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 작 시 조 특 집
이 영 지
감과 밤 - 외 4편
감나무 감이라고 쓰다가 다시 와서
밤나무 밤이라도 새느라 떨어지는
이슬이 묻어 내리는 이슬 밭임 어떠랴
밤들이 떨어 졌고 감들이 떨어졌고
어두움 떨어진 밭 엎드린 하얀 서리
꽃 서리 주워 먹고는 밤이 어서 감이라
입맞춤의 가슴이 그리움이 되는
흐른다
흐르다가 솟는다
도도하게
물줄기 하늘로만 솟는다
솟아오른
아버지 그리움으로 쌓이고도 쌓이어
아침이 보고 싶어 당신을 불러온다
가까이 있고 싶어 당신을 불러온다
가까이 있고 싶어서 눈물로만 부른다
하늘 꽃 물줄기로
별꽃 잎 물줄기로
달 꽃 잎 물줄기로
햇빛 꽃 물줄기로
솟는다 커다란 바람 물줄기로 솟는다
정이 들면
빨갛게 정이 들면 노랗게 보라들어
아아주 연하다가 보라로 진짜보라
사랑이 쭉쭉 뻗어 나 더 보라로 우리는
꽃잎이 팔을 펴며 마음을 보라네요
땀방울 송울송울 하아얀 뺨 들이며
기대듯 하늘을 보며 사랑보라 우리는
첫사랑 강
첫사랑 그를 보려 사랑 배 돛을 달면
나무는 절을 하고
햇님은 빨간 깃대
뱃사공 힘이 솟아라
첫사랑 표
꽂히라
우레와 우레의 만남
우레 밭 그 숨 막힘
하늘이 꽃피우려
하늘 땅 서로 만난
우레의 김매기는
보라메
날갯짓으로
그물망을
벗는다
* 이 영 지 · 경북 영주 부석 출생
· 시집: 『하오의 벨소리』『행복의 순위』『행복행내님네」『일곱 금촛대 위에 행복』
『행복보라』『두 천년을 사는 행복』『하나님의 행복한 연출』
『행복의 물을 먹으며, 사랑으로』『사랑이랑행복이랑』『사랑비비행복』
『알았아와요 이브』『장미와 앵두』
· 전자시집: 『행복함에 든 사랑받으세요』행복코를 맞대고 사랑우산을 쓰면』
『행복잔찰랑사랑찰랑』『햇살보쌈』『사랑너는』『사랑비비』『첫사랑이』 『알았아와요 이브』『사랑사과』『사랑일기 포오란 사랑두께』 『꽃과 나비 의 사랑』
여름 디카시
* 이 건 선
․강원 횡성 출생․건국대학교 국문과 졸업
․현대문학 시 추천완료
․한국창조문학 고문
․한국문협 회원 ․국민훈장 목련장
․시집: 『별하나 닦아놓고』『어디 앉을래』 등
이 건 선
그래도 오늘을 산다
가을 낙엽을 밟는 건
나뭇잎을 밟는 것이 아니라
가슴의 그림자를 밟는 거다
밟히는 낙엽 소리는 달빛 환희가 아니라
아름다운 슬픔의 기도여서
그래도 오늘을 산다
그림자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
빛이 비치고 있다는 거
슬픔을 악기처럼 타고 있다는 건
아름다운 觸이 燭을 켠다는 거다
여름 시단
・ 충남 논산 출생
・대전여고・숙명여대국문과
・논산제일감리교회권사
・한국문인회시등단, 수필등단
공 병 옥
네가 있구나 외 1편
한 밤
지독한 고요를 타고
벼개 맡에
눈부시게 눈부시게 안겨오는
네가 있구나
어둠을 사르고
명료하게 명료하게 내게 와
생명의 언어로 태어나는
동무여
불꽃처럼 밝은 시어를 이고와
환하게 놀다가는
내 동무여
꿈 속 에서도 네가 있구나
우주를 비상하는 바람소리로 살더니
풀벌레 소리로 청산에 살더니
네가 있구나
네가 있구나
고단한 삶의 길이
기쁨과 슬픔 세월의 강물에
녹이고 녹아
수백 번 다시 빚어져야
목숨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것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을
벅찬 애환을 함께 노래할
목숨만큼 아까운
내 동무
시여
바로
네가 있구나!!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 하루만큼의
길을 가고 있는 것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이 길 위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도 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보내는 일 외에
나는 무엇을 하며
예까지 왔나
떠나온 길
두고 온 발자취들은
지금쯤 무엇이 되어 있을까
여름 시단
* 박 재 천
· 문예사조」신인상 당선 등단
· 미국Fuller 신학교 목회학박사
· 시집『존재의 빛』외 저서 20권
· 한국목양문학상·한국기독교 출판문화 최우수상 수상 · 한국가정사역학회장
· · 이메일: gajeonghyo@hanmail.net
박 재 천
캄보디아 일몰찬가 외 1편
묘하고 묘하여 신묘한 해 내림이여
캄보디아에서 노을 보니 벗처럼
느낌오네
어제 웃었지 이름풀이로
캄보디아에 오면 몸이 에이급으로
좋아지니라
오토바이 떼지어간 뒷공간에 걸린
해내림 일몰
킬링필드에 핀 붉은 꽃처럼 아름다워라
오늘이 가고 오늘 님의 붉은 한이
남기까지 노을은 하늘을 붉게
물들이리라
어이하리오 원한을 품고 살면 마음만
상하리니
노을의 품에 안기어 고요히 묵상코
용서하는 사랑 찾으리라
노을 속 단풍처럼 멋진 은혜여 자비여
킬링필드에 핀 끄러다
수많은 억울한 죽음 위에
피어난 꽃 끄러다
그 흘린 피보다 붉은 꽃이여
대지를 적시고 붉게 솟아난
뭇 영혼들인가
삶과 죽음의 처절한 갈림길에서 피어난
끄러다
세월까지 붉게 물들이고 맺힌 한
하늘 향해 토해내누나
꽃 중의 꽃이여 어둠의 붉은 빛이여
킬링피드에 불게 피어나 망자의
한을 위로하라
킬링의 수많은 육신들이 산화하여 핀
끄러다
선량한 캄보디아 백성들의 기백이 되어
새역사 희망의 역사를 그리어라
절경의 아름다운 꽃나무로 피어난
민족의 꽃 끄러다여
여름 시단
* 임용식 · 사비문학 시 부문 신인상 등단
