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져가는 정태춘님!
설레이며 기다리던 음악회!
화성 용주사의 "산사음악회"!
그러나 위 마지막사진에서 볼 수있듯이 찾아가는 길이 장난아니었습니다.
내 운전실력에 애들아빠를 잘 활용(?) 하지 못하면, 거의 불가능한 여정이니까 말입니다..
그런의미에서는 운전기사로, 혹은 사진사로 잘 엮이어지긴 한것 같지만....
집에서 아침 9시 40분에 출발했지만, 어찌나 밀리는지....이러다간 점심공양 놓치고, 쫄 쫄 굶으며, 오후늦게 까지 공연 보는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차가 엄청막혔습니다.
게다가 애들 아빠는 시내에서 저녁 6시에 모임이 예정되어있는데, 나의 꼬드김에, 혹은 후한이 두려워서인지 순순히(?) 날 잘 모셔주었습니다.
물론 안숙선과 원장현 이란 두 국악인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승무를 좋아하고, 절 이라는 분위기가 두 사람에게 공통분모로서의 큰 작용을 했을 수도 있겠네요!
뭐 불자는 아니어도 나들이하기에 절은 좋으니까요.
출발 전 부터
"4시에는 절을 빠져나와야해" 하는 남편!
" 그럼 나 혼자 대중교통으로 갈거야! 그 시간에는 정 태춘 , 박 은옥 두 분의 공연을 다 본다는 보장이 없단 말야! 시간을 정할 순 없어! 다만 두 분의 공연이 끝나는 대로 절에서 출발 하는 것으로 ..O K?"
몇 번의 조율끝에...출발!
가는 길에 가전 A/S 센터 잠깐 들르고, 주유소 들르고.... 그래도 다행히 공양 끝나기전에 12시 30분경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절이 산속에 있지않은 관계로 한 참을 걸어 올라가지 않아서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시간관계상 주차후에 한 참 산으로 걸어올라가고 또 내려와야한다면 , 오늘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든요!
절 밥으로 맛있게 식사한 후 , 메밀차와 구절초라는 전통차로입가심하며, 엷은 가을 햇살아래 한가로이 경내를 거닐며, 박물관을 비롯해서 이곳 저곳을 샅샅이 훓고 다녔습니다.
처음에 사도세자를 위한 능사(陵寺)로 지어진 절이어서인지 절의 규모는 정조대왕의 효심만큼이나 꽤 커 보였습니다.
그리고 오후 한 시경에 무대를 향해 공연장에 들어서니 이미 사람들이 가득해서 자리가 없었습니다
거의 뒷 자리에 겨우 한 자리 차지하고, 기회가 있을때마다, 빠져나가는 사람이 생길때마다, 앞으로 앞으로 무대를 향해 돌진해서 정태춘 , 박은옥 두 분이 나타나기 직전에 겨우 무대에서 세 번째줄 까지 진출했습니다.
두 번째 줄까지는 스님을 비롯한 귀빈석이거든요!
머리깍지 못한 제가 오를 수 있는 최대한의 앞자리까지 네 차례를 옮긴후 세번째줄에 있는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안숙선씨의 공연이 좀 괜찮았고, 원장현님의 대금 연주도 좋더군요! 그리고 오늘의 주제인 "승무제"
승무가 참 보기드문 공연이라서인지 " 산사음악회"에 다니는 편이지만 승무는 특별했습니다.
조지훈님의" 승무" 라는 시는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려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승무" 라는 시를 "조 지훈"님께서 이 곳 " 용주사" 라는 절에서 한 스님이 "승무"를 추는 것을 보고, 이절에서 지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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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두 분의 공연!
맨처음에는 무대 앞 귀빈석에앉아 관람하시는 스님들에게 불러드린다는 태춘님의 인사말과함께" 탁발승의 새벽노래"를 부르셨습니다.태춘님께서는 하모니카도 연주하시면서요!
다음으로 "윙윙윙", 떠나가는 배" , " 사랑하는 이에게" 를 부르셨습니다.
"떠나가는 배"를 부르실때 ---난 내가 마치 꿈속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좋았고 , 또 짧디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앵콜! 앵콜! 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음에도 , 사회자인 이 상벽씨는 매정하게 그냥 두 분을 내려보내시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두 분께서는 앵콜을 할 수도 있다는 듯 보였는데,...
앞선 출연자들이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서...
엄청 아쉬웠습니다.
" 사랑하고 싶소" 그리고, "북한강에서" 라는 곡을 앵콜곡으로 듣고 싶었는데
두 분도 기꺼이 하실 수있는것 처럼 보였는데...
두 분이 무대를 내려가자마자, 다음 출연자는 안중에도 없이, 남편의 저녁모임 때문에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맘 속에는 두 분과 사진이라도 같이 찍고 , 인사라도 해 봐야지.... 하면서 저만치 사라져가는 두 분을 향해 남편을 손을 잡고 뛰어갔습니다.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남편왈 " 빨리가려면 손을 놓고 뛰어" 라고 하더군요!
난 남자의 손을 잡고 뛰면 더 빨리 뛰어갈 수있을 줄 알고??????????
그렇게 마지막 출연자를 뒤로 하고 절을 빠져나와서 차를 몰았지만, 길은 또 밀렸습니다. 서울 우리집에서 화성까지 겨우 80 여 km(?)라는데, 웬 T G는 네개나 되는 지...
태릉 까지 오니까 저녁7시 30 분쯤되었습니다.
남편의 저녁모임은 안국동에서 6시인데....
태릉에서 남편이 전철을 타고 안국동으로 향했지만, 운전대를 물려받은 저는 집으로 향햐지 않았습니다.
냅다 차를 몰고 근처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이곳 저곳 두어곳을 찾아가니 겨우 " 노독일처"라는 책이 있더군요!
태춘님의 글들을 접해보고자 해서....
그렇게 "노독일처"를 가슴에 품고 , 오전에 맡겨둔 전자제품을 찾으로 이번엔 마트로 차를 몰았습니다.
일요일 아침에는 우유와 콘 프레이크를 타먹는 아이들땜에 우유하나 를 산다는 것이 마트를 빠져나오는 내손에는 한 바구니의 물건이 매달려 배고픈 저를 더욱 더 힘들게 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저녁 9시 40분 !
바깥에서 12시간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이만하면 가을 햇살만큼이나 따사롭고, 풍요로운 하루죠?
첫댓글 사진 잘 나왔네요 ^^ 더 있으면 자료실에라도 많이 올려주세요
사진은 사진가인지,건축가인지 헷갈릴정도로 사진에 집착하는 건축가가 찍은 것으로서, 언젠가는 책과함께 " 개인 사진전"을 열겠다는 희망을 품고, 사진에 올인하다시피하는 ...일상이 사진찍기인 건축가가 찍은 사진입니다. 이번 용주사의 산사음악회에 갈때처럼 말 잘 듣고 시키는 일 잘할때는 상차림에 신경 좀 써줍니다....
^^*
사진도 잘 보고 후기도 잘 읽었습니다. 부럽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