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는 프랑스 동남부 이탈리아와의 경계에 있는 지방으로 지중해 기슭에 있는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이 프로방스를 본따서 만든 공간이 파주에 생긴 프로방스다. 프랑스 레스토랑을 시작으로 정원, 벽화, 유럽풍 베이커리, 카페, 이탈리안 레스토랑, 체험시설 등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된 테마형 마을이다.
조명이 많이 설치된 것을 보니 밤에는 빛축제 같은 분위기도 볼 수있을것 같다. 들어가는 입구 주차장에는 종일 주차요금이 2,000원이다. 쇼핑도 느긋하게 즐기고 분위기에 젖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입구 작은 정원이 아주 앙증맞다.
소규모 작은 결혼식을 할 정도의 로드 아취형 집도 귀엽다. 이삼십년 전에는 획기적인 공간이었음직 하다.
지금은 코로나 19의 영향도 있지만 주중이라 그런지 상권이 많이 가라앉은 모양새다. 우리 일행은 이곳저곳 아이쇼핑을 즐기다가 예쁜 냅킨도 사고, 마스크팩도 사고, 세라믹 접는 휴대용 컵도 구경하며 편리함에 놀란다. 여행용 크로스백이 필요해서 찾아보니 천으로 된것이 귀하다. 마침 적당한 물건을 발견하고 일행 모두 하나씩 사서 목에 걸었다. 이 크로스백이 필요한 것은 여권과 휴대폰과 작은 물병 하나 파라솔까지 들어가니 금상첨화다. 파라솔은 쏙 들어가지는 않지만 꼽을 수는 있으니 그게 어딘가. 늘 생각만 하다가 마침맞게 구입하게 되었다. 가볍고 세척할 수 있으니 천으로 된 것이 좋은 이유다. 외국여행시 그 지방의 바이러스나 기생충도 염려가 되니 다녀오면 무조건 세탁하는 것이 제 일의 조건이다.
우리는 각자 휴대폰과 양산을 넣은 백을 크로스로 메고 풍기 인견집에서 이것 저것 쇼핑을 하고, 사장님이 소개해 준 언덕배기 버섯모양의 두부집으로 향했다. 근처 다른 집은 중국산을 쓰는 집이 많은데 비해 그 집은 직접 두부를 국산콩으로 만든다는 전언이다. 홀이 아주 넓직하여 우선 기대가 커진다. 에피타이저로 나오는 도토리묵 냉채가 상큼하고 엄지척이다. 나는 비지찌개를 시켜 완전 단백질에 젖을 요량이다. 대나무 직사각형 그릇에 담아 낸 순두부는 건강해지는 맛이다. 손두부 각 한장씩 나온 것도 유년에 집에서 만든 엄마 맛이다. 포만감에 괴로울 즈음 도토리묵 냉채 더 드릴까 하는데, 모두 절레절레 머리를 흔든다. 아무리 맛난것도 포만감에 시달리면, 거부감이 온다. 애초에 더 달라고 부탁한 것이 인간의 욕심이 아니라, 생체 리듬 탓이었던 거다. 우리는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쾌적해진 탓에 슬슬 걸어서 헤이리 마을 게이트 원으로 들어갔다.
한 바퀴 돌아 나오다가 모자집이 많아 이집 저집 돌다가 아주 멋진 집에서 일행 언니가 아주 잘 어울리는 모자 하나를 구입했다.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옛날 나지리노인지 샤브린느였는지 어느 영화에서 본 배우같다. 그 언니는 크로스백도 진청색을 사더니 모자도 짙푸른 청색이다. 둘의 매치가 딱이다. 확실한 취향저격이다. 매우 보람있는 쇼핑이 되었다.우리는 기분은 좋지만, 더워서 빙수가게를 찾아 두리번 거리는데 가는 곳마다 클로즈만 보인다. 주중이라 오픈하지 않는것 같다. 이랜드 갤러리 옆 빙수가게를 발견하고 뛰어갔더니 오픈인데 문은 굳게 잠겨있다. 실망하여 두리번 거리다가 이랜드 갤러리에 그림 보러 가자고 하여 들어가니 아직 오픈하지 않았고, 지금 설치중이란다. 그래도 들어와 보시라고 안내하는 청년이 설치 기사라는데 아주 핸섬하고 친절하다. 커다란 홀에 그림 작가도 최종 점검을 하고 있어서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주제를 다뤘다고 한다.
나리컴퍼니에서 주관하는 전시회다. 우리가 빙수 가게를 찾는 것을 본 설치기사가 갤러리 사무실에 안내하며 시원한데서 쉬시다 가시라고 한다. 넓직한 사무실에 외국 화가들 그림이 잔뜩 전시된 공간이다. 차갑게 식힌 에비앙 네 병을 접대하며 그림도 감상하고 마음껏 쉬시라고 친절을 베푼다. 와우! 아직은 살만한 세상! 이렇게 친절한 청년이 있다니! 우리의 감사 인사에 "저의 어머니 생각이 나서요. 저의 어머니 같은 연배신데, 이렇게 갤러리에 관심을 주시니 너무 감사해서요." 하면서 경의를 표한다. 황후의 대접을 받으니 걸었던 피로가 싹 날아간다. 기분좋은 하루다. 에비앙을 보니 옛날 동남아 여행갔을 때 길잡이 안내를 잘 안듣고 떠들다가 호텔에서 에비앙 물을 가지고 나왔다가 16불을 내야했던 웃지못할 추억이 생각 나 그 얘기로 한참 웃었다. 그 16불 짜리 에비앙을 대접 받았으니 더 귀했지 싶다.
이랜드 갤러리에서 친절한 청년 덕분에 돌아오는 귀갓길 발걸음이 한결 흥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