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중에서 물론 역자의 수고(手苦)가 들어간 부분이 ‘번역’과 ‘대역’과 ‘주해’이다.
특히 ‘대역’에서는 범어 원문의 단어 배열과 문장 구조를 한 부분도 바꾸지 않고 범어 문맥을 그대로 두고 한글로 일대일로 옮겼다. 그러다 보니 범어가 수동태 문장이 아주 많고 때로는 주어 동사의 위치가 맞지 않아서 한글로 옮기면 아주 어색한 문장이 되지만 그러나 역자는 굳이 그것을 능동태가 주를 이루며 주어 목적어 동사의 구조로 되어있는 우리말로 옮기려 하지 않았다. 영어를 배우면서 자란 세대는 수동태로 된 어색한 한글에도 나름대로 뜻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산스끄리뜨의 원어의 맛을 될 수 있으면 우리말로 그대로 나타내어 보고 싶어서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구한다. 차분히 읽어보면 알겠지만 산스끄리뜨 문맥 그대로 읽어 내려가도 우리말로 쉽게 뜻이 전달된다는 점을 독자들은 알 것이다.
그리고 대역을 하면서 구마라즙역과 현장역을 같이 옮겨 놓았다. 범어 원문을 두 역경의 천재들이 어떻게 옮기고 있는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통해서 구마라즙 스님은 어떻게 영감을 가지고 멋진 한문으로 의역을 하고 있으며 현장 스님은 어떻게 한 자라도 안 빠트리고 직역을 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가를 조금은 느낄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중요한 술어들은 그에 해당하는 영어를 취해서 옮겨 놓았다. 영어 세대들이 더 쉽게 의미를 파악하고 나아가서 서양 학자들이 어떻게 불교를 이해하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역자가 이런 시도를 하는 이유는 이 시점에서 1600여 년 전에 번역된 구마라즙 번역본에만 준해서 금강경을 읽고 이해하고 설하는 우리의 안목을 더 넓혀보자는 의미에서다. 물론 구마라즙 스님과 구마라즙 문하의 4철(四哲)이라 불리는 중국 불교사의 천재들이 팀을 이루어 혼을 불어넣어 행한 그 번역의 위대성은 역자도 큰 감동으로 접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더 그 분이나 그 팀의 이해를 초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금강경에서 고구정녕히 설하고 계신 산냐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번역’에서는 가급적이면 한글로 쉽게 뜻이 통하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두려 했다. ‘대역’에서 원어의 맛은 충분히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해’ 부분에서는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금강경 번역본에서 이미 많은 주해를 시도하고 있어서 역자는 가급적이면 그런 관점은 피하고 산스끄리뜨 원어의 어원을 분석하려 시도하고 그 단어의 일차적인 의미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특히 초기불교 언어인 빠알리어와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려 시도했다. 그리고 금강경에서 고구정녕히 설하신 산냐를 척파하고 산냐를 극복하라는 부처님의 메시지를 여러 문맥에서 나름대로 해설하려 노력했다. 모든 논지는 처음에 밝힌 세 가지 이유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려 노력하였다. 때로는 역자의 과격한 안목과 견해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그 부분까지 독자 제위들이 잘 섭수해 주신다면 감사하겠다.
그리고 전체 경의 분절(分節)은 옛부터 지금까지 널리 통용되고 있는 양나라 소명 태자가 나누었다고 전해오는 32분절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우리 나라에 절대적으로 통용되고 있으므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역자의 판단에 따라서 분절을 세분하여 나눈 곳도 많은데 꼰즈의 영역본을 참고하면서 역자의 안목에 따라서 시도했다. 아울러 소명태자가 붙인 각 분절의 과목은 과감히 배제하여 한글로 옮기지 않았다. 이 과목을 그대로 한글로 옮기면 귀중한 금강경의 가르침의 대의가 약해져버리며 그렇게 되면 산스끄리뜨 원어를 직접 한글로 옮기는 의미가 사라져 버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역자가 붙인 한글 과목은 순전히 역자의 개인적인 안목에서 나온 것이니 독자 여러분들이 음미해보시고 많은 질책을 해주시기 바란다.
이런 이유와 이런 방법으로 감히 역자는 금강경 번역과 주해라는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 역자의 안목과 견해가 타당한가는 차치해 두고 이런 시도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서이다. 이 책이 우리 불자님들이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더 깊게 하는 데 조그마한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첫댓글 일향전념 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