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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어 회 먹는 날 국내여행기
http://blog.naver.com/gahuon/80212531859
떠나기전 아주 아파트 주차장
송어 회 먹는 날
2014/5/5
학명은 Oncorhynchus masou BREVOORT란다.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고전 자료만 검색이 가능한 줄 알았더니 의외로 송어가 검색 된다. 게서 정의한 것이니 별 탈 없는 표현이겠지만 마지막 세 번째 단어는 왜 대문자인지 모르겠다. 대문자 소문자는 어차피 의미 모를 단어들의 연결이니 그냥 우린 송어로 알기만 하자. 송자가 소나무 송(松) 물고기 어(魚)이니 소나무 색깔을 닮았다는 뜻일 게다.
그러나 해설은 육질에서 소나무 냄새가 난다니 맛과 색깔이 다 소나무하고 인연 있는 고긴가 보다. 몸은 연어와 비슷하나 연어보다 둥글고 작으며 약간 측편(側扁)한 편이다. 주둥이는 연어보다 둔하고.
송어
몸빛은 등쪽은 농남색, 배쪽은 은백색이고 옆구리에는 암갈색의 반점이 있는데 고기 색깔이 소나무 색깔을 닮아 붉을 색일 것으로 짐작. 번식기에는 수컷은 주둥이가 연장되고 몸 측면에 복숭아색의 불규칙한 무늬가 나타난단다. 몸길이는 60㎝정도. 우리 팔 길이만 하니 크긴 큰 물고기다. 경상남도 이북의 동해안에 분포하는데 과거 한류가 강하였을 때는 남해안의 하천에도 거슬러 올라갔다고 한다.
어쨌든 오늘은 우리식구 송어 회 먹으러 가는 날이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춘천시 신북읍 율문리 566-1에 주소를 한 우리송어양식장횟집을 검색하느라 한참을 소비하고 떠난 시각이 오전 10시. 몇 번이나 송어가 좋아 탐식하러 갔다 왔다는 막내나 딱 한번 친구들하고 갔다 왔다고 서너 번은 내 듣는데서 자랑도 했던 집 사람이나 정확히 아니 대강이라도 어디쯤을 짐작도 못한다. 장가간 아들 부부가 이미 지들끼리 계획이 잡혔다니 강권을 못하고 두 애들을 앞세워 내비의 안내로만 떠난다.
오늘은 연휴의 중간, 어린이날, 틀림없이 도로 사정이 안 좋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미리미리 서두르라는 노인들 말 안 듣고 늑장 하더니 오늘 틀림없이 도로에서 곤욕 치를 것이다.
벌써 외곽순환도로가 안양서부터 막히더니 구리를 지나면서 잠시 뚫리고 다시 춘천방향 우로 꺾이면서 그냥 정체현상이다. 후회하기를 이말 저말하며 견디는데 고지식한 막내는 그저 1차선만 고집한다. 인생을 이런저런 요령으로 살아온 애비가 순발력 없겠지만 도로 사정 이해하는데만 니들만 못하랴 싶어 이리저리 지시해도 고집만 부리더니 가평휴게소에 들를 때 까지 거북이 주행이 계속되었다.
인생도 도로 운전하는 것이나 똑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막힐 때는 돌아도 가고 한 쪽 줄이 막히는 다른 차선도 들어서보는 것이 요령이다. 춘천 가는 민자 고속도로는 내가 이용해 본 것만으로도 열 번은 넘는데 어디 쯤 가면 무슨 터널이 있으리라는 것도 이젠 훤할 정도다. 춘천시내 까지 꼭 정확히 스물 두개의 터널이 있다.
가평 휴게소에서 소변을 보고 지체 없이 떠나보지만 여전히 막힌다.
가평휴게소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욱이 쪽 사정을 문자로 보내니 얘들, 하필 어린이날 에버랜드를 갔다하니 고생 쌩으로 하겠다고 하며 여차하면 우리 쪽으로 돌려 붙으라고 문자를 넣는 모양.
요즘 뜨는 ‘나 가수다’에 선보인 앳된 가수들의 노래 소리를 지겹게 들으면서도 불평 한 마디 못하고 애들 차 신세지며 수 십 분을 더 갔을까 차는 무슨 예고도 없이 콧구멍 뻥 뚫리듯 휑한 콘크리트 도로 바닥이 나타난다. 이해 할 수 없다는 말을 이구동성으로 하는데 전문가의 말도 이해가 안 간다는 어느 해설을 들은 기억이 난다.
아차, 조양 IC를 빠져나오면서 가평휴게소부터 교대한 큰놈이 내비 안내를 못 따라 잡았다. 차는 다시 안내를 받아 방향을 되잡아 가는데 세 시간이나 넘게 도로 양옆 방호벽만 보아오던 고속도로 풍경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농촌 풍경에 집사람 기분이 여간 째지는 게 아니다.