· 농민문학 시 부문 신인상 등단
· 시집:『사랑에 칸타빌레』』『사랑에 아리아』
· 한울문학, 국보문학, 한국자유문학세대, 부여문학
사비문학 등 수십 편 발표| 해병신문 월 15회 발표, 부여신문 50회 발표
· 궁남지 연꽃 시연회 3회 참가
· 수상: 한국문학정신 문학상, 시와 수상문학 시인상
· 이메일: iys2356@hanmail.net
임 용 식
웃는다는 것은 외 1편
내가 웃는다는 것은 그대 위에 웃는다
그대 웃는다는 것은 날을 위에 웃는다
내가 웃을 수 있기에 그대 웃을 수 있어
내가 웃는다는 것은 그대 위에 웃는다
그대 내가
사랑 때문에
사는 것은
사람 때문에 살고 사람 때문에 죽고
사랑 때문에 살며 사랑 때문에 죽고
사람 때문에 울고 웃던 애원의 삶
사랑 때문에 죽자 살자 목매던 삶 하늘 이여
여름 시단
․「말씀과 문학」시(2001)로 등단
․한국 외국어대 불문학․ 연세대행정대학원 행정학
․2003년 말씀과 문학으로 등단
․시집:『수진원의 시편들』『님」「녹시』
『아버지의 원대로』․『하늘이 주신 땅』
․http://www.jeongsomoon.com
․이메일: somoon@jeongsomoon.com
․주소: 서울 중랑구 동일로 130길 71(중화동)
정 연 홍
복음통일 외 1편
우리나라가 하나님의 능력으로
복음통일이 되기를 원한다면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야한다
주님은 성급한 제자 베드로에게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하며
찌름으로서가 아닌 찔림으로서
죽임으로서가 아닌 죽음으로서
하나님의 모든 말씀을 이루셨다
우리 한반도의 미래는 첩첩산중이다
김정은의 핵갑질은 생명의 위협이고
아시아 패권을 탐내는 중국과 일본은
불안한 한반도 정세를 요리하려 하며
미국은 한국의 안보라는 생명줄을 쥐고서
통상 압박으로 혈맹국을 버겁게 하고 있어
말로는 동맹국의 강화라는 열강의 각축전에서
한국은 고래 사이에 끼어있는 등 푸른 생선이다
지금 한반도 정국의 유일무이한 해결방법은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히 여기시는 사랑의 왕께 있고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시어 통치하시는 주께 있다
핵을 핵으로 막는 것은 예수께 대한 무지다
전쟁은 전쟁을 부르고
무기는 무기를 낳으나
가르침과 병고침의 성역도 등지고
세상 죄를 지고 가신 정의의 주만이
한민족의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다
복음통일은 한국교회가 지고 올라 갈 십자가다
- 그의 입은 우유 기름보다 미끄러우나 그의 마음은 전쟁이요 그의 말은 기름보다 유하나 실상은 뽑힌 칼이로다(시55:21)
그 시대, 소명의 땅
용문산 기도원에 가면 마리아료에서 묵었는데
혼자서 밥해먹는 것 보다
둘이서 죽 끓여먹는게 맛 있었고
반찬은 오로지
간장에 파 송송 띄운게 전부였던 것이
70년대 용문산 신학생들의 진풍경이었다
비 온 뒤에 산에 올라가 기도하고 내려오면서
버섯 따다 헹구어 소금뿌려 기름에 볶아 놓고
쑥을 뜯어다가 밀가루 반죽해서 부쳐놓으면
험준한 길 찾아온 손님을 위한 만찬 이었다
커피 마시는 것도 낭비하는 것 같아
기도의 힘으로 끊었더니
심장병이 절로 낫더라
이웃을 돕는 것이 내가 사는 길이더라
지금도 바람 드센 사사봉에서
버섯처럼 옹기종기 앉아 기도하던 때가 그립고
쑥처럼 푸르른 말씀을 떡처럼 먹던 때가 꿈같다
산기슭 윗목 냉골에
하늘 바람이 부려놓은 소명이
아랫목 보다 절절 끓어
주저앉고 싶을 때 마다
다시 뛰게 하는 원동력이고
뜨거운 부르심의 소리가
동토의 슬픔을 녹여준다
- ... 하나님이 떨기나무 가운데서 그를 불러 이르시되 모세야 모세야 하 시매 그가 아뢰기를 내가 여기 있나이다(출3:4)
여름 시단
·「창조문학」48호로 시 등단
·공주대학 사회교육원 문창과 수료
·한국창조문학가협회 회원
·백강문학 (부여문인회) 회원·대전 시인협회 회원
·시집 : 『그리움으로 익어가는 사랑』
『그대로 나무이고 싶다 』
·이메일: yangcoffee@hanmail.net
양 복 순
까마중 사랑
자연에게 말한다
백 마디 수다보다 훨 나은
너와 나의 사랑을
점점이 피어난 너를 보면
시원한 과일주스 한 잔에 하루를 열며
피로를 식혀주고
감사함을 모르는 이에게
너를 향해 편지를 쓰고 싶다
풀잎이라고 멸시하던 순간들을
여름 시단
▪「창조문학」시(2004) 등단 ▪창조문학대상
▪「창조문학」운영이사
▪시집:『사랑이 강물 되어』『나이테』외 다수
▪이메일: kskim39@hanmail.net
김 계 식
후회 없는 독백 외 1편
열매 굳혀가는 쥐똥나무
무성한 가지 위를 점령하고 으스대는
가시박
덩굴손으로 모두를 쥐락펴락하는
네 삶의 자세도 자세려니와
제멋대로 귀화한 존재를 내세움에
더욱 미운 마음이 울컥 일어
거친 줄기를 우둑우둑 뜯어내어
짓눌린 자의 숨통을 열어놓으니
속이 후련했다
승자인 체하고 방안에 들어와서야
놈의 악랄함을 되읽게 되었으니
양팔을 이리저리 할퀴어
제 아픔보다 더 큰 아픔을 안긴 것
때국 놈은 말할 것 없거니와
미국 놈 믿지 말고 소련 놈에게 속지 말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일본 놈 일어난다던
자립자강을 위한 선현의 경구 되새김으로
쓰림을 참아야했지만
쓰린 건 쓰린 것
다만 후회가 없다는 독백이지.
