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시장에서 유행하는 러버들은 테너지, MX-P, 그리고 오메가2 등의 러버가 우선 손에 꼽히지요.
각 러버들마다 특징을 가지고 있고, 좋은 장점들이 많이 있는 러버들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그동안 탁구닷컴을 통해 판매했던 주력 러버들을 살펴 보면서, 최근 10년의 러버 역사에 획을 긋는 4개 제품에 대해서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스피드 글루잉의 금지와 님부스>
스피드 글루잉이 금지된 것은 탁구계에 있어 아주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스피드 글루잉 금지로 스피드 글루잉에 의존했던 모든 러버들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었지요.
그리고 러버를 개발하는 모든 회사들은 스피드 글루잉 없이도 충분한 회전과 스피드를 내는 러버들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기술적 변화들을 시도해야 했습니다.
당시의 노력은 크게 보면 두 가지 방향으로 시도됩니다.
최초에는 스폰지의 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도되었지요.
ESN에서는 스폰지에 인위적인 탄성을 높이는 텐조 기술을 적용했는데 이 기술이 적용된 러버가 바로 님부스입니다.
님부스 이전에도 하이텐션이라고 불리우는 텐조 기술 러버들이 있긴 했습니다.
티바에서는 라피드 디텍스가 있었고, 버터플라이는 브라이스 계열 러버가 있었습니다.
이 두 종류의 러버들은 인위적인 텐션이 가해진 스폰지를 사용하면서도 스피드 글루잉을 부가할 수 있는 형태들의 러버였으므로, 본격적인 논 스피드 글루잉 시대를 대비한 러버들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스피드 글루잉이 금지되면서 보다 더 강화된 형태의 하이텐션 기술이 필요했고, ESN에서는 텐조 기술을 적용한 러버들을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님부스는 출시 초기부터 매우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당시로서는 김민석 선수가 해당 러버를 사용했고, 버터플라이의 테너지가 출시되기 전까지 시장의 표준 러버로 이 텐조 러버가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님부스가 지금도 매력적인 이유>
라피드 디텍스 러버는 본격적인 스피드 글루잉이 도입되기 이전 시기에 인기를 누렸던 러버입니다.
매우 표면이 부드럽고 공을 잡아 주는 힘도 좋아서 시장 내에서 큰 인기를 누렸죠.
그런데 라피드 디텍스로부터 님부스로 이전하면서는 당시로서는 잘 감지하지 못 했지만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났지요.
그것은 표층이 기존의 소재로부터 크게 벗어나 아주 새롭게 변화한 것입니다.
티바에서는 이 새롭게 사용된 표층을 시각적으로 기존 러버와 구분하기 위해 Clear Technology 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표층이 투명하기 때문이지요.
님부스의 표층은 기존의 러버 표층들과는 매우 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표층의 그립력이 아주 높아 보이는 찰진 성격은 아니지만, 공을 쉽게 안아 주고 강하게 되튕겨줍니다.
특히 좋은 점은 어떤 러버에서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주 범용성이 높지요.
러버 선택에 고민이 있는 어떤 사람도, 님부스를 붙이면 불편함 없이 최신 기술 러버로 옮겨 탈 수가 있었습니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모든 내용들을 아주 이상적인 지점에서 만족시켜 주고 있는 러버이지요.
님부스 러버의 매력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님부스 러버는 ESN이 스피드 글루잉이 금지된 시점에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러버로 생산해온 일련의 러버 중 가장 완성된 형태의 러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전, 스피드가 총합적으로 이상적인 지점에서 만나고 있지요.
그런데 이 님부스로부터 시작해서 회전과 스피드는 두 갈래로 나눠서 길을 떠나게 됩니다.
스피드로의 행보는 시누스로 길을 떠나고,
회전의 행보는 제니우스로 길을 떠납니다.
이렇게 길을 떠난 러버들은 다시 한번 원큐라는 접점에서 만나게 되고,
원큐는 어떻게 보면 그 이후의 행보를 잃고 그 이후에는 님부스 - 원큐까지의 길은 중단된 후 MX-P로의 길이 본격적으로 개척되지요.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님부스는 이후 러버 개발에 있어 표준이 되는 지점에 위치하고, 그 성능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향으로 스피드 강화형의 시누스가 등장하지만 시누스에서 한발 더 나아간 러버는 이후 생산되지 않고 발포형 스폰지를 사용한 제니우스가 발매됩니다.
제니우스의 발매는 ESN에서 텐조 기술을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SN은 라피드 디텍스, 님부스, 시누스로 이어져 온 하이텐션 기술, 즉 텐조 기술을 포기하고 스폰지에 화학물질을 첨가하여 화학적인 성능 향상을 추구하게 되는데, 이것을 처음 도입한 것은 버터플라이의 테너지 러버이지요.