조그만 고개를 오르면서 ‘춘천 국립 정신병원을 지난다. 산속에 있는 이유를 알겠다.
원창삼거리를 지나 내리막길에 ‘똥참외 20개 만원’이란 작은 현수막이 몇 개씩이나 눈에 든다. 배고프니 저 똥 참외가 우리의 섭식(攝食)중추기관을 자극했는가, 별 이의 없이 차는 소형 트럭이 서있는 똥참외 매대 뒤에 댄다. 웬일인가. 스무 개 짜리 는 없고 만원에 열 개, 다섯 개, 열다섯 개에 이만 원 등등 가격만 있다.
열개 만 원 짜리도 조그만 복숭아 크기에 지나지 않는다. 스무 개짜리는 오늘 배달이 되지 않아 없단다. 열 개짜리도 이리 작은데 어쩌면 스무 개짜리는 작은 살구만 하리라.
이미 맛보고 사라는 친절에 못 이겨 하나를 깎아 들고 넷이 나눠 먹은 후니 별수 없이 “맛은 좋으네” “비싼 건 아니야” 하고 자위하면서 한 봉지 사들고 탔다. 중앙고속도로 밑구멍을 지나면서 우람한 교각이 보이더니 폴리텍 제3캠퍼스가 오른쪽으로 보이고 이내 교속도로 교각을 또 관통하더니 차는 석사동을 들어서면서 생각나는 석사천변이 눈에 든다.
“아! 여기가 석사동 맞냐?” 하자 내비를 응시하던 큰애가 맞다고 한다.
북 카페 ‘피스 오브 마인드’가 있는 곳, 그곳이 석사천변이니 그래서 낯익은 곳이다.
집사람이 거길 가야한다고 내 탄성에 탄력을 주니 북 카페 이야기를 더 늘어놓지 않을 수 없어 몇 마디 더 해 본다.
우리송어양식장횟집
차는 남춘천역, 그리고 춘천역을 끝으로 북한강 중도 관광지를 끼면서 소양강 처녀동상이 보이더니 이내 소양2교를 넘는다. 어리버리한 큰애가 내비를 응시하지 못하는 사이 차는 또 방향을 잃고 ‘강원 화목원’을 빙 돌아 끼고 돌더니 작은 율문교를 건너면서 빨간 간판이 나온다.
제일먼저 이런 건빵이 나온다
송어회 본론
최후의 서도리탕 돈 따로 3000원 받았다
시간은 오후 두시 30분. 두 시간이면 간다던 거리가 곱절은 더 걸렸다. 주차장은 거의 만차.
요행 좋은 자리 하나 만나 파킹하고는 들어서자 자리가 없을 정도. 주인의 안내로 주방 옆 분주한 장소에 자리 잡고는 주문을 마치자 건빵 튀긴 간식이 먼저 나온다. 이미 오면서 송어고기 배 터지게 먹을 양으로 아침도 안 먹고 쫄쫄 굶으면서 달려오기를 네 시간을 넘게 견뎠는데 송어 회를 앞에 두고 건빵으로 배를 채울 수는 없다.
기다리기를 잠시, 빨간 송어고기 썰음이 아주 덕용으로 썰려 나왔다. 막내는 송어 회를 아주 좋아했다. 먹고 또 먹기를 한참 하고 네 번을 더 리필 받고서야 상당량 남기고는 젓갈 짝들을 놓는다. 이어 서더리 탕을 시켰는데 삼천원 추가란다. 일인당 8000천 원 하는 걸로 알고 온 것이 이미 11000원으로 오른 값이고 맥주 사이다 밥 추가, 탕 하여 액수는 오만원이 넘는다.
느끼한 송어의 육질이 오히려 과식을 경계하게 만들어 다행이라 싶었는데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소양강 들러 호반구경하고 유람선 배 타자는 내 제안이 서너 번을 했건만 별 반응이 없더니 무슨 카페라 하며 춘천의 명물을 그냥 지나칠 순 없다며 차머리를 튼다.
산토리니 카페
산토리니카페 입구에 진열한 에쁜 찻잔들
산토리니 카페 주차장 경계석 화단
‘산토리니’라나, 그래 어쩐지 그리스 산토리니 관광지 같은 이름인데 가보면 알겠지 하며 벌써 거북한 속을 참아가며 십 여분을 달려 간 곳이 춘천시 동면 . 차는 두어 번 방향을 못 잡아 반복하며 오다가다하는 사이 이윽고 높은 언덕 순환로에 자리한 산토리니를 찾았다. 바로 인접한 곳에 네이버 캠퍼스 공사가 한창 우람한 모습으로 완공을 기다리는 중이다.