무화과
둥근 열매 안이
꽃의 바깥일지니
꽃이 없다는 건 어불성설
우리의 빈 마음
속으로부터 가득 채우는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꽃.
여름 시단
․《창조문학》시부문 등단(2005)
․순복음 문화예술인선교회 회원
․이메일 jylee0410@hanmail.net
이 주 윤
부활
평화로 잠긴 마을이 깨어나고
당신은
바다처럼 내 영혼을 잠기게 하지만
우리의 심장은 잠을 깹니다
당신의 사랑에 몸을 기대고
초목들이 황홀에 흔들리는 숲속을
당신은 꿈처럼 지납니다
저항할 수 없는 빈 무덤
새 언약의 선언
태양 빛이 없으면
한 송이 꽃도 피지 못하듯
소중히 여기시는 것 되돌려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은 이어지고 있었더라
출렁이는 천사들의 발걸음
막달라 마리아의 놀라운 흐느낌
이 아침 예수 그리스도
내 심장에 나를 찾아 오셨어라
여름 시단
· 아호 매양(梅陽)․전남 광양 출생
·명지대 사회교육원문예창작 전문과정 졸업
·문예 창작 지도자 자격증 취득
·창조문학 문학대상 수상
·동인지: 『하늘 산새』 『여의도 문학』 외 다수
·시집:『내 사랑 영원히』『분홍방울 달고』
·E-mail: kiimbak9@naver.com
박 기 임
여행은 물보라 빛 외 1편
설레는 가슴
버스에 싣고
마음은 즐거워
빙그레 웃음이 감돌고
창밖에 스쳐가는 산과 들
아지랑이 휘날리고
연두빛 물결 따라 오는데
눈은 하염없이
새로움에 흠뻑젖어
웃음을 짓고
스크린이 돌아간다
꽃향기 물 오르고
닫혔던 마음 문을 활짝 열어
봄 향기 가득채워
민들레 홀씨되어
하늘을 나른다
베란다에 화분을 두고
꽃들의 잔치
장다리 키다리 난쟁이
아침저녁 얼굴 맞대며
활짝 웃는 얼굴
어린아이 웃음 꽃
내 마음에 찾아와
모든 시름 잃고
무지개 빛 되어 피어 오른다
여름 시단
* 백 영 찬
· 충남 논산 1947년생 · 한민족응원문화운동본부 창립 · 기독교역사문화운동본부 대표
· 사)김상옥의사기념사업회 총무이사· 사회적경제신 문 이사(주필)
· 저서;『민족여명의동산 역사자료집』『일대천의 독립전 쟁영웅』
· 이메일; 01696767424@naver.com
· 기독교역사문화보존국민운동본부 대표
백 영 찬
이삭을 번제로 드려라 외 1편
모리아 산이 아브라함의
눈물겨운 냄새로 진동 할 뻔 하였으나
하나님의 사랑은
내가 대신 죽겠노라
어린 양이 손들었다
언약의 하나님과 아브라함
여호와 하나님의 형상 따라
아담을 창조하신 아브라함의 하나님
생육하고 번성하고 땅에 충만 하라 하시며
말씀하신 언약의 하나님
또다시 그 이십세손 아브람을 부르시어
자상도 하시게 아브라함이라 다시 불러주시며
밤하늘의 별을 세라 하시네
파아란 바닷가의 하이얀 모래도 세라 하시네
반짝이는 별도 은빛모래도 네씨라 하시며
고목나무에서 꽃도 핀다하시고
아름다운 열매가 주저리주저리 열려진다 하시네
․창조문학(2011) 등단․들소리 문학상․국제펜한국본부
․한국문협․ 광명문협․ 해남문협 회원
․창조문학가협회 운영이사 ․광명문인협회 감사
․광명시 문화예술 창작기금 수혜(2016년)
․시집:『씨줄과 날줄의 인연』『햇살이 머문 자리』 『바람소리』․수필집 : 『사랑을 묻길래』
․동인지 : 『연필로 쓰는 세상 1, 2』외 다수
․E -mail : chyr8901@naver.com
․경기도 광명시 철산로 57 주공아파트 1309동 804호
여름 시단
전 영 란
철암역에서 외 1편
풍경을 끌어다 덮은 철암역에는
검은 역사가 흐르고 있다
겹겹이 쌓여있는 기록 뒤에 숨겨진
담벼락 낙서
죽고 사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는, 그 앞에서
과거로부터 어느 석공의 절규를 만난다
막장 인생으로 살았던 아버지들이
길 위의 날을 소주잔에 붓고
핏빛 추억을 들려주는데
귀 기울이는 여행객은 아무도 없다
기적 소리에 자고 깨었을
아이들은 떠나고
어둠의 조각들이 흔들리며 스며든
까치발 건물*만 고성처럼 서 있다
허물어진 옛 집터에서
추억을 줍고 있던 초로의 신사는
허공을 바라보며 붙박이로 서 있는데
쏟아지는 빗줄기에 새파랗게 질려있던 추억이
엉금엉금 기차에 탑승하고 있다.
*까치발건물 : 건물 자체가 절반은 땅에 절반은 철암천에 세워져 있다.
껍데기
‘하루만 더 있다 갈래?’
가느다란 목소리
아버지 제사라 어찌어찌 시간 내서 내려갔는데
대답 못하고 어물거린다
무성영화 같은 텔레비전 보고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종일 끙끙 앓는
금세 바스라질 것 같은 어머니
뒷담 밑에 오종종 쌓여있는
조개껍데기 같이
자식들한테 속 모두 꺼내주고
청력까지 잃어 필담으로 통한다
설득하지도 변명하지도 못하고
모질게 떠나온다
한때 패주(貝柱)가 싱싱했던 어머니
이제 마음을 다물 힘조차 없다
막막한 내 가슴 알길 없는 고속버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둠속을 달린다.
