자를 적어놓는다고 꼬박꼬박 읽는다고 생각하는 건 지나치게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다. 오히려 묶음표 속 모르는 한자는 읽는 흐름을 뚝뚝 자르는 걸림돌 노릇만 할 뿐이다.
이런 말을 하면 한자교육을 아주 하지 말자는 소리냐고 나무란다. 한자 지식은 낯선 한자말을 푸는데 도움이 준다. 일테면 ‘민주’가 ‘백성’에 ‘주인’이란 뜻이 더해진 말인 줄 안다면 ‘민주주의, 민주국가, 민주정치’ 같은 말은 더욱 쉽게 뜻을 짐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공부는 중학교 한문 교과 시간에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