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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 이야기
<상담・심리 이론> 심리극을 활용한 상담기법
Q :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A : 저는 박희석입니다. 마음숲심리상담센터 소장, 조선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로 활동을 하고 있고, 한국상담학회 초월영성상담학회 7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심리극역할극상담학회 회장으로 있습니다. 또한 한국상담학회 소속 전문상담사, 한국심리극역할극상담학회 심리극역할극전문상담사를 양성하는 수퍼바이져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 심리극으로 상담을 오랫동안 해오셨는데, 많은 상담기법 중 심리극을 활용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A : 제가 1993년 처음으로 근무한 곳이 치료감호소(현 법무병원)로, 그 곳에서 정신보건임상심리사로서 정신과 환자들에게 정신감정을 위한 심리평가와 치료적 업무로 심리극을 진행하였습니다. 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심리극전문가 양성과정에서 2000년도까지 약 1,000여 시간 미국의 심리극전문가들과 국내 심리극전문가(정신과 의사)에게 공부를 해 왔습니다. 심리극은 다른 상담분야와 다르게 행위적인 방법인 극적 놀이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풀어가는 것에 대해 큰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다른 상담분야보다 그 효과가 매우 크고, 단기적이며, 집단을 대상으로 운영된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Q : 상담에 여러 가지 기법들이 있는데, 심리극이 일반 상담기법과 어떤 다른 점이 있나요? (특징, 의미 등)
A : 심리극은 다음 몇 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심리극은 연극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정신을 계발하고자 하는 면에서 집단상담의 한 방법입니다. 즉, 주인공은 실제 생활, 좌절당한 상황, 자기실현의 소망 등 자신이 직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연기해 봄으로써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안에서 내적 힘을 회복하며 행동으로 표현하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심리극이 정신과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있지만 일반 내담자들에게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져 전문 상담기관에서도 점차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답니다. 심리극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무대 위로 올라와 자신의 정서적 문제나 갈등의 상황을 지금-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극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행위통찰, 감정정화 및 행동변화를 유도합니다. 언어를 위주로 하는 대화상담은 말을 통해 감정 정화와 통찰, 그리고 행동을 변화시키지만, 심리극은 직접 체험을 통해 감정을 풀어내고 행동을 실험하며 통찰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관계의 문제를 직접 다루기 때문에 의미 있는 사람들과 참만남(encounter)을 갖게 합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 몇 가지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① 인지적, 언어적 차원뿐만 아니라, 신체동작에 따른 행동차원까지 포함되므로 인간의 모든 차원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즉 심리극이 다른 심리치료에 비해 가장 독특한 면은 행위를 통해 신체적 측면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내면의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측면을 더욱 명료화하기 때문에 정화뿐만 아니라 통찰과 행동변화를 빠르게 유도합니다. ② 인간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행위화 하려는 무의식적인 욕구(act hunger)를 가지고 있는데, 심리극은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줍니다. ③ 인간의 개인성뿐만 아니라 사회성, 집단성을 강조합니다. 인간이 가지는 대부분의 갈등은 대인관계에서 나타나는 수가 많기 때문에 심리극에서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여러 역할들에 중점을 두고 있어 대인갈등을 쉽게 다룰 수 있습니다. ④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참여의 측면에 중점을 둡니다. 즉 심리극은 내담자가 보조자의 도움을 받아 현실의 구체적인 상황을 현실 밖의 무대 위에서 지금-여기의 상태로 연기를 하게 됩니다. 즉 현실 밖에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지요. ⑤ 심리극은 타인의 입장과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감정이입적 이해의 발달은 다른 사람의 역할을 실제로 연기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습니다.
Q : 상담하면서 있었던 기억에 남는 일화나 에피소드가 있으신지요?
A : 1993년부터 시작한 심리극, 이후 25년 동안 심리극을 공부해 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경험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길게 대중적인 일을 해 온 분야가 방송입니다.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EBS부부가달라졌어요’에서 갈등과 이혼 위기를 겪고 있는 부부를 대상으로 화해와 조율을 위한 심리극을 진행해 온 일입니다. 부부가 치열하게 싸우다 이혼을 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방송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의뢰된 부부가 방송을 마치고 이혼을 취소한 사례가 의외로 많았습니다.
