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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서울 불광사의 가정법회는 모범적이다. 사진은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 유명순씨 댁에서 열린 ‘불광사 3-6법등 가정법회’ 모습. 신재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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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패륜 범죄들이 발생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도량이었던 가정마저 흔들리고 있다. 보험금을 받아내려고 남편을 청부살해한 아내, 아버지 청부살인을 모의한 어머니와 아들, 이혼하자는 아내와 자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아버지….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가정을 보면서 이러한 현상을 사회는 물론 국가의 위기로 인식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위기의 가정을 지키고 불교 신행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줄 가정법회를 소개 한다.
불감.약식법단 마련…30여 회원 신행담 공유
사찰법회 가기 어려운 이웃들에 좋은 기회로
# 삼귀의.찬불가 순으로 진행
지난 11일 오전10시 서울 송파구 삼전동의 한 가정집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늘은 불광사 ‘3-6법등’ 가정법회 날. 골목골목에서 나타나는 같은 사찰 신도들과 즐거운 합장 인사를 하면서 금새 정겨운 이야기가 웃음꽃으로 피었다. 발걸음이 가볍다.
“자명주 보살님. 오늘 얼굴 너무 좋으시네요. 집안에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뭘요. 묘심주 보살님이야말로 뭔가 신나는 일이 있나본데요. 호호.” 손에 든 낡은 검정색 표지의 법요집과 윤기 나는 염주의 색깔이 그들의 삶을 짐작하고도 남게 한다.
가정법회를 위해 이동식 불상인 ‘불감(佛龕)’이 놓여지고 약식으로 법단이 마련됐다. 음료수와 과일 떡을 준비하는 사이 어느덧 30여명의 회원들이 집을 가득 메웠다.
이날의 가정법회는 삼귀의, 마하반야바라밀 찬불가를 시작으로 천수경, 금강반야바라밀경 독경(한글번역, 14분), 마하반야바라밀 정근(염송), 반야보살 행원기도 독경(다함께), 발원문(축원문), 반야심경, 사홍서원 순으로 진행됐다.
가정법회를 연 유명순(43, 법명 명원행)불자는 “오늘로 두 번째 가정법회를 열었는데 집에서 여는 법회는 나와 뜻을 같이하는 도반들이 바로 곁에 있다는 안도감과 편안함을 주어 신행생활의 색다른 맛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회에 참석한 전영희(51, 법명 묘심주)불자도 “서로 털어놓기 힘든 일생생활 속 신행경험담을 공유하거나 속 깊은 가족이야기까지 나누면서 한 차원 높은 신행생활을 할 수 있고 신심도 더 나아지는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배용옥(46, 법명 자명주)불자는 “가족이 함께할 때는 그간 못 나눴던 가족간 대화가 자연스레 진행되고 심지어 내가 보지 못하는 자녀의 어려움을 다른 신도들이 찾아내 해결해주기도 해 가족우애를 돈독하게 하는 긍정적 측면이 많다”고 평가했다.
불광사의 가정법회는 평일에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휴일에는 사찰이나 가정에서 가족전원이 함께하는 법회로 열린다. 참여자들의 한결같은 말처럼 불광사의 가정법회는 포교활성화 외에도 가족간 우애와 교육적 효과까지 주고 있었다.
# 스님 참석할 땐 설법시간도
불광사 가정법회의 경우처럼 가정법회의 효과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특히 불심을 돈독히 하는 것 외에도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바른 인성교육과 가치관 교육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불교를 매개로 가족간의 끈끈한 사랑과 결속력이 키워지는 셈이다. 또 바쁜 일상과 지역적 먼 거리로 인해 사찰법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법회 참여기회를 넓혀준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법회는 사회가 갈수록 개인주의화되고 무관심주의로 나아가면서 전국의 대부분 사찰에서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현재 가정법회를 여는 곳은 불광사 외에도 도심포교당과 수도권 지역 몇 개 사찰 정도로 제한적이다. 서울 조계사가 문수법회인 가정법회를 열고 있으며, 경기 남양주 봉선사가 관할 8개 지역에서 매월 가정법회를 여는 지역법회를 열고 있다. 서울 동명사도 강동구 지역을 27개 법등으로 나누어 매월 1차례씩 정기 가정법회를 열고 있다.
가정법회의 절차는 최근 조계종 포교연구실이 한글통일법요집 작업을 진행 중에 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법회 절차는 조계종이 편찬한 〈통일법요집〉에 따른다. 일상 법회와 마찬가지로 삼귀의를 시작으로 천수경 독송, 석가모니불 정근, 발원문, 반야심경, 청법가, 입정으로 진행되며 스님 참석 시 설법의 시간을 갖는다. 이어 경전공부나 개인의 신행경험담을 주제로 대중공사 시간을 가지며 공지사항과 사홍서원으로 마무리 된다.
사찰별로 가정법회 의식은 다소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간소화되는 경향이다. 최근에는 사찰법회와의 차별성을 고려해 자신의 허물을 반성하고 참회하는 포살(布薩)이나 자자(自恣) 형식의 법회가 열리기도 한다.
조계종 포교연구실 사무국장 영석스님은 “사찰에서 법회를 보기 어려운 이웃들이나 가족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이들에게 가정법회는 긍정적 측면이 강하다”면서 “현재의 법회의식이 한문으로 돼있어 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한글통일법요집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배재수 기자 dongin21@ibulgyo.com
[불교신문 2112호/ 3월15일자]
가정법회 식순
삼귀의
천수경 독송
정근(석가모니불 정근 108편)
발원문
반야심경
청법가
입정
설법(스님 참석시)
경전공부(혹은 모임주제 토론)
공지사항
사홍서원
출처: 조계종 편찬 〈통일법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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