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주택은 내가 따로 손 볼일이 거의 없다. 공용 구역은 제외한 곳에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비용을 들인다. 개인 주택은 자산 가치를 유지하려면 필수적인 요소가 집관리다. 예부터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은 몇 달 간 내버려 두면 잡초부터 자라고, 멀지 않은 장래에 파손되는 결과까지 생길 수 있다.
읍 지역에 집을 따로 마련하면서 일거리가 늘었다. 틈날때마다 한 가지씩 하기로 작정했다. 처음 시도한 일이 욕실 타일 붙이기다.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일이기에 유투브 영상이 참고 자료다. 시공에 필요한 재료 구입은 아내의 몫이다. 일이 시작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타일 색상과 편의성에 따라 가로 세로 크기를 고르고 부수적 재료와 관련된 도구도 인터넷이 구매처다.
작업의 순서는 타일 부착 면을 고르게 만드는 일이 먼저다. 편차는 타일면 접착제 두께로 가름한다. 구석진 면의 크기에 맞게 타일을 자르는 작업은 실수의 연속이다. 몇 장의 타일을 깨트린 다음에야 진척된다. 줄 눈 처리도 마감재 붙이는 것도 묘미를 준다.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 마무리 된 욕실 벽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두 번째 작업은 온돌방 황토 벽면에 편백 루바를 바닥부터 가슴 높이까지 두르는 일이다. 최상의 제품보다 약간의 옹이가 더러 있는 재료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원재료는 시공하고자 하는 길이에 맞춰 전기톱으로 재단을 한다. 네 벽면에 필요한 개수가 만만찮아 지인의 주방 용품 제작소의 기계를 활용하여 준비 하였다. 바닥 쪽에는 편백 걸레받이 허리부터 고정시킨다. 자재가 하나 씩 홈에 맞춰 끼워질 때마다 편백 향이 짙어진다. 세 면이 완성되는 순간 온돌방의 따뜻한 온기와 자연의 오묘한 기운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참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펴 방구들을 데운다. 바닥이 미지근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따끈따끈 엉덩이를 옮겼다. 손으로 슬며시 방석이 바닥에 놓인다. 아, 이것이 시골 황토 온돌방의 옛 정취를 되살리는 겨울밤이 따로 없다. 여기에 군밤과 군고구마가 곁에 놓인다면 금상첨화다.
세 번째 시도는 지붕 도색이다. 앞의 두 가지는 선택 사항이었지만 지붕 칠은 성질이 다르다. 햇빛과 빗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변형, 변색되었다. 이전에 해 놓은 페인트 칠이 시간이 지나면서 벗겨져 붉은 녹이 군데 군데 드러나 있다. 보수할 시기가 지난 셈이다. 이것을 그냥 내버려 둔다면 결국은 철판은 부식되어 구멍이 생기고 큰 비에 누수까지 이어져 걷잡을 수 없는 악순환으로 치닿게 될 것이 불 보듯 할 것이다.
1차 도료와 2차 도료를 구분하여 구매한 후 녹 제거는 사포로 문지른다. 입자가 굵은 100으로 시작해서 마감은 부드러운 400정도로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두꺼운 녹이 아니라서 가볍게 녹이 제거되었다. 사다리를 놓고 지붕에 오르는데 발 디딜 곳을 찾는다. 강판에 못이 박혀 있는 곳이 지지대가 설치되어 있다는 흔적이기에 그나마 안정감을 준다. 체중이 분산되도록 몸은 네 발로 기다시피 엎드려 이동을 한다. 쌓인 이물질은 세찬 물줄기로 씻어 내린다. 기반 작업이 페인트 칠에 영향을 준다. 칠하는 바닥이 말끔하게 되었는가에 따라 칠의 질이 결정된다.
지붕 바닥의 수분 제거는 햇살에 맡긴다. 도료 준비가 끝난 후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시기다. 이튿날 지붕 바닥이 건조된 상태라 칠하는데 최상이다. 1차 칠을 한다. 한번에 바닥을 두껍게 칠하는 것은 작업의 원리가 아니다. 롤러에 페인트를 묻혀 가볍게 빈틈이 없도록 작업을 한다. 어느덧 지붕 전체가 푸른색 이 덮였다.
긴 햇볕에 페인트 마르는 속도는 오후 작업을 가능하게 도움을 준다. 두 번째 칠이다. 구석진 곳은 작은 붓으로 속도는 느리지만 제 구실을 한다. 두 번째 페인트 칠이 마무리로 접어든다. 지붕이 새 옷을 갈아 입고 보니 눈까지 시원하다. 팔과 어깨는 물론 욱신거리지 않는 데가 없다. 공사 비용 적게 들이려다 병원비가 더 많이 나올게 아닐는지.
드디어 세 가지 일이 그런대로 끝났다. 무작정 시도한 손수 집 고치기는 몸과 마음을 극한으로 몰고 갔다. 실용성으로 접근하면 도전해 볼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집 곳곳에 손길이 아직도 간절하다. 가정 부주가 늘 음식 마련으로 마주하는 씽크대와, 방음과 보온에 영향을 주는 창호 공사가 어김없는 납부 고지서 마냥 염치 없이 기다린다. 살면서 생활의 불편함을 줄이고 시간이 적게 드는 것이 모두의 희망 사항이 아닐까.
가족의 휴식과 또 다른 여행지로서의 보금자리로 시작된 주택과 하나가 된 지 사 년째다. 가축과 작물의 하루 하루 성장이 궁금해진다. 지금쯤 몇 개의 달걀이 나를 기다릴 것이다. 텃밭에는 시금치와 냉이가 상 위에 오를 정도로 자랐을까. 오늘 오후에는 시골 집으로 달려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