여름 시단
▪ 서울 출생 ▪ 미주문학 시(2012) 등단
▪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과 졸업
▪ 감리교 신학대학원 졸업 ▪ 시집: 『사랑한다면』
▪ E-mail: chaeyoungsun@gmail.com
채 영 선
그대 이름 거기에 외 1편
행여나 지금 그대
조각배로 성난 바다 맴돌아도
별은 언제나 그 자리 있어요
이름 부르는 소리 들리지 않나요
삶의 모래 폭풍 휘몰아쳐도
컴컴한 하늘 저편 여전히
지켜보는 눈길이 거기 있어요
알 수 없는 염려 길을 막아도
단잠 실어오는 노래 들리지 않나요
희미해진 소망이
희미해진 사랑이
무릎을 시리게 할 때
걸어온 길을 뒤돌아 봐요
어두운 길모퉁이 배어있는 계절의 빛깔
쓰다듬으며 어루만지던 달빛
슬픔으로 목이 마를 때
기다림에 한숨지들 때에도
또다시 서녘은 물들어 곱고
하늘을 밤별로 반짝이는 것
한 줄기 흘러내리는 기억의 강가
날선 벼랑 내려다보는 그곳
마음 갈피에 깃든 영원한 언어
목숨보다 귀한 영롱한 보석이
너는 내 것, 나의 사랑
그대의 이름이 거기 있어요
온 누리를 만든 손바닥 위에
잠간 숨 멈추고 귀 기울여 봐요
들릴 듯 말 듯 스치는 소리
들릴 듯 말 듯 웃음 짓는 소리
솜털처럼 여린 마음 사랑으로
살며시 눈웃음 따라 웃어요
질긴 끈 거친 매듭은 놓아버려요
빈 손 그대로 부끄러워도
상처로 헤어진 손 내어드려요
새벽이슬 은혜로 촉촉이 젖어드는 길
얼마든지 작아져도 좋은 우리는
여울지는 세상 돌아보지 말아요
넘실대는 물결 아랑곳하지도 말아요
그리워라 에덴
이 큰
땅 덩어리
당신의 끝
없는 품안에
고이 달아놓으시고
뱅뱅 종일 돌리고 계신
주님의 동산은 비밀의 정원
소망의 눈빛과 마음으로 빚으신
두 사람 불어넣으신 숨결로 살아
아담과 이브는 지어미 아비
호수처럼 깊고 따뜻한 눈 세미한 손길
온 누리 어루만지며 하나님을 사랑하라
사랑 보듬어 나누어주라 태양과 달과 별빛
남은 사랑으로 돌아보라 귀여운 동물을
함께 노래하며 당신을 찬양하라
포르르 날아가는 새를
고운 목소리를 주셨다네
맑은 샘 흐르고 철 따라 주시는 열매
가슴에 찬양 가득하던 에덴
그리워라 하나님의 말씀과 입김
안식과 평화, 약속이 물결치는 곳
하나님 사랑 가득한 동산
박 종 선
여름 시단
* 박종선 ·「창조문학」시 등단
·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
· 백제 서각 체험교실 운영 · 한국서화 협회 초대작가
· 한국서화 협회 심사위원(서각)
· 한국국사편찬 사료조사 위원
· 부여 홍산 임천 노인대학 강사 · 전화: 016-450-4747
· 주소: 323-807 충남 부여군 부여읍 신정리 379
시간을 그리는 외 1편
내
시간을 지켜주는
등불 하나
창 너머로
뒷모습만 보며
옆이
비어 있어도
놓고 간 것만으로도
가득해요
이렇게
혼자
시간을 그리는
이 순간이 사랑입니다
그리움
놓쳐 버린
시간을
모르는 체
너무 큰 공간
버텨 낸
아픔이
핏줄되어
빈손으로
눈감고 흐른다
여물이 못한
쭉정이를
지금
홀로 지기에는
너무 무겁다
허공을
따라 다니는
그림자가
지금 여백 속으로
짙게 녹아온다
여름 시단
* 박수만 ․한국문인협회 회원
․부여 시 낭송회 회원
․지방 신문 다수 연재 ․참샘 산딸기 농장 운영
․충남 부여군 규암면 반산 1리 132번지 충절로
2350-7-11
박 수 만
민들레 외 1편
첫 아기 젖 주는 처녀와
부랄 달린 아기
탐스럽게 부푼
아기 엄마 젖 봉오리
민들레 가족이 봄 잔치 한다
온 누리 끌어 모아
황금으로 단장하고
이른 봄 오라 하여
이겨낸 아픔 아픔을 쓰다듬으며
눈 보라 휘몰려 깊은 이불속에서
궂은 비 쓸어다 목욕하고 웃으며
새끼들 보듬느라 정신없이 살았네
이제 그 모든 어려움을 황금으로 잡수시고
아직은 봉긋 봉긋 젖 봉오리 자랑하며
다시 태어날 한 송이 열 송이 꽃피울 일 준비하며
바람
바람이 불어 와 꽃을 피우더니
꽃을 떨구는 구나
어떤 바람은 꽃을 피우고
어떤 바람은 꽃을 지게 하는가
나는 바람이어라 여기저기 돌아
꽃 피울 자릴 찾는다
날 오라하는 곳
거기서 손잡고 꽃 피울지니
나는 바람이어라
꽃 피어 웃는 곳에 앉아 열매 되리라
바람에 꽃 진다하나
내 탓이 아니거늘
무정타 꽃잎 간들
나만 서러 하노라
여름 시단
* 임병천 ․출생지: 충남 부여군 초촌면 추양리
․ 1946년 6월 10일생 ․ 논산대건 고등학교 졸업
․ 공주 교육대학 졸업
․ 충남당진군 송악면 전대 초교 초임근무(1970. 3. 1)
․ 전남 진도군 초도 초교 근무(2000. 9. 1)
․ 충남 부여군 부여읍 백제 초교 퇴임(2011. 8. 31)
․ 현주소: 339-014 충남 세종시 한솔동
나리1로 15 306동 407호 ․lbc490@hanmail.net
․ 전화번호: 010-2327-4154
임 병 천
달밤
흥타령 한다네
백마강 뱃사공
궁남지 달밤에
시시덕거렸다네
자기 전에
수박씨를 삼켰다네
연화각씨
그 때가 좋았다네
참고: 시시덕거리다: 장난삼아 연애하다.
