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함께 차차차] 김사경
#1. 어떤 골목 / 식당 (밤)
낭랑하게 울리는 여자의 노래소리..
노래 소리를 따라가는 구두들의 거친 발걸음..
구두들 멈추면, 허름한 식당이 보인다.
몇 명의 허름한 노숙자들 식당 유리창에 코를 박고 구경하고 있다.
구두들, 점점 식당을 향해 다가가고..
유리창안을 들여다보면, 영애, 한손에는 행주를 들고 탁자를 닦으며 한 손에는 파리채를 들고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가수의 노래를 가수 뺨치게 따라 부르고 있다.
영애, 격정적으로 노래를 끝내는 순간 휙돌며 파리채를 벽에 탁 치며 파리를 잡고 돌아서는데,
위압적인 검은 썬글라스의 도끼가 영애를 바라보고 있다.
알 수 없는 도끼의 눈빛..그래서 더 무서운.
다가드는 도끼에게 ‘야!!-’ 파리채를 휘두르며 저항해보지만,
우왁스런 도끼의 손에 한번에 잡히고마는 영애.
#2. 지하실(밤)
의자에 묶여있는 영애.
그늘에 가려 있는 두목, 그 옆에 서있는 도끼와 꼬붕1,2,3,4..
꼬붕1 : 그냥 섬에 넘겨버리죠?
영애 : 왜들 이러세요.. 저 몸도 삐쩍 마르고 넘겨봐야 얼마 못 받아요.
꼬붕1 : 섬은 몸 안 따져.
영애 : 살려주세요! 제가 벌어서 꼭! 꼭! 갚을게요..
꼬붕1 : 갚을 생각 있는 년이 도망을 갔어요?
영애 : 그, 그건..
꼬붕1 : 그러니까 미국에 있는 언니한테 연락해. 왜 죽은 엄마 병원비를 너 혼자 다 뒤집어 쓰냐고요..?
영애 : 걔는 나보다 더 지지리 궁상이예요. 정말이예요..
꼬붕1 : (두목 보며) 저 미국 출장 다녀올까요?
영애 : 집 전세 빼서 줬잖아.
꼬붕1 : (장부 쭈루루 펼치며) 이거봐 이거. 이자는 그럼?!
영애 : 그, 그건.. (하다 거품 문다) 몰라! 몰라! 배째! 나쁜 새끼들.. 이자가 원금보다 많은 게 말이 돼?
고발할거야! 고발해서 다 빵에 쳐넣을 거야!
꼬붕1 : ..(장부로 뒷머리 툭툭 치며)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요..
두목 : (e)(음침하고 낮은) 잠깐.
다들, 보면.
두목 : 배 째라고 했나?
영애 : ..에?.. (두려운 눈으로 어둠 속에 가려져있는 두목을 본다)
#3. 달리는 차안 (낮)
꼬붕2, 운전하고 있고 두목, 뒷자리에서 전화를 하고 있다.
두목 : 맞는 게 있어? 간? ...(잠시)..금액은.. (잠시)..육천까지 올려봐.. (전화끊고 만족한 듯 지긋이 눈을 감는다)
잠시 후 다시 전화벨 울린다.
두목, 핸드폰 들어보면, 액정화면에 ‘도끼’ 뜬다.
두목 : (받는) 나다...문제가 생겨? 무슨 문제..? ..뭐? 지방간?.. (양미간을 찌푸리며 전화를 끊으면)
꼬붕1 : (알아서 얼른 시디플레이어 작동시키면)
조용필의 ‘상처’가 흐른다..
눈을 감고 빠져드는..두목. 애절한 목소리가 가슴을 파고드는 듯...
문득, 영감이 떠올랐는지..핸드폰을 누른다.
#4. 병원 복도 (낮)
영애, 꼬붕1, 3에게 양팔을 잡힌채 쉬지 않고 말을 쏟아낸다.
앞서가던 썬글라스의 무표정한 도끼, 핸드폰 울리면 받는다. ‘네..네..’
영애 : (도끼 따라붙으며 들으라고 빈정댄다) ..간에 지방이 끼기도 하는 구나.. 난 첨 알았어.. 그것도 많이도 아니고
이식 못할 정도로만 살짝 기름이 낀 거 라며? 절대 몸은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 다니까...이제 어쩌냐? ..(하는데)
전화 끊은 도끼, 꼬붕1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한다.
꼬붕1, 잔인한 미소..
영애 : (다시 덜컥) 뭐, 뭔데..? 뭐야!?
영애 : (e)(악쓰는) 어디 가는지 말해!!
#5. 도로 / 차안 (낮)
어디론가 달려가는 도끼 차.
뒷자리 꼬붕1, 2에게 양쪽팔을 끼어 발광하는 영애가 보인다.
영애 : 너넨 나같은 딸도 없어? 나같은 동생도 없냐? 벼락 맞아죽을 놈들! 똥물에 튀겨 죽일 놈들! 멸치젖에 쫄여먹을 놈들아!!
도끼 : (얼얼한지 한 손으로 귀 막으며) 입 좀 막아.
꼬붕1 : 네 형님! (하고 손으로 영애 입을 틀어막다)..악! ...(비명을 지른다)
꼬붕1의 손을 물고 놓지 않는 영애.
길게 이어지는 꼬붕1의 비명소리..
#6. 산길 / 차안 (낮)
인적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산길을 덜컹거리며 달리는 도끼의 지프.
꼬붕1, 2, 골아떨어지고 입에 청테이프로 막은 영애,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은 두려운 눈빛...
#7. 독수리요양원 앞 / 차안 (낮)
칠이 벗겨진 독수리요양원 문패 카메라 천천히 턴하면
산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뭔가 음침하고 퇴락해 보이는 요양원 건물이 가득 들어온다.
바람이 휙하고 마당을 쓸고가면, 먼지, 종이장 같은 쓰레기 먼지가 허공으로 날아오르는데
도끼 차, 천천히 다가와 멈추면 영애, 우우우! 핏대 올리며 뭐라고 소리 지르면.
꼬붕1 : (손 풀어주고 청테이프 확 뜯어내면)
영애 : (아파서) 아야!..
꼬붕1 : 그러니까 얌전히 있었으면 좋게 왔잖아. (문 열고 내리며) 내려.
영애 : (밖을 내다보며 마구 짱구 굴린다) 섬이 아니고 요양원..? (반짝) 요, 요양 원? ...이런 데서 돌팔이한테 날 수술시킬려고..?!
(버티며) 싫어!
꼬붕1 : 미쳤냐? 그게 얼마자린데 돌팔이한테 맡겨?
영애 : ..그, 그럼..?
꼬붕1 : 살고 싶으면 지방간 고쳐놔. 3개월 내로..
영애 : (이제야 알겠다..기가막히고 막막한 눈길로 돌아보는데)
꼬붕1 : (e) 도끼 형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얌전히 지내. 도끼 형님 한번 열 받으면..
영애 : 저 인간도 여기 있을거란 말야? 왜?!
꼬붕1 : (픽) 그럼 너 혼자만 여기 놔두고 뜰 줄 알았냐? 꿈도 야무져요.
현관 쪽으로 가는 도끼를 마중하러 나오는 엄간호가 보인다..
8. 은행 / 지점장실 (낮)
탁자를 가운데로 하고 지점장과 앉아있는 동준,
애써 담담하려 해보지만 절박한 눈으로 지점장 바라보는 동준..
점장 : 전화로 말씀 드렸지만 더 이상 대출은 곤란합니다.
동준 : 투자라 생각하시고.. 한번만 도와주시면..
점장 : (손을 비비며 일어선다) 이거야 원.. (자리로 가 앉으며) 저야 선친을 생각해서라도 해드리고 싶죠.
하지만 환자도 없는 요양원에 뭘 보고 투자를 하 겠습니까? 그렇게 투자를 원하시면 무형의 가치라도 창출하시든가..
뭐 비빌 데가 있어야..
동준 : 무형의 가치..요?
점장 : ..하도 답답하니까..이를테면 왜 음식점도 티비에 ‘맛집’하고 한번 나오면 박이 터지지 않습니까..
동준 : ..
#9. 은행 앞 거리 (낮)
은행을 나와 걸어가다 보면 식당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보면, 나란히 순대국집이 붙어있는데 한쪽은 파리만 날리고,
줄이 서 있는 식당엔 ‘kbs 맛자랑 멋자랑 방영’ 광고판이 붙어있다.
물끄러미 간판과 줄 선 사람들을 바라보는 동준.
#10. 요양원, 복도 / 휴게실 (낮)
어딘선가 피아노에 맞춰 부르는 조잡한 노래소리..
엄간호(유니폼에 달건 다 달았다. 귀걸이, 목걸이, 팔찌, 발찌..), 영애를 안내한다..
조금 떨어져 따라오는 도끼. 그런 도끼를 엄청 의식하는 엄간호.
영애, 착찹하고 막막하고....
엄간호 : 원장님도 금방 오실 거예요. 잠깐 시내에 일보러 가셨거든요. (방 하나 가리키며) 여기는 체력단련실이구요.
영애 : (시큰둥)
엄간호 : (영애 귀에다 속삭인다) ..저.. (눈으로 도끼 가리키며) 무슨 사이신지..
영애 : (아무렇지 않게) 보디가드예요.
엄간호 : (놀라 소리가 커진다) 보디가드요?! ..(다시 도끼 의식하며 작게) 진짜요..?
영애 : (싹 무시하며) 근데..무슨 소리예요?
