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연극반 학생들과 함께 연극을 보고나서 문득 들었던 생각을 잠시 적은글입니다.
여러분과 교감 차원에서, 그리고 아직도 학생들이 많이 부족한 연극반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고자 올립니다. '영산대학교 영어연극반' 이라는 카페도 한 번 가보세요. 열정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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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모처럼 여러분 덕분에 딸내미를 데리고 연극을 봤었지요.
어제는 그간 밀려 손도 못 댔던 '영어실습' 수업 숙제에 대한 대응을 새벽이 되도록 했습니다.
지금도 하다가 지겨워서 갑자기, 이 카페로 이동했습니다.
금요일에 본 연극...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그리고 그날은 참 바빴었습니다.
제 목요일밤의 'hangover'가 하루종일 있었던 날이고 (이제 늙었더라고요, 회복이 잘 안 되니.)
아무튼 경황없이 하루를 보낸 후 연극을 보러 갔었습니다.
연극을 보고나서 여러 생각이 드는 군요.
아마 그 생각은 어쩌면 제가 귀국후 2년만에 여러 얼굴들을 보면서 읽게 되는 세월의 흔적의 영향도 있으리라 봅니다.
일단 드는 생각은, 지금 세대, 여러분에게 잘 맞는 연극, 아니 뮤지컬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밌고 신나고 (난 도대체 안 될까요? 나도 한 번 그런 춤 춰보고 싶은데. 저 워낙 막대라서. 중2때 고전무용시간에 '막대'라는 지적을 받았음.)
적당히 시사적인 문제이슈를 집어넣었고 (인종 문제, 9.11, 젊은이의 순수/사랑/꿈과 장년의 야망(?)) 재밌는 현대식의 고전 비틀기 (사실 이젠 이것도 진부해지고 있자만, 그러나 씩씩하고 철없는 현대의 줄리엣을 이뻤습니다.)
전 몇년전 서울 가서 본 10+라는 컨서트가 떠올랐었습니다. 10명의 가수들이 나와 4시간 릴레이로 노래했던 컨서트.
글쎄, 이유는? 둘다 비슷하게 관중을 entertain 하려는 의도의 관중과 하나가 되어 즐기자는 의도의 show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지금 열심히 수업을 entertain 하려고 하고 있고 (학생이 고객이라는 관점에서 말입니다.)
사람을 만나도 entertainer라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과 나와의 관계를 인식하고 그에 맞는 내 역할을 충실히 해야 된다는 생각이지요.
물론, 성실하고 진지함에서 우러나온 생각입니다.
그러나 문득, 골방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치열해지고 싶다는,
그런 진지함이 그리워진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연극이 진지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물론 진지함에 촛점을 맞춘 연극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제 같이 웃고 싶은 것이 아니라, 같이 울고 싶다는, 아니 같이 따로따로 울고 싶다는,
그런 rapport가, 옛날 제가 겪었던 치열한 고독이 새삼 그리워졌다는 말이지요.
이제 세월이 흘러 세상은 많이 가벼워졌고, 늙어가는 제 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어쩜 여러분 젊은이보다 더 가벼울지도 모릅니다. 적당히 익숙해지고 둔감해지고 생활에 찌들려 풀어져 있다는 말도 될 겁니다.
우리가 올릴 연극도 '진지함' 보다는 'entertaining'에 촛점이 맞춰져 있으니 같이 볼 연극으로서 선정이 잘 되었다는 생각이고, 전 대원이의 열정에, 그리고 잘 따라가는 여러분의 착한 열정에 또한 그저 머리만 쓰다듬어주고 싶을 뿐입니다.
제가 자발적으로 연극을 보러 간 건, 어언 이십여년전 고등학교 때, 대학초년때 인 거 같습니다. 그때, 절 넓히고 싶다는 목마름에 혼자 가서도 좀 봤었습니다. 그 땐 무거운 연극들 뿐이 없었지요. 음악도 무거운 것만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거는 '묘비명'이라는 제목의 노래였지요.
아마 제가 이제 다시 또다시, 저를 탐색하는, 세상을 탐색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이 가을에 딱 맞는 시간이겠지요.
우리가 올릴 연극에는 음악이나 춤 등이 중요한 요소를 차지할 겁니다. 제가 이 분야와 지난 2년 담을 쌓고 살다 보니, 어울릴만한 노래나 춤 등에 대한 조언이 역부족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스스로가 잘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건 여러분의 진지한 자세를 보고 느낀 거구요.
그냥 요즘 연극, 요즘 사람들, 요즘 세태, 돌아와 다시 갖게 되는 현실 인식 속에서, 공허함과 결핍의 감정을 해결하고자 한권 한권 샀던 책들, 음악들, 그 때의 마음을 되돌아보게 된 연극이었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예상과 다른 것을, 살면서 참 많이 얻는답니다. 어찌 보면, 여러분의 싱싱한 젊음을 보면서 수십년전의 제 젊음이 그리웠다는 말도 되겠지요. 아니, 진지함과 투명함과 절실함과 절절함과 .... 그런 것들이 그립습니다. 한 마디로 하면 그렇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의도는? 물론 없어요. 갑자기 쓰고 싶어 쓸 뿐. 혼동되더라도 그저 참으시길. 참, 제가 예상하건대, 훗날 전 이 연극을 보러갔던 금요일밤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아마도, 롯데리아에서 본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 속의 밀크세이크로 기억할 겁니다. 그거 꽤 attractive 했었어, 하고 말입니다. 너무 길어 죄송합니다. 요즘 세대한테는 짧아야 되는데.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