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1. 贓濫이 滿天下하되 罪拘薄福人이니라
(장람 만천하 죄구박복인)
뇌물을 받고 부정을 저지르는 자가 천하에 가득하되, 죄를 지어도 박복한 사람만 잡힌다.
⋇ 贓濫(뇌물 장. 넘칠 람) : 뇌물을 받고 부정을 저지르는 일.
⋇ 薄福人(박복인) : 복이 없는 사람. 박복한 사람.
(해설)
사람으로서 치명적인 약점이 인정(혈연, 지연, 학연 등 삼연)과 사랑 그리고 재물에 있다고 통칭할 때 그러한 인연이 연결고리가 되어 거대한 사슬이 형성되다 보니 그 고리를 잘라내기는 쉽지 않다. 그간 벌어진 비리에 대한 명칭도 어떻게 벌어졌는가에 따라 붙여진 것을 헤아려 보아도 수십 가지가 되리라.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각종 비리에 대한 보도는 선량하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서민들의 분노를 자극한다. 작금에 벌어진 부산 등 상호저축은행의 영업정지 하루 전 영업시간이 끝나고 VIP(very important person)고객과 직원들의 친인척의 예금을 해약하고 돈을 지급한 부당인출 사태도 한 예가 되겠다. 부패지수가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국가 중 거의 하위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발표를 보면 그동안 많은 개선과 단속을 대대적으로 실천했음에도 고쳐지지 않는 것을 보면 그 뿌리가 매우 깊음을 실감할 수 있다. 아무리 청렴과 정직을 표방해도 미꾸라지 한 마리가 웅덩이를 흐리게 만드는 이치처럼 늘 소수의 사람들이 전체를 욕을 먹인다. 그중 가장 하위에 속하는 용어가 “생계형 비리”가 아닐까 싶다.
비리에 대하여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죄하겠다며 칼을 빼들지만 소리만 요란하고 잔챙이만 걸러 내고 어쩌다 고위관료나 지도층 인사들이 거론되거나 적발되어도 시간을 끌며 들끓는 여론이 냉각기로 접어들면 흐지부지 처리되는 경우가 반복되니 속된 말로 힘없고, 뒷전 없는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 심정을 대변하는 “無錢有罪 有錢無罪(무전유죄 유전무죄)”란 말이 한때 유행한 적이 있다. 그리고 義賊(의적)이란 단어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역사를 보면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양상을 보임을 미러 알 수가 있다. 특히나 한나라가 멸망하기 직전에는 부전부패가 판을 치는 극도의 혼란한 사태를 보이며 때는 이때다 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든 豪雄(호웅) 들이 발호하는 토양을 만들어 주거나 탐관오리의 수탈에 견디지 못한 백성들이 봉기하는 형태를 보여준다. 도둑으로부터 물건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열 사람도 부족하다 하는데 과연 어느 조직에서 한 사람이 작심하고 부정하려 든다면 막을 수 있을까? 수작업으로 일일이 하던 옛 방식에서도 벌어지는 부정이 시스템이 복잡해지고 전문화 되어가는 추세 속에 그 피해범위는 점차 커지고 대형화되어 가는 현상을 보인다.
배금사상과 자본주의가 어울려 재물에 대한 집착과 지위상승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호기로 착각하던가 아니면 일생일대의 대모험을 거는 도박과 같은 마력으로 유혹한다. 도시화와 산업화를 통한 地價上昇(지가상승)은 “복부인”과 “졸부”를 양산하고 유산에 따른 형제, 자매간의 불화와 반목을 부추기었고, 미리 상속 받기 위한 자식의 부모시해와 같은 반인륜적인 작태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란 속담도 무색하게 변질되고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은 경마, 카지노, 복권, 등에 몰입하여 오히려 가산을 탕진하고 알거지신세로 전락하는 불행의 늪에 빠져버린다. 예전에는 본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갑부가 되거나 벼슬길에 오르는 입신양명의 길이 비록 좁지만 성공 확률이 높았지만 직업이 다변화된 요즘은 오히려 부의 쏠림현상으로 가난도 대물림되는 악순환이 재현되고 있다 한다.
“부자는 망해도 삼대를 간다.”하던 말도 옛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백만장자”라는 수식어도 경제규모가 커진 요즘은 그 한계도 모호해 졌다. 얼마를 보유해야 부호란 소리를 듣게 될까?
자원입니다.
臟(오장 장)은 몸(月)속에 정신적 기능을 감추고(藏)있는 오장(五臟).
鷄群一鶴(계군일학)
- 닭의 무리 속에 한 마리 학이란 뜻으로,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서 뛰어난 한 사람. 비슷한 것으로 群鷄一鶴(군계일학), 鷄群孤鶴(계군고학)이 있슴. -
嵆紹(혜소)는 중국 魏(위)나라의 竹林七賢(죽림칠현) 중의 한사람인 嵆康(혜강)의 아들이었다. 10세에 부친이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고 형을 받아 죽은 후 모친을 모시고 근신하고 있었는데, 선친의 친우이며 칠현의 한사람인 山濤(산도)가 “康誥篇(강고편)에 부자간의 죄는 서로 연좌 짓지 말아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혜소는 혜강의 아들이지만 그 현명함이 춘추시대 晉(진)나라의 大夫(대부)인 郤缺(극결)에 뒤지지 않습니다. 부디 은총을 베푸시어 秘書郞(비서랑)의 관직을 내려주십시오.”하고 武帝(무제)에게 아뢰자, 무제는 비서랑보다 한 계급 더 높은 秘書丞(비서승)에 임명하였다(嵆紹 宇延祖 魏中散大夫康之子也 十世而孤 事母孝謹 以父得罪 靖居私門 山濤領選 啓武帝曰 「<康誥>有言 父子罪佛不及 嵆紹賢侔郤缺 宜加旌命 請爲秘書郞」帝謂濤曰 「如卿所言 乃堪爲丞 何但郞也」乃發紹征之 起家爲秘書丞 ”: 혜소 우연조 위중산대부강지자야 십세이고 사모효근 이부득죄 정거사문 산도영선 계무제왈 「<강고>유언 부자죄불상급 혜소현모극결 의가정명 청위비서랑」제위도왈 「여경소언 내감위승 하단랑야」내발소정지 기가위비서승). 紹(소)가 처음으로 낙양에 돌아왔을 때에 어떤 사람이 왕융에게 “어제 군중 틈에 끼어서 처음으로 혜소를 보았는데, 빼어난 기상은 마치 닭 무리 속에 학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昻昻然如 野鶴之在 鷄群一鶴 : 앙앙연여 야학지재 계군일학)”하고 말했다고 함. (출전 晉書) ※ 嵆(산 이름 혜), 郤(고을 이름 극).