부부가 서로 갈등을 겪는 이유는 배우자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결혼은 사랑을 주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결혼의 진정한 의도는 사랑을 받기 위한 것입니다. 서로 사랑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싸울 때 결혼의 위기가 오는 겁니다. 그런데 그 사랑을 받고자 하는 의도 뒤에는 어린 시절에 부모님들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이 있습니다. 제가 주로 진행하는 심리극은 겉으로 드러난 부부갈등의 주제보다 그 주제 이면에 숨어있는 어린 시절 원가족에서 발생한 결핍의 주제를 풀어내는 일입니다. 심리극에서 부부 각자 원가족의 상처를 다루고 나면, 서로를 이해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결국 부부가 상대 배우자의 원가족 상처와 결핍을 회복하도록 현재 어떤 배려와 사랑을 줘야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게 되면 문제가 풀어지게 됩니다. 이 원리가 요즘 많이 알려지고 있는 이마고(이미지) 원리입니다. 결혼을 통해 배우자를 선택하는 이유는 원가족, 즉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받기 위해 부모의 이미지를 닮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지요. 그 원리와 심리극을 연결해서 진행했을 때 의외로 효과가 높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Q : 상담에서 심리극을 활용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A : 심리극은 심리치료의 외과수술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심리극을 진행하는 디렉터는 분석가, 제작자, 치료사, 집단리더라는 4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일을 합니다. 내담자가 어떤 심리적인 문제를 드러내면 그 문제에 대해 사례개념화 하여 문제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일이 바로 분석가의 역할입니다. 마치 외과 수술을 하기 전에 환자의 증상이 무엇이며, 어떤 부위에 칼을 대야하는지 그 위치를 분명히 아는 일이지요. 제작자의 측면에서, 심리극은 보이지 않은 마음의 세계를 보이는 세계와 경험의 세계로 안내하는 일입니다. 경험의 세계와 보이는 세계로 안내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적절히 연극적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치료사로서 심리극은 내담자의 증상 혹은 문제에 대해 감정정화와 행위통찰, 역할훈련을 통해 행동을 변화시키는 일입니다. 심리극은 다른 상담과 마찬가지로 정화, 통찰, 행동변화를 치료적 목표로 추구합니다. 감정을 풀어내고, 자기와 세상을 다르게 인식하고, 그래서 이전과 다른 창조적인 삶이 되도록 행동을 변화시켜, 궁극적으로는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도록 안내하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집단리더의 역할로서 심리극은 개인위주의 개인상담이 아닌, 주인공의 삶을 통해 관객으로 참여한 집단원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경험하게 하는 집단상담입니다. 이처럼 심리극을 진행하는 디렉터는 분석가, 제작자, 치료사, 집단리더의 4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다차원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따라서 고도의 훈련과 경험을 통해 4가지 역할을 동시에 진행하는 숙련된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짧은 수련을 통해 심리극을 진행할 때 위험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Q : 상담에서 심리극을 활용하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은데, 상담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노하우 같은 것이 있을까요?
A : 개인상담에서 심리극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몇 가지 기법이 있습니다. 심리극의 기법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법은 역할바꾸기(role reversal), 이중자아(double), 거울보기(mirroring) 입니다. 개인상담이기 때문에 빈 의자를 활용할 수 밖에 없지만, 여기에 서로 다른 색깔의 쿠션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세 가지 기법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역할바꾸기기법은 진행 중인 극의 상황에서 상대(보조자)와 서로 역을 맞바꾸어 그 장면을 다시 시도해 봄으로써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따라서 자신이 어떤 행위를 취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해줍니다. 이는 정보의 제공, 지각상의 변화 유발, 사고와 행동의 교정과 확장, 주인공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확인, 내면의 또 다른 자아와의 불균형을 해소, 의문에 대한 해답과 행동결정의 책임을 고취시키며, 행동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줍니다. 2) 이중자아기법은 자기의 감정을 확실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내담자에게 사용하는 기법으로 가장 깊숙한 심정을 밖으로 유도해 내는 기법이라는 점에서 심리극에서 핵심적인 기법입니다. 보조자(보조배우)가 내담자의 내면세계를 묘사하는데, 이 때 감정을 극대화하고, 비언어적인 요소들을 언어화하고, 주인공의 태도에 진실성을 묻고, 주인공의 감정에 반대하고, 독백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내담자으로 하여금 자신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모순된 자아를 명확히 알 수 있게 하는 방법입니다. 즉 타인의 심리적 쌍둥이가 되어 그의 내부 소리로 작용해서 숨겨진 생각, 관심, 감정 등을 드러내 그가 이를 다시 충분히 표현하도록 하는 방법이지요. 3) 거울보기기법은 비디오 효과와 같은 피드백을 제공해 주는 기법으로 심리세계의 거울로써 자아를 직면시켜 줍니다. 위축되어 있거나 워밍업이 불충분할 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해, 혹은 그 영향을 모를 때, 타인과 적절히 상호작용하지 못할 때 이 기법이 적절합니다.
