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도 '장(통장)' 팔겠단 한국인 4명 왔다"→대대적 단속 비웃는 캄보디아 조직
[현지 범죄조직 내부자 3명 인터뷰]
"우리가 내는 세금이 나라 먹여 살려"
텔레그램으로 인력 모집 여전히 활발
"인근 국가로 이동이 오히려 더 위험"
"당장 이번 주만 해도 장(대포통장) 팔러 한국에서 4명이나 왔다."
정부가 캄보디아에 구금됐던 한국인 피의자 64명을 송환하고, 캄보디아 경찰이 주요 범죄조직들이 있는 태자단지를 급습하는 등 양국의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만 현지 범죄조직은 여전히 사기 행각과 한국인 구인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일보는 서로 다른 캄보디아 범죄조직에서 모집책과 관리책으로 활동 중인 한국인 2명과 중국동포(조선족) 1명 등 3명을 텔레그램 통화와 메시지로 인터뷰했다. 이들은 최근 사태에 대해 "일시적인 소동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뇌물로 구워삶은 당국과 수사기관이 자신들의 편이라는 강한 확신이 '믿는 구석'이었다.
프놈펜에서 인력 모집책으로 5년째 활동하고 있다는 한국인 A씨는 "프놈펜은 수도라 한국 경찰이 공조받기 쉬워 혹시 수사 대상이 될까봐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건 맞다"며 "일반 조직원들도 사무실 밖으로 못 나가게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캄보디아 전역에 1,000개 넘는 범죄조직이 있어 소탕에도 한계가 있다"며 "범죄단지에서 내는 세금이 나라를 먹여 살리는 구조라 어려움이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시아누크빌 등에서 일하다 최근 거점을 옮겼다는 40대 조선족 모집책 B씨도 "한국인 사망 이후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돼 조직들이 포이펫, 차이통, 바벳 등 국경 도시로 이동하는 추세"라면서도 "조직 자금줄을 쥔 총책이 정부에 꼬박꼬박 돈을 대주는 상황에서 단속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B씨는 뇌물의 구체적인 기준과 액수도 거리낌 없이 공개했다.
"조직원 한 명당 연간 약 300만 원이 '보호비' 명목으로 현지 경찰에 전달된다. 대규모 조직은 한 달에 70억 원 가까이 벌기 때문에 경찰에 돈을 먹이며 보호받는 구조로 운영된다"는 설명이었다.
한국인을 겨냥한 신규 모집도 계속되고 있다.
프놈펜에서 활동 중인 관리책 C씨는 "당장 이번 주만 해도 대포통장 팔겠다고 온 한국인이 4명 정도 된다"며 "한국 정부가 구인 광고를 막는다고 하지만, 텔레그램에서 사람 구하는 건 쉽다. 인력 걱정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캄보디아 이미지가 나빠져 공개적으로 근무지를 밝히지 않는 대신 텔레그램 구인 글을 본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연락해 오면 그때 설명하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캄보디아 범죄조직이 미얀마나 라오스 등 인근 국가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더 위험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A씨는 "돈 문제만 없으면 감금, 폭행 안한다. 캄보디아는 그나마 안전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나라였는데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미얀마, 라오스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람 죽이는 일이 더욱 쉽다"며 "조직 거점이 그쪽으로 이동한다면 통제도 어려워지고, 상황이 더 위험해질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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