엄간호 : 아..예. 오늘 음악치료 있는 날이거든요. 근데 어뜩하나..선생님 공부하러 서울 가셔서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영애 : (됐네요..)
엄간호 : (문 열며) 잘 됐다. 다 모여있을 때 한꺼번에 얼굴도 트고.
영애 : 괜찮은데..
엄간호, 영애 말 끝나기도 전에 휴게실 문 열고 들어가면 강사 혼자서 핏대를 올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고..
사람들, 돌아본다.
영애 시선에 하나같이 쌩뚱맞고 음침하게 보여지는 사람들..
-기름 발라 팔대이 가르마를 하고 씩 쪼개며 윙크하는 최선생..
- 앞머리로 얼굴의 반을 가린, 머리카락 사이로 우울한 눈빛의 해준
-구석에 숨은 듯 주방복장을 한 인순이 모로 서서 고개를 숙인다.
-영애, 환자1(20대 여), 환자2(30대 남), 환자3(아줌마), 등등을 바라보며 어색한 미소로 인사한다.
#11. 영애 방 (저녁)
하얀시트의 철제침대에 달랑 던져지는 가방.
영애 : 마음에 안 들어. 정 안 가. 사람들도 하나같이 이상하고..
영애, 둘러보면 간단한 소파, 옷장이 전부인 썰렁한 방.
실망스런 눈길로 돌아보다 창가로 가 커텐을 연다. 단단한 쇠창살로 막혀있는 창. 그 창 너머엔 나무로 우거진 산.
영애 : 감옥이 따로 없네..
#12. 동준 방 (저녁)
동준, 절인 배추처럼 피곤한 모습으로 들어온다.
동준 : (따라 들어오는 엄간호에게) 별 일 없었어요?
엄간호 : 어제 전화했던 지방간.. 그 여자분 오셨구요. 노래선생님 한테는 수고비 전달했구요..
(누가 들을까 목소리 낮추며) 근데요 선생님, 그 여자분, 아무래도..조폭의 거시기..여자같아요. 선생님..
동준 : (피곤하다..) 나가보세요.
엄간호 : 네.. (나가고)
동준, 창가로 의자를 돌려 눈을 감고 의자에 몸을 묻는다..힘들다..
‘무형의 가치..?’ 중얼거리듯 뱉다 눈을 번쩍 뜨고 동시에 책상 앞으로 의자를 돌린다...
쌓여있는 우편물, 서류 등을 미친듯이 뒤지는 동준.. 찾았다!
접혀있던 포스터를 펼치는 동준. 읽어 내려가는 동준의 눈이 먹이를 찾은 맹수의 눈처럼 번득인다..
#13. 영애 방 (밤)
하늘엔 커다란 보름달이 두둥실 떠있는데 창가에 창살을 부여잡고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는 영애의 얼굴엔 시름이...
영애 : (혼자소리) ..언니야..언니도 달 보며 내 생각하지?..아니다. 미국은 지금 아침이지..기집애. 전화비 얼마 한다구.
내가 먼저 하기 전엔 전화도 안해.. (하늘 보고 한숨) ..달도 밝네..
#14. 복도 (밤)
적막하고 싸늘한 공기가 흐르는..
빼꼼 열리는 영애 방문. 영애, 살며시 나와 가는데 도끼, 복도 끝에서 쓱 나와 영애 앞을 가로막는다.
영애 : 깜짝이야. 간 떨어질 뻔 했네..
도끼 : (..)
영애 : ..(주전자 들어 보이며) 물 뜨러 가거든요? 비켜줄래요? 스트레스 받게 하지 말고. 간에 스트레스가 젤로 나쁜 거는 알지?
도끼 : (비켜준다)
영애 : 밤에 썬글라스는 왜 끼고 있는데? ..(가며) 아주 똥폼을 잡어라..
도끼 : (..)
#15. 복도 / 주방 (밤)
영애, 주전자 들고 가는데 주방에 작은 불빛이 보인다.
문을 살며시 열어보면, 구석에 정자 혼자 소주병을 놓고 앉아있다.
오! 오!..입이 벌어지는 영애.
영애 : (주위를 살피고 얼른 들어와 문을 닫으며) 아줌마..아니 언니!
정자 : (울었는지 눈가를 훔치고 얼른 소주병을 감추며) 무, 무슨 일이예요?
영애 : (불쌍한 표정 지으며) ..그냥..물 뜨러 나왔다가..달은 휘영청 밝은데..사는 게 뭔가..
(얼른 정자 팔 잡아당기며) 저두 한 잔 주세요. 네?..
핸폰 소리 나면..
정자 : (핸폰 들고 저쪽으로 가며) 응 엄마야..왜 아직 안 잤어..아빠는? ..또 술 드 셨어?
영애, 얼른 술병을 들어보면, 이런?! 술이 없다. 거꾸로 들어 탈탈 털어보지만.. 아쉬운 한 방울..
영애, ..혹시나 싱크대 열어보면..오!! 오!! 소주가 2병 구석에 있다.
영애, 정자 살피면 아직도 전화하고 있다..
정자, ‘그래 문단속 잘하고....’ 전화 끊고 돌아보면 영애가 사라지고 없다..
#16. 동준방 (밤)
책상 위에 펼쳐진 씬12의 포스터.
(동준의) 시선에 점점 클로즈 업 되는 포스터,,
‘미국 제약회사 R&B 한국지사 창설 기념/전국 병원, 요양원 합창대회’
‘1등 상금-5천 만원’ ‘특전-미국 요양원 방문 공연’ 등등..
‘R&B 부설 병원, BELL HOSPITAL과 자매결연’ 이 문구에 시선이 멈춘다.
보면, 동준, 노려보듯 포스터를 바라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처량하면서도 감미로운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동준, 일어나 창밖을 내다본다. ..노래 소리만 들려올 뿐..어둠 속에 묻혀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17. 요양원 뜰, 외진 곳 (밤)
영애, ..처량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 목소리 곱고 청아한데..
영애 쪽을 향하여 저벅..저벅..조심스레 다가가는 발..
보면, 동준, 노래에 홀린 듯 영애 쪽으로 다가가는데..
동준의 시선에 소주병을 들고 노래를 부르는 영애가 들어온다.
동준의 발, 마른 나뭇가지를 밟자 ‘뿌지직!’ 나무 꺽이는 소리가 적막을 가른다.
영애 : (놀란 눈으로 어둠 속을 보며) 누, 누구세요..?!
동준 : (어둠 속에서 무표정하게 다가오면)
영애 : (공포에 질려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사, 사, 사, 사람 살..
동준 : 그 술 어디서 났어요?
영애 : ..에?
동준 : 말해요. 어서!
영애 : ..아, 아니? ..남이 술을 마시던 참기름을 마시던..댁이 뭔데..?
동준 : 나 이요양원 책임지는 의삽니다.
영애 : (비굴하고 떫떠름한 미소) 아아.. 시내에 일 보러 가셨다던..원장님..?
동준 : (자르며) 당신, 지방간으로 온 거 맞죠? 절대 술 먹으면 안되는 거 알아요? 몰라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닐테고.
영애 : 이, 일부러 지 몸 망가트리려고 술 먹는 사람이 어딨어요? 다 피치못할 사정이 있으니까.. (하다 입을 다문다)
동준 : (냉소) ..피치못할 사정이라서 술을 먹고 병을 더 키운다..?
영애 : ...
동준 : 이리 내요.. (손을 내밀면)
영애 : (마지못해 툭 술병을 건네면)
동준 : 그나저나..노래실력이 대단한데..성악과 나왔어요?
영애 : (가며) ..개뿔. 대학은? ..대학 나와야만 노래 잘하나? (하며 먼저 가버린다)
동준 : (영애 뒷모습을 보다 뭔가 뇌리를 스치는 생각)
#18. 동준 방 (밤)
전화하는 동준.
동준 : 선배한테 물어볼게 있어서요... 우리 요양소에 보낸 여자 있죠. 왜 지방간.. 예.. 간수치가 여기 올 정도는 아니던데...
(의미심장해지는 눈빛)
#19. 식당 (다음 날 / 낮)
영애, 식판을 들고 보면, 다들 따로 떨어져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다 가리고 밥을 먹는 해준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만만해 보이는 해준의 앞으로 가는 영애,
영애 : (식판을 놓으며) 앉아도 되니? (대답도 듣기 전에 앉아 숟가락을 들며) 너무 한다.. (국 뜨며) ..사람이 말을 거는데
얼굴은 한 번 봐줘야 하는 거 아냐?...
해준 : (먹다 말고 식판 들고 일어나 가버린다)
영애 : (황당한)
엄간호 : (들어와 두리번거리다) 해준아! 부모님 오셨어. 동생이랑..
(반응을 보이지 않는 해준을 따라가며) 오늘은 부모님 꼭 만나. 응? 알았지?
영애 : 참.. 밥맛없는 아이로고.. (하는데 들어오는 도끼 보고 정말 밥맛없는 표정으로 고개 돌리고)
사람들도, 은근히, 도끼를 외면하는데..
정자 : (e) 많이 먹어.
보면, 정자, 도끼 식판에 가득 밥을 퍼준다.
정자 : 먹고 돌아서면 배고플 나인데.. (반찬도 수북이 올려주며) 많이 먹어.. 꼭 군대 간 우리 막내 같네.
도끼 : ..
#20. 현관 / 마당 (낮)
해준 여동생(4) 손을 잡은 해준 부모, 쓸쓸하게 차(쎄단)로 간다..
