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2학기 첫 산행
해인사 소리길
초가을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씨이다. 구름은 옅은 비단결 모양 가야산 아래 산자락을 감돌고 있다. 비가 와서 습기가 많아 좀 후덥지근했지만 햇볕이 쨍쨍 거을린 것보다는 견디기 편하다고 한다.
2년 전인가 팔만대장경 세계대회를 하면서 만든 소리길이다. 숲과 계곡에서 나는 소리가 어울려져 아름답고 신령스런 소리들을 접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했다. 우리나라에 원래 소리길은 전남 보성군 회천에서 율포로 넘어가는 길을 말한다. 이청준이가 쓴 서편재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 길이 서편제의 끊어질듯 애절하게 이어지는 판소리 가락이 가장 잘 어울리는 길이라고 했다. 이곳은 현재 우리나라 판소리의 대를 잇고 있는 조상현 명창의 판소리 학교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리라고 하면 판소리를 말해 왔는데 이제 해인사 계곡의 소리길은 자연의 소리를 의미해서 붙여진 길 이름이니 이것 또한 특이하다.
첫 코스는 시멘트로 포장된 논밭의 옆길을 걸어서 올라가는 길이다. 아래에서 위쪽으로 올라가긴 하지만 거의 경사가 없어 편하게 걷게 된다. 추석이 가까워진 논의 벼들이 노란색으로 여물어가 주변의 풍광도 이제는 가을을 시작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 같았다. 20여분을 걸어 제2코스인 홍류계곡 산길로 접어들었다. 이곳은 숲으로 덮인 길을 걸어가게 된다. 가끔 나무에 표찰이 달려있다. 갈참나무를 지나 판자로 만든 걷는 길을 따라 올라가니 층층나무, 서어나무가 표찰 달고 서있다. 교실에서 사진으로 만 보고 식물도감의 사진을 보아왔지만 현장에서 보면 딱하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서어나무에는 특이하게 빤질빤질한 수피도 특징이 있지만 종자 역시 장식용으로 만들어놓은 초롱 모양으로 작은 종이 조각이 빽빽이 붙어 길이가 10-15cm 정도 아래로 처져서 달려 있다. 보기에도 매우 생소해 보이는 종자모양이다. 종자에 팔랑개비 같은 작은 잎 모양의 조각들이 달려있는 것은 되도록 자기 종자가 날라가 떨어지도록 하기위한 식물 본연의 디자인이다. 소나무의 종자에 붙어 있는 날개, 단풍나무 종자에 붙은 날개 역시 마찬가지 역할을 하는 것들이다. 서어나무 학명이 Carpinus 인데 영어 어원으로는 목검(木劒)이라는 뜻이다. 목질이 단단하여 로마시대에는 병사들이 목검을 만들어 사용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서어나무는 온대산림대인 우리나라의 식생천이 상 극성상의 수종이다. 처음 독나지에 초본류가 들어와 그 뒤 소나무가 침입하고 땅 힘이 점점 좋아지면 활엽수가 들어오고 그중에 참나무류가 주류를 이루게 된다. 그 뒤 온대지방에서는 서어나무와 경쟁하게 되어 서어나무가 결국 마지막에 남아 번성하게 되는 극성상수종이 된다. 층층나무는 나뭇가지가 옆으로 길게 뻗고 나뭇잎들이 가지 위로 다소곳하게 올라와 마치 층층을 이루고 있는 모양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쉬지 않고 걸어 올라오니 땀이 나기 시작 한다. 다들 비가 이렇게 왔다 갔다 해서 날씨가 마음에 들어 좋다고 하면서 숲길 여행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잣나무 그리고 뽕나무, 산뽕나무의 표찰을 달고 서있는 나무들을 들어다 보고 중간 벤치가 있는 곳에서 땀을 식혀가기로 했다. 다들 싸가지고 가져온 과일과 떡 등 푸짐한 먹거리가 펼쳐져 정오의 만찬이 시작되었다. 포도알의 상큼한 향기와 뾰숑한 복숭아의 과일향기가 입속에서 녹아 내렸다.