수박씨를 삼키다: 임신하다
최 규 학
여름 시단
· 최규학「창조문학」시 등단 · 부여고등학교 교장
· 공주사대 겸임교수
· 서천신문, 21c 부여신문, 공주금강뉴스 칼럼위원
· 사비시낭송회회장 · 010-2747-4209
· cforest@hanmail.net
무인도 외 1편
무인도는 기다림이다
아니 기다리는 사람이다
그리운 누군가가 오기 전까지
흐르는 적막감
바람이 오고
비가 오고
새가 날아오면
그리운 사람도 올 것이다
만약 그리운 사람이 오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오는 것이 아니다
무인도는 보냄이다
아니 보내주는 사람이다
그리운 누군가를
보내주기 전부터
샘솟는 외로움
바람을 보내고
비를 보내고
새를 보낼 때
비로소
그리운 사람도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리운 사람을 떠나보내지 못한다면
아무 것도 보내는 것이 아니다
꽃 사랑
꽃처럼 눈물겨운 사랑
한 번 해보고 싶다
슬퍼서 우는 사랑 말고
기뻐서 웃는 사랑 말고
그저 순수해서 눈물 나는
그런 사랑 한 번 해보고 싶다
아직 시들지 않았는데
다음 꽃을 위해 떨어지는
멀쩡한 꽃처럼
허기진 나비에게 숨겨둔
꿀을 내어주는
시든 꽃처럼
찌그러지고 말라 비틀어져 가면서도
어린 열매를 지키는
어미 꽃처럼 눈물겨운
꽃 사랑
한 번 해보고 싶다
너를 보면 그저 다 주고 싶고
너를 생각하면 그저 나를
태우고 싶은
그런 사랑 한 번
해보고 싶다
여름 시단
※ 구연민
· 국립 공주사범대학 수학교육 학사
·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육행정학 석사
· 한국연합신학대학 사회복지학 석사
· 사단법인 대한노인회 강남지회 부설 강남노인대학 부학장
· 『나는 돌뱅이다』 수상집 출간.
· 동문 동호회에서 시작활동 중.
· 전화:010-3368-0035
· e-mail: san415@hanmail.net
구 연 민
존재 외 1편
인생을 살다보면
내게 만만한 친구는 하나도 없다
언재나 벅차고 힘 든다.
친하게 지내기도 어렵고 절교하기도 버겁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내게 만만한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다른 사람도 그럴까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사랑구하기도 어렵고 포기하기도 힘들다.
사랑은 망망한 바다 같은 것이다.
모두가 나 같은 인생은 하나도 없다.
명예 회복하고
사랑한다는 것
나에게는 가능한 마지막 이야기일까 .
모으고 버리고
모으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을 모아야 하는 가
모아 둘 곳은 어디 인가
태풍이 불어와
나뭇가지 부러지고
기둥뿌리도 뽑힌다.
너울성 파도
등대를 흔들어 불빛을
운무(雲霧)로 삼킨다.
흰 돌 검은 돌 모아
하늘 높이 사랑 탑 쌓고
천상천하 유아독존 찬가(讚歌)
여리고 성 무너지고
곡간은 불타
손에 남은 한 줌의 재
저녁노을 무지개
은하수 강물에
애잔한 만가(輓歌)
빗물 받아 연명(延命)하고
뜨는 해 기원(祈願)하고
지는 달 탄식(歎息)한다.
가벼운 수의(壽衣)에
miscellany 만 남기고
모은 것은 바람타고 구름 되었네
여름 시단
· 얼란 김일현 아오스딩 · 충남 부여 태생 · 가톨릭
· 전직교수/공학박사/시인/사진 · 한국동양란총연합회 장 역임 · 옥조근정훈장 · 한양대 총장상 외 다수
· 저서 : 파괴·강도학 등 · 등산애호가
· 2017년 여름 105호 창조문학 시인에 등단
· 시/빛, 환희의 빛, 비의 빛깔, 난향을 안고 온 당신,
내 영혼에 불을 질러 등 · 010-7600-0020
· E-mail/sorchid/hanmail.net · 경기도 용인시 수지
구 만현마을 79 501동 1604호
김 일 현
난 사랑 외 1편
여보게 친구
헌 전 도
난주ㄹ세
지고 갈겨 마시고 갈겨
방긋 방긋
밝은 미소
뉘
속절없다 하더냐
미운 이에게도
보내는
너만의
지고한 사랑을
환희의 빛
나는 보았다
환상의 태양이
그토록 아름답게 뜨고 지는 것을
고요한 아침 대청봉 앞 바다에서
소청 앞 산 속으로
세상을 온통 황금빛 비단옷을 입힌다!
어두움 속에
달이 들
하늘에 걸려 있는 것도
나는 보았다
하나는 하얀 달 숨은 달은 비취빛
맑은 달은 천사 옥빛은 월영月英
이토록 아름다운 태양과 달을
나는 처음 보았다
오늘의 삶도
내가 받는
끝없는 은총임을
나는 보았다
어두움을 저 해와 달에 녹여
평화가 넘실대는
흰 빛 옥빛 붉은 노을로
날고파라!