해준부(50대), 해준모(30대), 나이차가 많아 보인다. 차 떠나면,
엄간호 : (안된 눈으로 해준 부모 뒷모습 보며) 안됐다..오늘도 해준이 얼굴 못보고 가네..해준이 나쁜 놈.
내 동생 같음 막 패줄텐데.. (돌아서는데)
최선생, 딸인 듯 애기 업고 기미낀 젊은 여자와 면접실에서 나와 밖으로 간다.
최선생 : 애기 업고 어뜩해 가냐..
딸 : 조금만 걸어가면 버스 있어요. 걱정마세요.. (무뚝뚝하게 걸어가다 저만치서 돌아보고 손을 흔든다)
최선생 : (그렁..손을 흔들며 어서 가라고)
엄간호 : (괜히 시큰해지는데)
동준 : (저쪽에서 오며) 이영애씨 좀 불러줘요.
영애 : (e) 중창단을 만든다구요?
#21. 동준 방 (낮)
영애 : 그런 걸 제가 왜요?
동준 : 듣기로는 미사리 가수였다고..
영애 : 누가 그래요? 도끼, 그 양아치가 그래요? 보니까 아주 이상한 사람이네요. 남 뒷조사나 하고 다니고?
동준 : 거 정말 빡빡하게 구네.. 있는 재주 썩히면 뭐합니까?
그리고 사람들하고 노래하면서 친목도 다지고 즐겁게 지내면 좋잖아요?
영애 : 중창단 같은거나 하며 이런 촌구석에서 친목을 다져요? 저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니거든요?
그리고 저 여기 그렇게 오래 못 있어요.. (문 확 여는데)
동준 : (e) 이영애씨!
동준 : ..성인의 20프로는 자신이 지방간인지도 모르고 죽지. 말 그대로 간에 지방이 낀 거기 때문에 아주 심하지 않으면
증세도 없고.. 어쩌다 합병증이 생기기 전까지는 모르고 지나가니까.. 근데 결정적으로 문제가 될 때도 있어.
누군가에게 이식을 해주고 싶을 때..
영애 : (돌아본다)
동준 : (냉소) 지방간은 안되거던.. 이식을 못해..
영애 : (문을 닫는다)
-시간경과
확 펼쳐지는 포스터. ‘미국 제약회사 R&B, 한국지사 창설 기념 전국 병원, 요양원 합창대회’ ‘1등 상금-5천만원’
‘특전-미국 요양원 위문 공연’ ‘라스베가스 세계합창대회 참가 티켓’ 등등의 문구가 도발적인데,
영애, 눈을 떼지 못한다.
동준 : 상위권 입상만 하게 해주면, 아니, 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영애씨 원하는 대로 해주죠.
영애 : (포스터 보며..) 내가 원하는 게 뭔데요?
동준 : 진단서.
영애 : (비웃음..) ..가짜 진단서를 쓰시겠다? ..싫다면..?
동준 : 무슨 수를 쓰더라도 고쳐버리고 말겠어. 당신 지방간.
영애 : (동준 보며) ..나쁜 놈..
#22. 복도 / 휴게실 앞 게시판 (다음 날 / 오전)
포스터 앞에 둘러선 요양원 사람들..
여1 : 여기에 나간다고 우리가? 아니 누구 맘대로?
최선생 : (포스터 보며) 일등 상금이 쪼까 쎄네?
동준 : 아무래도 알엔비가 세계적인 회사다 보니.
최선생 : (구미가 바짝 당기는) 육팔이 사십팔.. 못 먹어도 육백씩은 떨어지것다.
엄간호 : 일등은 뭐 아무나 하나요?
동준 : 다 같은 아마추언데 그거야 모르죠? 길고 짧은 건 대봐야지.
그래도 우리는 일주일에 한번씩 노래도 하고 해서 목청은 트였잖아요.
최선생 : 맞어. 목청 하나는 자신 있지. (‘자격요건’ 짚으며) 병원식구만 되구만.. 그럼 누가 노래를 가르치나..?
동준 : 안에 계세요. 우리 중창단 끌어갈 분..
#23. 연습실 안 (낮)
사람들, 안으로 우루루 들어오는데 보면, 영애, 피아노 앞에 앉아있다.
엄간호 : (어이없는) 이영애씨요?
동준 : 음악을 전공하셨어요.. (동시에 전해져 오는 영애와 도끼의 시선을 능청스럽게 피한다)
최선생 : ..이거 뭐 꿍꿍이속이 있는 거 아녀?
사람들, 미심적은 시선 교환하면.
동준 :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하기 싫은 분은 안 하셔도 됩니다. 단, 나중에 끼워 달라 떼를 쓰셔도 그 땐 늦습니다.
물론 입상시 발생되는 모든 혜택에서도 제외되구요.
그 말에 약해져 눈치보는 사람들...
영애 : (일어나며) 아줌마! 아니 언니! (하며 문가로 간다. 보면, 문가에 어정쩡 서 있는 정자 팔을 끌고 온다)
언니두.. 왔으면 들어오지.. (피아노 뚜껑 열며) 혹시 피아노 칠 줄 아는 분 있어요?
동준 : (아무도 손을 안들자) ..예전에 바이엘은 땠는데..
영애 : 그럼, 화음만 한번 넣어보실래요? (동준 피아노 앞에 앉으면) 오늘은 처음 이니까 가볍게 목이나 풀어보죠.
(모여서라고 지휘하며) 자..가까이..좋아요. 아, 아, 아, 아, 아- (동준에게 신호)
동준 : (안되는지 ‘도레미파솔라시도’만 친다)
영애 : (윽박지르는) 아 나와요! 치지도 못하면서 잘난 척은..?
동준 : (자존심 상한 미소로) 많이 까먹었네..
영애 : (피아노에 앉아 떠듬떠듬 치며) 아아아아아-
일동 : (마지못해 해보지만 갈라지는) 아아아아아-
영애 : (한 옥타브 올리며) 아아아-
일동 : (여전히 생동감 없는) 아아아-
영애 : 다시 더 크게 아아아-
일동 : (조금 세게) 아아아- (인순이 목소리가 조금 도드라지게 크게 울린다)
영애 : (정자를 보며) 질러요! 아아아아-
정자 : (자기도 모르게 터지는) 아아아-!
다들, 정자 성량에 놀라 보는데.
최선생 : (시큰둥하게) 혼자 하면 되겠구먼.
#24. 영애방 (저녁)
영애, 라디오를 들으며 책상에 엎드려서..과자 먹으며.
영애 : (풀이 죽어) 하기도 싫어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뭘 한다구..
DJ : (e) ..올디스 벗 구디스.. 시간이 흘러도 변치않는 노래. 남녀노소 모두에게 기쁨을 주는 게 우리 전통가요의 힘이죠.
좋은 생각이 난 듯 일어나 앉는 영애의 눈이 반짝인다.
dj : (e) 자! 모두 한번 따라 불러보세요! 한명숙의 ‘노란 샤쓰의 사나이’
‘노오란..샤쓰 입은..’ 노래 나오고 영애, 악보 노트 꺼내 뭔가를 적기 시작한다.
#25. 연습실 (다음 날)
뭐야..악보를 돌려보는 사람들..‘이별의 종착역’이라고 서있다.
최선생 : (반가워) 이거, 내 노랜디?.. (뽕짝 풍으로) 가도가도 끝이 없는 외로운 이 나그네길..
영애 : (웃으며) 잘 하신다..다른 분들도 이 노래 다 아시죠? 이 노래를 파트별로 음을 나눠 연습해 볼 거예요.
사람들, 멀뚱...
영애 : 아저씨는 음..바리톤 하시고, 정자 언니는 소프라노.
(나머지 사람들도 한 명씩 지정해주며) ..소프라노는 이쪽! 테너는 저쪽! 바리톤은 가운데..
(멀뚱 하게 가만히 있는 동준 보며) 뭐하세요? 테너 쪽으로 가세요! 피아노 앞에 앉아있지 말고.
동준, 머쓱하게 사람들 사이로 끼면.
영애 : (눈에 힘주며) 자 이제 시작합니다!
#26. 몽타쥬
-파트별로 연습하는 사람들..알토의 여자 환자1, 영 음을 잡지 못하면, 영애가 손잡 고 음을 잡아주고.
-바리톤의 최선생, 뭔가 알아듣지 못할 소리로 웅얼거리는..
-더듬더듬 피아노 치며 열심히 가르치는 영애.
-바깥에서 지켜보는 무표정한 도끼.
-싫다는 엄간호를 억지로 끌고와서 알토 자리에 앉히는 영애.
-열정적으로 연습하는 정자.
-입도 열지 않고 앉아있는 해준.
-밖에 있는 도끼를 가리키는 엄간호. 노우!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 영애.
-한번 맞춰보는데 동준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고, 쳐다보는 사람들..
영애, 기다렸다는 듯 동준에게 구석에서 혼자 연습하라고 한다. 안해요?
입이 이만큼 나와 영애를 째려보는 동준.
#27. 외진 장소
동준, 앞서서 가고.
영애 : (마지못해 따라가다) 할 말이 뭔데요?
동준 : 한다 한다하니까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영애 : 뭐가요?
동준 : 그래도 내가 여기 원장입니다. 원장. 근데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무안을 주면 내가 뭐가 되요?
영애 : 그게 그렇게 중요해요? 아님, 대회 나가서 잘 하는 게 중요해요? 저는 지금 목숨 걸고 하는 거예요.
중창단이 누구 혼자 잘 한다고 되는 건줄 알아요? 팀웍이예요. 팀웍.
동준 : 그, 그거야..