당시 테너지 러버는 ESN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스팅 기술을 후처리가 아닌 공장 내 제조 공정에 삽입한 러버로, 테너지 러버에 있는 수많은 기포들은 화학적 변화를 쉽게 수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ESN에서 보다 나은 형태의 스폰지 개발에 주력할 때, 버터플라이사는 물리적 성질을 더 개선하는데 한계를 느끼고 편법적인 스폰지 내 오일링 첨가 기술을 개발한 것이며, 이 과정에서 장시간 공기 중에 놓아 두어도 마르지 않는 특수한 부스터 개발에 성공하고, 이것을 기포가 많은 스폰지 내에 주입하여 테너지 러버를 개발하게 됩니다.
ESN의 하이텐션 스폰지는 인위적으로 러버 스폰지에 텐션을 준 러버이기 때문에 부스팅을 첨가하게 되면 텐션 자체가 무너지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을 제대로 튕겨 내지 못 하고 러버 자체가 균형을 잃게 되지요. 그러나 발포제를 함유하여 기포를 만들어 낸 테너지 러버는 빈 공간 속으로 균일하게 부스팅이 스며들게 되고, 그로 인해 테너지는 물리적 성능 + 화학 처리 라는 복합적 성능 향상을 이루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런 화학적 성분은 사용 빈도에 따라 급격하게 수명이 떨어지는 문제를 일으켜, 선수들 사이에서 1주일 러버라는 오명을 얻게 되지요.
하지만 테너지의 이런 화학적 성분에 매료된 선수들은 그 특성에 지속적으로 의존하게 되며, 한국 시장은 일본 브랜드인 버터플라이의 텃밭 기능을 이어가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정리하는 문장을 하나 적어야 겠네요.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러버의 최근 10년사를 살펴 보겠다는 것보다는 과거의 러버 중에서 우리가 현 시점에서도 유의미하게 검토해 봐야 하는 러버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즉 ESN의 하이텐션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갔다면 어떤 형태의 러버들이 지금 시장에 소개되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기저에 깔려 있지요.
이런 면에서 보면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주목해서 봐야 할 러버는 님부스 러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님부스 러버는 라피드 디텍스의 하이텐션 기술이 스피드 글루잉도 가미될 수 있는 형태의 스폰지를 채용한 것에 비해, 스피드 글루잉이 전혀 불가능한 스폰지를 채용하였으며, (텐션이 극도화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누스와 달리 회전력과 스피드에 있어 균형점에 있습니다.
특히 유연하고 부드러운 플레이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탁구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릴 수 있는 러버이며, 상위 실력의 사용자들에게도 현재의 발포형 스폰지를 채용한 러버들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발군의 안정감과 파워를 제공하는 러버입니다.
이 글을 보신 분들은, 한번쯤 더 님부스 러버에 관심을 가져 보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후의 글에서는 제니우스 이후 티바 러버들이 어떤 길을 걸었는지를 보다 더 자세하게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댓글 학교다닐때는 그렇게 공부가 재미가 없더니
탁구에 대한 이야기라 그런지
공부라고 생각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정말 빠져드네요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예~^^ 감사합니다 😊
님부스 러버 좋죠~ 부드럽고 잘 나가고.. 어쩌면 제 스타일에는 님부스 등의 기존 러버군이 맞겠다는 생각은 늘 합니다. 다만 수명이 꽤나 짧았던 기억이 있네요.
님부스 VIP가 좀 짧았죠.. ^^
폴리공에서 쳐보시면 또 다른 감흥이 있으실 거에요 ~^^
잘보고있습니다~
근데 테너지05에도 부스팅을 또 하는거보면 지금 공장부스팅으로는 부족하다는걸까요??
사후 튜닝은 ITTF의 엄격한 금지 사항이므로 카페 내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님부스 시리즈 전부 사용해봤는데 어느 라켓을 사용하던 무난한 러버였던걸로 기억됩니다..주로 백핸드쪽에 사용했지만..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았었습니다.
예, 지금 시점에서 사라진 텐조 러버의 역사를 되살려 줄 러버이지요~^^
님부스는 명품이죠.
님부스가 있었기에 지금의 텐션러버가 있을수 있던것이고, 지금은 좀 다른 방향으로 러버들이 진행되지만 언젠간 새로운 발전을 위해선 다시 거론되어야할 러버라고 생각됩니다^^
그렇죠. 대가 끊긴 것이 참 아쉽습니다..
새로 출시된 님부스 모델은 어떤가요?
이 질문에는 다른 분들의 답변이 필요하겠네요... 제가 님부스 델타 버전은 시타해 보지 않았습니다. ㅜㅜ
지금까지 동네 탁구장 주인이 추천하는 러버 이것저것 붙여서 사용했는데 러버에 대한 정보를 바르게 알수있어 큰 공부가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