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사단 신병교육대 훈련 받는 외손자 새록에게
사랑하는 외손자 새록아!
너를 보내면서 나도 그 곳 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외할머니가 극구 운전을 반대를 해서 나서지 못했다. 이제 한 주일이 흘렀구나. 아마도 곁에 다가서면 군바리 냄새가 조금은 익숙해져 졌나 싶다.
네가 처음에 15사단에 입대를 한다고 해서 할아버지는 나름대로 걱정을 많이 했다. 그것은 이 할아버지가 15사단 39연대 12중대에서 하사로 전역 하였기에 내가 겪은 고초를 회상하면 정말 너를 그곳에 안 보내고 싶었다.
국방의 의무란 대한민국 남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의무이기 때문에 꼭 거쳐 나와야 하는 과정이다. 군대를 안 가본 사람은 남자의 진미를 깨닫지 못한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후방에서 빌빌대다 편하게 전역 하는 것보다 최전선에서 북한 땅 아침리를 바라보는 감회 또한 새로울 것이다.
편해진 세상을 사노라면 돈 주고 구경하지 못하는 그런 곳에 복무를 하고 사회인으로 나서게될 때, 생활력이 확 달라진다는 것을 명심 하여라. 나는 51년 전에 전역을 했지만 아직도 총검술 16개동작과 태권도 천지형, 태극형을 순서대로 보여줄 자신이 있다.
서울에서 살다가 사고를 만나 너의 어머니가 초등학생 때 고향으로 와서 새로 시작 할 때도 나는 15사단에서 받은 훈련을 생각하고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 세웠다.
군대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라 생각하면 못 해낼 것이 없고 특히 우리 외손자는 잘 해 낼 것이라는 미쁨을 앞세운다.
대한민국 군대생활 별난데 없다. 그저 모나지 않고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 나누다보면 전역의 그 날이 쉽게 오리니 남들 앞에 튀지도 말고 뒤처지지 말고 그렇게 살다보면 휴가도 오고.그 날도 온다.
새록아!
그 안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이 건강이다. 내 건강은 내가 챙겨야 하고, 항상 건강에 유념하고 훈련에 임하면 신병교육 수료식에는 나도 한 번 가볼 생각이다. 하지만 주야로 다른 건강상의 이유로 못 갈지 모르겠다.
훈련 잘 받고 건강 하여라.
계묘년 5월29일
너의 외할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