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가의 삶을 알게된 것은 참 귀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주 가고싶은 곳이에요. 이날은 영화인 촬영하는 곳에 따라가고 싶어서 또 갔습니다만 은은가에서 내내 고추와 함께 하다왔습니다. ^^
♡ 고추수확과 채종
♡ 울릉초 사랑
도착하니 마루에 한가득 씨앗과 열매들이 있었구요. 선생님은 우리 둘 보자마자 고추해야한다고 - ㅋㅋㅋㅋㅋ 생각하니 웃음나네요.- 가리키셔서 옷도 못갈아입고 고추다듬기에 들어갔습니다.
장갑 안끼고 했다가 밤새 잠도 못잤다며 손매우니 조심하라면서 장갑부터 주셨습니다.
아래 사진은 계속 고추다듬는 내용입니다. ㅎㅎ
이렇게 둘이 앉아서 고추 다듬다, 영화인은 촬영도 했다가 그랬습니다. 지금 다듬는 것은 울릉초에요. 선생님이 이틀 내내 울릉초 칭찬을 많이 하셨답니다. 그래서 내년엔 대대적으로 울릉초 보급을 하신다면서 준비중이셨어요. 그 작업에 저희도 함께한 것이구요.
고추를 겉면을 닦고, 가르고, 씨를 털어서, 말리고, 이 작업을 계속 했답니다. 이틀내내~
둘이 하다 넷이 모여서도 하는데 선생님 속도를 못따라가겠더군요. 손이 시원시원하세요.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제 속도대로 꾸물럭꾸물럭.. ㅎㅎ
작업하다 꼭지가 너무 이뻐서 한컷 찍었어요.
열매도 탄탄하고 실하고 이쁩니다.
한쪽에선 백수연팀장이 모양대로 고추를 분류하고 각각의 특성을 적어서 따로 씨를 받는 작업도 했답니다. 첫번째 사진에도 그렇게 각 특징 별로 분류해서 씨앗을 말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그 옆에서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른 표정으로 무심하니 고추들을 싹둑싹둑 가르고있고요. ㅎㅎ
작업한 고추들은 씨앗 따로, 과육 따로 말렸습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곧 큰비가 온다고 해서요.
여긴 다음 날.
그 다음 날, 방안에 넣어뒀던 고추를 다시 꺼내서 다시 널고~ 씨앗들도 다시 널고 넣고 하는 작업들이 이어졌답니다.
식탁에도 고추가 등장했는데요. 전 한입 베어물고 매워서 얼른 내려놨구요. 선생님은 연신 맛있다며 여러 개 드셨어요.
저건 길위에서님이 육종하시는 고추에요. 화천재래초의 작은 키를 보완하기 위해서 파주초와 교배를 했구요. 밭에서 확인한 육종고추는 토종학교밭의 화천재래와 달리 키가 컸답니다.
고추열매는 화천재래모양이 많았지만, 흔히 보이는 것처럼 길죽한 것들도 있었어요. 이 고추들도 울릉초처럼 다 분류해서 씨앗을 받고 있었답니다. 위 사진중에 평평한 체에 올려진 빨간고추파란고추가 육종고추일거에요.
♡ 울릉초 수확과 촬영
마지막날까지도 고추와 함께했습니다. 영화인이 울릉초 따는 것 찍겠다고 해서 시간맞춰 울릉초밭으로 갔답니다. 제가 30분 작업할 양이면 두분은 한 10분이면 끝나더군요.
이때, 병들어 보이는 것은 다 거둬서 멀리 던져야 한다는 걸 배웠답니다. 안그럼 바로 옮긴다네요.
육종고추밭은 아래쪽에, 울릉초밭은 한참 위쪽에 떨어져 있어요.
풍경이 넘 이뻐서 한컷.
은은가는 사계절 풍경이 변화되어서 항상 아름답습니다.
