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학연구소 아시아평화연대센터 황경훈 실장이 지난 16일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머리에서 가슴으로 읽는 <복음의 기쁨>’ 강좌의 네 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황 실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모든 것을 상품화시키고 가난을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는 현실을 질타하면서 그 대안으로 온전한 ‘인간발전’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장과 돈이 우상이 되어버리고, 인간을 사용하다가 소모품처럼 버리는 문화, 이른바 신자유주의를 ‘배제와 불평등의 경제’라고 문제 삼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가난한 이들이 사회에서 배제된다. <복음의 기쁨>은 ‘사회통합’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 | | ▲ 우리신학연구소 아시아평화연대센터 황경훈 실장 ⓒ배선영기자 |
그러나 황 실장은 주교회의 <복음의 기쁨> 번역본에 등장하는 ‘사회통합’은 “가난한 이들이 배제되었으니 통합해야한다는 번역의 맥락은 이해하지만, 이것은 기존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류에서 밀려난 가난한 이들을 체제 안으로 통합하려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통합이 아니라 ‘사회적 배려’, ‘사회참여’ 또는 ‘사회의 주체’로 번역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실장은 “복음화를 이루는 선교가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난한 이들의 삶을 어떻게 나아지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선교는 진정한 인간발전이고, 이런 관점에서 <복음의 기쁨>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곧 “단순히 가난한 이들의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이고 영적인 측면의 발전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황경훈 실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와는 다른 시각으로 교회와 현실을 바라보고 있다면서, “베네딕토 16세는 요한바오로 2세와 마찬가지로 ‘오직 교회밖에 없다’는 입장을 가졌으며, 이는 곧 교회 안의 도전이나 교회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라고 밝혔다. 실제로 교황청은 1742년에 아시아에서 조상 제사를 금지했다가, 1939년에는 ‘사회·문화적 풍속’이라는 입장으로 태도를 바꾼 적이 있다. 황 실장은 “그러나 조상 제사를 거부하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순교한 것에 대해 사과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개혁에 목소리를 높이며, 특히 성직자 중심의 교회를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다. 황 실장은 “교황의 이런 개혁적인 목소리가 현실에서는 얼마나 반영되고 있을까?”라고 물으며, “대륙별 주교협의회 대표 8명으로 구성된 교황 자문위원회가 설치되고 세 차례나 회의를 가졌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 실장은 자본주의 현실에 도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적 태도를 높이 평가했지만, “모든 면에서 진보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이 신앙교리성 장관인 루드비크 뮐러 대주교가 미국 여성수도자장상연합회를 강력하게 비판한 것에 대해 침묵했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덧붙여 아프리카에서는 에이즈로 수많은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콘돔 사용 문제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얼마나 유연한 견해를 보일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1인 또는 2인 가족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언급하며 ‘가족’ 개념을 다시 세우고, “교회에서 전통적으로 가르쳐 온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성가정’이 과연 현실에 부합한지 고민해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교황이 생명과 가족의 문제에 대해서도 진보적일 수 있다면 더 환영받을 것”이라고 말한 황 실장은, 오는 10월에 ‘복음화 맥락에서 가정에 대한 사목적 도전’을 주제로 열리는 주교시노드 특별회의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