홍류계곡에서 보아왔던 나무들은 물박달나무(자작나무과), 박달나무(자작나무과), 서어나무(자작나무과), 개서어나무(자작나무과), 신갈나무(참나무과), 졸참나무(참나무과), 굴참나무(참나무과), 뽕나무(뽕나무과), 산뽕나무(뽕나무과), 산벗나무(장미과), 층층나무(층층나무과), 개옻나무(옻나무과), 비목(녹나무과), 당단풍나무(단풍나무과), 팥배나무(장미과), 물푸레나무(물푸레나무과), 노각나무(차나무과), 쪽동백나무(때죽나무과), 다릅나무(콩과), 노간주나무(측백나무과), 잣나무(소나무과) 등 20여개 수종에 속한다. 그리고 해인사에 들어가 지하고가 매우 높은 느티나무를 보고 나무의 특성의 다양함에 대해서도 설명하였다.
이중에서도 비목, 다릅나무와 노각나무는 특별히 머리에 넣어 주기 바란다. 비목은 나무 열매가 아름답고 비목이라는 노래(노래가사와 이 나무와는 별 상관이 없지만)가 있어 꼭 외워두기 바라고, 다릅나무는 목재색갈이 특이하여 소목장들이 좋아하고, 노각나무는 차나무과로 수피가 특이해서(노루뿔같은 색깔이나서 나무이름이 노각나무) 보면 금방 눈에 띄는 나무이다. 혹자는 프라타너스의 수피같다고도이야기 하지만 이 나무는 모과나무의 수피와 비슷하다고 할수있다.
12시 50분이 다되어 홍류계곡 끝에 있는 해인사 입구에 도착하였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1시에 해인사를 안내 받아 2시에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입구에 도착한 시간이 1시가 되어 우선 점심을 먹은 다음에 해인사를 가기로 계획을 변경하였다. 해인사 입구에서 삼성식당으로 자동차로 자리를 옮겼다. 산채정식과 된장찌개가 먹음직스럽게 나와서 막걸리 한잔에 맛있는 점심식사를 끝냈다.
점심이후에 해인사로 안내를 받아 들어가는 일주문부터 설명을 듣고 해인사 창설 설화에 대한 이야기와 스님들이 한손으로 인사를 주고 받게 된 연유에 대해서도 이야길 들었다. 그리고 팔만대장경이 있는 곳을 둘러보고 나와 최치원선생이 지팡이를 꽂아 나무가 살게 되었다는 전나무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곳의 주변의 소나무들이 거대한 몸집으로 자라고 있는데 각각 모양이나 수피 색깔이 달라 개체 간 유전변이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담 넘어 안쪽으로 아주 똑바르게 자란 빨간 수피를 가진 금강송도 보였다.
올라왔던 해인사를 나와 오는 길에 한국전쟁 때 해인사를 폭격으로부터 구했다는 김영환 장군의 업적비를 읽고 내려왔다.
오늘 행사를 준비하고 추진하시느라고 수고해주신 김성희 반장님, 김주영선생님, 조인숙선생님, 황성숙 사무국장님 그리고 바쁘신데도 오시어 사진을 찍어 올려주시고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주신 장세우교수님과 사진을 올려주시고 특히 나무사진을 올려주신 솔바람 선생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끝으로 자동차를 운전하여 주신 이영환선생님, 손수룡선생님, 신재환교수님, 장세우교수님에게도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덕분에 무사히 해인사 소리길 산행을 마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참가하신 모든 분들 8월 한가위 잘 보내시기 바라면서 인사드립니다.
지산
첫댓글 홍류계곡의 산행은 걷기가 쉽고, 풍경이 아름답고, 자연의 소리를 맘껏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선생님께서 나무해설을, 문화해설사(선생님께서 미리 섭외한)가 해인사안내를 해서 멋진 숲과 문화의 만남이었습니다~ 반야심경원판 복사본과 열쇠고리선물까지 받게해주시고...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추석연휴 보내십시요^-^
별로 한 일도 없이 인사만 잔뜩 받아서 완전 남는 장사를 한 솔바람입니다. 즐거운 추석명절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이번에 남기신 것 풀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