♡ 참외 채종과 시식
몇종류의 참외가 열렸었는데 이때는 이 참외가 많이 나왔답니다. 잘 자란 아이는 골이 가지런하게 파인것이 고추 꼭지처럼 이쁘더군요.
참외 채종하는 것 촬영하는 중.
채종 후 과육을 잘라줬는데 와우~ 너무 맛났어요. 약간 멜론맛이 느껴지고 과육도 멜론처럼 푸른기가 돌더군요.
채종과 키질.
뭐 하는건지 모르겠는데 저에게 키질 해보라고 해서 도망나왔습니다~ ㅎㅎ
아~~ 아마도 상추씨앗인가봐요.
상추씨를 제때 수확하면 정말 쉬운데 때를 못맞추거나 잘못하면 보푸리를 불수없어서 성가시다고 했던 것 같네요.
♡ (흰)깨 수확
흰깨인지 들깨인지 기억이 안나는데 깨 수확하는 것도 촬영했어요. 사진 보셔요~
순이 혼나는 중.
베어놓은 깨위에 오줌을 싸서 큰소리로 혼나고 있습니다. ㅎㅎㅎ
이렇게 수확한 깨는 농막에서 말리고 있어요.
♡ 유튜브 촬영
갈때마다 예초기 매고있는 모습만 보게되는데요. 이날도 예초기작업을 너무 하셔서 힘들어하셨거든요. 그래서 울릉초 유튜브촬영하자니 못하시겠다고 하셨어요. 우리들이 울릉초밭에 있을때 아랫밭 작업하시다 잠깐 앉아쉬시는데... 백팀장이 그 앞에 그날 거둔 것들을 다 늘어놓더군요.
사진을 찍으려나보다 그러고 있는데 백팀장이 갑자기 카메라를 열고는 '자! 울릉초 설명하세요'해서 영화인과 제가 완전 폭소를 터트렸답니다. 백팀장이 선생님을 잘~ 부리더군요. ㅎㅎㅎㅎ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 촬영을 시작으로 곡물도 찍고, 콩들도 찍었답니다. 유튜브에는 진작에 올라갔습니다.
거둔 작물도 다채롭고 이쁘고, 풍경도 이쁘고 그 안에 있는 두 분도 이쁩니다.
백팀장이 끌고??? 가서 곡물밭 촬영하는 중. ㅎㅎ 이게 마지막날 저녁때였답니다.
♡ 은은가 이모저모
은은가 두 분은 뭘 가르키면서 저에게 보라고 합니다. 전 그럼 보고는 일단 찍습니다. 두 분이 뭘 보라고 하는 것도 관찰하고 일하면서 몸에 벤 습관같고요. 저는 모든 걸 사진으로 기록하기때문에 가르키면 일단 찍습니다. 나중에 사진보고 폭소를 터트렸네요.
아래 꽃사진은 뭘 찍은건지 모르겠어요.
- 맷돌호박
이것도 선생님이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보라고 하셔서 찍은 것이에요. 왜 보라했냐 물으니 그냥~이라고 하신 것이 나중에 생각나서 혼자서 오분대폭소 ㅎㅎㅎ
맷돌호박은 달릴때부터 골이 아주 선명합니다.
호박심은 곳은 처음 가보는데 이쪽 풍경도 한마디로 끝내줍니다.
- 야생토마토
맷돌지고 가신 선생님이 또 앉아서 뭘 하시길래 보니 토마토 따고 있었어요. 야생 토마토라고..근데 야생토마토가 뭔지 모르겠네요. 저절로 나온 아이인가요?
- 부상의 위험들
선생님은 갈때마다 예초기를 메시는데, 나중에 다리를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다리가 온통 멍이에요. 왜 그러냐니 돌들이 튀어서 그렇답니다. 전 날 걱정만 했는데 사방이 위험물 투성이었던 거에요.