노인 민속보험
마을에 애경사가 있거나 추렴해서 돼지를 잡았을 때 살코기만이 주인 소유요, 내장고기는 마을의 노인들 소유로 돌리는 것이 관례였다. 마을에 따라 60세 이상 또는 70세 이상의 노인이 있는 집에 골고루 등분하여 나누어드렸으며 이 경로습속을 配臟(배장)이라 했다.
환갑을 지난 노부모를 모신 집에서는 양식이 떨어져도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먼동이 트기 전에 좀 잘사는 집에 찾아가 마당을 쓸어 놓고 돌아오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불청의 노동을 “마당쓸이”라 하는데, 노부모 끼니 이을 양식이 떨어졌다는 묵계된 사인인 것이다. 주인이 일어나 보고 머슴을 불러 어느 뉘의 마당쓸이냐고 묻고, 그 노친의 나이를 물은 다음 열흘 먹을 것, 보름 먹을 것 가져다주라고 시킨다. 이렇게 베푼 곡식은 상환의무가 없었다. 좀 사는 집에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 몫으로 일정량의 곡식을 내어 그 利穀(이곡)으로 자선을 베푸는데, 이를 수명을 비는 곡식이라 하여 命穀(명곡)이라 했다. 이 명곡에서 마당쓸이 같은 복지성의 곡식을 지출했던 것이다.
옛날 향약을 보면, 춘추로 양로잔치를 베풀고 입동, 동지, 除夕(제석)날에 일정 연령 이상의 노인들에게는 雉鷄米(치계미)라 하여 선물을 드리는 관례도 보편화돼 있었다. 비단 논 한 뙈기, 밭 한 다랑이 없는 가난한 집에서도 일 년에 한 번은 마을 노인들을 위해 응분의 출연을 했다. “도랑탕 잔치”도 그런 것 가운데 하나다. 벼를 베기 위해 논물을 빼는 작업을 도랑 친다고 한다. 도랑을 칠 때 누렇게 기름이 오른 미꾸라지가 잡히게 마련이다. 이 미꾸라지를 잡아 국(추어탕)을 끓여 마을 노인들을 불러 대접한다. 그로써 연중 마을사람들에게 신세지는 보상을 했던 것이다. 숟가락을 허리춤에 끼고 이 빠진 뚝배기 하나 등 뒤에 숨겨 들고서 할아버지 옷자락을 붙잡고 도랑탕 잔치에 따라 가는 아이들, 불청객은 이렇게 食具(식구)를 들고 가야 했다.
배장이며, 마당쓸이, 명곡, 치계미, 도랑탕 이며 이 모두 노인복지의 민속적 관행이랄 것이다. 정말 옛날 노인들은 살 맛 났음 직하며, 늙은 것이 서럽지 않고 빨리 늙고 싶었음직도 하다.
우리 선조들 입고 먹고 사는데 가난했을망정 적어도 노후에 대한 불안은 없었던 나름대로의 복지국가였다. 근대화 과정에서 증발해 버린 좋은 유산이 하나 둘일까 마는 이 같은 노인 민속보험도 위대한 상실이랄 수 있다. 그래서 예보다는 잘 먹고 입고 살지만, 노후불안은 엄청나게 부풀어나가고 있다. 늙어서 찾아 쓰게끔 된 노후생활연금신탁이 생기자마자 계약고가 몇 천억을 웃도는 폭발적인 인기를 모우고 있다던데, 그 폭발적 인기가 바로 폭발적 불안의 지표인 것이다.
국민 불안의 소재가 어디에 있으며 또 얼마만한 고압, 고밀도의 불안인가를 정부에 과시하는 지표이기도 한 것이다.(이규태 코너 1987년)
12-12. 天若改常이면 不風卽雨요 人若改常하면 不病卽死니라
(천약개상 불풍즉우 인약개상 불병즉사)
하늘이 만약 상도(常度)를 고치면 바람이 불지 않고서도 곧 비가 올 것이요, 사람이 만약 상도를 어긴다면 아프지 않고도 곧 죽게 될 것이다.
⋇ 改常(개상) : 상도(常度 :불변의 도리)를 어김. 상도를 고침.
⋇ 風(풍). 雨(우). 病(병) : “~하다”의 뜻으로 바람이 불다, 비가 오다, 병이 들다(아프다)로 해석 함.
(해설)
정해진 天道(천도)는 천만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고 늘 그대로 존재한다. 진리와 정의가 늘 강조되는 이유도 그 또한 같은 이치가 아닐까. 하늘의 뜻은 그 누구도 거슬리지 못하며 바꿀 수도 없다. 만약에 그것이 가능하다면 어찌 하늘의 뜻이란 지고무상의 도리가 무너지며 쉽게 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며 커다란 재앙이 닥쳐오리라. 즉 기존의 완성되어 돌아가는 질서가 파괴되고, 정의와 선의 의미가 뒤바뀌며, 상상도 못했던 재난과 재앙이 온 세상을 공포와 공황으로 몰아갈 것이다. 때 아닌 전염병이 창궐할 수도 있고, 지진, 해일, 화산 폭발과 가뭄 한파 등 기상이변과 돌연변이를 일으킨 동식물의 출현으로 먹이사슬의 관계가 파괴되는 악몽이 일어날 것이다. 전혀 예측불허의 사태가 속출하는 이변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소위 인류종말이란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리라.
