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선에는 수십 년간 여러 조사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던 <오발탄>(1961, 유현목)이 어김없이 그 자리를 지켰다. 이례적으로 <하녀>(1960, 김기영)와 <바보들의 행진>(1975, 하길종)이 <오발탄>과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리얼리즘과 1960년대에 치중됐던 한국영화사에 대한 평가 기준이 조금씩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다.
그 밖에 <자유부인>(1956, 한형모)과 <마부>(1961, 강대진)가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했으며, <별들의 고향>(1974, 이장호)이 6위, <바람불어 좋은날>(1980, 이장호)과 <살인의 추억>(2003, 봉준호)이 공동 7위에 올랐다. 공동 9위에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 신상옥) <영자의 전성시대>(1975, 김호선) <바보선언>(1983, 이장호)과 <서편제>(1993, 임권택), 이상 4편이 차지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가 한국영화 100선에서 최다 분포를 기록했다.
선정 작품을 감독별로 살펴보면, 임권택 감독과 이만희 감독의 작품 수가 상위를 차지한다. 그 중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임권택 감독의 작품이 7편으로 최다 선정 작품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국제영화제 등에서 명성을 알리기 시작한 1980년대 작품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임권택 감독 다음으로 많은 선정 편수를 기록한 감독은 이만희 감독이다. 이만희 감독의 작품은 총 6편이 100선에 이름을 올렸는데,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 회고전과 2006년 한국영상자료원 전작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그에 대한 평단과 연구진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만희 감독 외에도 속칭 '한국영화 감독 빅 5'라 불리는 김기영, 김수용, 신상옥 감독의 작품은 각각 4편, 유현목 감독의 작품은 3편이 포함됐다.
한편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등 최근 감독들의 영화 역시 각각 3편씩 선정됐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개봉작인 탓에 선정 대상 요건에 충족하지 못한 <설국열차>를 제외한 총 4편의 장편 연출작 중 3편을 100선 목록에 올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영화 100선에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1934, 안종화)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청춘의 십자로>는 2007년 한국영상자료원이 발굴, 복원한 이후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변사 공연을 병행한 상영을 통해 대중과 만난 작품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 특별 상영에 공식 초청돼 해외의 영화 팬들에게 극찬을 받기도 했다.
제작 당시 검열 등의 문제로 공개되지 못하다가 한국영상자료원을 통해 대중과 만나게 된 작품 역시 포함돼 있다. 이만희 감독의 <휴일>(1968)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