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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법석 법사로 나선 향봉 스님 |
벽송선원장 월암 스님의 조계종단의 수행풍토에 대한 자기고백에 이어 사자암 주지 향봉 스님의 거침 없는 발언이 한국불교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향봉 스님은 24일 백양사 야단법석의 4일째 11법석에서 한국 선원의 문제에 대해 다섯 가지 병통을 나열하며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100개 넘는 우리 선원은 5가지 중대한 병통이 있다.
1. 시간표에 따라 죽비 소리에 길들여지는 병,
2. 구참이든 신참이든 선문답과 법거량을 두려워하는 병,
3. 안거 연륜에 따라 서열과 소임이 정해지는 병,
4. 선원장이상의 소임을 맡을 경우에는 말뚝박고 주저 앉는 병,
5. 문중 위주로 조실 방장이 정해지는 병이 그것"이라며
"선방이 환골탈태하지 않고서는 어느 선원에서 도인이 나올 수 있으며, 어느 선원에서 예전 총림 방식대로 후학을 지도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탄했다.
현 선원의 실태에 대해 "선지식이 출현하고도 침묵속으로 사라져버린지 모르지만, 어떻게 참선을 하길래 깨쳤다는 소문이 들리지 않느냐. 큰스님이 돌아가신 뒤 그 큰스님을 능가한 제자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어보질 못했다. 점검, 거량이 없는 지도 방법과 안일한 정진 태도에서는 세월만 갉아먹고 있을 뿐 참도인이나 선지식이 나올리 없다"고 지적하고 하루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불교의 병폐에 대한 지적에서는 신랄했다.
향봉 스님은 "불교TV의 일요법회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중견 스님들이 나와서 그 귀중한 시간에 사찰이나 승려들에게 지극한 마음으로 시주하고 불사에 동참하게 되면 그 공덕이 금생에도 이뤄질 뿐더러 확실하게 내생도 복받는다고 법문한다"며 지극히 비불교적이라고 꼬집었다.
스님은 "사찰이 광고하는 내용을 보더라도, 어느 사찰에서 부처님 가르침인 초기경전을 어느 스님을 모셔서 강의를 할테니 와라 이런 광고를 만나기는 어렵다"면서 "사찰의 주지스님이 가사장삼을 걸치고 나와서 시청자를 향해서 '주지가 직접 목탁을 치면서 49재를 지낸다. 우리 도량은 업장소멸해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불교의 현 수준이 이정도 밖에 안된다"고 안타까워했다.
49재에 대해서는 한술 더 떴다.
향봉 스님은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이 모셔져 있는 법보사찰이고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스님을 비롯해서 혜암스님 뿐만 아니라 현 종정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중요한 사찰인데도 49재를 49차례 열어준다고 광고한다"며 "승려생활 50년이 넘었지만 49재를 49번 지낸다는 것은 생각도 못해봤다. 49재를 어떻게 지내길래 49재를 49번이나 지내야 그 영가가 천도될 수 있는건가. 이건 논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승려는 '해결사'…법문 대필에 방장은 '쌩쑈'
스님은 "조계종단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조계사도 역시 주지스님이 가사장삼을 걸치고 화면에 나와서 마치 구걸하는 모습 비슷하게 '49재를 다른 사람한테 맡기지 않고 직접 목탁을 치니 조계사에서 49재를 지내기 바랍니다'하고 광고한다. 이게 조계종 총무원이 있는 조계사 주지로서 해야할 일인가"라며 "불교가 망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불교가 심각한 중병에 들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향봉 스님은 "한국승려들은 4, 5년만 되면 수행을 하든 안하든 부처를 신격화시켜서 마치 부처와 중생 사이를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승려들이 신도들에게 공덕의 불교를 이야기한다. 목탁치면 죽은 영혼이 극락왕생하고, 기도하면 대학입시 합격하고, 진급하고, 가정이 화목하고... 이것은 교화에 있어서 지극히 한 부분인데도 너무 커졌다"며 "한국불교는 심각한 중병에 걸려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스님은 '상에 치우친' 불상 중심의 신앙 때문이라며 부처님법 중심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봉 스님은 "한국불교를 위해서 머리를 깎았다거나 중생교화를 위해서 머리를 깎은 사람 하나도 없다. 모든 승려가 출가 당시 자기의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어 풀어가는 방법으로 출가의 길을 택했다. 승려나 신도나 부처님 제자인 것은 똑같다. 그런데도 스님들은 마치 부처인양 신도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 노릇을 한다"고 비꼬았다.
지난 9월 열린 지리산 야단법석에서 지적했던 '법어 대필'을 또 언급했다. 강도는 더 셌다.
향봉 스님은 "조계종 5대 총림 방장스님의 안목이 덜 열렸다. 결제 때마다 언론에 나오는 입제, 해제법어가 짜깁기 일변도다. 한사람도 본인이 쓴 사람이 없다. 법을 상징하는 법어까지도 젊은 스님들이 여기서 한구절, 저기서 한구절 따다가 법어라고 내놓았다. 그러면서 주장자를 치고 그대로 ?은 뒤에 대중에게 알겠느냐고 묻는다. 이것은 쌩쇼다"라고 개탄했다.
스님은 "지난번 지리산 야단법석에서 큰스님들의 법어를 아래 스님이 대필한다고 했더니 전국의 수좌 스님들이 난리가 났다. 2차례나 회의를 해서 나를 찾아오거나 불러서 질책하겠다고 하더니 한명도 찾아오지 않았다. 심지어 백양사 야단법석 입제날 5명의 선원장 스님이 백양사에 왔다. 주지실에 있다고해서 인사하러 갔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문답이나 법거량은커녕 두 눈만 깜빡깜빡이고 있더니, 입제식에는 오지도 않고 가버렸다"면서 언제라도 선원대표들과 응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