우주가 원활하게 존재할 수 있도록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지켜지는 거대한 힘, 그 힘은 일정한 궤도라든가 공전 그리고 중력이라든가 아직도 과학적으로 풀어내지 못한 원리들이 질서정연하게 지켜지기에 가능한 것이다. 만약에 그 중 하나가 잘못되어 질서나 궤도 등을 이탈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우주 전체가 폭발 혹은 파괴되는 심각한 사태로 진전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도 우주에서는 한 작은 행성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요. 이 작은 행성 중에 하나인 지구에 벌어지는 각종 기상상태와 운석의 낙하와 지구 자체의 지진이라든가 화산폭발 등이 일어나면 그 피해범위가 자국은 물론 이웃하는 나라에도 영향을 주는 광범위한 지역을 황폐화시키며 상당기간 사람이 살아갈 수 없는 땅이 되고 만다. 그 지역에 서식하든 동식물이 몰살하거나 타 지역으로 서식지를 옮겨야 하는 환경파괴의 심각성이 노정되는데, 지구를 벗어나 타 행성 혹은 거대한 운석의 충돌 등으로 상황을 확대시켜 보면 그 피해는 인류의 존망과 관련되는 최악의 사태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된 지구환경에 대한 개선운동도 그러한 맥락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공기오염으로 인한 오존층 파괴와 평균온도의 상승으로 인한 극지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소실되어 바다의 수면 상승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와 수질오염과 토양오염은 먹거리에 대한 걱정을 유발시키고, 각종 화학제품과 화학물질은 인체에 대한 각종 질병과 유전자에 대한 변형까지 초래하는 무서운 공포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특히나 체르노빌 원자로의 파괴를 통한 방사능의 피해는 작금에 벌어진 일본 지진과 연관된 원지로의 파손으로 누출된 방사성 원소들의 확산에 대한 공포로 전 세계가 귀추를 주목하며 일본산 농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오염검사에 심혈을 기울이며 일부 품목에 대하여는 수입금지 조치까지 내리는 강수를 두고 있다. 그 끝이 어디인지 불확실성에 더욱 전전긍긍하며 에너지 정책에 대한(원자로의 새로운 건설)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치며 폐지까지 검토하는 국면으로 전개되어 가는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옛날에는 급살이니 천벌이니 하여 돌연사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스스로 저지른 죄 값으로 치부하였다. 그러나 의학의 발달은 그 원인을 속속 밝혀내었지만, 아직도 휘귀병이니 하는 미확인된 질병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평균수명도 급속도로 늘어나 초고령사회로 가는 기간이 점차 단축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평균수명도 의미가 없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그래서 점진적인 발전과 일정한 사이클을 가지는 도리가 필요한 것이다. 과거의 사례를 비교하여 장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 보다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확실함이 선호되는 까닭이다.
曲學阿世(곡학아세)
- 정도를 벗어난 학문으로 세상에 아첨한다는 말 -
前漢(전한)시대 景帝(경제)는 시인으로 유명한 轅固(원고)를 博士(박사)로 등용하였다. 그러나 그는 90세의 늙은 신하였으나, 그는 강직한 성품을 가져서 직언을 잘하기로 유명하였다. 그래서 사이비 선비들은 그의 등용을 적극 반대하였지만, 경제는 갖은 중상모략에도 불구하고 그를 등용하였다. 이때 원고와 함께 등용된 사람으로 公孫弘(공손홍)이라는 학자가 있었다. 공손홍도 늘 바른 소리나 하고 다른 중신들과 타협할 줄 모르는 그를 탐탁히 여기지 않았다.(景帝以固爲廉直 拜爲淸河王 太博 久之 病免 今上初卽位 復以賢良徵固 諸諛儒多疾毁固 曰 “固老 罷歸之” 時固九十餘矣 固之徵也 薛人公孫弘亦徵 側目而視固 : 경제이고위염직 배위청하왕 태박 구지 병면 금상초즉위 복이현량징고 제유유다질훼고 왈 “고노 파귀지” 시고구십여의 고지징야 설인공손홍역징 측목이시고). 그러나 원고는 태연한 자세로 “요즘 학문의 도는 어지러워지고, 속설이 유행하고 있으며, 이대로 두면 유서 깊은 학문의 전통은 마침내 邪說(사설) 때문에 그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네, 그대는 다행히 젊고 好學(호학)하는 선비라고 들었네. 부디 올바른 학문을 열심히 배워 세상에 넓히도록 하게. 절대로 자기가 옳다고 믿는 학설을 굽혀 세상의 속물들에게 아첨하지 말기를 바라네.(固曰 公孫子務正學以言 無曲學以阿世 : 고왈 공손자무정학이언 무곡학이아세)”하고 공손홍에게 일렀다. 이에 공손홍은 원고의 훌륭한 인품과 학식에 감복하여 자신의 무례함을 사죄한 뒤에 제자가 되었다고 함.(출전 史記) ※ 轅(끌채 원), 諛(아첨할 유).
유괴와 살생
우리 옛 선조들의 효행을 적은 “明倫錄(명윤록)”에 보면 이따금씩 “蚤蚊(조문)효도”란 말이 나온다. 조문이란 벼룩과 모기란 뜻인데 밤에 설치는 물것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여름날 밤 부모와 한 방에 더불어 잠으로써 모기. 빈대. 벼룩 같은 물것들을 자신의 몸으로 유인, 부모를 물지 않게끔 도모하는 효도이다. 물것들은 보다 혈기가 왕성한 사람의 피를 선호하고 또 일정량의 흡혈만 하면 달려들지 않는 속성이 있기에 물것효도가 성립될 수 있었던 것이다. ※ 蚤(벼룩 조), 蚊(모기 문).
