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가수의 오빠로 산다는 건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본인이 결혼해도 인터넷에는 "가수 보아, 시누이 됐다"고
나오고, 팔 다친 동생의 건강을 걱정하면 '가수 보아 부상 투혼'으로 보도된다. 피아니스트 권순훤(29)씨는 가수
보아(권보아·23)의 친오빠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첫 음악회 '권순훤의 이지 클래식(Easy Classic)'을 올여름
연다. 2002년 여동생의 팬 미팅 행사에 게스트로 출연한 적은 있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정식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다.
"인사를 제대로 안 하거나 목소리 높여서 말다툼만 벌여도 예의 없는 사람으로 보이기 쉬워요. 저만 욕먹는 건 상관
없지만, 여동생까지 더불어 오해를 받거나 집안 험담으로 번지면 마음이 괴롭죠."
2남 1녀의 장남인 권순훤씨는 서울대 음대에서 피아노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지난해 '네오 무지카'라는
디지털 음반회사를 차리고 음반 프로듀서와 연주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 ▲ 피아니스트 권순훤씨는“나 혼자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들어서 이해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쓰고 연주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권씨의 연주는 온라인으로만 유통되기 때문에 일반 음반 매장에서는 그의 이름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벅스뮤직이나
멜론 같은 인터넷 음악 사이트에는 그가 연주한 베토벤이나 쇼팽의 곡이 클래식 차트 상위권에 올라있는 '온라인
스타'이기도 하다. 남동생 권순욱(28)씨도 비보이(B-boy) 댄스 그룹에서 춤을 췄고, 지금은 뮤직 비디오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권씨는 "어릴 적에는 제가 피아노를 치고, 남동생이 바닥에 머리를 대고 물구나무 자세로 춤추면,
여동생은 노래와 춤 연습을 하는 것이 집안의 일상 풍경이었다"며 웃었다.
권씨는 석사 졸업 직후 운전병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서 영국 왕립 음악원 진학을 준비했다.
하지만 정작 합격 통보가 왔을 때, 그는 유학 대신 창업을 택했다. 권씨는 "운전을 배울 때에도 처음부터 해외 명차
(名車)를 모는 대신, 소형차로 차근차근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클래식 음악도 낯설고 까다로운 힘든 곡 대신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편곡과 해설, 연주까지 도맡는 '이지 클래식'에서도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에 맞춰 댄스 팀이 무대에서
춤추는가 하면, 사전(事前)에 오케스트라 음악을 컴퓨터로 녹음해서 틀어주기도 한다.
기존 클래식 음악계에서 금기로 여기는 일에 스스럼없이 도전하는 것이다.
권씨는 "영화 《마지막 황제》의 작곡가이면서 영화배우와 모델 등으로도 활동하는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가
내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권순훤의 이지 클래식, 8월 11~12일 충무아트홀, (02)2230-6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