여름 시단
※ 한봉균
· 강원 삼척 출생
· 연세대학교 상학과 졸업
· 한국은행 창원지점장
· 강원은행 상무이사
· (주)대양상호신용금고 상임감사
· 창조문학 수필부문 등단 (제 89회 2013.겨울 호)
한 봉 균
노파(老婆)와 묘소(墓所)외 2편
맑은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날
수리산 등산로 초입
양지바른 곳
잘 다듬어진 잔디밭에
묘소 하나
그 옆에 한 노파
돗자리 펴고 누워
높고 푸른 하늘 쳐다보며
혼잣말로 나지막이
무언가를 읊조린다
지난날의 즐거웠던 일
함께 힘들었던 일을
추억하나보다
지나가는 이 등산객
괜히
가슴 한구석 짠해진다
수리산 林道
수리산임도 숲속에 雲霧가 자욱하다
7월의 伏中 더위에
숲속의 나무들은 바람 한 점 없으니
후덥지근하겠다
장마가 이어지다가
오후 들어 멎었다
임도길 굽이굽이 돌아 오르는데
골짜기마다 빗물이 모여
작은 폭포를 이루어 흐른다
좔좔 소리내어 흐른다
가뭄이 심하다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원하게 흐른다
길섶에서 풀벌레들은
답답하다고 찌르륵대지만
산새들은
즐거운 듯 우짖는다
장마가 멎은 뒤의 수리산임도는
평화가 가득하다
시간
쉬임없이 간다
그냥 가는 게 아니라 달려간다
홀로 가는 게 아니라
나를 꼬옥 붙들고 간다
언제까지나 나를 붙잡고 갈 것인가
아니다
내가 지칠 때 되면
나를 놓아버리고 갈 것이다
나만 붙들고 가는 것일까
아니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을 붙잡고 가는 것이다
호흡 있는 만물을 붙들고 가다가
그것들이 지치면 또 놓아버리고
여전히 쉬지 않고 달려갈 것이다
어디를 향해서 가는가
영원(永遠)을 바라보고 간다
자정을 넘고 또 새날이 와도
쉬는 일 없이
더 빠른 속도로 계속 달려가고 있다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다
시작도 없이
끝도 없이
지칠 줄 모르고 달려가고 있다
여름 시조단
※ 정 광 옥
· 강원시조문학회원, 춘천여성문학회원, 춘천수향시회원
· (사)강원여성서예협회 이사장
· 춘천시민상 /신사임당상 수상
· 춘천시 방송길70.103동1101호(온의 롯데캐슬 스카이 클래스)
· 이메일: cko1023@hanmail.net
정 광 옥
평창 동계 올림픽 외 1편
평창의 깃발은 바람에 흔들리고
어둠 깔린 성화봉송 환하게 비추면
올림픽 설경의 화음 승리 꽃 피우네.
산등성이로 날아온 비행하는 스키
얼음판 물방울을 지우고 쓰는 컬링
우리의 평창올림픽 영원히 남으리.
함박눈 내리던 날 세계인이 미소 짓고
하늬의 춘앵무도 봄을 기다리며
씨엘의 나뿐기지애 평창소리로 남았다.
부르다가 지친 내 고향
전망대 올라서서 바람 싣고 오는 내 북녘
가슴이 미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끝내 울고서 말은 설움 가시 숲 오십년
한 걸음도 옮겨보지 못한 내 향수가
다가올지 모른다는 격멸 속에서
숨조차 가눌 수 없이 소용 돌이 치는구나
한숨의 성에가 자극을 전해지고
애원보다 목숨이 더한 비애의 숨소리
떨리는 손 흔들며 힘차게 부르노라
날카로운 칼날로 두 조각 잘라 낸 조국
찢어진 가슴 쇠창살로 꿰매어
가시밭 맨 발 바닥에 피 흘리며 가노라
□ 엣세이
나는 누구인가
김 철 교
숱한 철학자나 종교인들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을 찾고자 애쓰고 있다. 사막에서, 깊은 산에서, 서재에서 깨달음을 얻고자 수행을 하지만, 삶의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정답은 없을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인 것은 다양성에 있다. 겉모양은 물론, 지문이나 DNA가 모두 다르며 성격이나 생각이 천차만별이다. 이처럼 각양각색인 사람들의 삶에 대한 불변의 공통분모를 도출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가 틀리고 누가 옳다고 할 수 없다. 오직 너와 나의 차이만 존재할 따름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사(道士)의 반열에서는 한참 멀지만, 내 나름의 생의 답안지를 제시하는 것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경영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삶을 꾸려왔지만, 신학과 문학과 심리학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물론 그 지식들이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내 자신의 대답은 ‘Imago Dei(하나님의 형상)’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도록 창조되었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 최초의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발가벗고 아무런 부끄럼도 없이 뛰놀 수 있었다. 하지만 사탄의 유혹으로 오만해졌고, 선악을 구별하는 지혜를 탐하였으나 오히려 옷으로 몸을 가리고 에덴에서 쫓겨났다.
하나님께서 처음 창조하신 원본, 즉 Imago Dei에는 때가 끼지 않았으나 사탄의 덫에 걸려 죄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그 원본에 끼인 죄의 때를 닦아내야 다시 에덴으로 돌아갈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때’는 정신분석학적 측면에서 보면 무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무의식은 억압된 상처와 두려움, 죄의식이 따르는 욕망, 해소되지 않은 갈등 등이 축적된 것이다. 이것을 불러내어 정면으로 대면하여 치료하는 것이 정신분석학적 입장이고, 예술에서 말하는 카타르시스(정화작용)이며, 종교에서 말하는 수양이고 구원이다.
무작정 화려한 것보다 추한 듯 아름다운 것, 슬픈 듯 기쁜 것, 차가운 듯 따뜻한 느낌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 알게 모르게 직면하고 있는, Imago Dei에 낀 얼룩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낙원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왕도(王道)는 없고 만족스러운 결론에 이를 수 없다 할지라도, 수련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예술을 통해서든 종교를 통해서든, 윤리와 도덕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통해서든 말이다. 기독교에서 구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오는 것이지만, 그 믿음이 체화되기 위해서는 숱한 기도와 찬송과 말씀 묵상이 필요하다.