불편한 덤핑증세의 후유증을 차내에 누워 다스리는 사이 집사람과 애들은 카페를 들어갔다.
뒤 미쳐 사진이라도 찍을 셈으로 들어서 옥상을 오르자 하얀 지중해식 종탑 문양에 오층으로 올려지은 종루의 지붕인 돔이 예의 지중해 산토리니를 쏙 빼다 닮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역시 코발트색의 지붕이다. 여기서는 이 종루를 소언을 들어주는 종탑이라고 명명했다. 일층은 카페, 이층은 레스토랑과 채소농장, 삼층은 펜션이다. 춘천시 동면 순환대로 1154-97가 요즘 신 도로명 주소고 장학리 114-16번지가 구주소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모방한 종탑이네, 이걸 가지고 이름을 빌렸구만”
하자 집사람이 ”당신 그걸 어떻게 알았어?“한다. 집사람 날 뭘로 보나.
“그리스 산토리니는 세계문화유산에 든 관광지야” 하자 암 말이 없다.
원이가 희한한 합성사진을 찍으며 작난하는 사이 해는 석양으로 저물어가고 갈 길은 멀기만 하여라. 이내 차에 올라 내리막을 들어서자 마주보이는 순환로 언덕이 빨간 후미 브레이크 등으로 수놓고 있다. 차가 밀리고 있다. 아무리 계산해도 되돌아가는 길 막혔으리라는 짐작이 틀리지는 않을 듯하여 아예 무료도로를 검색하여 방향을 잡았다.
비록 잠시지만 차창은 예쁜 농촌의 전원이 수도 없이 이어지더니 점점이 멀어지는 농가가 끊어지면서 오른 쪽으로는 익히 아는 삼악산, 왼쪽으로는 청평 호반을 끼고 지나며 온 회중이 호기 있게 올랐던 거년의 실력이 다 예 말이 되어버린 지금 여러해 전의 등반추억을 집사람과 떠 올리면서 이내 강촌교를 건넌다. 과거 강촌역이 레일바이크 출발지로 바뀌었음을 알고는 우리가 그때 마지막 경춘선 열차 여행이었음을 상기해 본다. 차는 내비의 지시대로 강촌 관관타운을 통과한다. 모든 차량이 타운 끝나는 지점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역행하는 차량은 우리 차 하나.
이상한 예감이 들면서 삼악산 지나면서 표지판대로 청평을 향해 직진하지 않음을 의아해 하지만 내비를 믿고 따르는 원이의 결정에 이의를 달 형편이 아니다. ‘무척 고생 덜 하게구만’ 하면서 마주쳐 지나치는 값나가는 차량들의 행렬을 보고 안쓰러워하면서 우리의 차는 신나게 질주한다. 새로 생긴 전철 강촌역을 지나면서 차는 이미 석양으로 떨어지기를 한참이나 지난 오후 여덟시의 주위를 빠르게 스치면서 홍천군 서면 모곡리 남궁억 동산을 지나더니 서서히 오르기를 시작하는 고갯길로 들어서면서 우리는 무엇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어 감을 불안스럽게 느끼기 시작했다.
차는 꼬불꼬불 오르며 내비의 지도가 그림으로 잘도 나타낸다. 바로 동막골이란다. 고개를 꼬리를 물고 넘는 차량들, 트럭의 뒤를 따라 널미재라 부르는 고갯길을 넘자 가평군 곧 설악이다. 비로소 불빛이 보이고 인가들이 나타나니 반갑다.
아이들이 강원도 설악산과 혼동하기에 가평의 설악을 설명해 주었다. 곧 한반도의 상하좌우로 볼 때 설악이란 이 지역이 정 중앙에 위치하여 풍수지리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이 땅을 사 두었다는 설명에 아이들이 이해를 못 한다. 차는 곧 청평 호수에 다다르고 과거 처제랑 배움터 일박이일 연수한 곳이 이 곳 유스호스텔이었음을 기억나게 해주는 시설들이 보인다.
구리시를 지나 중랑천 변 도로를 끼고 내 달리기를 한 시간 여, 드디어 서강대교를 넘어 집에 도착한 것이 밤 10시 35분. 밥 먹고 커피마신 시간 빼면 도로에서 약 열 시간을 보낸 셈이다
그래도 어디 다른데서라면 이만한 값에 싱싱한 송어고기를 먹을 수 없는 일. 기름 값 오 만원 넘게 지불하고 도로 비 칠 천원 넘게 내고 왕복 도로에서 보낸 시간 계산하면 무엇이 경제적인지 모르겠다. 바람한번 잘 쏘인 걸로 오늘 하루는 정말 행복한 날이었다. 어린이날. 어린이만 행복한 날이 아니다. 어른도 행복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