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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죽나무. 소설 ‘춘희’의 ‘춘’자는 동백꽃보다는 참죽나무를 뜻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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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광」5월호에 실린 동백꽃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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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와 동백꽃 |
글ㆍ사진/송홍선(민속식물연구소장) |
소설 ‘춘희’는 ‘춘’자가 참죽나무의 뜻이 있기 때문에 ‘동백아가씨’ 의 원명과 달리 ‘참북나무아가씨’로 오해할 수 있고, 소설 ‘동백꽃’의 꽃은 노랗게 피는 생강나무의 꽃인데도 붉게 피는 동백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춘희'와 '동백꽃'은 소설의 제목이다. 전자는 1848년에 프랑스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가 발표한 소설이며, 후자는 1930년대에 왕성한 창작의욕을 보였던 김유정의 단편소설이다. 동백나무와 관련돼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소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두 소설은 독자들의 주관적 사고에 의해서 상상력이 파괴되고 있다. 작가의 문학세계와 본질적으로 다르게 마음이 정리되고 있어 혼란스럽기도 하다. 왜 그런지는 계속해서 설명으로 이을까 한다. 먼저 뒤마의 소설 '춘희(La Dame auxcamelias)'에 대해서 알아본다. 이 소설은 고급 창녀 마르그리트 고티에와 순진한 청년 아르망 뒤발의 슬픈 연애물이다. 내용을 요약해 보면, 창녀 마르그리트는 화려하게 몸을 치장하고 한 달 중 25일간은 흰 동백꽃, 나머지 5일간은 빨간 동백꽃을 들고 극장이나 사교계에 나타나며 언제나 귀부인처럼 생활한다. 이는 그녀가 몸을 판 대가였다. 어느 날, 그녀는 청년 아르망을 만나면서부터 참된 사랑을 발견한다. 그러나 아르망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아르망과의 관계를 끊을 것을 강요한다. 그녀는 아르망과 헤어지는 것만이 진실로 그를 사랑하는 것이며 그를 살리는 길이라 생각하고 아르망을 배신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르망은그녀에게 달려가나 그녀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특히 이 이야기는 소설로 발표 된지 5년이 지난 후 곧 1953년에 피아베 작시, 베르디 작곡에 의해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로 다듬어져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켰다. 우리 나라에서도 소설로 번역되어 각광을 받았으며, 1937년 신극단 중앙무대가 오페라로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 이 이야기의 제목은 소설이나 오페라 모두 춘희로 되어 있다. 원래 제목으로는 동백꽃을 들고 있는 부인·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춘희' 의 '춘' 자가 동백꽃을 뜻한다고 우기면 어쩔 수 없으나, 분명하게도 '춘’자는 우리 나라에서 동백꽃을 뜻하는 말과 약간의 거리가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춘’자를 참죽나무의 뜻으로 쓰고 있으며, 동백나무는 동백이라고 적는다. 일본에서는 물론 우리 나라의 일부 사람들은 '춘' 자를 동백나무로 표현하고 있으나, 일본에서도 '동백'을 '쯔바끼'라 하고 '춘'은 '짠찐'이라 하여 우리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참죽나무를 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춘희'의 이미지는 동백꽃이 아니라 참죽나무 꽃으로 이해할 수 있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아무튼 소설이나 오페라의 제목, '춘희'의 꽃은 동백꽃이다. 이제부터는 제목의 한자명에 따라 참죽나무 꽃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는 일본 사람들이 번역한 '춘희'의 제목을 우리가 그대로 답습한 데서 비롯된 잘못이다. 일본에서는 ‘춘희'로 번역됐다고 해도 우리가 받아들일 때는 '춘희' 대신 원명을 살려 ’동백아가씨' 정도로 번역됐다면 이러한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번역물의 바른 해석이 요구되고 있다. 다음으로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에 대해서 알아본다. 이 소설은 1936년 5월 「조광」에 발표된 이후 1938년 단편소설집의 제목으로 지정됐으며, 황토색 짙은 농촌의 배경 속에서 인생의 봄을 맞이하여 성장해 가는 충동적인 사춘기 소년·소녀의 애정을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은 순박하다 못해 어리숙한 소년으로 '자신'을 내세웠다. 이에 비해 점순은 활달하고 말괄량이 소녀로, 소년의 아버지가 소작을 든 마름집 딸이다. 소년에게 관심이 많은 점순은 구운 감자를 주면서 접근하지만,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소년은 그것을 거절한다. 무안당한 점순은 드디어 자기 집 수탉과 소년의 집 수탉을 싸움 붙이면서 여러 차례 약을 올린다. 소년의 닭이 매번 지게 되자 닭에게 고추장까지 먹이지만 별효과가 없다. 어느 날, 점순은 버들피리를 불며 닭싸움을 붙이고 소년이 산에서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화가 난 소년이 작대기로 점순네 닭을 때려죽였으나, 마름집 위세를 생각하고 당황하여 울게 된다. 이때 점순은 소년에게 자기 말을 들으면 일러바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둘은 부둥켜안은 채 한창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 속으로 파묻혀 버린다. 여기에서의 동백꽃은 남부지방에서 붉은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의 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가 하면 「조광」 5월호에 실린 '동백꽃'의 표지그림도 동백나무에 가깝게 그려져 있다. 그런데 소설속의 동백꽃은 동백나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노란 빛의 생강나무 꽃이다. 그 이유는 소설의 무대가 동백꽃이 피는 남부해안지방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동백꽃은 중부지방엔 자라지 못하는 나무이기 때문에 소설의 무대와 일치하지 않는다. 또한 동백꽃은 붉은 빛이나 흰 빛으로 피지만 소설에서 묘사한 것처럼 노란 빛으로 피지 않는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잎보다 노란 꽃을 먼저 피우는 생강나무는 이른 봄날의 정경을 묘사하는데 충분한 매력이 있는 꽃이다. 사실 중부지방에서도 자라고 있는 녹나무과의 생강나무는 옛날 토속 명으로 개동백나무 또는 동백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적이 있다. 그래서 생강나무 꽃 대신 '동백꽃'으로 제목을 정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동백꽃이 아니라 생강나무 꽃을 상상하며 이 소설을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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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죽나무. 소설 ‘춘희’의 ‘춘’자는 동백꽃보다는 참죽나무를 뜻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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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광」5월호에 실린 동백꽃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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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페라 ‘춘희’의 제1막 1장의 비올레타와 알프레드의 만남으로 흰 동백꽃과 붉은 동백꽃을 들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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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동백.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꽃은 이 꽃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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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꽃. 소설 ‘동백꽃’에 등장하는 꽃의 생강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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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동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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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열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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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페라 ‘춘희’의 제1막 1장의 비올레타와 알프레드의 만남으로 흰 동백꽃과 붉은 동백꽃을 들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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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동백.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꽃은 이 꽃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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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꽃. 소설 ‘동백꽃’에 등장하는 꽃의 생강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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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동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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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열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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