영애 : 이런 으슥한 데 따로 불러내고 하지 말아줬음 좋겠네요. 사람들이 오해해요. (돌아서 간다)
동준 : 오, 오해? (기가 막힌) ..무슨 오해?
#28. 연습실 (낮)
영애 : 그 동안 파트 연습만 하니까 좀 지겨우셨죠? 한번 맞춰볼까요?
최선생 : 그려..
영애 : 자.. 피아노가 안되니까 제가 첫음만 쳐드릴게요. 무반주로 갑니다. 그러니까 아파켈라!
동준 : (기다렸다는 듯) 아카펠라가 아닌가?
영애 : (째려보다 피아노 앞에 앉아 한 음씩 누른다) 자! (누르며) 바리톤!
최노인 : 가~
영애 : (누르며) 테너!
동준 : 가~
영애 : (누르며) 알토!
여자환자, 엄간호 : 가~
영애 : (누르며) 마지막으로 쏘프라노!
정자 : 가~
영애 : (얼른 정자 옆에 서며) 자! 다같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외로운 이 나그네 길.. 음~ 안개 깊은 새벽 나는 떠나간다 이별의 종착역..
아름답게 어울리는 화음. 부르면서 자기들도 놀라는 사람들..
‘사람들은 오가는데 그이만은 왜 못 오나..’ 음악이 계속 흐르는 위로
-단원들이 노래하는 연습실을 등지고 복도에서 창밖을 보고 있는 도끼, 보면, 발을 까딱거리며 박자를 맞춘다.
-동준, 원장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쌓아놓고 먼지 쌓인 책 등을 정리하고
-정자, 낑낑 거리며 양파자루, 부식재료들을 들고 오는데 도끼가 얼른 들어준다.
-영애, 엄간호, 다정하게 뜨개질을 하며 파안대소를 한다..
-마당에 나무를 심는 최선생, 남자들...
-밤에 바비큐도 하면서 마당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는 요양원 사람들..
전에와는 달리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따뜻하고..행복해 보인다..
#29. 병원 마당 (낮)
사람들, 배드민턴 등을 치며 운동하고 있고 영애, 엄간호, 동준 등 파라솔 밑에 앉아..
엄간호 : 어뜩하냐..피아노가 문제네.. (중요한 발견을 한듯) 근데 음악이 전공이라면서 피아노를 못치는 게 말이 되나?..
동준 : 가야금이 전공이래요.
영애 : (쌩뚱맞다)
동준 : 어디서 한 명 데리고 올까?
영애 : 자격 박탈당하고 싶어요? 외부 사람은 참가자격 안되는 거 모르나?
동준 : (사사건건..아! 증말..)
영애 : 안되면 무반주로라도 해야죠 뭐.
동준 : 기분이 안 날텐데..
영애 : 아참. 그걸 지금 누가 몰라서 이래요?
동준 : (으..참자..)
마스크한 정자 입구에서 들어오면.
엄간호 : 엄머! 감기예요?
정자 : ..감기는 아니고.. (턱 만지며) 여기가 좀 부어서..
영애 : 어쩌다가..? (다가가며) 어디 봐요? 턱이면 노래하기 힘든데..
정자 : (감추며) 좀 부딪쳤는데 이러네..
영애 : 조심하지..언니가 솔론데 언니 잘못되면 우린 끝이야.
정자 : ..미안해..
영애 : 언니가 이래서 연습 하긴 글렀고. 그럼 오늘은 율동 연습 좀 해야겠다. 요즘은 안무도 되게 중요하거든요.
안무, 누가 좀 할 사람 없나..? (하는데)
엄간호 : (슬며시 손을 든다)
#30. 연습실 (낮)
경쾌한 댄스곡이 울려대고 엄간호, 열정적으로 몸을 흔들어대지만..거의 막춤 수준..
영애, 입은 웃지만 대책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 특히 최선생, 입을 헤벌리고 즐겁고 좋다..‘오우 예!..좋구만..좋아!’
밖에서 보던, 도끼, 슬며시 자리를 피한다.
#31. 남자화장실 (낮)
여기까지 울리는 음악.
변기 흔들리는 소리, 쿵쿵 화장실 문에 부딪치며 뭔가가 격하게 움직이는 느낌..
소변을 보러 들어오던 최선생, 불안하고 의아한 눈길로 돌아본다..
-시간경과-
최선생, 사람들, 들어와 살금살금 문제의 화장실 양쪽 칸으로 나누어 들어간다.
변기위로 올라가는 남자들.. 여자들도 끼어서 올라가고..
하나, 둘, 셋, 동시에 고개를 내밀어 보다 다들 입이 쩍 벌어진다.
격렬하게 무아지경에 빠져 춤을 추는 도끼. 춤도 그냥 춤이 아니다. 화려하면서도 절도있는 화장실 버전의 댄스!
밑에 있던..엄간호, 올라서서 보려다 미끄러지며 ‘엄마야!’ 소리 내고
그때야 양쪽 칸 화장실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사람들을 보는 도끼.
어쩌..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도끼.
정자 : (진심으로) 동생..넓은데 놔두고..이 냄새나는 데서..참.
최선생 : 얼매나 근질거렸으믄 그렸겄어?
사람들, 웃고.. 더 꽁꽁 얼굴을 가리는 도끼.
최선생 : 그냥 이럴 땐 확 기절해버리는 게 최고여!
도끼 : 우오와아-!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간다)
최선생 : 소리 좋다.. (하고 영애 본다)
#32. 두목의 꿈 / 사무실
색동저고리를 입은 한 여인이 나긋한 걸음걸이로 가고있다. 그 여인을 홀린 듯 따라가는 두목.
여인, 문득 걸음을 멈추고 돌아선다.. 고개를 드는 여인..볼연지도 짙게 화장을 한 도끼다..그윽한 미소로 윙크하는데..
두목e : 아악!!
의자에서 경기하며 소스라치게 일어나는 두목.
두목 : (이마에 땀을 훔치며) 이, 이, 이런.. 재수 없는 꿈을 봤나.. (인터폰 누르고) 들어와!
꼬붕1 : (들어와) 네 형님!
두목 : 도끼한테 전화해봐. 아무 일 없나.
꼬붕 : 네! 형님! (나가는데)
두목 : 병원에 전화해서 이식 기다리는 그 환자 상태도 확인하고.
꼬붕1 : 네! 형님! (나간다)
두목 : (입맛 버렸다는..퇴퇴..)
#33. 요양원 / 휴게실 (낮)
최선생, 도끼 팔을 끌고 온다. 다들 은근히 환영 분위기. 엄간호는 손뼉까지 친다.
싸늘한 영애 표정에 멈칫하는 도끼.
최선생 : ..(동준 보며) 테너가 부실혔잖어.. (도끼 팔 끌어당기며) 본인도 열심히 해보 겠다고 하고.
도끼 : ..지가 언제유?..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사투리에 놀라 입을 문다)
엄간호 : (인순이 팔 잡고 까르를 웃는다..) 어머머..웬일이니! ..귀엽다..
최선생 : 사투리도 얼매나 순진혀? 알고 보니 나하고 동향이더라고.. 이 놈 도끼는 내가 책임질틴께.
다들 : (영애를 보고)
영애 : ..그럼, 안무 좀 맡아서 해볼래요?
다들 : (의외의 영애의 반응에 놀라 보고)
#34. 몽타쥬
-간단하지만 코믹한 동작을 정확한 스탭에 맞춰 가르쳐 주는 도끼. 사람들, 따라하고.
특히 열심인 엄간호, 도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단원들 사이에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도끼, 이때까지 참은 걸 다 토해내는 듯.
-솔로인 정자. 너무나 잘하는 정자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단원들..
-다들 신명나고 업되서 영애도 잘한다고 동준에게도 눈빛 날리며, 동준, 감격해서 더 열심히..다들 열심히!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미소와 눈빛 교환하는 동준, 영애.
-노래하면서 춤추는 사람들, 간만에 찾아온 요양원의 평화..
#35. 동, 복도 / 게시판 (밤)
전화하는 영애..
영애 : 나야..언니 잘 지내? ..케니는 잘 크구? ..나? 나야 잘 지내지..언니 울어? 무슨 일 있어? 쌤 그 자식 아직도 언니 때리니?
..아니긴 뭐가 아니야... (눈물 고이는) 언니 내가 갈때까지만 참구 있어봐.. (옆에 합창대회 포스터 보며) 응. 정말.
지금 언니한테 가려구 준비중이거든?...비자? 괜찮아. 다 해결할 방법이 있어... 그래 진짜루..우리 만나자..응..그래 꼭!
..그래 바이.. (전화를 끊고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는데)
영애의 우는 모습을 동준, 복도 모서리에서 칫솔을 입에 문채 못박힌 듯 서서 바라본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36. 동, 복도 (밤)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이 점점 울려퍼지고..
방문이 하나 둘, 열리며 한명씩 나와본다. 의아한 눈길로..
#37. 동, 휴게실 (밤)
격정적으로 높아가는 현란한 피아노 선율..
사람들,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는데 보면, 해준, 무아지경으로 악보도 없이 피아노를 두드려대고 있다..
다들 말도 못하고 경이로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피아노에 빠져 있는 영애의 가녀린 어깨에 멈추는 어떤 시선...
주저주저하다 영애의 어깨에 올려지는 손.. 영애, 돌아보면, 동준이다.
음악에 빠져 자신의 손이 어디에 있는지 의식 못하는 듯한 동준..
영애, 왠지 뿌리치지 못하고 이게 뭘까..순간 낯선 느낌에 동요하는데.