예를 들면, 1) 내담자가 역지사지의 측면에서 타인을 이해해야할 필요가 있을 때, 빈 의자에 중요한 타인이 있다고 가정하고, 타인의 의자에 앉도록 합니다(역할바꾸기). 그런 다음, 타인이 된 내담자에게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만일 타인이 청소년의 어머니라고 가정하면, 어머니의 의자에 앉은 자녀에게 어머니라고 가정하고 아들에 대해 물을 수 있다. “어머니, 아들이 자주 학교에서 사고치고 이렇게 상담을 받으라고 하니 어머니로서 마음이 어떠세요?”라고 물으면 됩니다.
2) 또한 내담자의 마음이 복잡하게 갈등을 하거나 얽혀있을 때, 내담자 주위에 몇 개의 의자를 놓고, ‘친구에게 거절을 하고 싶은 나’, ‘친구가 원하는 대로 할 수 밖에 없는 나’ 등으로 명명하고, 각각의 의자에 앉게 한 다음, 왜 그래야 하는지 자신의 마음을 명료하게 이해하게 하는데 이중자아 기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때 내담자가 거절을 못하는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면, 내담자를 거절하는 나의 의자에 앉도록 한 다음, 그 의지를 키우게 하거나 끌려가는 자신에게 왜 거절을 해야하는 지를 설명하도록 합니다. 이 때 내담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자아의 힘을 키울 수 있답니다.
3) 마지막으로 내담자가 자신의 상황을 객관화하거나 조망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빈 의자나 인형을 이용해서 자신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배치해 놓고 객관적으로 거울보기를 하도록 합니다. 인형을 활용한다면 좁은 책상 위에서도 가능하지만 빈 의자를 활용하려면 상담실이 좀 넓은 공간이어야 합니다. 청소년 내담자가 학교폭력으로 친구들에게 끌려가는 상황에 있다면 빈 의자를 이용해 가해자 2명이 자신을 끌고 가는 형상을 세 개의 빈 의자를 활용해 배치합니다. 그런 다음, “이 상황을 바라보니 어떤 생각이 드는지?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지?” 묻습니다. 그리고 나서 상담자가 가해자의 의자에 앉고 내담자가 피해자의 의자(자신)에 앉아 가해자에게 단호하게 거절하는 역할을 하도록 합니다.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개인상담에서 역할바꾸기, 이중자아, 거울보기 기법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개인상담을 매우 효과적으로 촉진할 수 있지요.
Q : 심리극을 상담기법으로 활용하고 싶은 상담사도 있을텐데,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A : 심리극을 상담기법으로 활용하실 상담사들은 역할극을 활용한 상담수련에 참여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교육과정에 ‘역할극상담사’ 과정이 있습니다. 이 과정은 역할극을 기반으로 한 심리극, 사회극, 드라마치료에서 다루는 다양한 기법을 개인상담, 집단상담에 활용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심리극은 한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역할극을 활용하여 치료적으로 이끌어가는 상담전략이고, 사회극은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집단, 공동체, 사회의 공적인 이야기를 주제로 역할극을 활용하여 교육적으로 이끌어가는 상담전략입니다. 그리고 드라마치료는 사적, 공적인 이야기를 다른 이야기로 변형시켜, 즉 은유화 시켜 남의 이야기처럼 풀어가는 치료적 연극을 말합니다. 역할극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진 심리극, 사회극, 드라마치료를 배우는 일은 상담의 역량을 확장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Q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금년 4월부터 9월까지 전남청소년미래재단에서 주최한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심리극공연’에서 18개 전남지역의 중학교에 방문하여 공연한 것은 저에게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비록 따돌림과 폭력을 당하는 주인공이 학교에서 가해학생들을 통해 얼마나 심각한 고통을 겪는지, 그 가해행동이 얼마나 저급하고 심각한 지를 관객들에게 전해주고자 했지요. 1부에서 공연을 하고 나면, 2부에서는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와 1부에서 진행한 연극내용을 다시 재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피해자 경험을 하게 해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경험을 통해 배우게 했답니다. 심리극이라는 방법이 많은 내담자들에게 적용하는 효과적인 상담전략이 될 수 있도록 상담사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언어상담을 기본으로 하되, 행위적인 전략 인 역할극을 활용하는 심리극, 사회극, 드라마치료 등을 학습할 수 있다면 상담자 여러분들에게 좋은 상담도구가 될 거라 확신합니다. 상담사 여러분들의 관심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