옛 선조들은 비단 피를 빠는 물것 일 망정 생명을 앗는 살생을 하지 않았으며 그 생명외경의 철학에서 물것효도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옛날 서생들이 공부하러 절에 들어가는 것을 讀書上寺(독서상사)라 했는데 상사할 때 필수적으로 휴대해야 했던 보살통이라는 게 있다. 별반 굵지 않은 대마디로 만든 용기다. 겨우살이에서 몸에는 이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 역시 피를 빠는 해충이지만 죽여서는 안 되고 죽일 수 없었기에 보살통에 잡아 담아 격리시켜 두었다가 통이 차면 멀리 산중의 나무에 걸어두곤 했던 것이다.
이같이 생명외경의 생활습관이 불교의 殺生戒(살생계)에서 비롯됐을 것이나 이미 신앙적 차원을 떠나 생활화해 있었다는 것에 주의하게 된다.
병아리가 다쳐 아랫배가 터지곤 하면 할머니는 터져 나온 창자를 밀어 넣고 바늘실로 터진 부위를 꿰맨다. 그리고서 그 작은 부리를 벌려 양귀비 꽃대 삶은 물을 먹이곤 했던 것이다. 그 작은 생명도 도외시 않는 할머니는 외과 의사였다. 비단 짐승뿐이 아니었다. 패랭이꽃이 바람에 꺾여도 받침대를 대고 삼 줄로 칭칭 감아 매어 들 기름칠을 함으로써 살려놓곤 했던 것이다.
나이 60이 되지 않은 세대들이 이 같은 생명존중의 전통을 보고 자랐는데, 그 60년 동안에 이렇게 무참히 그 전통이 유린될 수 있나 싶어진다.
20여 년 전 초등학교 문전에 병아리장수들이 득실거렸던 일이 있다. 사육관찰을 위한 과학교재로써의 병아리였다. 그 병아리를 사다가 2층 교실에서 낙하시켜 죽고 죽지 않고를 내기를 하는 풍조가 사회문제가 됐었다. 공공연한 살생도박이기 때문이다. 그 세대가 자라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까. 요즈음 유괴 어린이의 생명들이 그 살생도박에 희생당한 병아리 생명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이 처리되고 있음을 보고 생명을 둔 전통의 단절이 뼈저리게 와 닿는 것이다.(이규태 코너 1990년)
12-13. 壯元詩에 云하되 國正天心順하고 官淸民自安이라 妻賢夫禍少요 子孝父
(장원시 운 국정천심순 관청민자안 처현부화소 자효부
心寬이니라
심관)
장원시에 이르길 “나라가 바르면 하늘의 마음도 순하고, 관리가 청백하면 백성이 저절로 편안해 지느니라. 아내가 어질면 남편의 화가 적을 것이요, 자식이 효도하면 아버지의 마음이 너그러워진다.”고 하였다.
⋇ 壯元詩(장원시) : 과거시험에서 장원한 시.
(해설)
한 나라를 이끌어 가는 힘은 모든 백성에게서 나온다. 그러나 왕왕 권력의 정점에 선 자들은 자신이 백성들을 이끄는 절대적 힘을 가졌다 착각을 하여 군림하며 모조건 자신에게 복종하고 따라야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순리에 역행하는 철권과 악정을 자행하지만 그것은 권력을 지키는 수단으로 정당하다 항변한다. 말없는 다수의 숨겨진 힘을 과소평가하고 침묵은 긍정이다란 편리한 해석으로 그 도를 더해가며 서서히 몰락의 길로 접어 들어가는 것을 알지 못하고 천만년 갈 것으로 큰 소리 친다. 옛날 군주시대에는 하늘의 뜻 혹은 하늘이 정하여 준 사람 만이 천자에 오른다 하였다. 그래서 천자의 자리를 이양하는 것을 하늘의 뜻을 이어간다고 하였으며 그것을 증명하는 징표 등을 전수하는 절차를 밟았다. 절대 권력을 갖고 있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현명하고 영명한 군주는 늘 백성의 소리를 듣고 그 뜻을 존중하였다. 그리고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부덕의 소치라 여기며 자신의 잘못이 없는지 겸허하게 돌아보고 자숙하는 시간을 가지며 새롭게 다스림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천명하였다.
포악한 정치는 맹수보다 더 무섭고 혹독하다 표현한다. 특히나 한 나라가 멸망하는 말기에 이르면 그 도는 극을 달하며 그에 대항하는 백성들의 민란 등의 봉기가 빈발해 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가장 바람직한 다스림의 시대를 태평성대라 부른다. 성군이란 칭호를 듣는 군주가 존재하며 그 밑에 신하들도 모두가 어질고 바르며 공평하여 백성을 돌봄을 자신의 가족처럼 친구처럼 봉사하기 때문이다. 거짓과 탐욕이 자라나지 못하는 정의와 올바름이 모든 것 보다 우선하는 맑고 밝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대개 중기를 전후한 시기가 된다. 문화와 각종 제도가 활짝 꽃 피고 정비되는 최고의 전성기에 해당이 되며 주변국과의 외교도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져 상호 발전하고 도움을 주는 형제의 사이와 같은 우방국의 친밀도를 과시한다. 교역과 문물의 유입이 빈번해지고 함께 번영하는 튼튼한 맺음은 그 결속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나라가 안정되고 규율이 서면 암울하고 어두운 그림자가 벗겨지며 고통과 각종의 억압 속에 신음하던 백성들도 해방되어 그 기쁨을 마음껏 누리게 된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좋은 일만 생기면 자꾸 좋은 일이 벌어지고 반대의 경우는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식으로 더욱 심각한 구렁텅이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간혹 호사다마라 하여 경계하지만 한번 구르기 시작한 수레바퀴는 멈추게 하는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점점 가속도가 붙게 마련이다. 가정에서부터 지켜져야 하는 기본 덕목이 제대로 이행되어 행복하고 다복하면 그 마을 즉 사회 또한 그대로 연장되어 지며 연쇄반응의 효과로 점점 더 그 범위가 확대되어 진다. 즉 이상사회가 실현되는 것이다.
