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이 성격도 좋더라.'라는 내용이 배달업 종사자, 상담센터 직원 분들 등등을 통해서 올라오고는 하죠.
밑에는 꼭 '가난한 동네 사람들이 험한 일 하는 사람들 더 무시하더라.'와 같은 내용이 덧글로 달리고요.
그런데 정말, 부자들이 성격이 좋아서 이런 것일까요??
성격은 '인간에게 환경이라는 자극이 주어졌을 때 대응하는 방식이 습관화된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요.
갑자기 여러분이 제 뺨을 후두려치면, 저는 일단 뒤로 물러서서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고 할 것입니다.
반대로 여러분이 조폭의 뺨을 때리면 그 즉시 여러분에게 엄청난 폭행 하겠죠.
폭력이라는 자극이 주어졌을 때 저는 그것을 피하고 상황을 파악해서 벗어나려는 성격이고, 조폭은 더 강한 폭력으로 억눌러버리는 성격인 것이죠.
자 그러면 제 성격이 좋은 성격일까요 조폭의 성격이 좋은 성격일까요?
정답은 '그 때 그때 달라요.'입니다.
만약 전쟁터에 갑자기 떨어진다면, 제 성격보다는 조폭의 성격이 생존확률이 더 높겠죠.
저는 폭력에 굴복해서 노예처럼 이용당하다가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서 성격은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어떤 성격이 좋은 것인지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일반적으로 본인이 속한 사회에 '더 적응적인 성격'을 좋은 성격이라고 하는 경향이 있지요.
그 사회가 미덕으로 삼고, 높은 가치로 인정해주는 것에 더하여 실제적으로 삶에 도움이 되는 행동들의 총체를 '좋은 성격'이라고 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더 적응적인 성격은 조폭의 성격보다는 제 성격이겠죠.
현대의 안정된 자본주의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인간에게 더 적응적인 성격이라면,
'외향적이고, 성실하게 본인의 책무를 다하고, 공격성이 높지 않으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겠죠.
이런 성격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아 더 높은 성공을 누릴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이게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좋은 성격'이겠죠??
반대로 지금 전쟁중인 아프가니스탄에서 더 적응적인 성격이라면,
'다른 사람을 이용할 줄 알고, 위기 회피에 능하며, 생존을 위해 이기적이 될 수 있는' 것이겠죠.
소설처럼 마지막에 정의 편에 이런 사람이 죽는 것은, 말 그대로 소설이겠죠.
현실에서는 이 상황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리고 있을 것입니다.
자... '좋은 성격'이 뭔지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부자들이 이런 성격일 확률이 더 높을까요???
일단 제가 검색할 수 있는 선에서, 아주 높은 증거력을 가진 부자의 성격에 대한 연구는 없습니다.
사실 연구도 거의 불가능하구요.
그래서 결국 연구는 없지만, 그럴싸한 '가설'을 세우는 수밖에 없지요.
여기서부터 저의 가설입니다.
'부자는 그 사회에 적응적인 성격처럼 보일 수 있는 능력이나 여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 봅시다.
조폭은 누군가에게 맞으면 바로 폭력으로 되갚는 성격이 있다고 앞에 했었죠?
그런데 이 조폭이 경찰에게 잡혔습니다. 좀 성깔 있는 경찰이 심문 도중에 좀 쳤다고 해 봅시다. 이 때도 조폭이 경찰을 때릴까요?
아마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면 인간은 성격대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거든요.
조폭이 경찰에게 한 대 맞았더라도 이걸 참는 것이 본인에게 이득이 될 가능성이 높기에, 본인의 성격에 반하지만 이를 견디는 것이죠.
반대로 분노조절장애가 있다거나 해서 이런 능력이 떨어지면 '덜 적응적인' 행동을 할 것이고, 결국 불이익을 당하겠죠.
자 그러면 이제 부자들을 이야기 해 봅시다.
정통 부자들과 벼락부자, 졸부를 구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건 부의 정도가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거지이겠죠.
이것은 지식, 교양, 예의범절 등이라고 불리는 '부를 이용하여 오랜 시간 쌓아 올린 훈련'입니다.
즉 본인의 성격이 어떠하던, 사회에서 높은 가치로 여기는 행동을 하도록 훈련을 하는 것이죠.
부자들은 이런 훈련을 통해 사회의 미덕을 선점하고 부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겠죠.
즉, 성격이 어떠하던 그들은 남들의 당장 눈앞에서 좋은 성격을 '연기'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그들은 다양한 여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는 비단 금전적 여유만이 아니라 시간적 여유, 선태의 자유, 심지어는 감정의 여유까지 만들어내지요.
용돈이 1000원 있는 아이가 500원 짜리 사탕 하나를 샀는데 누가 치고 가서 떨어뜨렸을 때와,
용돈이 100000원 있는 아이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누가 감정의 여유가 더 높을지는 자명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이런 감정의 여유는 좋은 성격을 연기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지요.
용돈 1000원 아이는 초조함에 화를 내면서 사탕을 사주지 않으면 분노하겠지만, 100000원 아이는 적절한 사과만 받아도 넘어갈 수 있겠죠.
이건 부자들의 좋은 성격에 따른 선행으로 인터넷에 기록되겠고요.
가난한 동네 사람들은 이런 '좋은 성격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보여줄 이유도, 능력도, 여유도 없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부자들은 성격이 좋은게 아니라, '좋은 성격을 연기할 수 있는 능력'과 '좋은 성격을 연기할 수 있는 여유'가 많은 것뿐이라고요.
이런 '좋은 성격을 연기'할 필요가 없는 상황, 즉 이전까지는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가정이나 회사에서 엄청난 공격성을 보여준 모 항공사의 가족이 아주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첫댓글 명심보감이었던가, 부자는 겸손해지기 쉽다는 말도 있었죠. 예로부터 "관후함"이 미덕으로 여겨지고는 하였으니, 이것도 베풀 여력과 평판 간 연관성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합니다. 생각해보면 전근대에는 상류층이 권력 못지않게 그걸 절제하게 하는 사회적 기제도 많이 받아왔는데, 현대에는 그런 게 상대적으로 약화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물론 먼 과거에도 저지를 사람은 저지르고 다녔지만서도.)
강력 공감합니다.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부자는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가졌습니다. 돈의 개쩌는 힘 덕분에 부자의 1년은 빈자의 10년보다 월등히 높은 시간적 가치를 갖습니다.
말씀하신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여지'를 전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으로 이해하고있습니다. 빈자가 손 벌벌 떨며 자기 인생 전부를 걸고 판돈으로 내미는 소액의 돈을 부자는 보고 '피식' 웃으며 그보다 곱절의 돈을 역으로 받아치며 여유있게 베팅하는 상황 말이죠.
아...그렇게는 생각을 못해봤었네요.
정말 공감되네요. 버스비 지하철비가 아플때는 그 돈에 마음이 흔들리는, 나쁘게 말하면 궁상인게 다 보였는데, 돈을 벌기 시작하니까 배포가 큰 '척'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사람과의 관계도 마음의 여유만큼 스무스하게 대하게 되고...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여러가지에 여지를 줄 수 있긴 한듯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수 없는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