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세출의 작곡가 박춘석(朴椿石)의
노래따라
운죽(雲竹)
박형규(朴炯圭)
고대 그리스의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의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명언처럼 내일이면 벌써 한국가요사상 최다 2,700 여곡(그 중 한국 저작권협회 등록곡만 최다 1,152곡)의 명곡들을 남기고 80세에 타계한
고(故) 박춘석(1930. 5. 8~2010. 3. 14) 선생의 3주기(週忌)를 맞게 된다. 그는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40여년을
작곡 외길을 걸으면서 이미자, 패티김, 남진, 나훈아, 문주란 등의 최정상급 가수를 포함한 350여 명의 가수들을 양성하여 이른바 ‘박춘석
사단’이라는 칭호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 수많은 노래들을 짧은 지면에 다 소개 및 논의할 수는 없고 그의 유명한 노래들을 크게 세
항목으로 분류하여 지나온 우리들의 삶의 순간 순간들과 연결하여 반추해 보고자 한다.
1. 해로(海路)와 관련된
노래
바다, 배, 새떼, 바람, 구름, 섬, 그리움, 눈물, 사랑 등을 담은 대표적인 노래로는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이경재 작사, 박춘석 작곡)’과 ‘삼백리 한려수도(閑麗水道; 정두수-정공채 시인의 친동생-작사, 박춘석 작곡)’와 남진의 ‘가슴
아프게(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등이 있다.
그 중 ‘삼백리 한려수도’는 경남 통영 한산도 부근에서 사천시(삼천포)와 남해군을
거쳐 전남 여수에 이르는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을 노래하고 있다. 나는 손윗 동서가 삼천포에 거주하기 때문에 2008년 3월, 6년간의 한국생활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에 아내와 함께 장모님의 팔순잔치를 동서네 집에서 해 드리면서 아름다운 남해, 삼천포 대교와 어물시장 등을 돌아보면서 코미디언
한무의 원맨쇼를 흥겹게 구경하기도 했다.
삼백리 한려수도
노을진 한산섬에 갈매기 날으니
삼 백리 한려수도 그림 같구나
굽이굽이 바닷길에 배가 오는데
임 마중
섬색시의 풋가슴 속은
빨갛게 빨갛게 동백꽃처럼 타오르네
바닷가에 타오른다네
달 밝은 한산섬에 기러기 날으니
삼 백리 한려수도 거울 같구나
굽이굽이 바닷길에 밤은 깊은데
섬색시
풋가슴의 피는 사랑은
빨갛게 빨갛게 동백꽃처럼 피어나네
바위틈에 피어난다네
2. 육로(陸路)와 관련된 노래
서울에서 기차나 버스를 타고 광주나 부산으로 향하면서 바라보는 지평선, 강물굽이, 가로수, 푸른 산, 마을
풍경, 고개, 한가로이 노니는 가축들, 여러가지 행사, 이별, 슬픔, 환희 등을 담은 대표적인 노래로는 손인호의 ‘비내리는 호남선(湖南線;
손로원 작사, 박춘석 작곡)’과 강정화의 ‘안개낀 고속도로(高速道路; 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가 있다.
그 중 ‘비 내리는
호남선’하면 1979년 4-5월 경, 광주 상무대 보병학교 시절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모처럼 1박 2일로 서울로 외출을 나와 안양 소재
야산에 가서 친구들의 야유회에 참석하고 오후 1-2시 서울역 출발 호남선 열차 시간에 맞추려고 백방으로 노력을 했으나 워낙 차가 밀려 가까스로
열차출발 시간에 맞추어 역에 도착하여 개찰구를 통과하여 승강장까지 질주했으나 열차는 이미 나보다 30 미터 앞에서 후미를 보이며 남행을 시작하고
있었다. 실로 눈앞이 캄캄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막막함과 무력감이 밀려왔다. 그런데 그때 나와 동일하게 호남선 열차를 놓친 서울대 원예과
출신의 동기가 그곳에 나타나서 둘이 주도면밀하게 중지를 모아 다음 열차를 차고 정읍에서 하차한 후 거금을 들여 택시를 잡아타고 무사히 귀대시간
전에 상무대에 도착하여 지각한 학생장교에게 가해지는 엄청난 모욕과 수모와 징벌을 무사히 모면했던 기억이 지금도 마치 어제 일인 양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때의 그 동기는 지금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며 가족과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고 있을런지 그저 그립고 만나보고 싶기만 하다.