일억 원짜리 신발
중국의 대표적 미인 두 명은 한나라 成帝(성제)의 사랑을 받았던 飛燕(비연)과 당나라 玄宗(현종)의 사랑을 받았던 楊貴妃(양귀비)로 둘 다 발이 작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추었다는 비연의 신발은 중국에서 제일 작지만 제일 비싼 신발로 알려져 있다. 특수한 거미에 금가루만 먹여 사육, 그 금거미의 금실로 짜서 신겼던 그야말로 금구두였기 때문이다. 양귀비의 신발도 그에 못지않게 값나간 신으로 알려져 있다. 왜냐면 그녀가 죽은 다음 이웃에 사는 할머니가 그녀가 신던 신발 한 짝을 주어다가 구경시키는데 보기만 하면 10금, 만져보면 50금, 신어보면 100금을 받아 순식간에 거부가 되었으니, 값비싼 구두의 역사 랭킹에 오르고도 남음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값나간 신발은 철종 때 한양 명기 紫同仙(자동선)의 꽃신 花鞋(화혜)일 것이다. 당시 한양 상류사회의 妓房(기방) 풍속에서 말을 할 줄 아는 꽃이라 하여 기생을 “解語花(해어화)”라 하고, 그 해어화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 “折花(절화)”라 하며, 절화의 표시로 해어화가 신었던 꽃 신발에 술 한 잔 가득 딸아 마셔야 하는데 이를 “花鞋酒(화혜주)”, 이 화혜주 값을 “花鞋代(화혜대)”라 했다. 물론 이 화혜대는 해어화의 명성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절개와 미모와 三絶(삼절)로 소문난 자동선의 화혜주를 받아 마신 사람은 당시 팔도 으뜸가는 상업재벌 林相玉(임상옥)뿐이었고 그 꽃신 값은 적지 안이 3백석이었다 하니 가공할 거금이다.
미국에서 손꼽는 구두수집가로 텍사스의 석유왕 엘렉트라 호톤부인과 1950년대 으뜸가는 쇼걸이었던 베이비 레이크를 드는데, 이들의 수집량은 3백∼3백50켤레로 이 컬렉션 가운데 가장 값나간 구두는 3만 달러이었다. 모피는 러시아에서, 비단은 중국에서, 벨벳은 이탈리아에서 최상품을 구해다가 이탈리아의 명장(名匠)이 맞춘 구두다. 뭐니뭐니해도 구두하면 이멜다 전 필리핀 대통령 부인이 연상되게 마련이다. 병적인 신발 수집광으로 망명 당시 그녀가 살던 궁전에서 무려 2천 켤레의 구두가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다. 일백만 원 대를 넘는 구두만도 과반수였다 하니 그 값을 총합하면 근대에 있어 가장 값비싼 신발을 신은 발은 바로 이멜다의 발이었다 할 수 있다.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 이래 세계의 구두 역사에서 기록될 만한 값 비싼 신발이 탄생되고 있으니 건각을 온 세상에 과시한 황영조 선수의 마라톤을 위해 만든 운동화가 그것이다. 그 값이 무려 일억 원에 이르고 있으니 말이다. 후원업체에서 황선수의 가벼운 체중에 부담을 덜어 주고자 4백 그램의 무게를 일백사십 그램으로 줄이는 등 기록에 티끌만한 영향을 끼칠 만한 부위를 위해 25명의 연구원이 1년에 걸쳐 신소재를 개발하는 등 1백분의 1초라도 기록을 당기기 위한 엄청난 투자를 한 일억 원 짜리 신발인 것이다. 발에 익숙하지 않아 신고 뛰지 못하여 그 값어치를 하지 못했지만, 그만한 염원이 담긴 역사에 길이 남을 황금구두가 아닐 수 없다. (이규태 코너 1992년)
扶餘古都(부여고도) - 李師命(이사명) -
往事皆陳迹(왕사개진적) 지나간 온갖 일은 자취뿐인데
山川尙不迷(산천상불미) 산과 물만 예처럼 그대로 있네.
衣冠晨月上(의관신월상) 새벽달 푸른 아래 오르려니
花草野禽啼(와초야금제) 우거진 풀꽃 속에 새들만 우네.
12-14. 子曰 木從繩則直하고 人受諫則聖이니라
(자왈 목종승즉직 인수간즉성)
공자가 말씀하시길 “나무가 먹줄을 좇으면 곧고, 사람이 간하는 것을 받아들이면 거룩하게 된다.”고 하였다.
⋇ 繩(먹줄, 줄, 새끼줄 승) : 여기서는 목수들이 쓰는 먹줄을 뜻함.
⋇ 受諫(받을 수. 간할 간) : 간하는 것을 받아들임.
(해설)
산을 지키는 나무는 즉 살아남은 나무들은 대개 비틀리고 바르게 자라지 못한 쓸모없는 것들이다. 곧게 자라고 튼실한 나무는 그 효용성 때문에 베임을 당하기 쉽다. 나무도 그 효용에 따라 차별화되며 계획에 의한 식목은 쓰임새가 많은 것들을 우선하여 심었으며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나무로 지목한 나무는 철저한 보호를 받았다. 궁궐이나 사당 그리고 관사 주변에는 그에 맞는 나무를 선택하여 심었다. 방풍림이나 가로수 혹은 마을 어귀 등에도 그 특성에 맞는 나무를 선별해 식수하였다. “여자아이를 낳으면 뒤뜰에 오동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했던 옛 어르신들의 지혜도 있고,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하면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도 전해진다. 그러나 옛날에 나무는 그 쓰임새가 다양하여 귀중한 자산이며 사람의 됨됨이도 나무에 비유한 예가 많이 등장한다. 목수가 그 쓰임새에 맞추어 크기와 길이대로 다듬을 때 그 치수에 따라 줄을 먹인다. 직선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필요에 따라 곡선과 원형으로 그리기도 한다. 곧다는 말은 강직과 주관이 뚜렷함을 말한다. 시세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지켜야 할 정도를 고수한다. 선비정신이란 말로 대변되는 우리 선조들의 몸과 마음가짐이 그를 지칭하기도 한다. 너무 고지식한 면을 꼬집어 비웃거나 비유를 하는 예도 많지만 한 시대를 이어오는 전통과 그 뿌리는 아직도 우리사회의 밑바닥에 도도히 흐르고 있다.