촬영중인 백팀장 옷을 보면 아래에 흙이 묻었어요. 이 날 윗쪽 밭인가 논에서 미끌어진건데 저는 넘어진 걸 보고도 넘어졌다는 생각을 못하는 이상한 경험을 했구요. 나중에 선생님이 보시고 '수연이 넘어졌던 것 같다. 옷은 갈아입어라.' 하셔서 그때 알아차렸답니다.
전에 옻나무 근처에 못오게 하시거나, 백팀장이 말벌이 많은 걸 보고는 절 못올라게 오게 하거나 진드기 조심하라고 하거나 등등, 도시인이 생각할때는 맨날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도시보다 농사짓는 것이 뭐가 위험한가싶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농사를 경험해보니 천지사방에 위험한 것 투성이더군요. 특히 생태적으로 하겠다는 곳이 관리가 잘 안될때, 은은가처럼 자연지형을 최대한 이용할때는 아름답고 의미있지만 몸이 많이 고생하고 망가진다는 걸 배웁니다. 그래서 두 분이 더 존경스럽습니다.
- 밭일들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부지런히 대비를 합니다. 율무들 넘어지지 말라고 줄매고 콩들도 줄 매줬어요.
- 풀매기
콩밭의 풀을 매는데 두 분 속도가 어마어마하더군요.
특히 이분. ㅎㅎ 선생님은 고개들면 바로앞으로 와 있고 또 와있고해서 무슨 여고괴담에 나오는 귀신인줄. ㅎㅎ 겁나서 도망갔더니 왜 도망가냐고 하셔서 혼자 피식 웃었습니다.
넷이서 고구마밭 풀 다 정리했습니다.
여긴 낮에 사수에게 배운대로 ㅡ 시킨대로 ㅡ 정리한 콩밭. 흙을 긁어서 북주기를 해주면 좋다고 알려줬고요. 요즘은 토종학교밭 정리하면서 북주기라기 보다 흙을 털고 다듬어 주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나중에 사수가 잘했다고 칭찬해줘서 기분 좋았습니다. 늙어도 칭찬들으면 기분이 좋네요~
- 은은가 식사
은은가에 가면 식사도 큰 일이에요. 저처럼 음식만들기에 재능이 없는 경우는 특히 큰 일거리랍니다. 하지만 식사로도 많이 배웁니다.
영화인과 매번 찬을 뭘하지 고민하고, 밭에가서 찬할거 있나 둘러보는 것도 일상이에요. 호박밭 보고있는 영화인 손엔 호박잎이 한웅큼 들렸네요.
농막안에 잘린 호박덩쿨있다고 하셔서 저도 내려가 잎이랑 열매들 거뒀습니다. 은은가 된장이 맛있어서 호박잎이랑 정말 잘어울립니다.
돌나물.
선생님이 다듬으라고 하며 이 나물을 아냐고 묻더군요. 첨보는 거라고 모른다고 했는데 ㅋㅋ 다듬으면서 보니 돌나물이었네요. 마트에선 주로 저 잎만 따서 팔지않나요??^^;
식사시간이 시식시간.
재래종 밀들로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고요.
사과도 여러종류 먹어보곤 한답니다. 이날 귀한 과일을 두 개나 먹었네요.
큰 접시중 허연 것은 제가 들고간 용인오이랍니다. 백팀장이 정말 맛나게 들깨가루랑 같이 볶아줬어요.
♡ 석곡장 구경
선생님 예초기 하도 돌려서, 기름 다 떨어졌고요. 기름만 사오라하기 미안하셨던지 ㅎㅎ 왜?? ㅎㅎ 뻥튀기도 해오고 청명이 장도 구경 시켜주라며 등떠밀려 같이 나왔습니다.
석곡장엘 갔는데요. 대도시의 마트나, 대도시 근처에 서는 재래장들에선 못보던 작물들이 있더군요. 백팀장은 참외을 발견하고 바로 씨앗수집단이 되어서 이것저것 묻고 기록하고 기어이 사들고 왔답니다.
