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비늘의 시간/ 김영미
볕뉘 내려앉아 물비늘이 되는 오후고요히 제 길을 가던 물의 뒷자리에서소꿉놀이 어린 시절이 반짝이며 흩어진다
물 주름 속 외할머니 주름진 손이 겹치고솥단지에 불을 지피던 숨결이 남아불러만 봐도 목울대가 울컥한엄마 얼굴이 희미해지고 있어손끝의 찬기를 따듯한 기억으로 밝힌다
빛이 스스로를 수면에 부서뜨릴 때물결은 바람의 방향만 쫓느라 분주하고신장암 통증을 감추고자식들 위해 촛불을 밝히던엄마의 기도문이 성경책 갈피에서 뛰어나와세상의 표면을 선명히 비춘다
물결에 일렁이는 내 얼굴에서딸의 모습이 스치고흐르는 물처럼심장 뛰는 피돌기가 거슬러 오른다
할머니가 머물던 계절 속에서 엄마의 체온은 지워지고돌아온 빛의 계절만 잠든 기억을 깨운다두고 온 그 거리에 비워둔 시간이 흘러흘러
물비늘 위에 반짝이는 문자들이끝내 해독되지 못한 채출렁이고 있을 뿐이다
[作詩 메모]- 몸이 지나간 자리에서 시간은 빛난다
물비늘은 사라진 얼굴들의 체온을 비추며 세대를 아우르는 하나의 물결처럼 이어져 내 안의 시간을 비추는 햇살과 기억이 닿는 자리다.
이는 사라진 것들의 자리에서 여전히 반짝이는 존재의 결을 찾아가는 내 존재의 기록이다. 흐름은 소멸이 아니라, 사라짐을 통해 드러나는 또 다른 생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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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85회] 물비늘의 시간
물비늘의 시간볕뉘 내려앉아 물비늘이 되는 오후고요히 제 길을 가던 물의 뒷자리에서소꿉놀이 어린 시절이 반짝이며 흩어진다물 주름 속 외할머니 주름진 손이 겹치고솥단지에 불을 지피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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