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7250]耘谷운곡元天錫-鶴上仙[학상선]
鶴上仙
학을 탄 신선
耘谷운곡元天錫
鶴上雲仙白錦袍 학상운선백금포
尋常海上醉蟠桃 심상해상취반도
蟠桃= 도교 신화에 나오는 복숭아. 서왕모(西王母)의 정원에서 자라며
삼천 년마다 한 번씩 열매가 열리는데, 이를 먹으면 영생을 얻는다고 한다.
蟠=서릴 반. 뱀이나 실 따위가 둥글게 감긴다는 뜻이다.
밧줄을 둥글게 감거나 뱀이 똬리를 틂을 표현하는 '서릴 반'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충만하다는 뜻 등이 더 있다.
三山往返何論遠 삼산왕반하논원
三山= 중국 전설에 나오는 봉래산(蓬萊山), 방장산(方丈山), 영주산(瀛洲山).
신선이 산다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금강산을 봉래산, 지리산을 방장산,
한라산을 영주산이라 이른다.
駕彼霜翎意自高가피상령의자고
霜翎=서리같이 흰 빛깔의 날개. 翎=깃 령.
학 타고 구름에 오른 신선 흰 도포 입고
예사롭게 바다 위에서 반도(蟠桃)먹고 취하네.
삼산(三山)에 오가면서 어찌 멀다고 하랴
흰 날개 탄 저 기상 절로 높구나.
원문=耘谷行錄卷之一 / 詩
鶴上仙
鶴上雲仙白錦袍。尋常海上醉蟠桃。
三山往返何論遠。駕彼霜翎意自高。
자는 자정(子正), 호는 운곡(耘谷).
원주 아전층의 후손으로 종부시령(宗簿寺令)을 지낸 윤적(允迪)의 아들이다.
문장과 학문으로 경향간(京鄕間)에 이름을 날렸으나, 출세를 단념한 채 한 번도
관계에 나가지 않고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평생을 은사로 지냈다.
군적에 등록될 처지가 되자 그것을 모면하기 위해 진사에 합격했다.
그는 이방원(뒤의 태종)의 스승을 지낸 적이 있어 태종이 즉위 후 여러 차례 불렀으나
나가지 않았고, 치악산에 있는 그의 집으로 친히 찾아와도 자리를 피했다.
태종이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나서야 백의(白衣)를 입고 서울로 와 태종을 만났다고 한다.
비록 향촌에 있었으나 여말선초의 격변하는 시국을 개탄하며 현실을 증언하려 했다.
만년에 야사를 저술해 궤 속에 넣은 뒤 남에게 보이지 않고 가묘에 보관하도록 유언을 남겼다.
증손대에 와서 사당에 시사(時祀)를 지낸 뒤 궤를 열어 그 글을 읽어보았는데,
멸족(滅族)의 화를 가져올 것이라 하여 불태웠다고 한다.
문집으로는 〈운곡시사 耘谷詩史〉가 전한다.
이 문집은 왕조 교체기의 역사적 사실과 그에 관한 소감 등을 1,000수가 넘는
시로 읊은 것으로 제목도 '시사'라 했다. 야사는 없어졌으나
이 시가 하나의 증언으로 남아 있어 후세의 사가들은 모두 원천석의 증언을 따랐다.
"흥망(興亡)이 유수(有數)하니"로 시작하는 고려왕조를 회고하는 시조 1수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