세계방방 곡곡에 있는 도서관들에 빼곡한 책들도, 미술관에 넘치는 그림들도, 악보와 CD에 가득한 음악들도, 원본에 낀 때를 어떻게 벗기고 에덴으로 돌아갈까 노심초사한 기록들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답은 없고 결국 차이만 존재할 뿐인 듯싶다.(*)
* 김 철 교
· 서울대 영어교육, 중앙대 경영학석박사(1988),
· 중앙대 문학박사(2018)
· 시인(『시문학』 등단), 수필가(『창조문학』 등단), 평론가(『시와시학』 등단)
· 배재대 경영대학장, (사)미래경제연구원장
· (현) 한국기독시인협회 회장, 영신교회 원로장로
□ 수필
삶을 독수리처럼
신 인 호
새해를 밝히는 태양이 힘차게 솟았다.
모두가 새 마음 새 꿈으로 기대에 벅차있다. 멀리보이는 수평선처럼 찬란한 미래가 펼쳐질 꺼라 는 기대, 허지만 꿈은 실천하지 않으면 그저 꿈일 뿐이며 또 한해는 그렇게 간다. 그런 세월이 누적됨에 따라 후회를 남기고 스트레스, 우울증 등으로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다. 얼마나 비극적이며 안타가운 일인지 모른다.
고통 없이 진주가 만들어 질수 없듯이 인생의 고난과 역경 없이 어찌 아름다운 인생을 꿈 꿀 수 있으며 쓰디쓴 인내 없이 성공을 기대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희망은 기다릴 줄 아는 자의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에게 신(God)이 허락한 삶이 더없이 소중하고 귀중한 선물이라는 것을 잊고 사는 것 같으며 더욱이 하나뿐인 이 생명(生命)의 소중함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 같다.
‘최근 5년간 자살한 7만 명 전수 분석 맞춤형 대책을 찾는다’ 라는 모 일간 신문의 타이틀을 보았다. 참으로 심각한 일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돌이킬 수 없는 친구의 자살 모습 위에 가슴 찢는 부모의 절규. 친구들의 안타까운 슬픔을 보았다.
로고데라피(의미치료)의 창시자며 정신신경과 교수인 빅터 프랭클은 ‘자살 동기는 대부분 자기포기와 무책임한 도피 심리에서 발생한다. 자살자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찾으면 다른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살은 결코 윤리적으로 용납되지 않으며 속죄로도 인정받지 못한다. 자기의 가치 실현과 성숙하게 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했을 뿐 아니라 타인에게 저지른 잘못을 보상하려는 양심을 버렸기 때문이다. 자살은 자기가 당한 불행이나 저지른 부정을 세상에서 은폐하고 과거로 돌리려는 행위다. 자살자는 결국 자기를 세계에서 내쫓는 꼴이 되고 만다’ .라고 했다.
나는 자살은 도덕적 큰 범죄행위라고 생각 한다.
우리 몸은 내가 가지고 있으나 내 것이 아니다. 내 것은 내 맘대로 해도 될지 모르나 내 것이 아닌 것은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은 범죄 행위이기 때문이다. 성서에 보면 인간은 신(God)의 창조물로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고 되어 있다. 또한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收支父母)라 부모의 몸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온 것이니 부모의 것이나 다름없어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 몸은 첫째는 창조주의 것이요 둘째는 부모의 것이기에 내가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자살 은 창조주(God)의 것과 부모의 것을 내 맘대로 살인함으로 범죄행위다. 죄를 지으면 이 땅에서 법에 의해 벌을 받듯이 내세에도 심판을 받게 되어 있다. 내세관이 정립된 자가 바라 볼 때 이것은 지옥 행 이다. 어린아이가 어머니 배속에 있을 땐 어머니 배속의 세상이 다 인줄 알다가 어느 한 날 세상에 떨어져 나올 때 울며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듯이
사람이 이세상이 다 인 것처럼 살다가 어느 한날 이 세상을 끝 낼 때 “어머나! 다른 세상이 또 있었구나.. 그 세상이 내세다. 육체는 영혼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영혼은 하나님(God)으로부터 왔으니 하늘로 돌아가고 몸은 흙으로
빚었으니 땅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죽으면 영혼은 영혼의 본향‘ 하늘나라로 돌아가고 육신은 흙의 고향 땅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죽으면 “돌아가셨다”고 한다. 종교를 가진 사람이나 안 가진 사람이나 이 사실을 인정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각자의 몫이다. 하늘이 있으면 땅이 있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여자가 있으면 남자가 있고 오른쪽이 있으면 왼쪽이 있듯이 이세상이 있으면 내세도 있다고 본다 (성서) 내세에 확신이 있는 사람은 불안 하지 않다. 내세를 인정치 않는 사람은 늘 불안 초조 속에 인생을 살며 그래도 윤리와 도덕을 아는 기본이 된 사람들을 다소 제외한 다 수의 사람들은 가진 수단방법을 동원하여 막 살다 고통의 순간이 오면 이기지 못하고 생명을 겁 없이 던져 자살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본다. “까짓것 나하나 죽으면 만사해결이라고” 그러면야 오죽 좋을까?
그러나 고통을 도피하려다 죽음 뒤에 내세의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면
어떠하겠는가? 만약 내세의 영원히 꺼지지 않는 뜨거운 유황불 가운데 산다고 하면 지금까지의 이 땅에서의 고통은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인생이란 매일 꽃피는 봄만 있는 것이 아니요 혹독한 겨울도 있는 것이요 겨울을 인내하면 봄이 기다리듯이 힘든 삶을 견디면 기쁜 날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성공 자들에게서 보아왔다.. 햇볕만 있으면 사막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폭풍우를 만날 때도 있고 거센 파도를 넘어야 할 때도 있으며 고통의 터널을 지나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흔히들 인생을 고해(苦海)와 같다고 한다.
‘캄캄한 밤에 걷는 것은 별이 있기 때문이며’ 혹한을 견디는 것은 따스한 봄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 좋은 날만 있으면 성숙치 못하고, 고통을 입고 강해지는 것이 얼마나 숭고(崇高)한 것인가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 한다.