짠! 해준, 끝을 맺으면 사람들, 부라보! 박수를 친다.
동준도 영애에게서 손을 거둬 박수를 치고, 영애도 그런 동준을 의식하며 박수를 치는데..
해준, 뜨거운 반응에도 예의 그 무표정으로.
엄간호 : (흥분되고 감격한) 어머! 너무 잘한다..너 천재 아니니? 악보도 없이..어쩜..
해준 : (일어나 말없이 나가버린다)
사람들, ...!!
#38. 영애방 (밤)
침대에 말똥말똥 천정을 보며 누워있는 영애..
(커트인)
-<씬33> 영애를 보며 짓는 동준의 미소.
-<씬36> 영애의 어깨 위에 놓여있는 동준의 손.
영애, 짜릿! 전기가 오르는 듯.. 그러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아니야!..아니야!.. 정신 차려..’
이불을 감고 뒹굴다 침대 밑으로 쿵! 떨어진다.
#39. 동준방 앞 / 복도 (다음 날 아침)
주저주저 문손잡이를 잡을까 갈등하는 손. 호흡이 가쁜지 숨을 고르는 영애,
영애 : (두 팔로 가슴을 감싸안으며) 왜 이러지?..가슴은 왜 이렇게 뛰는 거야?..안 되겠다.. (돌아서는데)
최선생 : (문을 열고 나오며 안쪽에다 꾸벅 인사) 고마워유.. (문 닫으려다 영애 보고) 난 다 끝났어. 어여 들어가봐.
영애 : (어정쩡) 예..
최선생 : (신나서) 나 신체나이가 오십이랴, 오십. (가며) 하! 미치것네. 이러다 금방 삽십 되는 거 아녀?
영애 : (어정쩡 문가에서)
#40. 동준방 (아침)
문가에 서있는 영애..조심스럽게 동준을 살핀다..
동준 : (챠트를 보다 눈만 들어 의자를 가리키며) 앉아요.
영애 : (동준 앞에 있는 의자에 앉는다)
동준 : (챠트를 놓고 돌아앉으며 사무적으로) 가까이..
영애 : (의자를 조금 앞으로..)
동준 : (영애 의자를 확 잡아당기고)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
영애 : (동준이 가까이 다가오자 숨이 막혀.. 흡!..)
동준 : (..영애 눈꺼풀을 열어보고) ..아.. (입 벌리라고) 아..해요.
영애 : (마지못해 벌리면)
동준 : (들여다보며..) 충치가 있네.. 나중에 치과 가봐요.
영애 : (벌린채 째려보고)
동준 : (목에 건 청진기 들고 영애 가슴에 대려면)
영애 : (뒤로 빼며) 아 됐어요, 됐어.. 간수치나 어떤지 말해줘요.
동준 : 됐는지, 안됐는지는 의사가 봐야 알죠.. 가만있어요. 옷 위로 대볼테니까.. (하고 대면)
쿵쾅! 쿵쾅! 떨리는 심장소리가 자신의 귀에까지 들리는 듯 하다..
영애, 두려운 눈으로 동준 보면, 청진기를 대고 있던 동준, 영애 눈을 본다.. 쿵쾅..쿵쾅.. 잠시..그렇게..
영애 : 막 뛰어왔더니..그래서.. (얼른 일어나 나가버리면)
동준 : ..(머리를 감싸며 의자를 팽 돌린다)
#41. 동준방 앞 (아침)
눈을 감고 문에 기댄채 서있는 영애.. 손으로 가슴을 누른다.
#42. 동, 복도 / 휴게실 (낮)
엄간호, 영애, 들어와 대충 자리를 정리하다..
엄간호, 엄마야! 소리지른다. 보면, 해준, 피아노 앞에 앉아있다.
엄간호 : 깜작 놀랬잖아. 인기척도 안내고.
영애 : 해준아?! 혹시..우리 기다리고 있었던 거니..?
해준 : (그냥 피아노만 띵띵..누른다)
영애 : (엄간호에게) 어서 빨리들 오라고 하세요. (좋아서) 해준이 맘 변하기 전에!
엄간호 : (말 끝나기 전에 뛰어나가며) 그럼 안되지!
-시간경과-
해준의 피아노에 맞춰 새로운 동작까지 하며 노래를 하는 중창단..
영애, 동준과 눈이 마주치면.. 둘다 동시에 전에 없이 당황하며 시선을 피하고 합창, 만족하게 끝내고..
최선생 : 휠 굿!
엄간호 : 피아노가 좋으니까..음..그냥..막 그냥 흥분돼.. (옆에 있는 도끼 옆구리 찌르 며) 안 그래요?
영애 : (웃으며) ..근데 정자 언니가 와야 제대루 하는데..너무 늦는다.
엄간호 : 전화 한번 더 해볼까요.. (하는데)
저쪽에서 안대를 한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정자 절뚝거리며 온다.
정자 : (모로 고개를 돌린채) ..죄송해요..늦어서..
영애 : (다가가) 언니..왜 그래? 어디 또 아파요?
정자 : ..괜찮아...
엄간호 : 어디 이렇게 해봐요.. (마스크 들치는데)
정자 : (완강히 막는다)
엄간호 : (놀라며) 아줌마..누구야!? 누가 이랬어? 어머..사람을 어떻게 이런 지경으로..
영애 : 언니..? (하며 저항하는 정자 손을 치우고 안대를 빼보면)
정자 : (한쪽 뺨이 피멍이 들었다)
최선생 : (눈이 뒤집어지는) 워, 워떤 새끼여?!
엄간호 : ..누구겠어요?
도끼 : (주먹이 우두둑)
영애 : 그럼..지난번에도 맞은 거였어? 응? 말을 해봐요?!..
정자, 그제야 설움이 복바쳐 울음이 터져나오고.. 사람들, 세상에..세상에...
엄간호 : 어뜩해..대회가 낼모렌데..자꾸 이러면..
도끼 : 가요! (막무가내로 정자 손을 끌고 간다)
사람들, ??!!
#43. 동, 마당 (낮)
도끼 차에 정자 태워 가면, 사람들, 우루루 10인승 봉고에 타고 쫓아간다.
#44. 정자네 집 / 앞 (낮)
도끼, 문을 열어제끼면 정자 남편, 오징어에 소주 마시며 티비를 보고 있다.
남편 : (충혈된 눈 번득이며) 뭐야?! (하다 뒤에 있는 정자 보고) 이, 이년이 이젠 남자까지 끌여들이네..?
(하며 다시 칠 기세로 오는데)
방에 있던 남매(10, 12), 엄마! 하고 울며 달려온다. 정자 아이들 부둥켜 안고..
남편 : 이, 이! 재수 없이 어디서 울고 지랄이야!! (하고 손을 올리면)
도끼 : (남편의 손을 틀어쥐고) 애들 데리고 나가있어요.
정자, 아이들, 데리고 나가는데 봉고차에서 단원들 내려 몰려오고..
남편 : (정자 뒤에다 고래고래) 너 일루 안와!..(도끼 보며) 너 뭐야..!? 이거 안놔!?
도끼 : (손놓으면)
남편 : (소주병을 들고 휘저으며 위협한다) 이 새끼! 너 오늘 죽었어!
도끼 : (웃통을 벗어제낀다. 어깨에 선명하고 살벌한 도끼 문신과 몸에 나있는 칼 자국들..)
남편 : (순간 주춤하고)
몰려들던 사람들도 도끼의 문신을 보고 놀라 멈춘다.
도끼 : (돌아보지 않고 사람들에게) 밖에 있어요. (하고 문을 닫는다)
영애, 해준에게 눈짓하면, 해준, 남매 데리고 집밖으로 나가고.
사람들, 문가에서 이도 저도 못하고..
그런데 안에서 예상했던 소리는 나지 않고 너무 조용하다..
최선생 : 왜 이렇게 조용해..
엄간호 : 우리 도끼씨..혹시 소주병에 맞아 기절한거 아니예요?..어뜩해..
영애 : 쳐들어가볼까?
동준 : 밖에 있으라고 했잖아요..
영애 : 남자 맞아요..?
동준 : 아 진짜..그런 게 아니라..
벌컥 문이 열린다. 기가 팍 쫄아든 남편 앞세우고 도끼, 나온다.
도끼 : (정자에게) 할 말이 있답니다. (남편 보며) 어서 해.
남편 : (바짝 기합이 들어) 네!...(정자에게 다가가면)
정자 : (주춤 뒤로 물러서는데)
남편 : (정자 앞에 팍 무릎을 꿇으며) 훈이 엄마..미안해. 때려서. 용서해줘..다시는 안 그럴게. 절대.
내가 다시 당신한테 손대면 그땐 나 나공일이 우리 아부 지 아들이 아니라, 송정자 아들이다.
정자 : (..)
도끼 : 어떡하실래요? 누님이 용서하면 저도 한번 참아볼게요.
남편 : (정자 다리 잡고 비굴하게 매달린다) 여보!! 제발 용서해줘! 제발! (하는데)
정자, ‘에잇!’ 순식간에 남편에게 주먹을 날린다. 벌러덩 뒤로 넘어간 남편의 코에서 피가 주르르 흐른다..
맞은 남편도, 사람들도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놀라는데.
정자 : (눈가가 붉게 물들며) ..못났어 증말.. (돌아서서 얼굴을 감싸며 운다) 이게 뭐 야..이게..
엄간호, 영애, 다가가 정자를 따뜻하게 감싸며 위로한다..그런 장면에서..