비내리는호남선
목이 메인 이별가~를
불~러야 옳~으~냐
돌아서서 피~눈물을
흘~려야
옳~으~냐
사랑이란 이런~가요
비 내리는 호남선~에
헤어~지~던
그 인사가
야~속도 하더란다
다시 못 올 그 날짜~를
믿~어야 옳~으~냐
속을줄을 알면서~도
속~아야 옳~으~냐
죄도 많은
청춘~이냐
비 내리는 호남선~에
떠나~가~던
열차마다
원~수와 같더란다
3. 항공로(航空路)와 관련된 노래
지상에서 활주로를 거침없이 달리다가 땅을 박차고 하늘을 향해 날아 오르는 여객기에 몸을 싣고 고국을 떠나
해외로 유학이나 이민을 떠나갈 때 점으로 사라지는 서울거리, 한강다리, 남산 풍경, 수많은 강과 산과 마을, 구름떼, 태평양, 눈물 짓던
가족들, 안부인사, 가슴에서 목줄기까지 치밀어 오르던 뜨거움, 이별, 추억 등을 담은 대표적인 노래로는 문주란의 ‘공항(空港)의 이별(離別;
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이 있다.
나는 1989년 3월 4일 당시 김포국제 공항 대합실에서 이제는 고인이 되신
모친과 만삭의 아내, 3사단 백골부대에서 긴급외박을 나온 막내 동생, 6년간 함께 근무하던 중학교 동료교사, 교감, 교장선생님과 최종 작별인사를
하고 탄생 후 처음으로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3개월 체류가능한 영어연수생 비자로 캐나다로 향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보병학교 동복유격장에서
힘들고 험한 유격코스를 통과할 때마다 실행하던 어금니를 앙당 물고 무슨 일이든 반드시 해 내겠다고 굳게 결의와 각오를 다지던 일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작했던 해외생활도 올해로써 어언 24년 강산이 두 번 반이나 흘러간 긴 시간이 되었다. 그때 만삭인 아내의 복중(腹中)에 있던
외아들도 올해 24살이 되어 미국 북(北) 캐롤라이나 주 소재 의학전문대학원 2학년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24년 전 김포공항에서 내가 캐나다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고 슬픔과 허전함과 향수를 이겨내지 못 했더라면 결코 성취할 수 없었을 나의 가족사의 일부분이다.
공항의이별
하고싶은 말들이 쌓였는데도
한마디 말못하고 헤어지는 당신이
이제와서 붙잡아도 소용없는 일인데
구름
저멀리 사라져간
당신을 못잊어 애태우며
허전한 발길 돌리면서
그리움 달랠길 없어 나는 걸었네
수많은 사연들이
메아리쳐도
지금은 말못하고 떠나가는 당신이
이제와서 뉘우쳐도 허무한 일인데
하늘 저멀리 떠나버린
당신을 못잊어
애태우며
쓸쓸한 발길 돌리면서
그리움 참을길 없어 나는 걸었네
첫댓글 ~~운죽 반가우이...추억이 담긴 좋은글 고맙고...이렇게 나마 자주 봄세...*^^*
벌써 캐나다 생활 31년이 되었다니 대단하구나
이젠 한국이 낯설겠고 문화 돈 가치 물가 교통 다 다시 배워야 할 정도 겠네
그래도 한국엔 오기 싫겠지?
캐나다 언제 한번 가보나
이놈의 코로나가 모든것을 묶어 놓고 있다
전세계를 너무 답답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