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수도에서 봄이 맨발로 오는 곳, 수우도
이원근
♤ 일정: 2025년 3월 20일(토), 맑음
♤ 코스: 선착장~동백꽃~고래바위~신선봉~해골바위~금강봉~은박산~몽돌해변~선착장
♤ 거리: 6.41km, ♤ 시간: 4시간 45분
되놈 귀신이 창궐하기 전까지만 해도 매월 한 번은 만나 명산대천 -가끔은 해외 명산까지 - 을 찾아 즐기던 ‘산이좋아’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났다. 익숙한 정다운 얼굴들도 보였지만, 낯선 얼굴들이 많다. 회원들 물갈이가 많았던 모양이다.
구삼천포항에서 배를 탔다. 이곳은 매표소가 따로 없고, 타면서 바로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약 30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하루 2대밖에 없다고 했다.
사량도는 섬의 구석구석을 다 돌아다녀 봤지만, 수우도는 처음이다. 수우도는 비바람에 의해 바위들이 자연스럽게 조형미를 띠고 있으며, 균열과 요철이 자연의 미학을 느끼게 한다. 이곳의 기암괴석들은 남해안에서 가장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수우도는 그 특이한 외양 덕분에, 마치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 같은 모습이다. 특이한 외양의 바위가 유난히 많은 통영시의 제일 서쪽에 있는 섬이다. 수우도는 소의 형상을 닮았고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섬이라고도 불린다.
섬에 도착 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울창한 동백나무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막 피기 시작한 동백꽃들이 봄의 시작을 알린다. 동백꽃이 만개하려면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고래바위로 가는 등산로는 동백나무들이 터널을 이루어, 그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치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을 받았다. 곳곳에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었다. 고래바위에서는 두미도, 매바위, 사량도, 신선대 등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진다.
고래바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해골바위를 만날 수 있지만, 이곳은 매우 힘든 길이라 고래바위까지만 가서는 되돌아선다.
다시 되돌아 와 신선봉을 거쳐 금강봉에서는 제2의 해골바위는 봐야 한다면서 돌너덜길과 암능을 따라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해변까지 내려선다. 벌집 모양으로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해골바위는 그 자체로 놀라운 자연의 작품이었다. 마이산이나 금남정맥 3구간 장군봉에서나 해파랑길 곳곳에서 보았던 거나 구미 베틀산에서 본 것과는 차원이 다른, 바다와 바위가 어우러진 경관을 보여줬다. 자연의 힘을 고스란히 느낄 수는 있었으나 너무나 힘들었다. 팔순 노인네들에게는.
특히나 이런 험준한 지역의 산행을 많이 겪어보지 못한 친구의 상태를 살피면서 진행하다 보니 정작 나는 힘 드는 줄도 모르게 되었으니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힘든 기색 없이 이 험한 길을 이겨낸 친구가 대견스럽다. 내려가면 막걸리 한잔 사 줘야겠다.
다시 급경사 암능길을 고도 200m 가까이 높여 금강봉에 올라선다. 여기서부터 은박산까지는 길이 완만해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돌이 많아 발걸음이 까다롭다. 다리 근육이 풀려 작은 돌부리에라도 걸리면 황천길이다. 은박산은 해발 196m로, 이 섬의 최고봉이다. 정상에 서면,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고, 주변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냥 퍼질러 앉아 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하산길은 아주 가팔랐고, 동백나무 군락지에서 더 내려가니 멋진 몽돌해변이 펼쳐진다. 둥근 자갈들이 모여 있는 이 해변은 매우 독특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준비해 간 라면 탕을 안주 삼아 맥주 한 캔의 맛은 세상의 어떤 맛과도 견줄 바가 아니었다.
수우도는 한려수도에서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곳이다. 오늘, 우리는 제대로 봄을 맞이하며 수우도를 돌아봤다. 3월 하순의 한려수도는, 바위섬 수우도의 봄 풍경과 어우러져, 자연이 주는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곳에서의 순간순간이 너무나 특별한 하루였다.
첫댓글 ㅡ 김수봉
새봄맞이 수우도 트래킹 축하드립니다 이대장 ! 참으로 부럽네요 그 체력 든든한 마음 !
ㅡ 최숙희
한번 꼭 가보고 싶게 잘 쓰셨습니다.
ㅡ 김종철
청춘이십니다.
예전에 수우도에서 야영할 기회가 있었는데 참석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이제라도 기회를 만들어 가뵈야겠습니다.
ㅡ 전경환
정말 대단한 노인 친구. 철의 노인. 이 나이에 등산을 즐기면서 몸을 단련 하는 노인은 과연 몇이나 될까? 아무튼 몸 조심하면서 건강 잘 챙기세요.
ㅡ 김종배
어제 함께한 수우도 섬산행이 즐거웠습니다
비록 이선생님한테는 일행이 있어서 붙어 다니며 이런저런 고언을
듣지는 못 했지만 하루 종일 걸어며 간간히 만날수 있어서 기분 좋은 하루 었습니다.
고맙습니다.
ㅡ 박낙원
오~~ㅏ !!!!
봄이 맨발로 올 때 참꽃도 따라왔네.
《이번길엔 지팡이도 없이 왔구만》부럽수다.
ㅡ 최천기
갈려다 말았는데,,,
갔으면 뵐수 있었을 텐데요,
늘 건강하십시요.
ㅡ 권수문
통영은 여러번 다녀왔지만 수우도는 아직 못 가봤는데 산행기를 읽으니 충동구매를 하고싶습니다.우리는그저 콘도하나 빌려서 회 한접시 떠다가 밤늦게까지 술 묵고 놀면서 하루해를 보냈는데 한려수도에는 참으로 둘러볼 곳이 많은곳이지요. 잦은 원정길에 항상 안전한 나드리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수우도 여행 잘 하고 갑니다.
작야에 발생한 ㅅ경남 산청군 시천면 덕천강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이 엄청난 삼림을 불태우며 아직까지 완전히 진화하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항상 산불예방에 노력하여 절대로 이러한 재난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예 우리 왕초성님은 젊은이들 못지 않은 체력으로 인생의 후반을 멋지게 즐기고 있으니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겠지요 . 우리 후학들은 항상 선배님들의 뒤를 따라가며 안전하게 산행을 마칠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항상 파이팅 입니다.
ㅡ 송준각
기암괴석에 섬 풍광까지 잘 보았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