군주시절에 군주에 잘못됨을 바로 잡게 간언을 한다 함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용기와 충정 없이는 시도하기 어려운 법이였다. 그래도 그를 감수하고 과감하게 상소를 하는 충신들이 있었기에 나라의 법과 질서가 제대로 작동하고 위태한 나라의 기강과 향락과 감언에 빠졌던 군주가 정신을 차리고 온전한 상태로 돌아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사철 푸름을 자랑하는 소나무의 기상과 대나무의 곧음이 곧잘 인용된다. 곧음은 꺾이지 않는 충절과 바른 길을 걷는 우직함 그리고 자신의 믿음을 굳게 지켜 나아가는 용기를 상징한다. 남이 자신의 모든 행동이나 말에 대하여 옳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면 대부분 솔직하게 인정하기 보다는 반발하며 너나 잘하라고 오히려 역정을 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러한 충고를 받아 들여 자신의 행동과 말 등에 실수를 인정하고 고쳐 나간다면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닐까?
자신도 하기 힘든 일인데 남이 하면 얼마나 그 사람이 커 보일까? 스스로를 뒤돌아 볼 줄 알고 잘못된 점을 고쳐 나간다면 주변에 사람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행동은 꾸준하게 지속되어야 한다. 삼일을 못가서 원상태로 돌아간다면 시작하지 못한 것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고쳐나가면 작은 물이 모여 냇물이 되듯이 시간이 지나면 그 크기는 평가하기 어려운 크기로 자랄 것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이 있지요.
瓜田李下(과전이하)
- 오이 밭과 오얏나무 밑이란 뜻으로, 瓜田不納履(과전불납리)와 李下不整冠(이하부정관)을 줄인 成句(성구). -
당나라 穆宗(목종)이 어느 날 당대의 명필인 柳公權(유공권)에게 “요즘 조정에서 시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조치에 관하여 불평하고 비난하는 일은 없는지요?”하고 물었다. 이에 유공권은 “폐하께서 곽민이란 자를 빈령의 수령으로 보낸 일이 있는 다음부터 비난이 자자하옵니다.”하고 생각한 바를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이에 목종은 “그것은 왜 그런가? 곽민으로 말하면 商父(상부)의 조카이며 태황태후의 작은 아버지로 항상 정직하고 속임이 없기에 작은 벼슬자리를 준 것이거늘 그게 무슨 그리 비난거리가 된단 말이요?”하고 다시 물었다. 유공권이 “그 동안 곽민이 세운 공으로 치자면 그런 정도의 벼슬자리는 과분하다고 할 수 없사옵니다. 하지만 곽민은 자기의 두 딸을 궁 안에 들여보냈기 때문에 그런 벼슬을 얻은 것이라고 들 쑥덕거린다고 하옵니다.”하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목종은 “곽민의 딸을 입궁시킨 것은 태황태후를 그저 예로 뵙도록 한 것이지 궁녀로 삼으려 한 것이 아니다.”하고 사실대로 말하였다. 이에 유공권은 정중히 “瓜田李下(과전이하)의 혐의를 어떻게 벗을 수 있겠사옵니까?(瓜李之嫌 何以戶曉 : 과이지혐 하이호효)”하고 아뢰었다고 함.(출전 文選 : 문선)
황포돛배
지금에야 서울에서 필요한 생필품 등을 기차나 화물차로 실어 나르지만 옛날에는 팔도의 물화가 황포돛배에 실려 한강의 서강, 마포, 뚝섬나루에 운반됐었다. 서강에는 곡물을, 마포에는 생활용품을, 뚝섬에는 시탄, 곧 땔감을 주로 날라댔던 것이다. 택시에 회사택시와 개인택시가 있듯이 옛날 황포돛배에도 물화의 집산을 도맡고 있던 객주 소유의 돛배가 있고 선상에서 가족과 생활하는 개인돛배가 있으며, 나라의 세공을 나르는 관영돛배가 있었다.