#45. 평화로운 요양원 정경
#46. 동, 면회실 (다른 날)
해준의 부모와 어린 동생이 면회를 왔다.. 해준부, 가져온 물건들을 해준에게 조심스레 풀어 보인다.
다정하게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해준.. 놀라는 해준 부모..
#47. 동, 마당 (다른 날, 낮)
묵지빠 하며 해준과 놀고 있는 도끼.
한쪽 파라솔 그늘에서 나물을 다듬는 영애, 정자, 엄간호..
엄간호, 도끼에게 자꾸만 눈길이 간다.
정자 : ..해준이가 많이 좋아졌네. 잘 웃지도 않던 아이였는데..
엄간호 : 해준이 아빠가 고맙다고 원장님 손을 잡고 우는데.. 원장님도 울고 나도 울었잖아요.
영애 : 원장..님이..울어?
엄간호 : 왜요. 우리 원장님도 사람인데.. 뭐 가끔 신경질적이기도 하지만 그거야 물려받는 병원 망해먹은 쇼크땜에 그런거구..
정자 : 병원도 망하나?
엄간호 : ..3대째 이어오던 병원, 다 넘어가고 이 요양원 하나 달랑 남았어요.
친척 분한테 병원경영을 맡겼었는데 뭐가 잘못됐는지..알고 보면, 우리 원장님도..불쌍해요.
영애 : ...
엄간호 : 무조건 이 요양원이라도 살려야한데요. 안 그러면 나중에 돌아가신 부모님 얼굴 어떻게 보겠냐구...
영애 : ...
엄간호 : (영애 뚫어지게 보며) 근데..영애씨..웬일이야? 원장님이라고 다 올려 부르고? 맨날 원장, 원장, 그러면서 까더니..?
영애 : 내, 내가 언제..? (하는데)
동준 : (e) 대회참가 허가 이멜이 왔어요!
보면, 동준, 창가에서 소리지른다.
동준 : 번호가 몇 번인지 알아요? ..(손가락 펼치며) 럭키 세븐! 행운의 칠번요!
다들, 와!! 손뼉치며 좋아하며 안으로 들어간다.
핸드폰 울리고 도끼, 받는다.
도끼 : ..그래..무슨 일이야?... (순간 얼굴이 굳는) 날짜가 잡혀? 언제..알았어. 철수하지..
(전화 끊고 사람들과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영애를 바라본다)
#48. 주방
씽크대 밑에 몸을 밀어넣고 연장으로 뭔가 고치는 도끼.
도끼, 다했는지 일어나 물을 틀며 개수대 구멍으로 시원하게 물이 흘러내려간다.
인순이 : (옆에서 믿음직하게 도끼 보며) 아이구! 시원하게 뚫렸네.
도끼, 무표정으로 공구만 챙기고.
#49. 마당, 외진 곳 (밤)
도끼,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다..
e 노크소리..
#50. 영애방 (밤)
영애, 방문을 열면 도끼, 다짜고짜 안으로 들어온다.
영애 : 어머, 어머, 뭐예요? 밤에 여자 혼자 있는 방에..
도끼 : (옷장 위에서 가방 꺼내 침대위에 펼치며) 가방 싸요.
영애 : 가방은 왜? 이 밤에 소풍가려구?
도끼 : 수술 날짜가 잡혔어요. 다음 주 월요일.. (가방 지퍼 열며) 내일 아침에 가려고 했는데 지금 가는 게 좋겠어. 조용하게..
(보며) 얼른 싸요.
영애 : 싫어.
도끼 : ..
영애 : 내 간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그 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나 못해. 나 안할래.
무서워서도 싫구. 그렇게 내 몸 팔아서 니들한테 쌩돈 던져주기도 싫어.
도끼 : 미련하게 그럼.. 도망이라도 가지. 지금 장난해?
영애 : (침대에 털썩 앉으며) ..처음엔 그래..될대로 되라..설마..그런 맘이었구..나중엔..나중엔.. 희망이 생겨서 못 갔어.
(간절히 보며) ..나 이번 합창대회 나가서 잘 할 자신 있어. 우리 다 열심히 연습했잖아.
거기에서 1등 먹어서 나 언니 사는 미국에 갈거야..
도끼 : 이번 일 마무리하고 가. 비행기 값은 빼줄게.
영애 : ...비자가 안 나와!!
도끼 : ..뭐?
영애 : 돈도 없고, 직장도 없고, 결혼도 안했다고 안된데. 돈 없고 직장없고 결혼 안하면 사람도 아냐?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언니...어쩌면..볼 수 있을 지도 모르는데...나 한번만 봐주라..한번만..
수술, 안 하겠다는 거 아냐. 할게. 갔다와서 하면 되잖아..
도끼 : ..
영애 : (글썽) 우리 언니..걔..얼마나 지지리 궁상으로 살면 엄마 장례식 때도 못 왔어..아씨. 짜증나게 눈물은 왜 나냐..
(눈물 훔치며) ..가서 우리 언니 어떻게 사는지 한번만 보고 올게. 나 아직 조카 얼굴도 못봤어..응?
..수술은 그때 해도 되잖아..
동준 : (e) 수술 못합니다.
돌아보면, 동준, 문가에 서있다.
최선생, 해준 등, 한 두명씩 무슨 일인가 머리를 내밀고..
동준 : 그 수술 안돼요.
최선생 : 무슨 일이야, 무슨 일. 수술이라니? 무슨 수술?
#51. 동준방 (밤)
내밀어지는 챠트. 도끼, 들어보는.. 사람들, 둘러서있고.
동준 : 이런 상태로는 이식은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도끼 : ..
동준 : 오히려 간수치가 더 높아졌어요.
영애 : (긴장한 눈으로 동준과 도끼를 본다)
동준 : 금주했고 식이요법도 같이했는데 결과가 이런 걸 보면 아마도 스트레스때문인거 같은데..
도끼 : 잡소리 집어쳐!
엄간호 : 어머.. (놀래서 휘청..해준에게 기댄다)
도끼 : (챠트 책상위에 탁 던지며) 머리 좋은 니들 이런 거 조작하는 거야 식은죽 먹기잖아.
동준 : 어쨌든 장기매매는 불법입니다.
도끼 : (수화기 확 들며) 신고할래? (비열한 표정으로 내밀며) 해! 해!
영애 : (사람들에게 안된다고 고개를 젓는다)
아무도 그 수화기 받지 못한다.
도끼 : (수화기 탁 던지고 영애 팔 잡아채며) ..맘대로들 하셔. 그 이후에 발생할 일에 대해선 나한테 묻지를 말고.
인순이 : ..왜 이래..동생. 동생, 이런 사람 아니잖아..
도끼 : (순간 멈칫 하지만, 자조적으로) ..나 원래가 이런 놈입니다.. (영애 확 끄는데)
동준 : 안돼!! 절대 안돼!! (하며 영애 다른 팔을 잡고 늘어진다)
다들 : (동준의 의외의 박력에 놀라는데)
도끼 : (돌아보는 도끼의 눈. 이런 모습 처음이다. 무섭다..자근자근 씹듯이) 선생, 오바하지 말고 그 손 놓지..
(영애 팔을 더 꽉 잡아당기며 동준에게 다가든다) ..안 놔..?
팽팽한 긴장으로 다들 오금이 저리는데,
그 때, 도끼 뒷머리를 내리치는 나무재털이. 으..쓰러지는 도끼.
동시에 난무하는 엄간호와 영애 비명소리.. 비명을 지르는 영애를 당겨 안아주는 동준.
보면, 최선생, 나무재털이를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엄간호 :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어 도끼를 안으며) 어머! 어머! 아저씨! 무슨 짓이예요?
도끼씨! 도끼씨! 정신 차려요..어머! 죽은 거 아냐?
최선생 : 죽기는? 묶을 거나 가져와..
#52. 외딴 구석방 (밤)
가물가물 눈을 뜨는 도끼..의자에 묶여있다.
엄간호 : 눈 뜬다..눈 떠..도끼씨 제 말 들려요?
보면, 쓰지 않는 물건과 가구들이 쌓여있는 방.
사람들,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오종종 서있고..
엄간호 : (도끼 흔들며) 괜찮아요? ..아파요? 괜찮으면 괜찮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 좀 해봐요..
도끼 : (눈을 들어 본다)
동준 : (최선생 보면)
최선생 : 이게 최선의 방법이야. 알지..? 우리의 포로가 됐으니까 이제..넌 조직에 배신을 한 게 아니야...
엄간호 : 아니 지금 무슨 군사작전해요? 포로니 배신이니..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동준 : (엄준하게) 엄간호사.
최선생 : 대회가 다음 주 수요일이니까, 그 때까지만 고생 좀 해.
도끼 : ..다칩니다.
사람들, 애증으로 본다.
최선생 : 니 걱정이나 해.
#53. 두목 방 (다음 날 / 낮)
벽시계, 오후 2시를 가리키고 핸드폰 걸리는 신호..뚜-뚜-안내음으로 넘어간다..‘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두목 : 안 받어?
꼬붕1 : (끊으며) 예.
두목 : ..요양원에선 분명히 나갔다고 해?
꼬붕1 : 거기 원장하고 직접 통화했는데, 오늘 아침 7시쯤에 출발했다고 합니다.
두목 : ..
꼬붕1 : 이거 아무래도..무슨 사고가..
두목 : 조사장한테 전화 넣어서 도끼핸드폰 위치 추적하라고 해. 그리고 차 대기 시켜.
꼬붕1 : (e) 네! 형님!
#54. 요양원 앞 (저녁)
가라앉은 표정의 단원들.. 보면, 영애, 가방을 들고 서있다.
