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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신문·방송사가 영어로 이름 짓는다. © 이철우 기자 |
인터넷신문 <참말로>는 한국언론재단 지원으로 <기획취재> ‘우리 말글살이의 현황과 한글의 세계화’를 15회에 걸쳐 연속 보도합니다.
이번 보도는 11월 13일부터 12월16일까지 국내와 몽골, 중국, 일본 등의 동포들의 말글살이 현황 취재를 바탕으로 이뤄졌으며, 이를 통해 <참말로>가 문화관광부와 한글학회에서 선정한 언론사 유일의 ‘우리 말글 지킴이’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과 동시에, 우리 민족 최고의 문화유산인 우리 말글을 살리고 세계화를 이뤄, 우리 민족이 21세기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코자 합니다.(편집자 주)“신문이 대부분 한글을 쓰고 있지만 영어번역투 문장도 큰 문제다. 학교뿐 아니라 사회에서 영어를 중시하고, 영어문장 번역문을 많이 보다 보니 거기에 길들어진 것이다. 학교 교육도 중요하지만 글을 쓰는 언론인·학자가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최인호 한겨레말글연구소장
신문과 방송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손쉽게 보고 듣게 됨으로써 우리 말글살이에 큰 영향을 준다. 이상한 말투나 잘못 사용한 낱말들이 신문·방송으로 퍼져서 국민의 말글살이를 어지럽히고 있다. 국민이 자신도 모르게 언론에 의해 잘못된 말글살이에 길들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언론이 바른 말글살이를 하면 국민도 저절로 따라서 배우게 되어 바른 말글살이를 하게 된다. 그만큼 언론이 국민의 말글살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편 언론의 말글살이는 우리 말글살이 실태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신문과 방송을 중심으로 남녘 사회 말글살이를 살펴보겠다.
신문의 말글살이...일부 신문, 우리말 왜곡 심각 남녘신문들은 1970년대 까지만 해도 일제식민지시대 신문 꼴인 세로쓰기였고, 한자와 한글을 섞어 썼다. 당시 학교 교과서가 한글만 쓴 가로쓰기 문장이고 대체로 쉬운 우리말을 많이 썼던 것을 보면, 그때 신문을 보고 만드는 사람 중에 일본 말글로 공부한 일제식민지시대를 겪은 세대가 많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신문에 한글 가로쓰기가 시작된 것은 정론직필을 실천하다가 각 신문사에서 퇴직한 언론인들이 국민의 성원에 힘입어 만든 한겨레신문이 1988년 창간되고부터다. 그리고 5년 뒤에야 중앙일보가 한자로 된 제호를 한글로 바꾸었다.
그 뒤부터 한자를 고집하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까지도 신문기사는 대부분 한글로 쓰면서 제목에 한자를 섞어 쓰는 신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 한겨레신문은 네모꼴로만 쓰던 글꼴에서 벗어나 ‘한결체’란 자신만의 글꼴로 신문을 만들어 더 보기 좋게 했다. 우리 글자인 한글은 여러 가지 글꼴을 개발해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고 그것을 실천한 좋은 본보기이다.
그런데 한글 가로쓰기가 주류가 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한글로만 신문을 만드는 것을 끈질기게 가로막았다. 조선일보는 1994년 2월 <아태시대 우리들의 국제문자 한자를 배웁시다>라는 기획기사를 17회 연재하며 한자 세상으로 바꾸려고 나서서 한글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한 일이 있다.
조선일보는 지금도 한자를 함께 쓰며 한글만 쓰는 것을 가로막고 있으며, 동아일보도 기사 제목에서 사람 이름이나 성씨를 한자로 쓰고 있다. 또한, 이들은 종이신문 제호는 한자로 쓰고, 인터넷신문 제호는 영문으로만 쓰면서 한글로는 쓰지 않고 있다. 한겨레신문과 중앙일보는 한글만으로 신문을 만드는데 조선·동아·세계·문화·등은 아직도 한자를 혼용하고 있다.
이러한 한자 쓰기·영문 쓰기는 권위의 상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청와대나 국회의원들의 아침·점심 모임을 조찬 간담회, 오찬 간담회 등으로 표시하고 있다. 노동자·농민이 먹는 밥은 그냥 ‘밥’이지만 대통령· 의원이 먹는 밥은 조찬·오찬으로 써야 한다는 관념과, 그동안 관례라는 것은 민주화 시대에 걸맞지 않은 것이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고 있으면서도 말의 민주화는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신문·방송은 또한 잘못된 말과 외국말을 퍼뜨리는 주범이기도 하다. 한 본보기로 ‘재테크’라는 단어는 15년 전 처음 신문에 나왔는데, 정부기관 ‘보도자료’에 나온 것을 신문이 그대로 옮겨 쓰며 널리 알려졌다.
한글과 외래어 합성어 눈에 띄게 증가...말글살이 어지럽혀
그때에도 한겨레신문만은 ‘재테크’ 대신 ‘돈 굴리기’로 풀어 썼다. 그러나 모든 신문이 ‘재테크’라는 말을 그대로 계속 쓰니 한겨레신문이 쓴 ‘돈 굴리기’로 풀어쓴 것은 뿌리내리지 못하고 이제는 ‘재테크’가 일상으로 쓰인다.