큰 꿈을 가질수록 파도도 크고 포부가 클수록 풍랑도 큰 것인데 어찌 고통 없이 성공을 기대 할 수 있는지, 인고의 삶이 있기에 성공을 선물로 받는 것이며 고통이 낳은 그 성공이라는 선물(膳物)을 안을 때의 그 기쁨은 어디다 비교 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추위에 떨어 본 자만이 태양에 고마움을 안다는 말도 있다. 전쟁에 나가 싸워보아야 명장을 알고 풍랑을 만나야 명 항해사를 알게 된다.
‘진정한 행복은 물질 명예 권력이 아니고 목표를 향해 나가는 노력에 있다’는 말에 공감 한다.
‘중국역사상 가장 뛰어난 명장이자 대인지심(大忍之心)의 표상 한신은 한나라의 개국 공신으로 평민출신의 영웅으로 중국 군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인물이다. 천지간에 사악한 세력이라도 좋고 운명의 작란이라 해도 좋은데 온갖 고난의 순간들이 가로막아 한신은 평생 수많은 시달림을 겪어야 했다’. 3끼 밥도 못 먹고 친구 집에 얻어먹다 쫓겨나기도 하고 고기를 낚아 연명할까 해도 잡히지도 않고 빨래하는 아낙에 밥을 얻어먹기도 했다. 그때 아낙은 “대장부라면 마땅히 뜻을 세워야지 온종일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선 안 되네 노력해 보게나” 그때에 고무되어 자신의 앞길을 개척하기로 결심하고 각고의 노력을 했다. 나중에 성공한 뒤 그 아낙을 찾아 천금을 주기도 했지만
사악한 모리배들의 가랑이 밑으로 엎드려 지나가는 수모를 당하기도 하여 ‘대인지심(大認之心)’이란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그의 생애 헤아릴 수 없는 어려움과 좌절을 겪을수록 더욱 용감해졌고 백절불굴의 정신으로 2천여 년의 시공을 초월해 후세에 본보기가 되는 아름다운 일화도 많이 남겼다.
오늘도 생사를 놓고 갈등하는 이가 있다면 한신을 닮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비가 오면 참새는 처마 밑으로 들어가 숨지만 하늘의 제왕 독수리는 오히려 비가 오는 쪽으로 거슬러 하늘 높이 치솟아 구름위로 올라가 창공위에 날개를 펴고 유유히 난다고 하지 않는가?
독수리는 한 50년 살면 날개도 정육점 고기 덩어리처럼 무거워지고 날카롭던 부리도 가슴까지 닿을 정도로 굽어지고 발톱은 뭉그러져 힘이 없어 먹이를 낚을 수 없어 죽는 다고 한다. 그런 육신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서도 굴할 수 없는 형형한 눈빛을 가진 독수리는 30년을 더 살기위해 150일 동안 높은 산꼭대기의 벼랑 끝에 둥지를 틀고 먹지도 날지도 않고 피가 흐르고 목숨을 건 환골 탈퇴의 과정을 극복해야 한다. 쉬지 않고 부리를 절벽 바위에 대고 내리쳐서 부리를 없애고 새부리가 나면 발톱을 새부리로 뽑아낸 후에 새 발톱이 자랄 때 까지 기다렸다 마지막 깃털을 하나하나 모조리 뽑아낸다. 피 흘리고 고통스러운 자신과의 사투를 벌리며 인내의 5개월이 지나면 따뜻한 기류를 따라 날개의 힘을 키우고 천하를 자신의 날개에 품고 비행이 시작되고 30년을 더 산다.
미물인 독수리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현명한 선택으로 피 흘리는 고통의 시간을 견디는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이 좌절과 절망의 수렁에서 자살을 선택하는지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맥퀸. 더스틴 호프먼 주연의 빠삐용 영화를 보면
무기징역수의 생생한 실록을 영화한 것이다. 주인공 빠삐용은 무죄지만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생사람도 잡아먹는 다는 곳, 한번가면 살아 올 수 없다는 지옥의 감옥으로 보내졌다. 프랑스를 떠나 남아메리카의 프랑스령 기이아나의 감옥으로 보내진 기구한 상황에서 그의 생명을 내댄 탈출 이야기다. 자유를 향한 처절한 몸부림 탈출에 대한 굽힐 줄 모르는 강한 집념, 8전9기의 강한 사투 끝에의 자신을 파괴하려는 체제에 맞서 마침내 승리하는 지상최대의 감동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세상과 격리되어 있는 한줄기 햇빛도 들어오지 않은 암흑 그 자체 지하 감옥에서 바퀴 벌레를 잡아먹으며 이가 빠지고 무너져 내리는 육신, 처절한 고독과의 싸움, 탈출시도의 자연과 싸움, 자신을 파괴하려는 체제와의 싸움, 뼈가 삭는 인고의 시간이 승리를 있게 한 것이다.
빠삐용과 같은 강한 집념, 생사를 내댄 도전정신만 있다면 이 세상 그 무엇도 두려울 것이 없이 헤쳐나 갈 수 있다고 생각 한다.
현제는 나라를 보아도 안보, 경제 등 걱정이 태산이요. 사회를 보아도 답답하고 개인 과 가정에도 이혼. 살인 등 상상을 초월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나 ‘운명이여 비켜라 내가간다’는 도전 정신과 인내의 시간은 보약이 되어 반듯이 좋은 날이 찾아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통일의 그날도 올 것이요. 휘파람불며 살맛나는 기쁜 날도 우리를 위해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 한다 .죽은 고기는 물결 따라 떠내려가지만 산고기는 폭포라도 박차고 힘차게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실의와 절망의 강가에서 생사를 놓고 갈등하는 이가 있다면 새해의 타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비가 오는 쪽을 향하여 힘차게 솟아오르는 독수리처럼 날으는 삶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생각을 해 본다.
* 신 인 호 · 교육학석사 · 신학박사
· 1970년「교육자료」(1970) 수필당선
· 한국문인협회 독서진흥 위원장
· 지구문학 작가회의 회장(전)
· 서울도봉문화원 부원장
· 수상: 문교부 장관상(학습지도 우수)
· 대통령훈장(옥조근정)
· 지구문학상,에피포토 문학상, 허난설헌 문학상
· 시 집: 『수평선을 태우는 해』외 공저 다수
· 수필집: 『내마음의 지우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