엄간호 : (울상이 되어) 영애씨 어딜 간다 그래..이 시간에..
영애 : (고개 숙이며) 죄송해요..제가 여기를 떠나는 게 여러분들을 위해서..
정자 :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이기적이다. 뭐? 우리를 위해서라고?
영애 : 저 때문에 다 위험해질지도 몰라요..그 놈들..그냥 포기할 놈들이 아니예요. 분명 찾아올거라구요..
엄간호 : 찾아오라지? (어깨 으쓱) 우리는 모르는 일이잖아요. 영애씨하구 도끼씨만 꽁꽁 숨으면 되죠.
최선생 : 그지. 엄간호사 오랜만에 시원하게 말 잘하네. (둘러보며) 진짜 우리는 모르는 일이잖아.
정자 : ..우리 그냥 심심해서 그렇게 열심히 노래연습 한 거 아니야.. (사람들 보며) ..나만 그랬어요?
단원들, 고개 저으며..
정자 : 대회가 낼 모렌데 여기서 포기 못해. 나..정말 잘해보고 싶어. 애들을 위해서라도.. 맨날 아빠한테 뚜드려 맞는 꼴만
보여줬던 엄마 심정..당신들은 몰라. 한번이라도, 한번만이라도 당당한 엄마 모습 보여주고 싶어..
최선생 : ..나도 그래.. 난 솔직히 나가서 꼭 1등 먹고 싶어. 그 이유는 묻지 마. 쪽 팔리니까.
엄간호 : 우리 다 아는데..상금 때문이잖아요.
최선생 : (버럭) 그래! 돈 때문이다 돈! ..시집갈 때도 맨 몸뚱이로 그냥 보냈구만..그래도 애비라고..못난 이 애비 얼굴 한번 본다고
버스 세 번 갈아갈아 타고 오는 우리 딸년 중고차라도 하나 사주려고 그런다..
영애 : (눈물이 고이는) ..일등 못하면 어뜩해요..
최선생 : 목표가 그렇다는 거지..괜찮아. 노래해서 행복했으니까 됐어.
다들 숙연해지는데..
동준, 영애가 들고 있던 가방을 뺏어든다. 영애, 가만히 돌아보는데..
(e) 빵빵!! (숙연함을 가르는 정적소리)
#55. 동, 정문 앞
꼬붕, 차문을 열면
두목 : (내려 둘러보며) 여기야?
#56. 원장실 / 복도 / 현관 (밤)
문밖에 서있는 꼬붕1,2,3,4..
원장실문이 열리며 동준, 두목, 나온다. 복도를 지나 현관으로 가며.
두목 : (둘러보며) 금방 어두워지네.
동준 : 아무래도 산속이라..그나저나 헛걸음 하셨네요..미리 전화라도 주고 오셨으면..
두목 : 뭐 겸사겸사 괜찮습니다... (하고 보면)
마당에서 줄넘기, 맨손체조를 하는 엄간호, 최선생..‘엄머 안녕하세요!’ 호들갑스럽게 인사하고..
두목, 사람좋게 웃지만 눈은 날카롭게 탐색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두목 : (받고) ..아 조사장!...찾았다고? ..어디?.. (돌아보는 두목의 눈, 뱀눈으로 변한다)
#57. 주방 (밤)
잡힌채 도마위에서 바둥대는 하얀 엄간호 손.
두목 : (의자에 앉은) 말해.
엄간호 : (꼬붕1에게 손이 잡힌채 거의 제정신이 아니다) ..왜 이러세요. 제 손이 뭐 어쨌다구요...
주방 한쪽에 야구방망이를 들고 서있는 꼬붕4에 질려 포로처럼 몰려있는 단원들..
동준 : 도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 겁니까?! 여잔 놔줘요!
두목 : ..내가 아직까지 도끼만큼 꼼꼼한 녀석을 본 적이 없어요..근데 핸드폰 같은 걸 아무데나 흘리고 다니다니 말야..
사람들 : (각자 알아서..!!)
꼬붕3 : (뛰어 들어오며) 형님!! 도끼 형님 차가 저기 수풀 속에 있습니다!
두목 : (엄간호에게) 말해.. 이뿐이 아가씨.. 그 년 어디다 빼돌렸나? 우리 도끼는?
엄간호 : 왜 이러세요..
두목 : 창기야..
꼬붕2 : (안주머니에 뺀치 꺼내 들며) 예! 형님!
두목 : 어디 있는지 말할 때까지 30초에 손톱 하나씩이다..
엄간호 : 엄마..
두목 : 그래도 말 안하면 손가락 하나씩..
엄간호 : 엄마.. (꼬르륵 기절하는데)
영애 : (e) 잠깐만! 잠깐만요!!
보면, 씽크대와 연결된 문이 스르르 열리며 영애가 나온다. (같은 색깔이라 문인지구별이 안되는)
단원들, ‘안돼!!’ 나오는 영애를 막는데 꼬붕들, 달려든다.
정자 : (국자를 쳐들며) 안돼! 이놈들아!! (하는 동시에)
최선생 : (소리 지른다) 해준아이!!!
두목 : (뭐야?..하는 표정으로 보는데)
순간, 암흑천지가 된다. 전기가 나가버렸다.
죽여! 고함소리와 살려줘! 비명소리와 쇠붙이 소리. 그릇 박살나는 소리!! 등이 난자..
암흑속에서의 혈투..길게 이어지는 누군가의 비명 소리 위로.
동준 : (e) 도대체 얼마야?!! 얼마면 돼!!
순간, 싸움이 스톱되며, 순간의 정적..
두목 : (e) 오천.
동준 : (e) 아저씨. 불 좀 켜요.
최선생 : (e)(쫄아서) ..아, 알았어..해준아!!!
띠딩하며 불이 들어온다.
코피가 나고 머리가 깨지고 쓰러진 양쪽 진영 사람들..
꼬붕3, 4, 서로 싸우고 있었는지 서로 마주 노리고 있다 머쓱하고..
단원들은 냄비, 후라이팬 같은 무기들을 손에 들고있고.
두목, 이마에서 피가 흐른다.
꼬붕1 : (쓰러졌다 기어오며) 형님..
두목 : (괜찮다고)..
동준 : (경멸의 눈으로) 오천 때문에..이러는 거냐..? 오천 때문에..?
두목 : (맞받아 비웃으며) 그럴 거 없어. 사는 방식이 다른 것뿐이니까. 왜 우리 오천, 선생이 결재하시게?
동준 : ..
최선생 : (e) 딱 떨어지네.
사람들 보면,
최선생 : 우승해서 갚으면 되잖아.
두목 : ..뭐?
동준 : 다음 주에 있는 합창대회 우승 상금이 오천이다. 그거 받아서 줄게.
두목 : (이마 만지며) 아이구 두야..참 딱하게들두 산다..
최선생 : 상금 못 받으면, 우리가 일부라도 갚아주께. 내 통장에 한 삼십만원 있는데..
영애 : (글썽) 아저씨..
단원들 : (다들 놀라고)
정자 : 나도 이백은 있는데..
동준 : 상금 못 받으면 내가 이 요양원 팔고 갚아주겠어.
영애 : (놀라는)
두목 : 웃긴다.. (웃으며) 웃겨..와하하!!.. (자지러지게 웃다 뚝 끊고) 좋아. 우리는 돈 만 받으면 되니까. 니들이 웃기든 말든.
동준 : (..)
두목 : (일어나 창가로 가며) 창기야, 각서 받어라. 필요한 서류도 말씀해드리고 이?!
꼬붕1 : 예! 형님!
두목 : (돌아보며) ..우리 도끼는 어디 있나?
#58. 외딴방 (밤)
꼬붕1,2, 도끼 결박을 풀어주고있다.
두목, 그런 도끼를 바라보며 울컥..‘이 멍청한 놈’...다가가 도끼를 와락 껴안는다..
도끼, ...
#59. 동준방 (밤)
영애 : (창가에 서있는 동준에게) 아까는 왜 그랬어요? 당신, 미쳤어? 저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들인지 알기나 해요?
정말, 이 요양원 뺏길지도 모른단 말이예요!
동준 : (창밖만 보고)
영애 : 우승 못하면 어쩌려구? 이 요양원, 당신 전부라면서? 당신 부모님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근데 왜 함부로.. (하는데)
동준 : (돌아서며) 함부로..? 내가 함부로 내 전부를 걸었다고? 그래, 이 요양원 나한테 전부 맞아.
전분데..그 전부 다 걸었어. 당신한테. 왜 그런거 같애..? (놀란 눈으로 보는 영애를 보다 다시 돌아서며)
..그 답 찾으면 까먹지 말고 나한테 와서 말해요..
영애 : ...
암전...
(e) 빵빵!! (차소리들)
#60. 도로 / 차안
꽉 막힌 도로.. 다들, 초조한 얼굴..
최선생 : (입이 바짝 탄다) ..다 와서 이게 뭔 일이데? ..워메..워메..워메..징헌놈으 차들..
엄간호 : 이러다 노래 불러보지도 못하고 끝나는 거 아녜요?
영애 : 설마.. (하고 도로를 보는 불안한 눈)
차들로 끝없이 막혀있는 도로..
#61. 대회장 입구
꼬붕1,2,3,4, 그리고 주먹들(10명 정도), 양쪽에 도열해 있다. 시계를 보며 초조한 표정들..
그때, 요양원 봉고차, 들어와 선다. 단원들, 내려서 뛰어서 들어오면..