하루에 마포에만 드나드는 황포돛배만 해도 100∼200척 이었다 하니 대단한 물량이요, 이 돛배의 사공들만을 상대로 한 색주가가 나루에 드나드는 돛배의 척수와 항상 맞먹었다 하니 유흥경기도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이 한강 황포돛배가 두려워하는 “三畏(삼외)”가 있었다. 그 하나가 망원역풍이다. 너른 망원동 앞강에 이르면 역풍이 일어 황포를 재빨리 내리지 않으면 배가 돌거나 심하면 뒤집히거나 했던 것 같다. 둘째가 노량 배다리다. 임금이 사냥을 가거나 성묘를 갈 때면 나루에 배다리를 놓게 마련이다. 보름 전부터 한강의 돛배를 징발하는데 800척이 되어야 배다리를 놓을 수 있었다. 이로써 황포돛배의 사공들은 전후 한 달 동안 상업을 잃어야 했다. 그래서 이런 배다리 怨歌(원가)까지 생겨났던 것이다. “강원도 시탄장수/통 배 빼기고 울고 가고/전라도 알곡장수/황포 빼기고 울고 가면/삼개(麻浦 : 마포) 객주 발 뻗고 울고/색주가들 머리 잘라 판다.” 셋째 두려움이 幸州水賊(행주수적)이다. 뻘 밭 갈대 속에 도적떼가 숨어 있다가 황포돛배가 다가오면 낚배 몰고 가서 노략질을 일삼았던가 보다.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돛자리로 돛을 만들다가 문익점이 무명을 전래시킨 이후부터 무명베로 돛을 만들었는데 무명 올 사이의 통풍을 막기 위해 황토 흙가루 칠을 해서 황포가 된 것이다. 배의 크기에 따라 돛의 폭이 넓어지는데, 2∼3척 폭의 무명베를 여섯 폭 이으면 六段帆(육단범)이 되고 열 폭 이으면 十段帆(십단범 : 장단범)이다. 1,000석의 곡식을 실었다는 천석선의 황포돛대는 스물다섯 폭을 이었으니 돛폭이 근 20미터나 되었다. 서양의 돛배는 돛대가 서너 개씩 있고 돛도 너덧 개씩 있어 바람을 조절, 역풍이 불어도 지그 잭으로 진행을 하는데 황포돛배는 돛대가 하나요, 작은 보조돛대가 고작인지라 역풍이 불면 돛을 거두고 待風(대풍)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한강에 사라진 풍물-황포돛배가 복원되어 진수를 했다. 漢江十詠(한강십영) 가운데 야밤에 부르는 강원도 사공 마누라의 정선아리랑이 눈물겨웠다던데, 그런 정취 일랑 상상 속에서 만 복원하기로 한다.(이규태 코너 1988년)
※ 漢都十詠(한도십영) - 徐居正(서거정) -
1. 木覓賞花(목멱상화)
尺五城南山政高(척오성남산정고) 성 남쪽 하늘에 닿은 산이 놓였는데
樊綠十二靑雲橋(번녹십이청운교) 열 두 청운교를 드디어 올라가니
華山揷入玉芙蓉(화산삽입옥부용) 옥부용 꽂아 세운 듯 한 화산(백악)
漢江染出金葡萄(한강염출금포도) 금포도 물들여 낸 듯 한 한강
長安萬家百花塢(장안만가백화오) 장안 만호엔 집집이 꽃밭
樓臺隱暎紅似雨(누대은영홍사우) 누대에 비추어서 붉은 비가 오는 듯
靑春未賞能幾何(청춘미상능기하) 청춘이 얼마이뇨 마음껏 구경하자
白日政長催羯鼓(백일정장최갈고) 해는 정히 긴데 갈고를 재촉하세
※ 樊(울타리 번), 揷(꽂을 삽), 塢(둑, 성채 오), 催(재촉할 최), 羯(종족 이름 갈).
2. 麻浦泛舟(마포범주)
西湖濃抹如西施(서호농말여서시) 서호의 짙은 화장 서시와도 같은데
桃花細雨生緣漪(도화세우생연의) 복숭아 꽃 가랑비가 푸른 물가에 오는구나.
盪漿歸來水半蒿(탕장귀래수반호) 배를 저어 돌아오니 물이 겨우 반 삿대 불었는데
日暮無人訶竹枝(일모무인가죽지) 해 저물어 죽지가(경기민요)를 부르는 사람 없네.
三山隱隱金鼇頭(삼산은은금오두) 삼산은 은은한 금오의 머리
漢陽歷歷鸚鵡州(한양역역앵무주) 한양에도 역역한 앵무주 일세.
夷猶不見一黃鶴(이유불견일황학) 머뭇거려도 황학은 보이지 않고
飛來忽有雙白鷗(비래홀유쌍백구) 문득 저기 날아오는 한 쌍의 백구
※ 抹(바를 말), 漪(물놀이 의), 盪(씻을 탕), 漿(미음 장), 蒿(쑥 호), 訶(꾸짖을 가), 鼇(자라 오), 鸚(앵무새 앵), 鵡(앵무새 무).
3. 濟川翫月(제천완월)
秋光萬頃瑠璃정(추광만경유리정) 만이랑 가을빛이 유리처럼 고요한데
畵棟珠簾초寒影(화동주렴초한영) 화동. 주렴이 차갑게 비추었네.
長空無雲爭如掃(장공무운쟁여송) 하늘은 씻은 듯 구름 한 점 없고
坐待月出黃金餠(좌대월출황금병) 앉아서 기다리니 달 떠오른다. 황금 송편
乾坤淸氣骨已徹(건곤청기골이철) 천지의 맑은 기운이 뼈에 사무치고
明光一一數毛髮(명광일일수모발) 밝은 빛에 머리칼을 하나하나 셀만하다
牛夜深深更奇絶(우야심심경기절) 밤이 길어 갈수록 더욱 기절한 경치
倚遍闌干十二曲(의편난간십이곡) 열두 구비 난간을 모두 기대어 보았네.
※ 翫(가지고 놀 완), 掃(쓸 소), 徹(통할 철), 遍(두루 편).
4. 楊花踏雪(양화답설)
北風捲地萬籟響(북풍권지만뢰향) 북풍이 휘몰아쳐 만뢰가 울리는데
江橋雪片大於掌(강교설편대어장) 강다리에 눈송이 손바닥보다 크구나.
茫茫銀界無人蹤(망망은계무인종) 망망한 은세계에 인적이 끊기고
玉山倚空千萬丈(옥산의공천만장) 하늘로 치솟은 옥산이 만길
我時騎驢帽如屋(아시기려모여옥) 내가 그때 지붕만한 모자를 쓰고 나귀를 타니
銀花眩眼髮竪竹(은화현안발수죽) 은 꽃은 눈부시고 머리칼 대처럼 빳빳이 서네.
歸來沽酒靑樓陰(귀래고주청루음) 돌아와 청루에서 술을 사 마시고
醉傍寒梅訪消食(취방한매방소식) 취하여 매화 옆에서 봄소식 물어 보네
※ 捲(말 권), 籟(세 구멍 퉁소 뢰), 響(울림 향), 驢(나귀 려), 帽(모자 모), 眩(아찔할 현), 竪(더벅머리 수), 傍(곁 방), 訪(찾을 방).
5. 盤松送客(반송송객)
故人別我歌遠遊(고인별아가원유) 벗이 나와 이별하여 원유를 노래하네.