참외로 장아찌나 김치 담근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아찌용 참외가 있다는 것도 그걸 판다는 것도 몰랐어요. 그런데 두분이 장아찌용 참외라며 파시더군요.
전 작고 못생긴 참외겠거니 그냥 먹어야겠다며 사왔는데 왠걸?? 써요. 아직 덜 여문것들이더군요. 어떻게 할지 몰라서 그냥 썰어만 두고 있습니다.
- 뻥튀기
묵은 것들, 남은 것들은 뻥튀기해서 아침에 먹는데 사장님들이 묵은쌀은 떡하라고.. ㅎㅎ
키가 너무 작다고 큰걸로 구비하라시던 길위에서님 말씀이 생각나서 키도 찍어봤습니다.
♡ 다큐멘터리 촬영
영화인이 농사와 사람과 삶에 대해 두루두루 담고있어요. 은은가 두 분의 삶도 배울 것이 많지만, 씨드림에서 만나는 씨갑시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쩌면 그동안 내가 찾던 것들을 말해주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하게되었답니다.
8월 은은가방문에는 영화인따라서 씨갑시님들을 만나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었어요. 그리고 한 십분 대화했나? 역시나 듣고싶었던 말씀을 바로 해주셔서 너무 놀랐답니다.
농사와 은은가의 삶을 통해서도 많이 배우지만 이분들을 통해 배울것이 무궁무진하다는 것 그런데 누구도 그것엔 관심이 없었다는 것에 감정이 흔들렸답니다.
우리 보다 훨씬 오래 사신 분이 눈치를 살피며 '선생님들은 안믿을지 모르지만 저는 믿어요.'라고 하던 말씀에 마음이 뭉클했고요. 한반도의 어떤 풍습들을 바라보는 제 시각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답니다. 씨드림이 이런 작업을 많이하면 좋겠다고 바래봅니다.
- 올벼쌀
언어도 풍습도 달라서 말씀을 잘 알아듣지는 못했는데 말씀중에 기어코 꺼내서 보여주고 맛보게 해주신 곡물이에요.
나중에 백수연선생에게 들으니 올벼를 수확해서 찐쌀이고, 맥심커피처럼 스틱형으로 팔기도 한다고해서 놀랬답니다. 이거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만 살던 사람들은 몰라요~
씨갑시님이 또 태양초고추는 꼭지가 노랗다는 것도 알려주셨어요. 마른 고추 살때는 꼭지가 노란 것을 사라고요. 이 집에서도 건조기에 있던 고추 꺼내서 널었답니다.
은은가는 갈때마다 풍성하게 얻어오는데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마지막날엔 선생님이 부러 시내까지 나와 밥도 사주셔서 감사하고 미안했고요. 영화인은 집까지 데려다 주느라 역시 미안하고 고마웠답니다.
다음 방문이 벌써 기대됩니다~^^
첫댓글 즐거운 시간을 보내신 것 같네요.
모두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것을 보니
미안한 마음입니다.
저 풀은 돌나물이 아니라 쇠비름입니다.
ㅋㅋㅋ 정말 이 나이 먹도록 뭘 배운건지 모르겠네요. 둘 다 즐기지 않는 것이라 그게 그거로 보였나 보네요. ㅎㅎ
세세히 하루를 잘 적어주셨네요~ 바쁘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저도 한번가서 손 좀 보태야하는데 부끄럽게도 저희 밭 돌보는데도 정신이 없네요 ^^^;;;;
네~ 언제나 바쁘지만 또 항상 마음니 편안해지는 곳이랍니다. ^^
와니피디아님 사진사이즈가 작아서 질은 좋지 않지만 혹시, 계정관리때 사진들 필요하시면 막 가져다 쓰셔요. ^^
은참외는 장흥노랑참외로 판명되었는데, 확인하시고 수정부탁합니다
은은가를 대표하는 활동가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서 말씀 하신 부분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확인하고 익히겠습니다. 참외이름은 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