꼬붕들, 동지를 만난 것처럼 기뻐한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빨리 들어가요’ ‘지금 4번 해요’ 등등의 애드립 하며.. ..대기실로 안내하고
엄간호, 따라가며 도끼를 찾는지 두리번거리는데 들려오는 노래소리..
단원들, 멈춰 소리를 들어보면, 영 아니다.. 화음도 잘 안맞고.. 모두가 알게 못한다.
슬쩍 무대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서로 얼굴 마주보며 할만하다.. 자신감이 솟구친다.
#62. 대기실
영애 : (e) 언니 왜 그래?
보면, 정자,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하다.
정자 : 괘, 괜찮아.. 멀미한데다 긴장해서 ..
영애 : 언니!!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 (정자에게 다가가 어깨 주무르며) 언니가 이러면 어뜩해..
정자 : (오바이트가 올라오는지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영애 : 언니!!
#63. 동, 화장실
변기에 쭈구려 앉아 오바이트를 하는 정자.. 사람들, 뒤에 걱정스레 서서..
그런데 완벽한 화음의 합창 소리가 들려온다..
사람들, 쫑긋..점점..너무 잘한다..
#64. 무대 뒤
질린 얼굴로 무대를 들여다보는 독수리 단원들.. 무대위 팀 너무 잘한다. 복장도 세련되고..
다들, 기가 죽은..
엄간호 : 다들 쭈쭈 빵빵에.. 얼굴도 하나같이 탤런트 같이 잘도 생겼네..
최선생 : 서울종합병원 팀이라는디.. 아무래도 수상혀.. 무신 성악가들 모냥 너무 잘 허잖여. 너무 잘해도 이상한거 아녀?..
(트집을 잡아보지만)
도끼 : (e) 다들 여기 계시면 어뜩해요.
돌아보면, 도끼다.
도끼 : 동작이라도 마지막으로 맞춰봐야죠.
엄간호 : (눈물이 핑도는) 도끼씨..
#65. 무대 / 관객석
사회장 : 이번에는 7번팀, 독수리 중창단 순서입니다. 자! 입장..!
단원들, 잔뜩 긴장하여 어정쩡한 미소로 줄을 서서 입장하고.. 맨 마지막에 도끼도 나온다..
두목 : 어? 저 자식이 왜 저기 있어?..뭐야?
도끼, 두목을 향해 고개 숙인다.
긴장한, 단원들, 정돈하고 서있는데.. 정자 때문에 걱정..
보면, 정자 표정이 점점 상기된다.. 보면, 관객석 가운데쯤에 정자 아이들과 남편이 앉아있다..
아이들, 남편, 플랭카드 흔든다. 남편은 아직도 어정쩡하고 불편한 얼굴인데..
‘엄마 파이팅!! 엄마 사랑해!! 여보! 미안해!’
정자, 감격의 미소..눈에서 눈물이 고인다...
해준, 반주가 시작된다.. 드디어..노래..!! (경쾌하고 신나는..)
독수리중창단 노래가 흐르는 위로 그 동안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다..
(커트인)
-포스터 앞에서 의구심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는 단원들..
-춤을 추며 연습하는 단원들..
-패싸움을 하는 단원들..
-대회장으로 달려 들어오는 단원들..
점점 흥에 겨워가는 무대..관객들의 뜨거운 반응.. 손뼉을 치고..어떤 사람들은 일어나 춤까지 춘다.
노래가 끝나면 우뢰와같은 박수소리.
감격한 표정의 두목, ..일어나 두 손을 번쩍 쳐든다..‘브라보!!’
#66. 남자화장실
심사위원 1, 2, 소변을 보며.
심사1 : 어때요?
심사2 : 서울병원 팀이 아무래도 정교하죠..
심사1 : 7번 독수리 팀도 괜찮던데. 풋풋하고 생동감이 있어서..무엇보다 구성원이 다양하고..
두목e : 고럼 고럼. 7번이 맞제이.
보면, 두목, 썬글라스 끼고 뒤에 꼬붕들의 호위를 받으며 소변을 본다.
두목 : 사람들 반응을 봐도 그렇고. 7번이제이..? 다른 팀헌티 점수 준 넘은 분명, 뭐슬 받아쳐먹은 놈이여.
난 그런 놈이 젤로 싫어. 순수함을 몰라주는 넘. 진실을 몰라주는 넘!
꼬붕2 : (들어오며) 다녀왔습니다 형님!!
두목 : 그려..확실허니 파묻어 부렀냐?
꼬붕2 : 네! 형님!
하얗게 질리는 심사1,2.
두목 : (추스리고 나가며) 나는 7번이 될거라고 분명코 믿어.. (나가다 얼굴 들이밀며) 애들은 잘 크는가..?
#67. 대회장 커피자판기 앞
잭나이프로 커피를 젓는 손. 꼬붕1, 나이프로 커피를 젓고 있다.
심사위원2,3을 둘러싸고 있는 꼬붕1,3,4,5. 벌벌 떠는 심사위원 2,3.
꼬붕1 : (저으며) ..나가 노래 듣고 눈물 나보기는 머리털 나고 처음이랑께. 아..7번. 감동 그 자체더만..
(잭나이프 꺼내 혀로 쓱 핥아먹으며) ..형님덜은 어떻게 보셨는가..?
#68. 무대
사회자e : 2등! (짜라라..) 5번 서울종합병원 중창단!
무대 위.. 3등 상 사람들이 꽃다발과 상장을 들고.. 서있고.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는 서울병원 중창단 팀들..,꽃다발 받고..상장 받고..
사회자 : 축하드리구요.. 자.. 대망의 1등! 대상입니다! ...(짜라라..) 칠번! 독수리 중창단!!
환호성과 기쁨의 비명이 대회장을 진동시킨다!! 장면들..슬로우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를 지르는 두목!!
-도끼, 상의를 벗어 공중으로 던지면..
-꼬붕들도 따라서 옷을 벗어 공중으로 날리고
-해준도, 도끼를 따라서 옷을 벗어 던지고 신발도 공중으로 날리고
-해준 부모, 놀라서..기뻐서..
-단상으로 올라가 상금(흰봉투), 트로피, 꽃다발을 받는 최선생, 동준, 영애, 등등..
-두목, 입이 찢어져 최선생이 흔드는 팔랑팔랑 흔들리는 흰봉투를 바라보고
-폭죽을 터뜨리고..아이들과 남편을 껴안고 눈물을 흘리는 정자..
-자기도 모르게 포옹을 하는 영애, 동준..
-그런 모든 환희의 장면에서 스톱.
#69. 엔딩 타이틀
-독수리 요양원
텅텅 비어있던 마당 주차장에 차들이 들어와 가득 차있고 도끼차, 들어온다.
문을 열면, 손님들(환자들) 모시고 왔다. 안으로 안내하는 도끼.
-동, 안내
바쁘지만 친절하게 새로운 요양자 가족을 동준 방으로 안내하는 엄간호.
불나게 울리는 전화벨! 뛰어와 전화를 받으며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죄송하다고 눈인사를 하는
그런 엄간호를 담담함 미소로 바라보는 도끼.
-동, 원장실
영애, 창가에서 보면, 환자들, 산책하고 운동하는 모습들..
영애 : ..북적거리니까 좋다. 전에 처음 왔을 땐 정말 썰렁했는데..
동준 : 그래서 말인데요..식구도 많이 늘고해서 중창단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사람이 필요한데..
영애 : (쌀쌀맞게) ..저보고 하라구요?
동준 : 왜요? 싫어요?
영애 : 모..지난번에 한 말..그 답이나 들어보구..
동준 : 무슨 답..요?
영애 : 왜 전부를 걸었는지 생각해보라면서요..아무래도 아리까리해서..
동준 : ..거 정말..양심없네. 아니 솔직히 몸으로라도 때워야하는 거 아닙니까?
영애 : 아아..이제야 본심이 나오네..그러니까..본전 생각난다? 답 나왔네. 한마디로 그때는 미쳤었다?..
(정신없이 조잘대며 문가로 가 문손잡이를 잡는데)
동준, 영애 손을 잡아채고 문가에 밀어붙인다. 점점 영애에게 다가가는 동준..
영애 : (다 알면서) 어머머머...얼굴은 왜 들이대고 이래..요.. (하다 질끈 눈을 감는데)
동준의 입술, 점점 가까이 아슬아슬하게 다가드는데 문이 쿵쿵 흔들리고 울리며.
엄간호 : (e)원장님! 원장님!.. (문 흔들리며) ..아니 문이 왜 안 열리지..?
동준, 영애, 얼른 비켜서며, 서로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하는데.
엄간호 : (문 열고 들어오다 다시 손잡이 비틀어보며 갸우뚱하다..분위기 파악 못하고) 아니, 다들 기다리고 있는데 뭐하세요?
동준 : 지, 지금 나가던 참이지.. (하며 얼른 나간다)
영애도 따라나가고..
카메라, 창 밖으로 빠지면 봉고차에 뛰어 올라타는 동준, 영애, 엄간호..
차 출발하면, 봉고차 옆면에 <희망을 주는 독수리 중창단!>이라고 써있다.
엄간호 : (e) 오늘은 어디예요?
인순이 : (e) 꽃동산양로원!..
-꽃동산양로원
단상위에 <독수리중창단 정기공연>플랭카드가 걸려있고.
사회자 : (e) 독수리 중창단!!
독수리중창단 단원들, 최선생, 인순이, 엄간호, 영애, 해준, 동준, 등등 순서로 한명씩 나와 차례로 줄을 맞춰 선다..
활짝 웃는 독수리 중창단원들 얼굴에서 스틸되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