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소월. 경암 문학예술관 두 돌을 맞다
심영희
코로나라는 덫에 걸려 모든 예술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지난해에는 새한국문학회 시상식에 한번 참석한 걸로 일년 행사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
올해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매일 늘어나는 코로나 확진자 숫자를 보면서 좀처럼 춘천을 벗어날 생각을 못하고 살았다. 지난 4월 28~29일 큰 용기를 내어 참석했던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제21회 수필의 날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1995년 “수필과 비평”이란 문예지를 통하여 수필가로 등단을 했다. 그때 수필과 비평사 서정환 사장님과 발행인이던 이철호 선생님과 주간이던 정주환 선생님과 만나게 되었고, ”수필과 비평사”가 전주에 있었기에 내 수필작가 첫출발을 전주에서 시작했기에 그때의 옛추억을 더듬어 보고자 코로나 속에서도 참석을 하게 되었다.
그 인연으로 “한국문인”을 창간하여 20년을 이끌어오신 이사장님을 도와드리고 또 혜택을 받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바뀐다는 것은 옛말이고 이백 번쯤은 바뀌었을 지금 그래도 변하지 않고 끈끈한 인연으로 이어진 것은 인정이라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다.
2019년 6월 5일 문학관을 개관할 때도 참석했었지만 볼거리를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참석한 문인들도 많았고, 저마다 사진 찍기에 바빠 카메라에 자리를 내주기에 급급했다. 집에 돌아와 한가한 시간을 내서 다시 방문을 하리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늘 일에 쫓기며 사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이래저래 벼르다 결국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무서워 춘천에만 머물다 보니 어느새 문학관을 개관한지 두 돌이 되었다.
또 다른 이유라면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다. 전에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이면 차를 운전하여 어디든지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국가에서 고령운전자들이 운전면허증을 반납하고 운전을 안 하기를 바라는데 예전처럼 운전을 하여 이리저리 다니기도 두렵다. 그런 상황이라 혼자 운전을 하고는 부모님 산소에도 가지 않는다.
다행히 두 돌날에 소월백일장과 시 낭송 수상자들 시상식을 증평 문학관에서 개최한다는 것이다. 1주일 전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보니 춘천여성문학회 회원 아들 결혼식도 있고, 전날 친구 남편 부고소식까지 날아왔다. 그래도 일단 선약을 했으니 부조는 대신 해달라고 부탁하고 새벽 6시에 집을 나섰다. 집에서 역까지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아침 공기를 마시며 역에 도착해 계단을 오르는데 전철이 들어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서울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관광버스로 두어 시간 달려 문학관에 도착해, 시상식 행사를 하고 점심을 먹은 후 문학관 관람을 했다. 이번에는 내가 다른 사람보다 먼저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사진을 찍었다. 사람이 없을 때 사진을 찍어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도 불편함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문학관을 다시 둘러보니 새롭게 보인다. 이철호 이사장님의 일생을 한 눈에 보면서 팔십 년의 역사를 반추해 보았다. 김소월가와는 사돈이 된다는 이사장님 덕분에 소월 선생님도 따뜻한 집 한 채 마련하여 떡 버티고 앉아있으니 든든해 보인다. 앞으로 천년만년 소월 김정식과 경암 이철호가 아래층 위층에서 문학을 논하고 시를 읊으며 살 것이니 외롭지 않을 것이다.
또 이층에는 이사장님의 가족들이 벽에 붙어 집을 잘 지키고 있을 것이니 도둑맞을 염려도 없다. 베푼 것만큼 거둔다고 2년의 세월 동안 기증받은 예술작품이 개관식 때보다 몇 배는 많아졌으니 문학관이 그야말로 소윌. 경암문학예술 기념관이란 이름이 딱 어울린다. 앞으로 세 돌 네 돌 10주년까지 내가 건강한 몸으로 찾아갈 수 있을지는 누구도 모른다. 나도 모른다.
(2021년 작)
한국문인 2021년 8.9월호에는 특집으로 "한국문인"으로 등단한 춘천지역 작가들의 시와 수필을 실었다. 그중에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시와 그림" 편에 수록되어 춘천작가의 위상을 한층 높여 주었으며, 또 춘천에 살다 원주로 이사간 김영덕 수필가는 춘천에 살고 있지 않다고 신작 소설란에 소설을 발표하였다.
춘천회원 원고
김선덕 : 관절염(시
김주원 : 나무(시)
이영수 : 햇살 좋은 날(시)
평야 이영수 : 오월의 목련(시)
강동구 : 일등병이 효도하기(수필)
김영일 : 결정권과 책임감(수필)
김정자 : 장날(수필)
민성숙 : 괜찮아(수필)
박규원 : 동토의 땅에 어머니 나무를 심고(수필)
박장규 : 약사동 망대(수필)
박화선 : 화양연화(수필)
안재학 : 항가리 밤의 열기 속에서(수필)
이동춘 : 월정사 천년의 숲을 걸으면서(수필)
이주형 : 연탄 배달하던 날(수필)
이화자 : 인간의 소망과 하느님의 사랑이 피워낸 꽃(수필)
이희성 : 중고차 보닛의 교훈(수필)
최문식 : 동생의 존재감(수필)
한상량 : 아줌마 커피 갖고 와(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