국어사전에도 버젓이 실려 있는 이 ‘재테크’는 사실 제대로 된 영어도 아니며, 일본인이 재물 재(財)자에 ‘테크놀러지'(technology)의 ‘테크'(tech)를 떼어 만든 합성어로 좋게 말해 ‘재무관리 지식이나 기술’이고, 솔직히 말하면 ‘돈놀이를 해서 돈을 버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제는 신문과 방송에서 분별없이 너도나도 쓰다 보니 일반인들도 따라서 쓰게 됐다. 어떤 얼빠진 자들은 ‘시테크’, ‘땅테크’, ‘금테크’ 등 새로운 병신 말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제 신문이 한글 가로쓰기 신문을 만들고 있지만 그 글 수준은 문제가 많다. 외국 말투에 어려운 한자말을 많이 쓴다는 것이다. 15년 동안 그런 신문의 글을 바로잡아주는 운동을 하고 있는 재야 국어학자 이수열 선생은 지금도 교수나 논설위원, 기자들까지 그 타령이라고 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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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열 솔애울 국어순화연구소 소장. ©이철우 기자 |
국어 교과서와 언론과 정부가 잘못 쓰는 글을 조사해 바로잡아 책으로 내기도 한 이수열 선생은 “기자들은 물론이고, 신문에 대학교수가 논단을 많이 쓰는데 이들의 글도 엉망”이라며 “이들은 자신이 우리말을 바르게 쓰지 못한다는 것조차 알지 못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학교에서도 말하고 글을 잘 쓰는 국어교육이 아니라 입시위주 국어교육을 하고 있어, 국어 선생도 교수도 자신의 글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른다. 학교 교육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용수 교열기자협회 회장은 “교열기자들은 바른 말글을 위해 애써왔는데 최근 컴퓨터로 글을 쓰면서 교열기자를 줄이거나 교열부를 없애는 신문사도 있다”며 “신문사 간부와 교열기자가 힘을 모아 신문이 말글을 어지럽힌다는 말은 듣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겨레신문을 뺀 많은 신문이 부분별 지면 이름을 영문으로만 크게 쓰고 있다. 경제면을 보면 ‘Economy’는 크게 쓰고 ‘경제’는 조그맣게 쓴다. 조선일보는 아예 경제면 작은 제목들을 머니조선, 비즈피플, cool, 리뷰조선으로 이름 붙였다.
또한 지하철에서 나누어 주는 신문은 신문이름까지 모두 영어로 짓고 있다. 어린이 잡지 이름도 온통 영문이다. 이들이 제 나라의 말을 얼마나 가볍게 보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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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름으로 어린이 잡지들. ©이대로 기자 |
방송 말글살이 실태...방송 프로그램 60%가 외국어 이름“아나운서들은 우리말을 바르게 쓰려고 애쓰지만 거친 말을 함부로 하는 개그맨과 얼굴만 예쁜 여성을 방송 진행자로 세우는 상황에서 아나운서는 설 자리도 없다.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것보다 방송시청률을 높이려는 데 목적이 크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 -지영서 아나운서(한국방송공사 국어상담소장)
손쉽게 누구나 보고 들을 수 있는 방송은 신문보다 더 영향력이 크다. 그러나 방송국 이름만 보더라도 KBS, MBC, SBS처럼 모두 영어로만 쓰고 있는 형편에서 내용에서 우리말과 글을 제대로 쓸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이런 바탕에는 우리말·한글을 천하게 여기고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숭배하는 사대주의가 깊이 박혀있다고 하겠다.
방송제목 또한 영어로 된 것이 많을 뿐 아니라 한자와 영어를 섞어 쓰는 잡탕 제목이 최근에는 두드러진다. 누리꾼들이 이상한 통신언어를 만들어 쓰는 것을 방송이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클릭 세상 事’ 란 한국방송공사 방송 제목이 그 본보기다.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공동대표 김수업 김경희 김정섭 이대로)은 이런 방송사의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외국말과 우리말답지 않는 방송제목을 짓는 방송국을 한글날에 우리말 훼방꾼으로 뽑아 발표해서 그들의 잘못을 일깨우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한글문화연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김형배 학술위원은 “현재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60%가량이 외래어를 포함한 외국어 이름”이라고 밝혔다.
한국방송, 문화방송, 서울방송, 교육방송, 기독교방송, 와이티엔 6개 방송 프로그램 412개 가운데 59.7%인 246개가 외래어를 포함한 외국어 이름이고, 29.9%(123개)는 외국어 고유명사나 외래어를 제외한 순수한 외국어 이름이라는 것이다.
물론 방송프로그램에만 외국어나 외래어가 뒤범벅이 된 것은 아니다. 뉴스나 코미디 프로 등 방송 내용은 물론, 바른 말투가 아니고 비속어를 많이 써서 문제가 되고 있다.
방송사가 한자와 영어를 조합하는 ‘신조어’를 만들고, 프로그램 이름을 짓는 등 우리 말글을 망치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 사장과 간부들이 상업성만 생각하지 말고 방송이 국민 국어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 바른말로 방송을 하도록 하는 규정과 정책을 세우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말의 민주화 위해 바른 우리말 써야...언론과 방송 역할 대단히 커
신문과 방송이 우리 말글로 돈을 벌고 우리 말글의 은혜를 가장 많이 입으면서 우리 말글을 가장 많이 더럽히고 죽인다는 비판이 크다. 신문은 교열기자들이, 방송은 아나운서들이 바른 말글살이를 하려고 애쓰고 있다. 여러 신문사와 방송사에 우리말을 지키고 바르게 쓰려는 연구모임이 있다.
이들은 방송사 승강기에 ‘잘못 쓰는 말, 바로잡아야 할 말’을 써 붙이고 있고, 신문에 연재하기도 한다. 이들의 노력은 고마운 일이고 다행이지만 다른 언론인들이 그에 따르지 않고 멋대로 우리 말글을 더럽히고 있어 그 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한글로 신문글을 쓰고 우리말로 방송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과 정보를 빠르고 쉽게 주고받는 것은 말의 민주화이면서 사회 민주화의 완성이기도 하다. 언론이 우리말을 살리고, 바르게 쓰려고 힘쓸 때 우리말과 우리 한글은 빛날 것이다.
첫댓글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