何以送止雙銀甌(하이송지쌍은구) 무엇으로 전송할까. 은 한 쌍
都門楊柳不堪折(도문양유불감절) 도문의 버들가지 어이 차마 꺾으리
芳草有恨何時休(방초유한하시휴) 방초는 한이 있어 어느 때나 그칠까
去年今年長參商(거년금년장삼상) 거년에도 금년에도 노상 이별의 길
富別貧別皆銷腸(부별빈별개소장) 부자이별 가난이별 이별 모두 서러워
陽關三疊歌皆闋(양관삼첩가개결) 양관 삼첩의 노래 이내 끝나리.
東雲北樹俱茫茫(동운북수구망망) 동편 구름 북쪽 나무가 모두 아득하구나.
※ 甌(사발 구), 銷(녹일 소), 闋(문 닫을, 마칠 결).
6. 藏義尋僧(장의심승)
三峯亭亭削寒玉(삼봉정정삭한옥) 세 봉우리 우뚝 옥을 깍은 듯한데
前朝古寺年八百(전조고사년팔백) 8백 년 된 전조의 옛 절
古來回巖樓閣重(고래회암누각중) 고목과 둘러 선 바위에 누각이 층층
鳴泉激激山石裂(명천격격산석열) 샘물이 꽝꽝 울려 산 바위가 찢어지는 듯
我昔尋僧一歸去(아석심승일귀거) 내가 전에 중을 찾아 한번 거기에 가서
夜闌明月共軟語(야난명월공연어) 밤 깊어 달 아래서 함께 조용히 이야기하였더니
曉鍾一聲發深省(효종일성발심성) 새벽 종 한 소리에 깊은 깨달음 바랐으나
白雲滿地不知處(백운만지부지처) 흰 구름 땅에 자욱해 어딘 줄을 몰랐었네.
※ 削(깍을 삭). 巖(바위 암), 裂(찢을 열), 軟(연할 연).
7. 興德賞蓮(흥덕상연)
招提金碧照水底(초제금벽조수저) 절의 금벽이 물 밑에 비추고
荷花初開淨如洗(하화초개정여세) 연꽃이 처음 피어 씻은 듯 깨끗한데
霏霏紅霧拂瓊闌(비비홍무불경난) 붉은 안개 보슬보슬 옥난간에 떨치고
香風欲動翻袖紵(향풍욕동번수저) 향풍이 불어서 모시소매를 펄럭이네.
有時碧筒飮無數(유시벽통음무수) 때론 벽통에 술을 무진 마시며
白日高談揮玉塵(백일고담휘옥진) 한낮의 고담으로 옥주를 휘두르기도
居僧挽手待明月(거승만수대명월) 중과 손잡고 달 떠오르길 기다리자니
小樓一夜凉似雨(소루일야량사우) 작은 다락 하루 밤이 비처럼 서늘하구나.
※ 提(끌 제), 荷(연 하), 霏(눈 펄펄 내릴 비), 拂(떨 불), 紵(모시 저), 挽(당길 만).
8. 立石釣魚(입석조어)
溪邊怪石如入石(계변괴석여입석) 시냇가의 괴석이 사람처럼 섰는데
秋水玲瓏照寒碧(추수영롱조한벽) 옥 같은 가을 물이 푸르게 비치었네.
把釣歸來藉綠蕪(파조귀래자녹무) 낚시대 들고 와서 풀밭 깔고 읹으니.
百尺銀絲金鯉躍(백척은사금리약) 은실 백자 끝에 금 잉어 띈다.
細斫爲膾燖爲羹(세작위회심위갱) 잘게 저며 회치고 끓여 국을 만드니
沙頭屢臥雙玉甁(사두루와쌍옥병) 모래 위에 쌍옥병이 연방 거꾸러지는구나.
醉來鼓脚歌滄浪(취래고각가창랑) 취하여 다리를 치며 창랑을 노래하니
不用萬古麒麟名(불용만고기린명) 만고의 기린각 이름 무삼 하리오.
※ 藉(깔개 자), 蕪(거치러질 무), 躍(뛸 약), 斫(벨, 쪼갤 작), 膾(회 회), 燖(삶을 심), 屢(창 루), 甁(병, 단지 병), 滄(찰 창).
9. 箭郊尋芳(전교심방)
平郊如掌草如茵(평교여장초여인) 손바닥처럼 반반한 들, 돗자리 같은 풀
晴日暖風濃殺人(청일난풍농살인) 갠 날씨에 따스한 바람이 사람의 흥을 돋우네.
朝來沽酒典靑衫(조래고주전청삼) 아침에 청삼을 잡혀 술을 사가지고
三三五五尋芳春(삼삼오오심방춘) 삼삼오오로 꽃다운 봄을 찾아가네.
飛觴轉急流水曲(비상전급유수곡) 돌리는 술잔이 유수곡에 더 급해져
靑樽易枯長鯨吸(청준이고장경흡) 고래처럼 마시니 술병이 쉬 마르네.
歸來駿馬踏銀蟾(귀래준마답은섬) 준마타고 달 밟으며 돌아 오느라니.
玉笛聲殘杏花落(옥적성잔행화낙) 옥피리소리 자지러지자 살구꽃이 떨어지네.
※ 茵(자리 인), 枯(마를 고), 鯨(고래 경).
10. 鍾街觀燈(종가관등)
長安城中百萬家(장안성중백만가) 서울 성중 백만 집에
一夜燃燈明似霞(일야연등명사하) 밤새껏 켜놓은 등불이 노을처럼 환하구나.
三千世界珊瑚樹(삼천세계산호수) 삼천세계가 온통 산호수요
二十四橋芙蓉花(이십사교부용화) 24교가 어디나 연꽃
東街西市白如晝(동가서시백여주) 동쪽거리 서쪽 저자가 모두 대낮
兒童狂走疾於狖(아동광주질여유) 좋아라고 뛰는 아이들 잔나비보다 더 빠르네.
星斗闌干爛未收(성두난간란미수) 북두성 기울도록 등을 아니 거두니
黃金樓前催曉漏(황금루전최효루) 황금 다락 앞에 새벽 누수 재촉하네.
※ 霞(놀 하), 狖(검은 원숭이 유), 爛(문드러질 란).
자료출처-http://cafe.daum.net/sungho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